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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17화 (317/542)

〈 317화 〉 다시 여행하는 날­3

* * *

“흐으음. 잘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니. 너무 대충인 거 아냐?”

“근데 아기와 관련된 일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아니면 기억이 없을 때부터 동생이 있는 게 낫다거나.”

“아니, 지금 상태에서 4개월 정도가 지나면 아장아장 걸어다닐 테니 기억이 남을 거야.”

“……그건 그렇겠지.”

남작과의 만찬 이후 마차로 돌아가면서 잡담을 나누는 엘라와 아샤.

엘라는 남작의 말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이내 마차가 보이자 배시시 웃으면서 마차에 들어갔고, 레이시는 엘라가 들어오자 반갑게 맞이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맛있는 거 먹고 왔어요?”

“응, 레이시는 뭐 먹었어?”

“미네르바랑 과일 먹었죠.”

“그래?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요. 다음에 또 엘라랑 맛있는 거 먹으면 돼죠. 그것보다 이거 봐주세요!”

“응?”

“걷기이이이~. 귀엽죠!?”

“푸훗!”

레이시가 걷기라고 말한 건 엄연히 말하자면 걷는 게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에일렌이 넘어지는 걸 손가락으로 잡아줘서 받춰주고 있고 그게 걸음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에일렌과 레이시가 귀엽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볼을 쪼물쪼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의 걸음마를 도와주었다.

아장아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에일렌의 모습.

머리가 무거워서 그러는 건지 배에 힘을 못 줘서 그러는 건지 뒤뚱뒤뚱, 아장아장…….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레이시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계속해서 에일렌의 걸음마를 도와주었고, 에일렌은 천천히 레이시의 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넘어지는 것에 가깝지만, 아무튼 걷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에일렌을 받아주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가 자기를 안아주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가슴에 뺨을 비비다가 이내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칭얼거림에 이유식은 안 먹더니 맘마는 또 먹고 싶은 거냐며 웃다가 옷을 들춰 가슴을 물려주었다.

그러자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웃다가 입을 여는 엘라.

엘라는 남작과 이야기 나눈 것을 레이시에게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으으응, 그러니까 저번에 도시 명명식 했을 때처럼 인사만 하면 되는 건가요?”

“응.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이야기를 해주면 돼.”

“그렇구나. 열심히 해볼게요!”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싱긋 웃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레이시의 옷차림을 보고 원피스를 입을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잠시 쭈뼛거리다가 원피스는 아무래도 꺼려진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불편하진 않아?”

“그렇게 막 불편하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가슴 닦는 것도 조금 불편하고 그랬는데 익숙해지니까 괜찮아요.”

“그래?”

“으응……, 원피스 차림을 보고 싶은 거예요?”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레이시와 엘라.

아이까지 낳고 나니 여자 옷을 입는 것에 전보다는 덜 꺼려지는지 레이시는 조금 고민하다가 다음에 한 번 입어주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약속이라며 레이시의 손가락을 잡다가 손수건을 꺼내 레이시의 가슴을 대신 닦아주기 시작했다.

“에헤헤…….”

그러자 에일렌의 등을 토닥여주면서도 조금은 부끄럽다는 듯 웃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멋쩍은 미소에 똑같이 웃다가 레이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에일렌의 동생은 언제 만들고 싶은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확 붉히다가 쭈뼛거리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도, 동생……, 만들까요?”

“레이시가 원한다면? 레이시는 어떻게 하고 싶어?”

레이시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원한다면 지금 당장 만들 수도 있다고 속삭이는 엘라.

엘라는 자기뿐만이 다른 사람도 있으니 레이시는 원하는 사람과 사랑을 속삭이면 된다면서 레이시의 허리를 살며시 만지작거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바르르 떨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엘라를 살짝 밀어냈다.

“나중에…….”

“응?”

“나중에 에일렌이 걸음마를 시작하면요…….”

“그래? 왜?”

“지, 지금은 에일렌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되니까…….”

반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는 자기 손으로 돌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에일렌을 소중하게 끌어안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아쉽다는 듯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레이시가 그러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에, 에헤헤……, 고마워요.”

“뭘. 그래서 둘째는 누구와 만들 거야?”

“네?”

“미스트? 아니면 미네르바? 아샤?”

엘라의 말에 눈을 빛내며 레이시를 바라보는 사람들.

레이시는 세 사람의 시선에 움찔 떨다가 어색하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구석으로 기어갔고, 엘라는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의 옆에 앉았다.

“그럼 오늘은 이만 잘까? 내일은 힘들 거니까.”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는 엘라.

분명 상냥하고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레이시는 뭔가 엘라의 속삭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움찔거리면서 뒤로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겁을 먹고 구석으로 간 것 때문에 레이시는 지금 이상으로는 도망치지 못했고, 엘라는 겁 먹은 듯 자기를 바라보는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할 생각은 없다면서 레이시를 눕혔다.

