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화 〉 무리는 좋지 않아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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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가 돌아온 이후, 레이시는 엘라와의 약속 때문이라도 조금씩 잠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마력 앓이는 치료법이 없어요. 애초에 치료할 필요가 없는 병이니까.”
“에, 에일렌, 많이 아프지는 않겠죠……?”
“네,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거예요. 에일렌이 고통에 민감한 아이라면 많이 울겠지만, 울어서 생기는 탈진, 목의 부상, 눈의 충혈 같은 건 모두 대비해뒀어요. 레이시와 같이 준비해서 알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력 앓이의 대비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레이시는 쓰기만 한 허브티를 마시면서 에일렌이 아플 때를 상상하며 조금 과하다싶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달래주면서 레이시가 안심할 수 있도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우물쭈물 망설이면서 거실의 요람에 눕혀놓은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에일렌이 아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허브티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다가 엘라의 이름을 들먹이며 레이시를 말렸다.
“레이시, 공주님이 무리하면 뭐라고 하셨죠?”
“아윽……. 지, 지금은 딱히 무리하지 않았어요…….”
“어머, 그랬나요? 허브티의 섭취량을 늘리려고 하셨으면서요?”
“우, 으우우…….”
미스트의 말에 움찔 떨더니 어깨를 시무룩하게 늘어트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싱긋 웃으면서 무리는 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냐며 다시 한번 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레이시를 칭찬해주는 미스트.
어린애에게 칭찬하는 모양이 되었지만, 미스트는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며 레이시에게 혼자서 너무 모든 걸 안으려고 하지 마라며 레이시를 다독였다.
“저도, 미스트도, 그리고 아샤도 모두 에일렌을 차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기대어주세요. 저희들, 레이시가 기대는 걸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요?”
“그렇지만……, 다른 일로도 많이 기대고 있는데…….”
“괜찮아요. 그런 게 신경 쓰인다면 환하게 웃어주세요. 저희는 레이시의 웃음을 보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니까요.”
“그런……, 저는 줄 게 없는데…….”
너무 받기만 한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오랜만에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며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다가 받기만 한다거나 주기만 한다거나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레이시랑 있으면 행복해서 그래요.”
자기 비밀을 전부 알고도 전과 태도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가 무엇보다 소중해서 자기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 뿐이라며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뺨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과 온기에 얼굴을 붉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미스트.
미스트는 레이시가 눈을 깜빡이면서 자기를 쳐다보자 슬슬 에일렌이 밥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겠다며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에일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레이시가 자기를 안아주자 작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작게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이 칭얼거리자 에일렌에게 가슴을 먹여 주면서 조심스럽게 미스트에게 기대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머리를 기대자 쓰게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계속해서 무리하려는 걸 혼내려고 했는데…….
그럴려고 했는데 이렇게 품에 안겨서 애교를 부리자 도저히 화를 낼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자기도 문제라면서 씁쓸하게 웃다가 이내 레이시가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자 자기도 모르게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하긴 생각해본다면, 지금처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무리를 해준다면 뭐라고 할 이유가 없어진다.
자기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리한다면 말로 알아들을 수 있지만,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만 무리한다면 자기가 무리로 인해 실수를 해보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자기가 레이시에게 할 수 있는 건 이제 레이시의 실수를 최대한 무마하고 이후에 레이시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가 가슴을 닦고 에일렌을 재우기 시작하자 피식 웃으면서 이번에는 옷을 안 갈아 입어도 되겠다며 레이시를 놀렸다.
“우으으……, 정말.”
그러자 눈을 흘기며 부끄러워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이제는 그런 실수를 안 한다며 투덜거리면서 에일렌의 등을 토닥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꾸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조용히 수첩을 펼치고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뭐하세요?”
“에일렌의 생후 조사 기록이요. 슬슬 마력 앓이를 할 시기라 기록해두게요.”
“아하……. ……마, 많이 안 아프겠죠?”
“그러니까 치료법이 없을 정도로 무해한 증상이라니까요? 일단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 때문에 질병이라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성장통과 비슷해요. 성장통 때문에 수술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다가 에일렌을 천천히 눕히면서 소파에 앉아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어떻게 해야 우리 레이시가 안심하고 에일렌을 믿을 수 있을까요?”
“아으으으…….”
“레이시.”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에일렌을 지켜줄게요. 믿어주세요.”
진지한 얼굴로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보는 미스트.
레이시는 진지한 얼굴로 자기를 눕히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다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거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더니 이내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다.
