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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87화 (287/542)

〈 287화 〉 도시 이름을 지으러 갔다가 주례를 봐주게 된 건에 대해­2

* * *

“눈치 못 챈 거야?”

“아, 아하하……, 죄송해요…….”

“푸후훗!”

엘라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루룬은 그런 엘라의 웃음에 레이시를 너무 괴롭히지는 말라면서 눈에 잘 안 띄는 반지이지 않냐며 손을 들었다.

루룬의 손에 있는 건 철사를 꼬아서 만든 것만 같은 반지.

금속을 염색한 건지 반지의 색은 상아색을 띠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루룬의 반지에 결혼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상대는 누구예요?”

“그이는 엘레오놀 공주님에게 항해를 배우고 있을 거예요. 정말이지 멋진 사내랍니다.”

“헤에~, 그렇구나.”

정말이지 행복하다는 미소를 짓는 루룬.

레이시는 그런 루룬의 얼굴에 사랑에 빠지면 전부 다 저런 얼굴이 되는 걸까 싶어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엘라에게 자기도 저런 얼굴을 하는지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피식 웃으면서 루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라며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부끄러워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부끄러워하자 그 정도는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고, 루룬은 두 사람의 연애질에 괜히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자기 애인은 언제 오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처럼 엘레오놀과 함께 오는 한 남성.

남성은 루룬의 맞은편에 앉아서 소곤거리는 엘라와 레이시를 보고는 본능적으로 엘라가 높은 사람이라는 걸 직감했는지 고개를 숙이면서 엘라에게 인사했고 엘라는 남성의 인사에 피식 웃더니 아직 루룬을 바라봤다.

“아직 멀었네.”

“전직 모험가니까요.”

“네……?”

“거기 루룬의 약혼자. 네 이름은?”

“아, 에이젝스입니다. 에이젝스 피탈리온. 계급은 남작입니다.”

“흐으응, 시곤 출신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러네, 너, 넷째나 다섯째쯤 되지? 실전이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어.”

“그, 그렇습니다.”

“다음부터는 자기보다 상급자가 있을 땐 상급자가 인사한 다음에 그 사람의 허락을 받고 인사해. 엘레오놀 공주에게 실례잖아.”

“……아! 죄송합니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루룬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말았다.

엘라가 그 부분을 지적하자 에이젝스는 다급하게 엘레오놀에게 사과했고, 엘레오놀은 자기는 이런 자리에서 실수하며 배우는 거니 괜찮다며 손짓하다가 엘라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시네요.”

“그러네요. 항구로 쓸 수 있을 거 같나요?”

“후후, 제가 만든 도시랍니다? 기능은 충분하죠. 남은 건 이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의 역량인데……, 엘라 공주님이시라면 레이시 씨를 위해서라도 적당한 지원을 해주시겠죠? 루룬 씨의 역량도 제가 선택한 사람인 만큼 믿고 있고요.”

기능은 충분하니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달라는 걸까?

엘라는 엘레오놀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그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해주겠다고 말했고, 엘레오놀은 엘라의 말에 싱긋 웃다가 루룬에게 레이시에게 명명식을 진행할 광장을 구경시켜주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러자 단번에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는 루룬.

루룬은 엘레오놀의 말에 미스트를 바라보면서 도와줄 수 있냐는 듯 쳐다봤고, 미스트는 루룬의 시선에 레이시에게 일할 때를 대비해서 보러 가자며 레이시의 손을 잡았다.

“엘라는 보러 안 가요?”

“나는 좀 있다가 갈게. 그리고 아까 한 약속, 들어주는 거다?”

“으응……, 저만 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엘라도.”

“푸훗, 알았어. 그럴게.”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다가 손을 흔들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인사에 미스트의 손을 잡고 루룬의 뒤를 따라서 나갔고, 엘라는 초소에 엘레오놀과 단둘이 남은 걸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블루드의 동향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어떠냐고 할까, 뭐라고 할까……. 평범하게 불굴의 장군과 함께 신성왕국과 싸우고 계시죠. 마치 여기의 일에는 관심이 뚝 끊긴 듯 굴어서 꺼림칙해요.”

“뭐, 그 녀석은 전쟁을 좋아하는 상또라이 새끼니까 더 큰 전쟁의 불씨만 있다면 이쪽의 일은 아무래도 좋은 거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또라이일수록 어떻게 튈 줄 모르잖아요? 저는 안타깝게도 엘라 공주님처럼 혼자서 군대를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만약의 만약까지 준비해둬야 한답니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 시선을 돌리는 엘레오놀.

엘레오놀은 수첩을 펼치고 읽다가 이내 블루드를 설명할 단어가 없다는 걸 떠올리고는 애인들도 만나보지 못한 또라이라며 블루드를 까내렸고, 엘라는 엘레오놀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며 이야기의 주제를 돌렸다.

“루룬의 결혼, 그거 네 아이디어지?”

“어머?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결혼식을 이용한다는 건 루룬의 머리에서 나올만한 이야기가 아니거든. 예전이라면 루룬이랑 너 사이에서 헷갈렸겠지만, 레이시를 만난 지금이라면 알 수 있어. 하라면 할 수 있지만, 루룬이라면 두 사람만의 기념일에 결혼하고 싶었을 거야. 아니면 이미 결혼의 준비는 끝내놓고 변경백과 하찮은 남작 가의 사~오남과 결혼할 수 있는 명분만 기다리거나.”

“후자라면 제 아이디어가 아니지 않나요?”

“아니~. 역시 후자야. 내가 말한 루룬이 기회를 찾는다는 건, 모험가였던 에이젝스를 왕궁의 기사에 꽂은 다음 작은 대회에서 5~6등 정도의 성적을 거두게 하고, 그걸 명분으로 삼는다는 이야기야. 자기들 결혼에 나와 레이시를 끌어들일 사람은 아니야.”