대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히고 레이시의 몸을 마음껏 만지작거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 요람에서 자는 에일렌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할 생각은 없다면서 레이시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저, 정말 이렇게만 있는 거죠?”

“응. 부부끼리 안고 자는 건 그다지 이상한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요…….”

엘라의 말에 쭈뼛거리다가 뭔가 아닌 것 같다면서 엘라의 눈치를 바라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귀를 깨물면서 정말 에일렌 앞에서 못 할 짓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엘라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엘라의 어깨를 투닥거리다가 엘라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웃다가 담요를 가슴까지 올린 다음 레이시를 껴안고 자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잠에 빠지자 가위바위보로 누가 레이시의 옆에서 잘 건지 고르는 미스트와 미네르바를 바라보다 아샤를 불렀고, 아샤는 엘라의 호출에 눈을 깜빡이다가 미스트와 미네르바의 시선에 우물쭈물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엘라.

엘라는 둘이서 가위바위보를 할 바에는 아샤가 눕는 게 낫다면서 손짓했고, 아샤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다가 쭈뼛쭈뼛 레이시의 등 뒤에 누워 레이시를 껴안았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로 자는 미스트와 미네르바.

그 모습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이는 엘라.

엘라는 다시 한번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고 천천히 잠들었고, 다음 날 이른 아침, 레이시가 자기 품에서 벗어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으응……, 에일렌 때문이야?”

“네. 잘 잤어요?”

“아직 추우니까 이리와.”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등 뒤에서 레이시를 껴안고는 담요로 레이시의 몸을 덮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체온에 부르르 떨다가 이내 엘라에게 몸을 기대면서 반쯤 졸면서 가슴을 먹고 있는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흐아아암……, 이것도 얼마나 할 수 있을까요?”

“응? 뭐가?”

“젖을 먹이는 거요.”

한숨을 푹 내쉬는 레이시.

원래라면 이런 건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남자였을 때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말투나 억양, 세세한 몸짓에서 남자였을 때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남자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드레스나 원피스, 치마를 될 수 있으면 피해왔다.

물론 에일렌을 가지게 된 순간 그런 거부감이 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그게 섭섭한 거냐면서 레이시의 볼을 만지작거렸다.

“으으응……, 그치만, 뭐랄까……. 으으, 말로는 잘 못 말하겠지만, 그런 느낌인걸요.”

“뭐, 못해도 신체 나이 2살 때까지는 젖을 먹을 테니까 아무리 빨라도 올해 말까지는 줄 수 있을 거야.”

“으으응…….”

“에일렌이 좀 더 천천히 크면 좋겠어?”

“네.”

좀 더 엄마로서 해주고 싶은 일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건 이렇게 밥을 먹이고 안아주고 재워주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잡아 당겼다.

“또 이상한 생각하지?”

“으응…….”

“에일렌에게 마망은 레이시 밖에 없으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

히죽 웃으면서 레이시를 꽉 안아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그럼 됐다면서 에일렌과 레이시를 같이 껴안은 채로 멍하니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레이시가 일어나서인지 금방 일어나는 사람들.

미스트는 기지개를 쭉 켜더니 몇 분 되지 않아 따뜻한 차를 만들어서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차를 보다가 에일렌을 힐끗 바라봤다.

“레이시가 마시는 건 대용차예요. 카페인이 없으니까 안심하고 드세요.”

“에헤헤…….”

“후후, 저를 못 믿다니 꽤나 의심이 늘었네요?”

“그, 그런 건 아닌데…….”

미스트의 농담에 쭈뼛거리면서 차를 마시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알고 있다면서 키득키득 웃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미네르바가 자기를 놀렸다는 걸 깨닫고 볼을 부풀리며 미스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이면서 오늘은 어떤 옷을 입겠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정장과 드레스, 둘 다 입을 수 있다면서 양쪽 옷을 보여줬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곧바로 정장을 골랐다.

평소에 입는 것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갑갑한 정장.

아무래도 보이는 걸 중요시한 디자인에 레이시는 갑갑하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3일 정도만 노력해달라면서 최소한의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건 일이라며 스위치를 켜는 레이시.

레이시는 몇 번이고 혼잣말을 하더니 이내 마음을 다잡았는지 허리에 힘을 주고 쭉 편 채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자세를 확인하더니 싱긋 웃으면서 그렇게 있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위로의 말은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류타 남작님을 믿어주세요. 국가에서 지원금을 보낼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시면 되고 공감하는 말을 해주시면 돼요. 어차피 저 사람들도 레이시가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길 바라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가요?”

“네. 저들이 원하는 건 국가에서 자기들을 응원하러 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른바 위로 임무라는 거죠.”

“그렇구나. 그럼 좀 더 힘을 주는 게 좋을까요?”

“아뇨, 너무 차려 입으면 부담을 느낄 거니까 이렇게 적당히 하는 게 좋아요.”

“으응, 그럼 오늘은 잘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빗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똑같이 웃다가 정돈이 끝났다는 말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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