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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16화 (316/542)

〈 316화 〉 다시 여행하는 날­2

* * *

“에헤헤헤…….”

마차를 적당한 곳에 주차한 다음에 마차에 엎드려서 에일렌의 양손을 잡고 있는 레이시.

남작과 일을 끝낸 엘라는 마차 밖에서부터 들리는 레이시의 웃음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문을 열고 레이시를 바라봤다.

“……일어났네?”

“아~! 엘라! 이거 봐요! 에헤헤……, 너무 귀여워요.”

“아직 자기가 직접 서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런 거 같아요. 그치만 이거 봐요~! 귀엽죠!”

에일렌의 손에 자기 손가락을 쥐어주고 에일렌이 일어날 수 있도록 에일렌의 몸을 받쳐주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에일렌보다는 레이시가 좀 더 귀엽다면서 옆에 앉았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볼을 부풀리면서 에일렌이 더 귀엽다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무슨 투정이야, 그게.”

“부우~ 그치만 에일렌이 좀 더 귀엽잖아요.”

짧은 다리로 바들바들 힘을 주고 있는 에일렌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언젠가 에일렌이 말하게 되면 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자기 손가락을 꽉 쥐고 있는 에일렌을 바라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호들갑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내 에일렌이 성장했을 때를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10살이면 신체가 완성되니까 이것저것 이야기가 들어오겠지.

친구가 되어달라는 이야기부터 일을 시작해보자는 이야기까지.

암살시도의 상처를 회복시키면서 술독에 빠져서 지냈던 10살 때에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왔으니 그렇게 되지 않고 멀쩡하게 클 에일렌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올 것이다.

아마 자기가 여자를 좋아했으니 에일렌에게도 여자를 보내지 않을까?

어쩌면 남자를 보낼지도 모르겠지만…….

“응, 죽이자.”

“네!?”

“아, 아니. 일하는데 산에 몬스터가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죽이는 게 나을까 해서.”

“아아……. 조심하세요?”

“그래, 조심할게.”

거짓말이지만.

산에 몬스터 따위는 없다.

계획도시니 도시를 만들 때 이 근방에 있는 몬스터들은 싹 정리한 상태고 설령 몬스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엘라가 나설만한 상황은 아니다.

설령 갑자기 와이번 같은 게 나타나서 대공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냥 아샤가 높이 뛰어 올라서 목을 잘라버리면 된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레이시를 제외하면 이성이 없는 드래곤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니까, 와이번 따위가 나온다고 해서 겁을 집어 먹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핑계를 대지 않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도 그럴게 에일렌에게 애인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순간 빡쳐서 이성을 잃었다니, 자기가 아빠랑 다른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몬스터를 핑계로 말을 돌리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에게 다치지 말라며 엘라를 걱정하다가 이내 에일렌이 입을 오물거리면서 칭얼거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일렌~ 맘마 먹을까?”

식히고 있던 베이비 푸드를 접시에 담고서 팔뚝 안쪽 연약한 피부에 발라보는 레이시.

그러자 베이비 푸드의 온도가 팔뚝을 타고 들어왔고, 이 정도면 적당히 따뜻하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팔뚝을 닦고 에일렌에게 이유식을 먹여주기 시작했다.

조금 낯선 감각이지만 맛은 있는지 잘도 꿀떡꿀떡 먹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의 볼에 입을 맞췄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입맞춤에 바둥거리다가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똑같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에일렌에게 밥을 먹여주었고, 엘라는 그런 두 사람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기지개를 켜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트, 아샤. 따라와. 미네르바는 레이시랑 있어주고, 알겠지?”

“알았다.”

엘라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 일행들.

레이시는 엘라에게 어디로 가는 건지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남작과 만찬을 먹으러 가야한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금방 일하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알겠지?”

“으응~, 네. 언제나 고마워요.”

“뭘.”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발걸음을 옮기는 엘라.

엘라는 마차가 안 보이기 시작하자 한숨을 푹 내쉬면서 머리를 긁었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엘라를 살살 놀리기 시작했다.

“못해도 몇 년 뒤의 일인데 벌써부터 짜증내세요?”

“뭘 안다고 그래?”

“그러네요. 독심술 스킬도 안 썼으니까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공주님이라면 몇 년 뒤면 육체만은 성인이 되는 에일렌을 보고 귀족들이 들러붙어서 지랄하다가 애인을 시켜달라고 몰려드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떠올리면서 짜증내신 거 아닐까요?”

“…….”

“그렇죠? 몇 년 뒤의 일인데 벌써부터 짜증내시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나, 널 정말 높게 평가하는데 오늘만큼은 좋게 봐주기 힘드네…….”

“아하하하.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몰라, 에일렌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봐줘야지. 나부터가 깨끗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내가 레이시를 만나 반한 것처럼 운명의 사람이라도 만나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건 그렇겠네요.”

“대신 널 시켜서 뒷조사는 9촌에 친구에 동기까지 탈탈 털어본 다음 아샤에게 무력 테스트를 시킨 다음 내게서 마법의 합격점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 좆까고 죽일 거야.”

“어머, 그러면 동화책에 나오는 용사 수준이 아니면 안 되는데요?”

“응, 그럴 거야.”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엘라.

엘라는 이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다니 저 위에 태양이 보이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지금은 밤이지 않냐면서 키득 웃었다.

“에일렌의 애인에 대한 내 생각이 지금 딱 태양을 보는 생각이야.”

“그렇군요.”