“애초에 문제가 되는 질병이었다면 공주님부터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공주님은 에일렌을 위해서라면서 드래곤 하트라도 뽑아오실 분이에요. 그런 분이 레이시만 신경 쓰고 있어요.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하, 하지만……. 에일렌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레이시가 다쳤었던 것처럼 그런 상처나 고통은 평생 모르면 해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레이시와 공주님의 아이인걸요. 제게도 무척 소중한 사람이에요.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할 거예요. 저도 그렇고 미네르바나 아샤 씨도요.”
“으, 으응…….”
“하지만 이런 고통은 레이시가 겪었던 고통과는 다르잖아요? 성장하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거예요. 유치를 뽑거나 키가 크면서 성장판이 아프거나……, 그런 거예요. 그리고 그런 건 마땅한 수술이나 치료마법도 없고요. 그땐 레이시가 에일렌을 달래줘야 하는데 이렇게 무리하고 걱정하면 정작 필요할 때 실수할 수 있잖아요.”
미스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어젯밤 엘라와의 대화를 통해서 자기가 은연중에 겁을 먹고 무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에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다가 이내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트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솔직히 저도 제 가문에서 연구한 것들을 외우고 있지 않았으면 많이 당황했을 거예요. 에일렌은 저희에게 있어서 첫 아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에일렌이 울었을 때를 대비한 것들을 계속 준비했어요. 친모인 공주님과 레이시가 이렇게 겁먹는 것도 당연해요. 그래도, 저에게도 기대어주시면 해요. 저도 레이시를 사랑하니까요.”
레이시의 볼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미소에 얼굴을 붉히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다가 또 말로만 그럴 거냐며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깨물었다.
“흐읏…….”
그러자 작게 튀어나오는 신음.
미스트는 투정을 부릴 거란 예상과 다르게 자기 귀를 간지럽히는 레이시의 신음에 살짝 당황하다가 성욕이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려 레이시의 허리에 올렸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손길에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에, 에일렌이 있는데…….”
“어머, 유혹한 건 레이시잖아요? 그리고 이제 막 잠들었으니까 한동안 안 일어날 거예요.”
“다른 사람도 있잖아요…….”
“미네르바는 아샤 씨와 함께 수도 근처에 사냥을 나갔고, 공주님은 왕궁 마도사들의 실전 교육을 위해 교관일을 하러 가셨어요. 여기에 저희 둘과 에일렌 뿐이랍니다.”
입을 살짝 위로 올려서 레이시의 귀를 깨물며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소리에 등골이 별안간 확 뜨거워지다가 오싹거리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부끄러워하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배를 약하게 누르고 쓰다듬으면서 계속해서 유혹하기 시작했다.
버드 키스를 연달아하면서 레이시에게 자기 몸을 맞대고 부비적거리는 미스트.
레이시는 계속 이어지는 미스트의 유혹에 얼굴을 붉히고 미스트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미스트는 레이시의 저항이 귀엽다는 듯 레이시의 손목을 잡고 레이시의 머리 위에 누른 다음 입으로 레이시의 넥타이를 벗기기 시작했다.
꽤 복잡한 매듭으로 묶여있던 넥타이였지만, 미스트는 매듭을 입에 넣고 혀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금방 넥타이를 풀고 고개를 뒤로 들어 넥타이를 벗겨주었다.
그 모습에 미스트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내고 얼굴을 가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한참을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그렇게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을 거냐며 레이시의 턱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천천히 손가락을 벌리고 미스트의 얼굴을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귀여운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치워주세요~.”
“으우우…….”
“안 치워주시면 키스 못 하잖아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손등에 계속해서 입을 맞추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입맞춤에 다시 손가락을 오므리고 부끄러워하며 발버둥치다가 이내 힘을 빼고 천천히 미스트를 바라봤다.
“에, 에일렌이 깨면 멈추는 거예요…….”
그리고 작게 멈춰달라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하겠다면서 레이시의 손목을 잡았고, 그러자 레이시는 아까와는 다르게 손을 얌전히 내어주면서 미스트가 원하는 자세를 취해주었다.
그러자 아까보다는 좀 더 짙은 키스를 시도하는 미스트.
오랜만의 키스라 미스트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입술을 혀로 핥다가 천천히 노크를 하듯 가볍게 입술을 몇 번 댔다가 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천천히 입을 맞춰오기 시작하자 뜨거운 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럽게 미스트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미스트의 한쪽 다리에 자기 다리를 꼬아 몸으로 붙잡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행동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았냐며 레이시의 턱을 간지럽혔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에, 에일렌이 일어나면 못 이어가니까……! 그, 그러니까……!”
“후후, 알아요. 그러니까 쉿……, 레이시의 목소리로 에일렌이 깨버리면 안 되잖아요?”
“흡……!”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가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너무 귀엽다면서 웃음을 터트리다가 천천히 레이시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려 벨트를 벗기기 쉽게 해준 다음 미스트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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