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화 〉 무리는 좋지 않아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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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앓이라는 병을 알게 된 레이시는 에일렌이 아프지 않도록, 만약 어쩔 수 없이 아프게 된다면 최대한 덜 아프고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유에 약효가 생긴다는 허브는 미스트의 도움을 받아 적정량을 차로 우려서 마시고 있었고, 마력 앓이라는 병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조사하며 마법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응급처치라는 항목을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레이시의 수면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루에 2시간을 자던 것을 한 시간밖에 자지 않기 시작헀다.
그 때문인지 레이시는 밥을 먹을 때나 에일렌에게 밥을 먹일 때, 그리고 에일렌을 재울 땐 거의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서있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무리하면 안 된다며 계속해서 레이시를 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레이시는 엘라가 오면 쉬겠다고 말하면서 엘라가 없을 땐 자기가 부모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고집에 자기가 레이시를 보좌한다는 것과 엘라가 오면 에일렌에게 밥을 주는 것도 쉰다는 조건으로 레이시의 고집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엘라가 돌아오는 날.
레이시는 퀭한 얼굴로 에일렌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고, 지휘관들의 질이 떨어졌다며 투덜거리던 엘라는 레이시의 모습에 바짝 굳어 레이시에게 다가가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다.
“아, 엘라…….”
“괜찮아?”
“에헤헤……, 엘라가 없는 동안 에일렌이 외로워하지 않게 잘 돌봤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에일렌, 마력 앓이를 할지도 몰라서요. 허브티 같은 거 자주 마셨는데…….”
“레이시, 알겠으니까 일단 조금 잘까?”
레이시의 말을 끊고 웃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멍하니 엘라를 바라보다가 엘라가 계속 웃으면서 자기 뺨을 쓰다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에게 에일렌을 안겨주었고, 엘라는 에일렌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미스트에게 레이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레이시를 안아 드는 미스트.
미스트는 레이시를 침대에 레이시가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엘라도 걱정하지 않냐며 가볍게 잔소리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잔소리에 움찔 떨다가 화가 난 거냐며 조심스럽게 미스트를 올려봤다.
그러자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레이시를 걱정하는 거라며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우물쭈물 망설이면서 손을 내밀었다.
“손……, 잡아주세요.”
“……걱정 끼칠 땐 끼칠 대로 끼쳐놓고, 이제는 미안해요?”
“우, 우으으……. 그, 그치만 저는 에일렌의 엄마고…….”
“제가 에일렌이 레이시와 공주님과의 아이라고 차별할 사람으로 보여요? 그게 아니면 레이시의 부탁을 거절할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아, 아니요…….”
“……하아. 레이시는 제가 레이시 때문에 얼마나 심장을 졸였는지 아셔야 해요.”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아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손으로 전해지는 미스트의 체온에 배시시 웃다가 미내르바가 방에 들어와 날개를 이불 대신 덮어주자 곧바로 곯아떨어졌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옆에 앉아 있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미스트도 옆에 누워라.”
“어머, 괜찮아요?”
“주인이 멀쩡하면 질투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지금은 주인의 곁에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은 상황이니까, 미스트도 자라.”
“후후, 고마워요.”
지금 레이시에게는 사람의 온기로 확 둘러싸서 못 움직이게 막아야 한다.
그렇게 말한 미네르바는 질투는 접어둔 채 미스트를 레이시의 옆에 눕혔고,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반대편에 누운 다음 레이시의 뺨을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레이시가 자는 걸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자 에일렌을 안은 채로 방에 들어오는 엘라.
엘라는 완전히 잠든 에일렌을 요람에 눕힌 다음 에일렌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레이시의 상태는 어떠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건강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건강에는……, 이라는 거지?”
“네, 죄송합니다. 공주님. 제가 있는데도…….”
“아니, 레이시가 무리한 거야. 내가 아니라면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그렇지?”
엘라의 말에 작게 신음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자기는 하지 못하고 엘라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은 조금은 질투나는 말이었지만, 엘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에일렌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 차별을 두지는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에일렌은 엘라와 레이시의 아이.
그렇기에 레이시는 엘라의 말이라면 모를까 자기나 미네르바의 말은 잘 듣지 않았다.
아먀 아샤가 왔었어도 변할 건 없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미스트는 엘라가 말을 중간에 잘랐음에도 불구하고 얌전히 엘라의 말대로 하던 레이시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질투를 느끼며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쓰게 웃다가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마력 앓이는 그렇게 위험한 질병이 아닌데…….”
“레이시는 모르잖아요?”
요람 안에 있는 에일렌에게 자기 손가락을 쥐어줘놓고 웃는 엘라.
엘라는 아마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어서 그렇지 않겠냐면서 운을 띄웠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받아주었다.
“마력 앓이는 치료법이 필요가 없는 병이라고 설명해줬는데 그래도 그렇게 꾸역꾸역…….”
마력 앓이라는 건 몸에 있는 마력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성장통 같은 것.
아프기는 해도 죽을 일도 없고, 며칠 지나면 곧바로 회복되기에 울음으로 인한 탈진만 제대로 달래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나면 아이는 어지간한 질병에는 면역이 될 정도로 강해진다.
애초에 마력의 역할을 생각해본다면 답이 나온다.
신체의 힘을 강하게 만들고 건강을 유지하게 만들며 여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힘.
그 힘을 과도하게 쏟아부으면 실신이라거나 여러 안 좋은 증상을 겪게 되고, 반대로 마력이 풍부할 땐 걸릴 병도 걸리지 않게 된다.
지금 레이시가 한 것만 봐도 마력이 없는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수면 부족과 과로로 인해서 젖이 끊겨야만 했지만, 레이시의 몸은 건강하게 젖을 생산했고 신체의 기능은 모두 정상이지 않았는가?
