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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03화 (303/542)

〈 303화 〉 마력 앓이­1

* * *

레이시가 씻고 나오자 청소가 끝났다면서 욕실로 들어가는 미스트.

레이시는 뭔가 즐거운 듯한 미스트의 얼굴에 얼굴을 붉히다가 말끔해진 침대에 누워 에일렌이 있는 요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미스트 덕분에 옆에서 난리를 그렇게 쳤는데도 세상 모르게 자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을 가만히 바라보자 자꾸만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방 안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꼬물꼬물 침대의 구석진 곳으로 기어갔다.

그러자 레이시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요람과 가까워졌고, 레이시는 요람의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손을 뻗은 레이시는 에일렌이 깰까 봐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에일렌의 손에 자기 손가락을 가져갔고, 에일렌은 자기 손에 레이시의 손가락이 올라오자 꼬물꼬물 손을 움직이다가 레이시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있는 힘껏 손가락을 잡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이 자기 손가락을 쥐자 배시시 웃으면서 멍하니 에일렌을 바라봤고, 씻고 나온 미스트는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를 보고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들어가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렇게 좋아요?”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며 레이시의 배에 손을 올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고개를 돌려 미스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미스트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행복해요. 에헤헤…….”

“에일렌을 보는 것만으로도요?”

“네, 너무 행복해요.”

“푸훗.”

레이시의 대답에 작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끌어안는 미스트.

미스트는 조금 졸리니까 같이 낮잠을 조금 자자면서 부드러운 이불을 가슴까지 올렸고, 레이시는 등 뒤에서 들리는 작은 숨소리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에일렌에게 손가락을 쥐어준 채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안 그래도 행위 뒤의 여운 때문에 졸렸었던 레이시는 눈을 감자마자 그대로 잠에 빠지게 되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잠들자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춘 다음 똑같이 잠을 자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낮잠은 얼마 안 가 깨지고 말았다.

“흐아아앙!”

“흐엑!?”

낮잠을 자던 중에 갑자기 울음보를 터트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평소에는 들어본 적 없는 에일렌의 울음에 마치 고양이처럼 침대에서 뛰어오르더니 정신이 없는 채로 에일렌을 안아 달래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다 보니까 에일렌이 밥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우는 건지, 안아달라고 칭얼거리는지 모르고 일단 안고 보는 레이시.

그러던 레이시는 이내 에일렌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에일렌이 배고파서 투정을 부리는 것도, 기저귀 때문에도 아니란 걸 깨닫고는 더욱 당황했다.

보통 잠이 안 와서 칭얼거린다면 안아주는 것에서 반쯤 목적을 달성한 거라 몸을 꽉 잡긴 해도 더 울진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계속해서 울면서 팔, 다리를 휘젓고 있었다.

그 사실에 레이시는 당황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에일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력 앓이 때문에 그런다고 대답해주었다.

“아, 안 아픈 병이라면서요?”

“그렇기는 한데 성장통이잖아요, 간지러워서 그런 거예요. 마사지하면 진정할 거예요.”

당황하는 레이시를 진정시키면서 에일렌을 마사지해주는 미스트.

그러자 에일렌은 칭얼거리던 걸 멈추고 미스트에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와 에일렌을 번갈아 보다가 아까 안았을 때 에일렌의 체온이 조금 높았던 걸 떠올리고는 마른 수건 몇 장과 따뜻한 물을 들고 왔다.

“감기처럼 열을 낸다고 했으니까 준비하는 게 좋겠죠?”

“네, 고마워요. 레이시.”

“으으응…….”

미스트의 대답에 간신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기를 애절하게 쳐다보자 작게 웃으면서 나중에 다른 병인지 마력 앓이인 건지 알아보겠다면서 레이시를 다독였다.

“고마워요…….”

“아뇨, 뭘요. 그나저나 공주님께서 슬슬 돌아올 시간이니까 공주님께 상황을 설명해주겠어요? 저는 에일렌을 돌볼게요.”

“그, 으응……. 네, 그럴게요.”

레이시는 미스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에일렌이 눈에 밟히는 듯 고개를 한참이나 떼지 못했지만, 이내 엘라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기가 여기에 있어 봐야 미스트가 에일렌 뿐만이 아니라 자기까지 신경 쓰게 만들 테니까 적어도 방해는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아래로 내려갔고, 미스트는 순순히 내려가는 레이시를 보고 꽤 발전했다며 웃다가 에일렌의 몸을 돌보기 시작했다.

“으우우우…….”

그리고 아래로 내려간 레이시는 엘라가 돌아오자 곧바로 엘라를 껴안으면서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당황하다가 왜 그러냐며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에일렌이 그……, 조금 아파서요.”

“아……, 슬슬 시작할 시기긴 하지. 괜찮아?”

“우으, 할 수 있는 게 물이랑 수건을 준비하는 게 끝이라 그런지 조금 우울해요…….”

“어쩔 수 없잖아. 미스트도 이 일에 한해서는 마사지하는 게 끝이고.”

레이시의 등을 토닥이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엘라.

이번 일은 성장통이니까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레이시를 다독이던 엘라는 에일렌이 많이 아프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면서 미스트가 방해가 된다고 나가라고 해서 그냥 나왔다면서 사과했다.

“음, 미스트가 그렇게 말했으면 어쩔 수 없지. 정말로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다는 거니까.”

“히잉……, 그래도 제 아이인데…….”

“괜찮아. 아이가 아플 때 의사에게 데리고 가는 게 무책임한 행동은 아니잖아? 그런 거야. 레이시는 레이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가벼운 투정을 부리면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달래주면서 위로 올라갔고, 미스트는 엘라가 들어오자 이제 자기 시작했다면서 에일렌의 상태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큰 문제는 없고, 역시 다른 질병 같은 게 아니라 마력 앓이였어요. 공주님의 마력이 워낙 많아서 반응이 크기는 한데 팔다리를 주물러주면 괜찮은 수준이에요.”