“……후후후, 들켰네요. 참, 신기하단 말이죠. 엘라 공주님과 저는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똑같은 결론을 내놓을까요?”

“좋은 의미에서의 극과 극은 통한다는 거지.”

“어머나, 좋은 의미인가요?”

“적만 아니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줄 수 있지.”

엘라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엘레오놀.

엘라는 엘레오놀의 말에 자기야말로 잘 부탁한다며 가볍게 악수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막 지어지고 있는 도시라 그런지 영주의 저택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집.

직사각형 구조에 비바람과 햇빛만 막기 위한 구조를 하고 있었고, 엘라는 그 저택의 모습에 너무 간촐한 게 아니냐며 눈살을 확 찌푸렸다.

영주의 저택이 이래서야 레이시의 체면이 덜 살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루룬을 바라보자 루룬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항구에 집이 따로 있다고 말했고, 엘라는 루룬의 말에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이 두 채라고?”

“네, 여기는 길드의 일을 처리할 때만 가끔 들리고 항구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럭저럭 높은 절벽이 있어서 거기에다 제대로 된 저택을 짓고 지내고 있어요.”

“흐응, 그렇구나. 그럼 절벽에 있다는 그 집에 먼저 가지 왜 여기에 왔어?”

“레이시 씨가 아샤 씨와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샤 씨, 마차를 주차하고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이쪽으로 왔어요.”

“그래? 다행이네. 너를 혼내야할 뻔 했잖아.”

“아하하, 다행이네요.”

엘라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는 안에서 쉬고 있다고 말하는 루룬.

엘라는 루룬의 말에 방문에 노크를 두어 번 한 다음 들어간다고 말했고, 아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문을 열어주면서 이야기는 끝났냐고 물어보며 엘라를 바라봤다.

“뭐하고 있었어?”

“도시 이름을 정하고 있었어요. 좋은 이름을 골라야 할 건데…….”

“부담 가질 필요 없다니까.”

레이시의 말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엘라.

엘라는 도시의 이름보다는 도시가 어떻게 발전하는지가 더 중요하니 레이시에게 마음을 놓으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자꾸만 편하게 생각하라는 엘라의 말에 입술을 샐쭉 내밀더니 엘라를 가볍게 놀리기 시작했다.

“애 이름은 아직도 못 지었으면서…….”

“어!? 그, 그건……. 그러니까 도시랑 사람의 이름은 그, 다르지 않아?”

“흥흥, 엘라의 말대로라면 애가 어떻게 자라나는지가 중요하지 애 이름은 아무래도 좋다는 거잖아요. 어차피 우리 애니까 잘 자랄 거고.”

“으, 으윽…….”

레이시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사과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사과에 눈을 흘기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를 껴안고 미안하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사과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미 다 때렸거든.”

“푸푸풉. 엘라가 잘못한 거예요.”

“그래, 그래……. 하아아, 그래서 이름을 고르고 있는 거야?”

“네, 거기에다가 주례를 볼 때의 대본도 외워야 하고요.”

“고생이 많네.”

“으응, 솔직히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에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쓰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솔직하게 자기가 다른 사람의 결혼 주례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뺨을 긁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라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축하하는 말만 해준다면 레이시의 진심을 말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그렇게 부담가지지 마. 그리고 거기에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적혀 있잖아? 그것만 지키면서 축하해줘. 루룬은 그것만으로 기뻐할 거야.”

“으응, 그럴까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풉, 그게 뭐예요.”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내심 엘라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도시의 이름을 정할 때와 다르게 편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가 마음을 편하게 먹자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저택으로 가자. 여기는 공무용 건물이래.”

“아, 정말요? 침대가 있어서 집인 줄 알았어요.”

“이제 막 지어지고 있는 도시니까 법과 제도를 정비하거나 구역을 나누거나 하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게 될 거야. 그래서 침대가 있는 거겠지. 그리고 이렇게 침대를 준비해두면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기도 편하잖아.”

“아하…….”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가 일어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나가보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그런 아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면서 레이시와 팔짱을 끼고서 루룬이 말해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확실하게 귀족의 저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저택이 나타났고, 엘라는 그 저택의 모습에 그럭저럭 합격점이라고 생각하면서 저택에 들어가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통 창문이 달려 있어 바다의 풍경이 전부 보이는 방.

레이시는 방의 풍경에 개방감이 엄청나다면서 좋아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옷부터 갈아입자고 말했다.

“마차에서 지내면서 어제부터 옷 못 갈아입었잖아.”

“아, 맞다…….”

“옷 갈아입고 바다 구경하자. 그리고 저녁이 되기 전에 광장에 한 번 가보자. 거기에서 명명식하고 결혼식 있을 거니까.”

“네. 그래요.”

엘라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옷을 벗기 시작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갈아입을 옷으로 준비한 걸 보고는 다른 옷으로 입자면서 원피스와 바지를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건넨 옷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옷은 나중에 행사가 열렸을 때 입는 옷, 오늘은 가볍게 구경만 할 거니까 편한 옷을 입어요.”

“구경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보는 거니까 차려입어야 하지 않아요?”

“오늘은 괜찮아요. 오늘하고 내일은 저희가 도착했다는 걸 알리는 시간이고 온다고 해도 이 도시 안에서만 사람들이 오니까 다들 루룬 씨에게 귀띔을 받은 상태거든요. 그래서 굳이 옷을 차려입을 필요는 없어요.”

“아하, 그렇구나.”

“그럼 이 옷 입어주세요.”

“네에~.”

미스트의 말대로 미스트가 준비해준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배시시 웃다가 양산을 챙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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