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화 〉 마력 앓이2
* * *
“그나저나 에일렌은 좀 얌전히 칭얼거리네.”
“네? 그래요?”
“음. 좀 얌전한 편이야. 심한 아이는 이가 나는 것을 못 참고 계속 씹을 걸 달라고 칭얼거리거든.”
“그럼 어떻게 해요?”
“입에 뭐든 물려줘야지. 보통은 육포를 물려. 어차피 이도 없으니까 육포가 떨어질 리도 없고 즙을 빨아 먹으면 영양분은 에일렌이 먹게 되는 거니까.”
“그렇구나.”
“어촌에서는 말린 생선을 물린다던데 어떨지 모르겠네.”
에일렌이 마력 앓이를 시작하고 3일 째.
사진에 취미를 들인 레이시가 에일렌의 사진을 100장 넘게 찍을 때쯤, 레이시의 허리를 쓰다듬던 엘라는 심하게 칭얼거린다고 해도 성장통에 팔과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우는 것밖에 없는 에일렌을 보고 신기해했다.
심한 애의 경우에는 몸을 이리저리 바둥거린다던데 에일렌은 그런 게 없다.
정말 얌전히 운다.
그런 생각에 엘라는 에일렌이 외모는 둘째치고 성격이 레이시를 닮은 거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같은 성격은 살아남기 꽤 고달프니까.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미스트를 불러서 에일렌이 물 육포를 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갈젖꼭지 같은 것에 육포를 매달아서 들고왔다.
이건……, 육포를 통으로 삼키는 일을 방지하려고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육포의 색이 다른 육포에 비해서 매우 연한 색을 띠고 있자 왜 이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어린아이에게 염분은 좋지 않아서 과일로 절여서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먹어보겠냐며 레이시에게 육포를 건네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육포를 건네자 그대로 고개만 내밀어 육포를 받아먹었고, 미스트의 말대로 과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육포의 맛에 멍하니 입을 우물거리다가 맛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뭔가 먹다보면 입안이 상쾌해지는 기분마저 드는 육포.
레이시는 그 육포를 에일렌을 위해서 맛을 보는 것도 잊고서 계속해서 입을 놀렸고, 미스트는 멍하니 입을 오물거리는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맛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잊어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에일렌에게 물려주라며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하으으으…….”
그러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육아와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렇게 엘라와 미스트가 레이시에게서 떨어지자 눈치를 보던 미네르바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일렌의 뺨을 콕콕 찌르면서 신기하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에일렌의 몸에 뭔가 이상한 게 생겼나 싶어 에일렌의 얼굴을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에일렌의 입을 뚫어지듯이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빨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네?”
“아이라는 건 원래 태어났을 땐 이빨이 없는 건가?”
“당연히 없죠……?”
태어나자마자 이빨이 있는 아이라니, 그런 건 처음 듣는다.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미네르바는 레이시가 그런 아이는 없다는 말에 혼란스러워하면서 자기가 본 하피의 아기를 떠올리면서 하피는 태어날 때부터 이빨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요?”
“그래, 언니들이나 다른 하피 무리의아기들은 전원이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이빨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지금처럼 안겨 있는 게 아니라걸어 다니는데다가 젖 말고도 씹을 수 있는 건 다 씹어 먹는다. 어릴 땐 보통 벌레 같은 걸 먹는다.”
“으엑……, 버, 벌레요?”
“응.”
“저희 아이에게 그런 걸 먹이긴 싫은데…….”
미네르바의 말에 눈을 찌푸리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만약 레이시가 고기를 주면 아마 주는 걸 먹을 거라고 말하면서 하피는 아이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미네르바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당황하면서 자기는 아이에게 밥을 구해줄 거라면서 자기를 다른 하피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부탁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가볍게 볼에 입을 맞췄다.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요. 그치만 벌레는 진짜 안 되니까 먹이면 싫어요. 알겠죠?”
“그래, 알겠다. 사실 하피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벌레를 먹는 취미는 없다. 벌레 말고는 못 먹으니까 벌레를 먹는거다.”
레이시의 부탁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면서 하피가 벌레를 먹는 이유를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어딘가 간절하기까지 한 미네르바의 대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미네르바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 칭얼거리는 에일렌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에일렌을 재워주기 시작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에일렌을 조심스럽게 끌어안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옆에 앉아서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봤고, 레이시는 자면서도 입을 오물거리는 에일렌을 바라보고는 웃음을 터트리며 귀엽지 않냐고 물어봤다.
자고 있으면서도 뭔가 우물거리다니, 너무 귀엽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을 요람에 눕히고서도 한참을 요람을 바라보면서 에일렌을 가만히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에일렌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레이시를 보면서 눈을 깜빡이다가하피의 육성방법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레이시에게는 자기는 다른 하피와 다르다고 말했었지만…….
“으으으응…….”
그렇게 생각하던 미네르바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스트에게 쫄래쫄래 달려갔고, 미스트는 미네르바가 달려오자 무슨 일이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문이 있다.”
“네, 물어보세요.”
“인간은 원래 아이를 저렇게 키우는 건가?”
“네?”
