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13화 (313/542)

〈 313화 〉 음악궁­2

* * *

온통 새하얀 저택.

레이시는 음악궁을 보고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택의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다크서클이 특징적인 실로트는 레이시가 일행과 함께 찾아오자 당황한 듯 엘라를 바라봤다.

“나는 부부랑 아이만 온다고 들었는데.”

“응. 그러니까 왔잖아. 레이시랑 레이시랑 결혼할 사이의 사람들과 아이. 아샤는 바빠서 못 왔지만.”

“…….”

엘라의 말에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는 실로트.

레이시는 실로트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다가 눈을 피했고, 실로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의 가정사에 그렇게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겠지.”

“아, 아하하…….”

“그것보다 오늘은 너희 셋이 배우는 거지?”

에일렌과 레이시, 미네르바를 차례대로 바라보더니 따라오라고 말하는 실로트.

어제도 하루 내내 작업을 했는지 실로트는 피로를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방음처리가 된 방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그리고 악기를 세 사람에게 나눠주었고, 레이시는 자기가 손에 든 악기를 보고는 그리움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손에 들린 악기를 가볍게 흔들어봤다.

그러자 짤랑짤랑거리면서 흔들리는 탬버린.

레이시는 탬버린의 소리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다른 악기들을 살펴봤고 마라카스나 핸드벨 같은 악기를 보고는 에일렌도 가지고 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드는 의문은 이런 악기가 과연 음악궁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음악에 진심인 사람의 저택에 왜 있냐는 것.

레이시가 아는 고풍스러운 음악이라고 하면 피아노나 바이올린, 트럼펫 같은 것만 봤지 마라카스나 캐스터네츠 같은 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레이시는 자기 때문에 혹시 준비한 거냐며 실로트를 바라봤고, 실로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다가 우선 학부모 상담을 먼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난…….”

“네?”

“난 딱히 음악을 잘하지는 못해. 미술이나 음악이나 조각이나 전부 노력해도 2류 이상은 될 수 없더라고. 굳이 따지자면 나는 교육자라는 거지. 그래서 이런 악기도 준비하고 있는 거고. 음악궁이라는 이름 때문에 나를 예술가로 보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나는 예술가가 아니야.”

“아하…….”

멋쩍게 머리를 긁다가 이내 하여튼 교육을 시작해보자고 말하는 실로트.

실로트는 교육이라고 했지만, 아기에게 많은 건 바라지 않을 거라면서 레이시를 가리켰다.

“오늘은 굳이 따지자면 교류하는 방법을 배울 거야.”

“교류하는 방법이요?”

“응. 부모가 아이와 같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그 자체를 배운다기보다는 그걸 통해서 아이와 감정적인 교류하고 싶은 거잖아.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친다기보다는 네게 악기로 교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지. 그렇지? 네가 하는 걸 보면 벌써 아이의 진로를 정한 것 같지는 않고.”

실로트의 말에 놀란 눈을 하다가 맞다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잘 부탁한다면서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맞춰서 똑같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부끄러운건지 눈을 빙글 돌리다가 이내 탬버린이 좋은 거냐고 물어봤다.

“나는 캐스터네츠가 좋을 거라고 보는데……. 엘라에게 들었어. 너무 큰 소리를 내면 에일렌이 운다며. 그렇다면 캐스터네츠가 좋을 거야. 다른 악기는 마력을 투입하는 만큼 소리가 커지지만, 캐스터네츠는 마력을 아무리 넣어도 소리가 일정 이상은 안 커지니까.”

“그래요?”

“응,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부딪칠 때 소리밖에 안 나니까 캐스터네츠를 잡아봐.”

“네에.”

실로트의 말에 캐스터네츠를 잡아보는 레이시.

아까부터 레이시의 품에 안겨 있던 에일렌은 레이시가 캐스터네츠를 집자 자기도 잡고 싶다는 듯 레이시에게 팔을 뻗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손짓에 실로트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캐스터네츠를 에일렌에게 가져다줬다.

