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화 〉 음악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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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궁에 다녀온 다음 저택의 풍경에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건 미네르바가 기타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것.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건지 인상을 찌푸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열심히 배운다면서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다시금 코드를 잡으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미네르바가 연주하려고 애쓰는 곡은 꽤 익숙한 곡이었다.
반짝반짝 작은별.
동요 중에 가장 유명한 동요라고 생각하던 곡이 있자 레이시는 이 세계나 저 세계나 은근히 닮은 부분이 있다면서 감탄하면서 미네르바의 옆에서 에일렌과 함께 미네르바를 쳐다봤고, 미네르바는 끙끙거리면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일렌이 심심해지면 에일렌은 핸드벨을 쥔 채로 포대기로 안아주라고 칭얼거렸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칭얼거림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포대기로 에일렌을 안아준 다음 에일렌의 몸에 손을 올리고 에일렌이 핸드벨을 울리는 걸 구경했다.
그게 변한 저택의 풍경이었다.
“끄으응, 코드라는 건 어렵다.”
“손가락의 유연성이 필요한 거니까요, 사냥감을 쥐는 느낌으로 쥐면 어때요?”
“사냥감은 이런 불편한 파지법으로 안 잡는다.”
“하긴~ 그렇겠죠?”
사냥감이라면 보통 안 놓치게 손가락을 쫙 편 다음에 목을 비틀 수 있게 잡지 이런 불편한 파지법으로는 잡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잡고 힘을 주면 손가락이 부러질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팁이니까 그렇게 상상하고 잡아보라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한껏 편해진 파지법에 작게 감탄하다가 천천히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지만.
하지만 레이시는 연주를 잘 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
전생에서 그런 경험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tv에서 보이는 연예인들이 자식들과 놀아주는 걸 볼 때마다 내심 부러웠기에 이번 생에는 그런 걸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같이 무언가를 배워가고 서로 웃고 떠드는 것이야말로 레이시가 원하는 것이었고, 레이시는 즐겁다는 듯 미네르바의 옆에 앉아서 에일렌과 미네르바의 엉망진창인 합주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엘라는 이내 기지개를 쭉 켜면서 아샤와 미스트가 건네주는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미스트가 건네준 건 루룬에게 맡긴 항구도시 아멜리아에 대한 보고서.
지금은 막 상인들을 고르고 교역로를 뚫는 단계라 적자가 심한 모양이었지만, 지원금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동양에서 무역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레이시의 도시라고 자랑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레이시만의 용돈도 생길 거고, 레이시의 권력이 강해지겠지.
레이시라면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얕보이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낫다.
“루룬이 잘 하는 모양이네.”
“네, 반대급부로 배그 쪽 일이 힘들어진 것 같지만요. 마케르크 가문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것 같더라고요.”
“그 쪽은 그 쪽이 알아서 잘 해야지. 엘레오놀 공주가 그렇게 쉽게 빼낸 걸 보면 루룬이 자기 대접에 만족 못 한 거잖아.”
“그건 그렇죠.”
“그럼 루룬은 이대로 잘 하게 내버려두고……, 아샤는 어때?”
“……우선 좋은 소식하고 나쁜 소식하고 두 개가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좋은 거.”
“좋은 건 나비가 레이시의 신수로 알려지기 시작했어.”
레이시의 호칭, 엘라의 자애, 엘라의 자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아샤의 보고.
사실 정말 레이시가 백성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움직인 건 아니었다.
레이시가 눈앞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손을 뻗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최대한 죽지 않는 쪽으로 힘을 쏟는 건 맞지만, 레이시는 어디까지 선인이지 성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나비를 돌보기 위해서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사냥을 나간다는 것이고, 레이시는 그럴 때마다 나비와 함께 사냥을 나가는 아샤와 미네르바에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쪽으로 움직여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돈은 엘라가 자기에게 주고 있으니 국가에서 주는 보상금은 신경 쓰지 말고 사람을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쪽으로 움직여달라고.
그리고 그 쪽이 나비에게도 좋았다.
보통 그런 쪽 임무는 기사가 나서기에는 몬스터의 강함이 약하고 수가 애매하게 많아서 운동량이 많은 쪽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레이시가 한 건 약간의 이해관계가 섞인……, 어디까지나 자기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하는 기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귀족들이 그런 기부조차 잘 하지 않기 때문인지 레이시의 기부는 서서히 서민들 사이로 알려졌고, 엘라의 아이를 회임하고 낳았다는 것이 겹쳐 레이시는 엘라의 아이를 낳고 아이에 집중하면서도 불쌍한 시민들을 굽어 살피는 어머니가 되었다.
엘라의 기존 이미지도 서민들 사이에서는 무척 좋았던 편이라 그것들이 겹쳐 무척이나 인기가 많아진 레이시.
엘라는 그런 아샤의 보고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는 싫어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나쁜 소식을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아샤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성 왕국과 연맹국이 다시 갈등을 빚었고, 그 갈등이 우리 나라의 국경까지 옮겨졌어.”
“……하아, 설명 좀 부탁할게.”
“처음 갈등을 빚은 건 화해를 겸한 신성 왕국의 기사와 연맹국 기사들간의 대련이었어. 분명 목검으로 대련했지만, 불굴의 장군의 아들인 불굴의 검성이 목검으로 신성 왕국의 신예의 턱을 부러트렸지.”
“회복은 안 됐어?”
“회복은 됐지만 재활 훈련은 몇 개월을 해야 되는 수준으로 다쳤다고 하더라고, 거기에다가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게 모두에게 보일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났다고 했어.”