그러니 마력 앓이라는 건 이제 막 태어난 몸이 자신의 마력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고, 처방되는 약도 아이가 울 때 목을 보호하기 위한 목캔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그런 걸 알고서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 줄은 몰랐어요.”
“그래? 난 이해가 되는걸.”
“……헤에, 자랑이신가요? 정말 변하셨네요.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
“……화났어?”
“설마요? 제가 감히 왕국의 위대한 마법사님에게 질투를 느낄 리가 없잖아요? 저는 일개 메이드이니까요.”
“아니, 화났잖아…….”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에일렌이 자기 손가락을 잡아당기자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돌리는 엘라.
엘라는 에일렌의 다른 손에도 자기 손가락을 쥐어준 다음 한참을 맥없이 웃었고, 미스트는 그 모습에 역시 질투하라고 부추기는 거 아니냐며 투덜거리다가 레이시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자는 거라 그런지 아예 푹 잠들어서 뒤척이지도 않는 모습.
너무나 평온한 모습에 미스트는 괜히 신경질적으로 레이시의 뺨을 찔러댔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손길에 눈가를 파르르 떨다가 마치 찌르지 말라는 듯 미스트에게 안겨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제 질투했냐는 듯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를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는 미스트.
미네르바는 그런 미스트를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싱긋 웃으면서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레이시의 등을 계속해서 토닥여주었다.
“……난 미스트가 좋은 사람인 걸 안다.”
“네?”
“가끔은 미스트가 무서워질 때가 있다.”
진심으로 무섭다는 듯 미스트를 바라보다가 주춤거리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시선을 피하며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포옹에 미스트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만에 6시간 가까이 달콤한 잠을 자는 레이시.
그런 레이시를 깨우는 건 에일렌이 칭얼거리는 소리였고, 그 소리에 놀란 레이시는 침대에서 일어나 요람에 누워있던 에일렌을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흐아아아암…….”
“잘 잤어? 몸은 좀 어때?”
“아, 깼어요?”
“응, 그것보다 몸은 좀 어때?”
침대에 걸터 앉은 레이시의 옆에 앉더니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추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애교에 얼굴을 붉히며 배시시 웃다가 괜찮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다시 한번 몸 상태에 대한 걸 물어보다가 에일렌의 손에 조심스럽게 자기 손가락을 쥐어주었다.
“원래는 내 거였는데…….”
“아, 아하하하…….”
“딸이지만 질투나는 걸. 레이시의 가슴을 독차지 하다니.”
슬그머니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몸을 밀착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움찔 떨면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하고 싶어졌냐면서 가볍게 귀를 깨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안 돼.”
“흐, 흐으응…….”
“미스트에게 들었어. 조금 무리했다며.”
“무리 안 했어요.”
“정말?”
“…….”
엘라가 뺨을 잡고 눈을 마주치자 천천히 시선을 돌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시선을 피하던 레이시의 뺨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춘 다음 레이시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난 에일렌이 우리에게 기적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레이시가 무리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솔직히 나도 너처럼 에일렌과 같이 있었으면 레이시처럼 무리를 했을지도 몰라. 이번에 일 갔을 때만 하더라도왕궁의 일 같은 건 다 때려치우고 에일렌을 보고 싶었는걸. 하지만 난 레이시가 에일렌을 돌본다고 하루에 한 시간만 자거나 무리해서 좋아하지 않는 허브티를 억지로 마시거나 그러는 건 싫어.”
“우, 우으으…….”
“나는 에일렌을 질투하기 싫어. 레이시가 착실하게 자기도 살피고, 그리고 에일렌을 보살피면 좋겠어. 해줄 수 있을까?”
레이시를 끌어안으면서 자기가 에일렌을 질투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왜 에일렌을 질투하는 거냐며 입을 우물거리다가 엘라가 자기를 보고 미소를 짓자 내심 찔리기 시작했는지 눈을 피하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시의 볼을 콕 찔렀다.
“왜 또 눈을 피해?”
“그, 그냥요.”
“해줄 수 있지? 다른 사람들도 레이시를 도와줄 거니까, 하루에 최소한 6시간은 자 줘. 밤에 못 잤으면 낮의 일은 미스트에게 맡기고 낮잠을 자주면 좋겠어. 레이시가 육아 책을 읽고 싶은 건 좋아, 잘 못 먹는 허브티를 먹으려고 하는 것도 좋아. 하지만 하루에 한 끼는 레이시가 원하는 걸 먹어줘. 레이시가 좋아하는 산책도 마음껏 다녔으면 좋겠고.”
레이시의 귀를 약하게 깨물면서 속삭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자기가 에일렌에게 질투나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당황하다가 알겠다고 말하면서 몸을 약하게 비틀었다.
“후아……, 약속?”
“야, 약속…….”
얼굴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에일렌이 레이시의 가슴에서 입을 떼자 손수건으로 에일렌의 입과 레이시의 가슴을 닦아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에일렌의 등을 두들기며 트림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에일렌을 재운 레이시는 에일렌을 요람에 눕혔고, 엘라는 에일렌이 잠든 것을 확인하다가 이내 레이시를 껴안고 침대에 눕히기 시작했다.
“자, 에일렌도 자니까 레이시도 자자.”
“네? 자, 잠깐만요. 자, 잘 테니까 너무 끌어안지 마요.”
“안 돼. 내가 다녀왔는데 걱정끼친 벌이야. 이대로 자.”
“아으으으으…….”
레이시를 억지로 침대에 눕힌 다음에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잠을 자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을 비틀어댔지만, 아무래도 엘라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엘라의 품에 안겨서 천천히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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