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화 〉 에일렌3
* * *
출산 이후 레이시의 회복은 꽤 빠르게 이루어졌다.
뼈가 벌어진 것도 레이시의 몸이 출산을 위해 스스로 뼈를 벌린 것이고 인대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 그런 건지 레이시의 몸은 사흘 정도가 지나자 원래대로 돌아왔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몸에 감탄했다.
만약 야차의 특성이 아래 세대로 전해진다면 캘러미티 가에서 야차를 잡아서 키우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회복이 빠른 모습.
“음, 좋네요.”
“정말요?”
“네, 꽤 회복이 빨라요. 걷거나 뛰거나 하는 건 괜찮을 거예요. 그래도 일을 하시는 건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아직 완전히 아문 건 아니라서 승마를 하셨다간 몸에 무리가 갈 거예요.”
“네에.”
하지만 미스트는 거기에 대해서 깊게 파고 들지 않았다.
야차 특유의 회복 능력에 대해서는 아샤를 통해 질릴 정도로 연구했고, 레이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뼈가 단단하게 결합되면 그 때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레이시를 달랬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했다.
사료를 주러 갈 때마다 하양이가 쳐다보던데 언제쯤 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에일렌을 보고는 언젠가 에일렌을 같이 태우고 같이 달려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배시시 웃었고, 레이시의 웃음에 레이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건지 미스트는 금방 될 거라며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행복하다는 듯 부르르 떨다가 에일렌을 조심스럽게 가슴에서 떼어내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가 가르쳐준 대로 에일렌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이면서 트림을 시켜주었고, 에일렌이 몸을 기대면서 천천히 자기 시작하자 조심스럽게 에일렌을 내려놓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한숨 돌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옷을 똑바로 입으면서 이제 이틀 째인데 꽤 능숙해진 거 같지 않냐며 으쓱대어봤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옷을 벗어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스트의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고 이내 멍하니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가렸다.
“좀 더 익숙해져야 겠네요.”
흘러나온 모유로 젖은 셔츠의 가슴께.
에일렌이 먹고 난 걸 제대로 닦지 않아서 생긴 자국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미스트에게 잊어달라고 말했지만, 미스트는 짓궂은 웃음을 지으면서 레이시에게 새 셔츠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면서 미스트를 쳐다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귀엽잖아요.”
“하지만이 아니라고요. 아으으으…….”
“자자, 가슴 닦아요.”
레이시의 칭얼거림을 받아주면서 레이시에게 수건을 건네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친절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며 훌쩍이다가 이내 가슴을 닦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내려오자 쪼르르 달려와서 레이시를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에일렌은?”
“자고 있어요.”
“그럼 내가 레이시 안아도 괜찮은 건가?”
눈을 깜빡이면서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는 미네르바.
어리광을 부리지 못한 건 고작 나흘 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참기 힘들었다는 듯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안겨 오자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다.
“아샤는 마리아와 갔다. 잘은 모르겠지만 기사단의 일정을 바꾼다고 했다.”
“기사단이요?”
“그렇다. 마리아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면서 우리 저택 근처에서 머무를 사람을 바꾼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까 마리아 씨는 기사단 단장이셨죠. 아음……. 저 때문에 너무 오래 비워둔 거 같아 미안하네요.”
“으응?”
“무리의 대장이 다른 사람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운 거랑 똑같다는 이야기에요. 무리의 구성원이 불안해할 거잖아요.”
레이시는 나름 미네르바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며 미네르바를 바라봤지만, 미네르바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엄마가 있든 말든 아무래도 좋았다만?”
“아, 아하하하…….”
“나는 레이시만 있으면 된다.”
눈을 가늘게 뜨고 레이시에게 칭얼거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자기만 봐달라고 조르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지금 몸 상태는 어떠냐며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봤다.
“뼈가 분리된다니 처음 들었다.”
“아, 아하하……. 저도 처음 알았어요. 지금은 괜찮은데 아직 승마 같은 건 참아달래요. 뼈가 이어 붙긴 했는데 인대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하네요.”
“그으으응~.”
레이시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더 세게 안아달라는 듯 팔을 벌리고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애교에 못 말린다는 듯 쓰게 웃다가 미네르바의 요구대로 꽤 세게 미네르바를 끌어안았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포옹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가볍게 날갯짓하면서 기분이 좋다는 걸 레이시에게 전력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레이시는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거냐며 미네르바의 턱을 간지럽히다가 이제는 역할을 바꿀 차례라며 미네르바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러자 레이시를 꽉 껴안고는 날개로 레이시의 몸을 덮어주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졸리지 않냐며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이제는 안 졸리다면서 미네르바의 뺨을 가볍게 잡아당겼다가 놓아주었다.
“에일렌이 밖으로 나와서 그런가봐요.”
“그런가?”
레이시의 말에 볼을 부풀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와 같이 자고 싶었다면서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었다.
“요즘 따라 같이 낮잠을 못 잤으니까, 같이 자고 싶었다.”
“으응, 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같이 잘까요?”
“……약속인가?”
“네, 그것보다 잠시 위에 올라갔다 와도 괜찮을까요?”
“알겠다.”
위라는 말에 에일렌을 떠올리고는 레이시를 품에서 놓아주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와 함께 위로 올라갔고, 요람 안에서 자는 에일렌을 보고는 레이시와 닮은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뭐 하세요?”
“에일렌을 보고 있다. 주인하고……. 어…….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다르게 생겼다.”
“에에에~ 그래요?”
“주인이 아기였을 때를 모르겠으니까 닮았다고 느껴도 닮았다고 생각은 못하겠다.”
“아하~. 그런 이야기였어요?”