“주인이 잘못됐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데……, 그, 그게……. 하피와 방식이 너무 다르다. 인간은 원래 저렇게 크나? 수인족은 또 다른가?”
“아하.”
미네르바의 말에 뭘 묻고 싶은 건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잠시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듯 눈을 감고 꼬리를 살랑이다가 이내 눈을 뜨고는 입을 열었다.
“종족이랑 무관하게 많은 마력을 품은 아이들은 마력 앓이 이후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건 다 알죠?”
“그건 안다.”
“하피의 경우에는 알에 있을 때 마력 앓이를 겪고 알에서 빠져나올 땐 다른 종족에 비하면 성장한 채로 태어나요. 그렇기에 이빨도 있는 채로 태어나고 알에서 빠져나왔을 때부터 걸을 수 있죠. 나는 것도 한 달만 있으면 돼죠?”
“그건 그렇다.”
자기 같은 경우에는 알에서 빠져나오고 2~3일 만에 날아다니고 1~2년 만에 근처 숲에 있는 걸 원하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일반적인 하피라고 한다면 미스트가 말한 것처럼 된다.
하지만 그게 육아방법과 무슨 상관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보자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인간은 하피와 다르게 마력 앓이를 겪고 나오지 않으니까 무척이나 약한 상태로 태어난다고 말했다.
“그렇게 약하게 태어나다보니 인간이란 종족은 아이를 한 곳에 모아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애지중지 키우는 문화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에일렌을 저렇게 키우는 거고요.”
“……으으응.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럼 그냥 레이시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요?”
“괜찮은지 모르겠다…….”
미스트의 말에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트리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누가 레이시의 펫 아니라고 말할까 봐 참 비슷하다면서 웃음을 터트렸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기쁜 듯 웃다가 이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역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왜 다른 종족들은 알에서 태어나지 않는 걸까?
이빨도 없이 태어나면 야생에서는 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미네르바는 눈을 깜빡이면서 에일렌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미네르바에게 다른 걸 신경 쓰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다른 거?”
“네. 다른 거요. 여기는 밥을 못 먹어서 죽는 곳은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부분을 신경 쓰는 게 좋아요.”
“침입자……!?”
“그런 거 말고요. 이번에 파티를 여는 거 알죠?”
“음……, 레이시가 싫어하던 건 안다.”
미스트의 말에 작게 투덜거리면서 몸을 기대던 레이시를 떠올리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미네르바가 고개를 끄덕이자 웃으면서 앞으로도 그런 일이 꽤 있을 테니 그런 부분에서 레이시를 받쳐주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고 자기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스트는 자기가 지시를 내려줄 테니까 그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음, 미스트가 하는 말이라면 믿고 있겠다.”
“후후, 고마워요. 그럼 부탁할게 있는데 나중에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응? 뭐냐?”
“나중에 파티가 열리면 아샤와 함께 손님들의 냄새를 맡고 에일렌에게 해가 될만한 향수를 뿌린 손님을 돌려 보내주세요. 냄새는 미네르바가 좀 더 잘 맡고 저는 안에서 파티의 잡일을 담당해야 해서 못 할 거 같거든요.”
“음, 알겠다.”
미스트의 말에 눈을 빛내다가 이내 자랑하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위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에일렌에게 자극이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문을 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발톱을 세운 채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오자 웃음을 터트리면서 왜 그렇게 들어오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꾸물꾸물 레이시의 옆에 앉았다.
“뭐 읽고 있나? 주인.”
“육아 책이요. 빠르게 큰다고 해서 미리 준비하려고 읽고 있어요.”
“엘라가 읽던 거다.”
“네, 맞아요.”
미네르바의 말에 자기 옆에 앉은 미네르바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몸을 기대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기를 끌어안자 천천히 몸을 기대면서 똑같이 레이시를 끌어안았고 잠시 레이시의 체온을 즐기다 미스트에게 받은 자기 일을 말하며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까 파티 때 나, 아샤랑 같이 사람들을 쫓아내는 일을 하기로 했다.”
“……네?”
“미스트가 향수의 샘플을 주기로 했다. 그거 바른 사람은 전부 쫓아내는 일을 하기로 했다.”
“아, 아하, 그런 거군요. 아하하……, 난 또, 놀랐잖아요.”
미네르바의 말에 작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잘 부탁한다면서 미네르바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에일렌의 안전이 미네르바에게 달린 거니까 믿고 있을게요. 알겠죠?”
“……그, 그런 건가!? 으, 으으음……. 여, 열심히 하겠다…….”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이었다면서 침음성을 흘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한껏 진지해진 미네르바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다시 머리를 기대고 믿고 있다고 말했고, 레이시가 두 번이나 연속으로 믿고 있다고 말하자 미네르바는 이내 각오를 다졌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믿어달라며 배시시 웃었다.
“히히, 믿고 있을 게요.”
미네르바의 웃음에 똑같이 헤프게 웃으면서 몸을 기대는 레이시.
그렇게 미네르바와 레이시는 서로 몸을 기대다가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뒤늦게 올라온 아샤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래로 내려가 미스트와 함께 에일렌을 축하하는 파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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