“다행이네, 레이시.”

평범한 성장통이라는 말에 크게 안도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를 보며 키득 웃다가 이제 마음이 좀 놓이냐며 레이시를 놀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곤히 자는 에일렌을 품에 안고서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후아, 그나저나 이제 곧 있으면 파티를 준비해야겠네.”

“네?”

“마력 앓이가 끝나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도 좋다고 말하니까 에일렌이 태어난 것에 대한 파티를 열어야지. 물론 엄선된 사람만 초청할 테니까 걱정하지는 마.”

“……꼭 해야 해요? 아직 어린애니까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아요. 에일렌에게서 떨어지기도 싫고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엘라를 쳐다보는 레이시.

엘라는 온몸으로 에일렌을 파티에 데리고 가기 싫다고 어필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난처하다는 듯 뺨을 긁다가 이번 일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레이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나도 싫지만, 이번 일은 왕족으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어쩔 수가 없어. 가볍게 홈파티로 열어도 되니까 최대한 작게 열어볼게. 그리고 에일렌이 태어났다는 걸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레이시가 꼭 안고 있자. 응?”

“으, 으으으……. 그……, 저……, 파티에 드래스 코드 같은 거 있으니까 조건 같은 거 걸 수 있나요?”

엘라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결국 조건을 걸 수 있다면 열겠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홈파티이긴 하지만 주최측이 이쪽이니 너무 무리한 조건이 아니라면 조건을 걸 수 있을 거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대답에 숨을 고르다 향수와 화장 없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붙이도 안 돼요! 아이에게 위험한 건 아무튼 안 돼요!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하니까 선물도 안 오면 좋겠어요!”

“음, 그건 당연하지.”

화장이나 향수 같은 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는데 파티에 초대 받는 사람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가 말한 조건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배시시 웃었고, 레이시는 자기가 조건을 말해놓고서 한숨을 내쉬면서 엘라에게 사과했다.

“너무 예민하게 말했죠……?”

“응? 아니, 괜찮아. 이 정도면 나름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인걸. 엄마가 아이를 지키겠다는데 어떻게 하겠어?”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피식 웃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에일렌이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옷을 들추고 에일렌에게 가슴을 물려주었다.

“그런데 엘라.”

“응?”

“탄생 축하 파티 같은 건 몇 개월 뒤에 해도 괜찮잖아요? 근데 왜 마력 앓이가 끝나면 곧바로 한다는 거예요?”

“그거야……, 마력 앓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성장이 일어날 거니까?”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응? 몰라?”

“……?”

“마력 앓이의 증상만 봤구나?”

엘라는 자기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의 모습에 쓰게 웃다가 미스트에게 책이 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장의 종이를 레이시에게 건네주었다.

그 종이에는 레이시가 그동안 읽었었던 마력 앓이의 증상이 아니라 마력 앓이 이후의 반응에 대해서 적혀 있었고, 레이시는 에일렌과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어려운 단어로 가득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에?”

그리고 당혹스러운 얼굴로 글을 읽는 레이시.

레이시는 글에 적힌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지 몇 번이고 다시 종이를 읽다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게 진짜냐며 종이에 적힌 한 문구를 가리켰다.

“마, 마력이 많은 아이는 12~3살이면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게 진짜예요?”

“응? 응. 그렇지. 미스트는 10살 쯤에 성인이 됐지?”

“네, 엘라 공주님은 좀 늦었지만요.”

“나도 5살 즈음에 암살 시도를 받지 않았으면 10살에 성인이 됐을 거야. 근데 반쯤 죽을 뻔하고 회복하느라 성장이 늦어져서 14살 때 지금처럼 성장했지.”

“에에에…….”

“마력 앓이가 끝나면 머리뼈도 붙고 이도 나고 그럴 거야. 그러니까 파티를 여는 거지. 에일렌이 여전히 어린아이였다면 나도 파티 같은 건 안 열지.”

판타지…….

엘라의 설명을 전부 들은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자기 가슴을 물고 젖을 먹는 에일렌을 본 레이시는 복잡한 얼굴로 에일렌을 바라봤다.

빨리 큰다는 말에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기도 했지만, 이런 귀여운 얼굴을 몇 번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슬프다.

그런 복잡한 감정에 레이시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떨떠름한 얼굴을 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표정에 작게 웃다가 사진을 찍어줄지 물어봤다.

그러자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그렇게 좋냐며 에일렌에게 젖을 먹이는 레이시의 사진을 찍었고, 미스트의 웃음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레이시는 볼을 부풀이면서 자기가 아니라 에일렌을 찍어달라며 얼굴을 붉혔다.

“푸훗, 자, 여기요. 이러면 괜찮을까요?”

“와아아……. 예쁘다…….”

“푸훗, 앞으로도 많이 찍어요.”

레이시의 투정에 에일렌의 얼굴을 중심으로 해서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미스트.

비록 젖을 먹고 있어 얼굴의 절반 가까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도 마냥 예쁘다는 듯 멍하니 사진을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저는 파티의 준비를 할게요. 파티가 열릴려면 아마 한 달쯤은 있어야 하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 아샤랑 미네르바에겐 내가 설명할게. 레이시는 들어가서 에일렌을 돌봐줘. 그래줄 수 있어?”

“네에~.”

그리고 각자 할 일을 나누는 엘라와 레이시, 그리고 미스트.

세 사람은 각자 할 일이 정해지자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침실로 돌아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보지 못하는 에일렌의 얼굴을 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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