“6살의 아이와 비교 하라고 한다면 비교할 수 있다. 그건 인간처럼 생겼다. 그런데 에일렌과 비교하라고 한다면……. 솔직히 말해서 에일렌이 아이처럼 변한다는 것도 지금은 안 믿긴다.”
“……정말이네요. 나중에 그렇게 된다는데 저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상상을 못하겠어요.”
미네르바의 말에 에일렌의 얼굴을 보는 레이시.
확실히 자기와 엘라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미네르바의 말대로 생각해보면 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게 될지 전혀 모르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저보다는 엘라를 좀 더 닮았으면 하는데…….”
“응?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저는 약하잖아요? 그거 때문에 아픈 꼴도 몇 번 당했고. 그래서요. 엘라를 좀 더 닮으면 좋겠어요.”
“……그건.”
“미네르바, 여기에 오세요.”
“응?”
“재워드릴게요. 자고 싶으시다고 했잖아요?”
침대를 두드리면서 옆에 누우라고 말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에일렌 때문에 앞으로 낮잠은 여기에서밖에 못 잘 거 같다며 사과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사과에 눈을 깜빡이다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주인하고 잘 수 있기만 하면 다 좋다.”
“푸훗. 그래요? 그럼 재워드릴게요.”
육아 책을 펼치면서 베개를 등에 받치고 앉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리에 앉자 그대로 침대에 눕더니 레이시의 허리를 끌어안고 곧바로 새근거리며 잠을 자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뒤로는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비록 레이시가 잠들려고 할 때마다 에일렌이 우는 바람에 레이시는 한숨도 못 자고 책을 계속 읽게 되었지만, 레이시는 그것마저도 기뻐 배시시 웃으면서 계속해서 미네르바와 에일렌을 재워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 아샤와 마리아가 질린다는 얼굴로 집에 들어왔고, 두 사람은 레이시를 찾다가 에일렌이 있는 있는 방에 들어왔다.
“……두 분, 얼굴이 왜 그래요?”
“어어……, 그게, 이상한 소식이랑 좋았던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거부터 들으실래요?”
“……?”
마리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차근차근 설명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마리아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 아샤와 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게, 오늘 저희가 한 일은 제 13 벽천화 기사단의 인원 배치 문제도 있었는데요, 그거 말고도 한 가지 업무가 더 있었답니다.”
“뭔데요?”
“그……, 레이시 씨랑 엘라 공주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타로 들어올 유모를 구하는 일이랑 만약에 에일렌 아가씨가 아플 때를 대비한 상주 소아과 의사를 구하는 일이요. 기본적으로는 벽천화 기사단이 아니라 진은 기사단에서 하는 일이지만, 여기에 계신 분은 전원이 여성분이라 저희가 하겠다고 했거든요.”
아무리 계승권을 포기했다고 해도 엘라는 공주이며 왕족.
당연히 아무나 데려올 수는 없다고 말한 마리아는 레이시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면서 유모와 의사를 데려오려고 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마리아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감사인사를 했다.
“그런데 왜 좋았던 소식이랑 이상한 소식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마리아의 말을 들어보면 뭔가 사람을 정하기까지는 했던 것 같은데 왜 좋은 소식이 아니라 좋았던 소식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마리아의 말에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고, 마리아는 레이시의 질문에 동시에 얼굴을 이상하게 찡그리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그, 그러니까 배경이 깨끗한 사람은 구했거든요? 그런데 배경이 깨끗하다고 해서 무작정 고용할 수 없는 게 실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왕족과 관련된 일인데 철저하게 실력 주의로 가야하잖아요.”
“아, 그건 그렇죠.”
만약 에일렌이 아픈데 돌팔이라 잘 모른다고 하면 정말로 화날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마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리아를 쳐다봤고, 마리아는 레이시의 반응에 이상한 소식을 레이시에게 전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험관을 구했는데 미스트 씨가 자원해주셔서 미스트 씨가 미리 준비해준 과제를 가지고 시험을 진행했거든요?”
“네.”
“그랬더니 전원 사퇴했어요.”
“…….”
“그, 의사들은 미스트 씨가 메이드 때 썼던 논문을 보고 자기는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면서 사퇴했어요.”
“유모 분들은요……?”
“마찬가지로 미스트 씨가 제안한 시험과제를 보고 사퇴했어요.”
“…….”
“어, 음. 분명 과제 할만한 것으로 낸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됐더라고요.”
마리아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어색하게 웃다가 대신 사과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수고해줬는데 일을 이렇게 만들어 정말 죄송하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고, 마리아는 레이시의 반응에 원래 몇 번에 걸쳐서 일해야 하는 일이니 괜찮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나저나 참 이상하죠. 미스트 씨는 그동안 나름 이해할 수 있는 과제만 내주었는데……. 이번 일 따라 조금 과민하게 반응하시더라고요.”
“아, 아하하하…….”
“엘라 공주님과 레이시 씨의 아이이니 이해가 안 될 건 없지만요.”
마리아의 말에 점점 고개가 아래로 숙여지는 레이시.
마리아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정말로 괜찮다면서 환하게 웃다가 이내 레이시가 힘들지 않도록 빠르게 다른 사람을 구해주겠다고 말했다.
“언니한테 듣기로는 아이를 혼자서 잘 키워내는 평민 여성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안전하고 솜씨 좋은 사람을 구해오겠습니다!”
마리아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그러다가 레이시는 에일렌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애를 키우는 게 힘든 일인가 의아해했다.
그야 에일렌이 자주 깨거나 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에일렌의 뺨을 콕콕 찌르며 마리아에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데려와도 괜찮다고 말하며 낮잠에서 깨기 시작한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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