그러자 캐스터네츠를 잡고 핸드벨을 흔들 듯이 흔들어보는 에일렌.

소리가 나오라는 듯 에일렌은 있는 힘껏 손을 흔들어봤지만, 캐스터네츠를 흔든다고 해서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고 그렇게 한참을 흔들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자 에일렌은 질렸다는 듯 레이시에게 가져가라는 듯 캐스터네츠를 내밀었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캐스터네츠를 받아드는 레이시.

레이시는 실로트에게 수업을 하기도 전에 이렇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사과했지만, 실로트는 피식 웃으면서 아기는 원래 다 그런 거라며 손을 휘휘 젓더니 이내 에일렌의 손 위에 캐스터네츠를 놓고 레이시에게 위쪽을 눌러보라고 말했다.

실로트의 말에 가볍게 손가락을 눌러 소리를 내보는 레이시.

레이시가 손에 힘을 얼마 주지 않아서인지 약하게 나는 탁탁거리는 소리.

하지만 에일렌의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했는지 에일렌은 아까와는 다르게 빛나는 눈으로 캐스터네츠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계속해서 소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가 하고 싶다면서 손을 뻗는 에일렌.

실로트는 그런 에일렌을 바라보더니 에일렌을 앉혀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니 이내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10분 정도 후에 미스트와 들어오는 실로트.

실로트는 미스트에게 도와달라고 말한 건지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갔고, 미스트는 실로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레이시에게 다가갔다.

“잠시만요~.”

“네? 네에.”

그리고는 레이시의 몸을 마구 더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스트를 쳐다보다가 이내 미스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정도면 되겠다고 말하자 뭘 하는 거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포대기를 꺼냈다.

“같이 악기를 만질 거면 이런 게 필요할 거 같아서요. 자~ 만세.”

“아하…….”

하긴 서로 같은 곳을 보려면 이런 포대기 같은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을 미네르바에게 잠시 맡긴 다음 손을 위로 들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가슴을 꾹꾹 누르다가 이 정도 사이즈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서 레이시에게 포대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옆의 끈을 조절해서 공간을 만들고 에일렌을 레이시의 가슴 앞쪽에 넣어주는 미스트.

에일렌은 평소와 다른 감각이 들자 낯선지 팔다리를 버둥거리다가 레이시가 캐스터네츠를 주고 가볍게 소리를 내주자 이내 자기가 안겨 있다는 걸 꺠닫고 꺄르륵 웃으면서 캐스터네츠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일렌의 웃음소리에 방문을 두들기며 이제 들어가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는 실로트.

미스트는 실로트의 질문에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고, 실로트는 미스트의 말에 됐다면서 자리에 앉았다.

“으음……, 그나저나 잘도 노네.”

“아, 아하하하……. 죄송해요.”

“아니, 아기는 원래 그렇게 노는 게 맞아.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건지, 어미에 대한 신뢰가 강한 건지……. 교육자로서는 후자면 좋겠네.”

“아하하…….”

“하여튼 긴장감이 없다는 건 수업하기 편하다는 거니까 좋지. 그럼 시작해볼까?”

“네!”

실로트의 말에 기합을 넣고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실로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그렇게 기합을 넣을 필요는 없다고 일러주다가 아이와 둘이서 연주하는 방법이라거나 에일렌과 함께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레이시는 그 방법을 최대한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후아아아…….”

“다음에 너희 둘이 배우고 싶으면 기타를 소개해줄게. 기타랑 베이스면 이중주로 칠 수 있는 곡이 많으니까.”

“정말요?”

“어차피 교수 일 그만 두면서 시간은 넘처나니까 부탁하면 들어줄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너희가 자주 오면 아이야트 형이 힘을 얻을 테니 상관없다고 말하는 실로트.

