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화 〉 부부가 되어도 애욕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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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회가 있고 나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레이시에게 있어서 그동안 있었던 의미있는 일들이라고 한다면……, 첫 번째로 블루드가 사라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었다.
만찬회가 끝나자마자 연맹국과 신성왕국 사이에 생긴 분쟁을 해결하러 가보겠다면서 나간 블루드.
엘라는 그 모습에 블루드가 아마 소규모 분쟁이 일어나도록 조율을 하고 자기를 보러 왔을 거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그 말에 한참을 꺼림칙해 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왕궁에서 사라진 지금도 뭔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으니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때 당시의 레이시는 블루드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불안해했고, 엘라를 비롯한 일행들은 그런 레이시를 달래는데 꽤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의미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건 지지세력이 생겼다는 것.
레이시는 그것으로 딱히 뭔가 할 생각도 없지만, 엘레오놀이 그런 지지세력이 없으면 다른 귀족들에게 비웃음만 당하고 종래에는 엘라를 힘들게 만들 거라는 말에 만든 세력.
루룬이 주축이 된 세력은 실제로는 엘라와 국왕님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레이시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고, 국왕과 엘레오놀 공주라는 뒷배를 얻게된 레이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많은 귀족들이 초대장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선물을 한 달만 받으면 될 거 같다는 엘라의 예상과 다르게 레이시는 두 달 동안 선물을 받게 되었고 엘라와 레이시의 저택에는 창고가 하나 더 생겨 총 3개가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의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으응, 엘라, 그렇게 좋아요?”
배가 꽤 부풀어올랐다는 것.
4개월이면 배 안에 있는 자식을 완전히 키워서 출산할 수 있는 야차라 그런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인간의 몸으로 따지면 벌써 5개월이나 아이를 품은 것처럼 배가 부풀었고, 엘라는 시간이 날 때마다 레이시의 배에 귀를 대고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미스트 말로는 태동을 느끼려면 2주 정도는 더 지나야 한다는 것 같아요.”
“그래? 2주 지나면 우리 아기 발로 차는 거 느낄 수 있어?”
“으, 에헤헤…….”
매일 우리 아기라고 말하면서 레이시를 꽉 껴안아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를 껴안을 때마다 부끄러움과 행복감에 얼굴을 붉히며 그저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모습에 매일매일 새로운 행복을 느끼며 인생 그래프를 갱신시키고 있었다.
그 전에는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 했었는데…….
행복해서 죽을 것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만 같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다시 한번 레이시의 배에 귀를 대고 아이의 태동을 느끼려고 했고 이내 뭔가 움직이는 것 같은 감촉에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정말 다행이다.”
“뭐가요?”
“입덧 안 하는 거. 먹고 싶은 게 생기는 건 내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지만, 입덧은 못 도와주잖아. 임산부 중에는 임신 내내 입덧을 느껴서 괴로워한다는 사람도 있던 것 같던데.”
“그거, 아마 제가 야차라서 입덧 같은 걸 못 느낀다는 모양이에요.”
“헤에, 그래?”
“네.”
“그나저나 배 안 고파? 산모는 배 고프면 안 된대. 과일 먹고 싶은 거 있어?”
“아, 아하하하…….”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지금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나중이라도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말해달라며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오늘 일 있어서 가볼게.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해.”
“괜찮아요. 오늘도 일 조심해서 하고 와요.”
오늘은 마법사의 군사 훈련을 도와준다고 했던가?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 앞까지 엘라를 따라간 다음 엘라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엘라를 배웅해주었고, 엘라는 아샤와 함께 집을 나서면서 미스트와 미네르바에게 레이시를 부탁했다.
그리고 엘라가 자리를 떠나자 저택에 돌아와서 고민에 빠지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고민에 잠기자 저번처럼 제 13 벽천화 기사단의 휴가 문제 때문에 그런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 아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어머, 어머니가 되는 거 때문에 그래요?”
“그, 그것도 아닌데…….”
“으음, 그럼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걸까요?”
레이시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레이시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든 자기는 레이시의 편이라며 레이시를 안심시키는 미스트.
하지만 레이시는 평소와 다르게 그런 미스트의 말에 좀 더 심각한 얼굴을 하면서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차를 끓여와 레이시에게 내밀었다.
산모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 카페인을 완전히 없앤 디카페인 차를 내미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차에 쭈뼛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싱긋 웃으면서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참을 망설이면서 미스트의 눈치만 살피는 레이시.
미스트는 다소 갑갑할 정도로 눈치를 보면서 입을 우물거리는 레이시의 모습에도 끈기 있게 레이시의 대답을 기다렸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기는 어떤 내용의 말을 들어도 이해해줄 거라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기를 쳐다보자 결국 기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요…….”
“네.”
“두 달 좀 넘게……. 그, 그걸……, 그러니까……. 못, 모, 못 했잖아요? 그, 그게…….”
“아하, 그런 문제였나요?”