“신예와 정점 간의 대련이니까 어쩔 수 없나? 하여튼 고의로 일부러 박살냈다는 것이 보였고 거기에서 불굴의 장군 측이 무례한 말을 했다는 거군. 그 녀석들은 그런 녀석들이니까.”
“응, 참고로 우리나라까지 갈등이 번진 건 그 이후로 신성 왕국을 도발할 생각으로 군사행진을 했는데 덤으로 우리도 도발하기 위해서 일자로 쭉 왔더라고. 대포와 충차도 있던 군사행진이라 우리는 당연히 경계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고, 연맹국에서는 그걸 가지고 지랄했어. 그래서 갈등이 생겼고, 특수부대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내부에 있는 연맹국의 스파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네.”
“그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 못 건들고 있지?”
“응. 어느 쪽의 스파인지 모르니까. 그래서 엘레오놀 공주에게 아군과 적군……, 적어도 엘레오놀의 세력과 타 세력을 구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어. 우린 엘레오놀과의 우정만 지키면 다른 연맹국의 스파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좋은 소식에 비해 나쁜 소식이 너무 나쁘네.”
“어쩔 수 없잖아.”
“으으음…….”
아샤의 말에 눈을 위로 살짝 돌렸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아샤를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슬슬 대외 활동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됐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냐며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이내 음악궁을 핑계로 시간을 더 끌어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엘라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시간을 더 끌 수 있으면 끌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 3개월이나 쉬었으니까 최소한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를 따로 내버려둘까 생각했지만, 이내 다시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금 부탁받은 일은 간단한 일이며 공사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바라는 거니까.
아마 그쪽에서도 안전에 대한 부분은 신경을 쓰고 있을 테니 이번에 안 가면 자기 명성에 흠집이 간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쩌면 엘라는 자기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거나 그런 수준의 우둔한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거 아닐까?
한 4~5년 후, 은퇴할 무렵에는 그런 이미지도 상관없지만, 지금 당장에 그런 이미지가 생기는 건 피하고 싶다.
지금 이미지에 손상이 가면 은퇴 후 레이시와 평화로운 삶을 보내지 못 한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레이시를 불렀고, 레이시는 에일렌과 놀아주다 말고 엘라를 쳐다봤다.
“네, 무슨 일이에요?”
“슬슬 다시 일을 해야겠어. 이번에는 너와 함께 방문해야 할 거 같은데, 괜찮겠어?”
“에, 에일렌이 있는데요?”
“에일렌도 육체로만 따지면 이제 2살 정도 됐잖아. 한 3주 정도만 있으면 3살로 성장할 거고. 슬슬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야지.”
“으, 으으으응…….”
엘라의 말에 내키지 않는다는 듯 신음하면서 엘라의 눈치를 살피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 일은 어쩔 수 없는 종류의 일이니 양보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중요한 일이야.”
“그렇군요……. 꼭 해야 하는 일이죠?”
“응. 조건, 달아줄까?”
“으응, 에일렌의 안전이요.”
엘라의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들이 레이시와 에일렌을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우선 갔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와도 되고, 백성들에게 인사만 하고 돌아와도 괜찮아. 의뢰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인사하는 게 주 목적이니까.”
“그래요?”
“응. 태풍의 피해를 받았다고 하지만 길이 막혔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지원금을 지급 받고 1년 정도 주민들이 공사에만 집중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이야. 인력의 양이 많이 필요한 거지 인력의 질이 필요한 일이 아니거든.”
“그렇다면……, 이번 일은 엘라가 와서 사람들을 응원해줬으면 해서 하는 일이네요?”
“맞아.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공무원이 가는 것으로는 사람들의 사기가 올라가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남작이 사비를 털어서 사람들을 응원하려고 한 거야. 많이 공부했네.”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칭찬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칭찬에 배시시 웃다가 조건으로 몇 가지 걸기 시작했다.
“우선 저랑 한 명은 무조건 마차에서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응. 그럴게. 애초에 그러려고 했고. 새로 맞춘 마차면 괜찮지?”
“네.”
원래 마차도 꽤 많은 방호마법과 편의성 마법이 걸려있었지만, 레이시가 에일렌을 낳고 젖을 먹이기 시작하면서 새로 맞춘 마차는 그런 것과 급이 달랐다.
마력 대포를 맞아도 말만 멀쩡하다면 그대로 도주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과 공간 마법을 활용해 겉모습에 비하면 몇 배는 넓은 내부 공간, 허락되지 않은 사람은 들어올 수 없도록 추방 마법까지.
한 마디로 마차의 형상을 한 요새였다.
어중간한 저택보다는 마차 안이 안전했고, 그러니 저택에 들어가지 않고 마차 안에서 에일렌과 지내겠다는 레이시의 요구는 합당했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그건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대답에 배시시 웃다가 에일렌이 안전만 하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고 말했다.
“그래? 다른 건 진짜 아무래도 좋아?”
“으응~ 그치만 사비를 털어서 저희를 불렀다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거잖아요. 그런 분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걸요.”
“하긴…….”
정작 이 말을 남작이 들으면 부담감에 죽으려 하겠지만…….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레이시가 에일렌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고 있자, 자기도 피식 웃으면서 다시 한번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럼 조금만 노력해줘.”
“네, 그럴게요.”
“미안해.”
“아니에요. 저희는……, 그……, 부부잖아요.”
아직은 말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에게 등을 내미는 레이시.
엘라도 조금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에일렌이 꺄르륵 웃자 레이시를 안아주면서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미스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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