레이시는 그런 실로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캐스터네츠를 쥐고 노는 에일렌을 바라보면서 집에서 들고 온 핸드벨을 보여줬고, 에일렌은 핸드벨을 보자 눈을 빛내며 캐스터네츠를 내려놓았다.

“그럼 저희는 가볼게요.”

“그래.”

실로트는 레이시의 말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더니 자기는 이제 자러 가겠다면서 커피를 마셨고, 레이시는 그런 실로트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마찬가지로 저택의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엘라에게 다가갔다.

“왔어?”

“네, 엘라는 가만히 있었어요? 지루했을 텐데……. 죄송해요…….”

“괜찮아. 괜찮아. 에일렌은 즐거워했어?”

“네. 캐스터네츠도 좋아했는데 핸드벨을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의 품에서 핸드벨을 흔들어대는 에일렌을 보는 엘라.

마력 조절이 서툴다보니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건지 에일렌은 눈을 찌푸리면서 계속해서 핸드벨을 흔들면서 투정을 부렸고,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핸드벨을 받아들고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곧바로 투정부리는 걸 멈추고 손을 뻗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핸드벨에 마력을 불어넣고는 에일렌에게 건네주었고, 에일렌은 다시금 핸드벨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에일렌이 원하는 소리가 나오는 건지 꺄르륵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대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엘라가 뭘 했구나 싶어 배시시 웃다가 엘라와 함께 마차에 올라탄 다음 포대기를 풀어 에일렌을 품에 안아주었다.

그러자 에일렌은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의 가슴을 꾹꾹 밀어대면서 밥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을 못 말린다는 듯 작게 웃다가 가슴을 물려주었다.

“그래서다음에도 갈 거야?”

“으응~ 에일렌이 즐거워하니까요? 실로트 왕자님만 괜찮다면 다음에 또 에일렌과 놀고 싶어요!”

“레이시는?”

“네?”

“레이시는 악기 같은 거 배워보고 싶지 않아?”

“으음…….”

엘라의 말에 기타를 가르쳐주겠다던 실로트의 말을 떠올리는 레이시.

하지만 레이시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배워보고 싶기는 한데 저는 음악이랑 안 친해서요.”

“그런 거라면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때?”

“으으으응~ 괜찮아요. 에일렌이 더 중요하니까요.”

“배워봐도 괜찮은데.”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볼에 입을 맞추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그대로 엘라에게 몸을 기대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끌어안고 계속해서 쓰다듬어주었다.

“조금 잘까?”

“후아아암……. 그럴까요?”

엘라의 말에 싱긋 웃다가 에일렌을 끌어안고 그대로 눈을 감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마차 안에서 쪼그려 앉아 있다가 레이시가 잠든 걸 확인하고는 엘라를 가만히 바라봤고, 엘라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뭔가 물어볼 게 있냐고 물어봤다.

“주인은 악기를 좋아하나?”

“응? 그거야 모르지. 그런데 너를 데리고 간 걸 보면 꽤 좋아하는 거 아닐까?”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렇다면 자기가 악기를 배우면 레이시가 좋아할 것 같냐고 물어보는 미네르바.

엘라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레이시가 일부러 데리고 갔으니 그러지 않겠냐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날개를 살짝 펼쳤다가 접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르바.

엘라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악기를 배우고 싶은 거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배우고 싶어?”

“기타라는 걸 배우고 싶다.”

“그래, 알았어.”

미네르바의 말에 기타를 사주겠다고 말하는 엘라.

미네르바는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고맙다고 말했고, 엘라는 미네르바의 말에 히식 웃으면서 손을 휘휘 내저었다.

“열심히 배우기나 해.”

“알겠다.”

“후아아아아암……. 미스트! 그럼 나 잘 테니까 도착하면 말해줘.”

“네, 공주님. 안녕히 주무세요.”

미스트의 인사에 눈을 감는 엘라.

미네르바는 엘라와 레이시, 에일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실로트가 건네주었던 책을 읽으며 기타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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