존재하는 건 알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게 만들겠다.

그런 엘라의 말에 미스트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도와줄지 물어봤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녀석은 자기 손으로 직접 치우겠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질린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아샤.

아샤는 의기투합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두 사람에게 에일렌에게 애인이 없으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입을 싹 다물고 아샤를 바라보는 두 사람.

그 중 엘라는 한참을 멍하니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배신에 아파하고 실패에 괴로워하더라도 사람을 완성시키는 건 결국 사랑이니까 애인은 있어야겠지. 단지 어중이떠중이가 에일렌에게 손을 대는 게 싫을 뿐이야.”

“그 말 그거 레이시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네.”

“…….”

아샤의 말에 찔리는 것밖에 없어 움찔 떨다가 시선을 피하는 엘라.

미스트는 그런 엘라와 아샤의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면서 우선 남작과 관련된 이야기나 말하자고 말했다.

“레이시와 에일렌을 데리고 사람들에게 가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광장은 위험하니까 안 돼.”

“그렇다고 공사판에서 만나기도 그렇네. 이번에는 남작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저택에서 만날까요? 한 명 씩 따로 찾아오게 만들면 괜찮을 거 같은데, 그러면 아샤가 ㅇ레이시를 호위하기도 편하고 남작의 면도 살잖아요?”

“그러네. 그게 제일 좋겠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일단 남작하고 이야기하러 가볼까?”

“알겠슴니다, 공주님.”

엘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미스트.

미스트는 엘라보다 먼저 앞으로 나가사 남작의 저택에 갔고, 남작은 직접 문 앞에서 엘라를 기다리다가 엘라가 집으로 오는 걸 보고 마중을 나갔다.

“어서오십시오!”

“그래, 류타 남작. 그럼 저녁을 먹기 전에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네!”

“저택을 빌려주면 좋겠어. 거기에서 백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 체면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쪽으로 가시면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래.”

엘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남작.

남작은 주민들이 힘낼 걸 생각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엘라는 그런 남작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요리를 직접 옮기는 남작 부인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아직 거동이 불편한 모습.

엘라는 그런 남작 부인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그 움직임이 레이시를 돌보기 위해서 봤었던 책에 나오는 모습과 똑같다는 걸 떠올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됐나?”

“네?”

“남작 부인 말일세. 출산한지 얼마 안 된 것 같군. 며칠이나 됐지?”

“아……, 한 달 정도 됐습니다.”

“그럼 위로 올려보내도록.”

“네?”

“잡일은 미스트가 할 수 있다. 위로 올려보내서 아이랑 시간을 보내게 해. 너희 둘 다 마력이 많지는 않으니 에일렌처러 마력 앓이를 하고 빠르게 크지는 않을 거 아냐. 그럼 부모가 붙어있지 않으면 안 돼. 올려보내.”

“……감사합니다.”

“흥,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부인을 무리하게 부려먹는 개념없는 공주가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엘라의 말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남작.

엘라는 그런 남작의 반응에 혀를 가볍게 차면서 미스트에게 일해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한 명 뿐인 사용인과 함께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다.

자기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힘을 쓴 건지 가난한 남작가가 준비하기는 조금 부담이 되는 요리.

엘라는 이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할까 생각하다가 이내 이 부분까지 지적하면 남작의 체면이 엉망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가볍게 저으면서 그만 뒀고, 이내 남작에게 병력을 빌릴 수 있는지 물어봤다.

“병력……, 말씀이십니까?”

“그래. 알다시피 연맹국이 점점 제정신이 아니게 되기 시작했지. 국경 근처에서 공성병기를 들고 행진이라니……. 그런 미친 짓을 하는 녀석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어서 말이지. 괜찮다면 정찰을 해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마을에서 발이 빠른 사람들을 불러서 부탁해보겠습니다.”

“음. 이번 일은 내가 개인적으로 의뢰하는 거니 의뢰비를 주지. 자, 이 정도면 되나?”

“네, 충분합니다!”

너무 많은 돈은 주지 않도록 군법에 쓰여 있는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돈을 주는 엘라.

남작도 그런 엘라의 배려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내일 당장 차출해서 불러주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남작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고기를 잘라 입에 물었다.

그 뒤로는 일의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인지 이런저런 잡담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벌써 둘째라고?”

“네. 아내가 외동딸이라 자식은 형제나 자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첫째와 둘째가 싸우지는 않나?”

“동생이 생겨 질투는 하고 있습니다만, 동생이 생긴 게 더 기쁜 듯 하더군요. 제대로 이야기해주면 질투는 안 합니다.”

“그래……?”

“그, 공주님도 둘째를 계획중이십니까?”

“뭐, 비슷하지. 누가 아비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네?”

“아, 아직 공식적으로는 말 안 했지. 레이시는 여럿의 부군을 가질 걸세. 내가 여자이니 부군이니 뭐니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미스트와 아샤, 그리고 레이시의 펫인 미네르바까지. 그렇게 레이시와 결혼할 생각이거든.”

“……고, 공주님이 여럿의 아내를 가지시는 게 아니십니까?”

“응. 우리는 레이시를 사랑하는 거지 나를 사랑해서 모이는 게 아니거든.”

벙찐 얼굴의 남작을 보고 키득키득 웃는 엘라.

엘라는 그렇게 됐으니 첫째를 설득했을 때의 이야기나 더 해달라면서 남작을 바라봤고, 남작은 엘라의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첫째 아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걸 말해줬을 때의 이야기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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