깨달았다는 듯 말하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산모가 되었으니 아기를 위해서라도 야한 걸 참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버텼었지만, 이상하게도 레이시의 몸은 허그 이상의 스킨십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마치 섹스도 애정의 일종이라는 듯 굶주림을 호소했었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다른 스킨십으로 꾹 참아봤지만…….
“에, 엘라가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물어봤을 때 그, 그러니까…….”
“으응~.”
“제가 야한 걸까요……? 아, 아기도 가졌는데…….”
산모가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부도덕적이고 음탕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미스트의 눈치를 살폈지만, 미스트는 그런 기색 없이 레이시의 고민이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뇨, 딱히 이상할 건 없어요. 임신 중 섹스가 산모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평범한 일이에요. 그리고 레이시는 안정기니까 그런 걸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 정말요……?”
“네, 촉수나 음주 플레이는 안 되겠지만, 페니반 같은 경우에는 질과 자궁의 구조상 아이에겐 충격이 안 가니까 체위만 조금 신경 쓰면 될 거예요.”
레이시가 느끼는 감정이 오히려 정상적이라면서 몇 가지 책을 보여주는 미스트.
그 책에는 임산부가 섹스할 때의 주의할 점과 임산부가 섹스로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장점이 적혀 있었고, 레이시는 얼굴을 확 붉히면서도 책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오늘 엘라가 돌아오면 해보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부끄러워하면서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준비해드릴게요.”
레이시의 대답에 그렇게 말하면서 공주님과 한 다음에는 자기 차례라면서 미리 예약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다음 고개를 끄덕였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침실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미스트는 엘라가 돌아오자 엘라만 2층으로 보낸 다음 아샤와 미네르바를 데리고 1층에서 머물렀고, 엘라는 미스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미스트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2층으로올라가 침실에 들어갔다.
그러자 보이는 건 캐노피 침대와 촛불.
원래는 평범한 침대가 있었을 자리에 캐노피 침대가 있자 엘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캐노피 침대의 커튼을 열었고, 레이시는 커튼이 열리자 흠칫 떨면서도 천천히 엘라를 바라봤다.
“아…….”
“그, 그러니까……! 이건……! 으무……, 무, 무슨 말이라도 해줘요…….”
그리고 보이는 건 속이 다 비치는 캐미솔을 입은 레이시.
레이시는 속이 다 비치는 야한 속옷을 입고 있는 게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벙긋거리다가 엘라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달라며 작게 투정을 부렸고, 엘라는 침대의 끝부분에 멍하니 서있다가 촛불의 불빛만큼 붉어진 레이시의 얼굴에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예, 예쁘네…….”
“응긋…….”
“……꿀꺽. 하, 하자는 거지……?”
“그, 실망 안 해요……? 이, 임산부가 이렇게 야하게 차려입고 오자마자 그, 그걸 해달라고 하는데…….”
“안 해. 레이시에게 실망하는 일은 없어.”
처음에는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새하얀 살결도, 붉어진 피부도, 달뜬 호흡과 기대감과 수치심에 가득 차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단 시선도…….
엘라는 자기를 유혹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완전히 넋을 놓고 최대한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멈추게 된 건 레이시의 자기가 싫어지진 않았냐는 질문이었다.
산모가 밝힌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레이시는 수치심이 섞인 목소리로 엘라의 눈치를 살폈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자기가 레이시에게 실망할 일은 없다면서 성욕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며 옷을 벗으면서 침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레이시는 연정의 야차라서 이런 걸 좀 더 원했을 거잖아. 그동안엔아이를 위해서 참았던 거고.”
“으, 으읏…….”
“미안하네, 내가 먼저 눈치채지 못해서.”
“괘, 괜히 그런 말 하는 거죠? 부, 부끄럽게 하지 마요.”
엘라의 말이 자기를 위한 말이라는 걸 단번에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다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들었다.
그러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가볍게 키스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와 어깨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으면서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오랜만에 그걸 하길 위한 키스에 얼굴을 붉히면서 허벅지를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키스만으로도 꽤 느껴버릴 정도로 쌓여버린 성욕.
레이시는 그런 자기 성욕에 얼굴을 붉히면서 몸을 비틀어댔고, 엘라는 레이시가 다시금 부끄러워하기 시작하자 괜찮다면서 레이시를 달래주었다.
이건 사람으로서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라면서 레이시의 등을 토닥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지 손가락 사이로 눈을 마주쳤다가 이내 엘라를 꽉 끌어안고 엘라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숨소리를 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레이시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줬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심호흡을 크게 몇 번인가 하더니 이내 준비가 끝났다는 듯 시선을 살짝 위로 틀고 엘라의 입술을 훔쳤다.
그러자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레이시를 천천히 눕히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얌전히 침대에 눕자 사랑한다는 말을 연신 속삭이면서 레이시가 이상한 게 아니라며, 사랑한다는 말을 연신 속삭여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점점 수치심 대신 애욕을 느끼면서 엘라에게 팔을 벌렸다.
“버, 벗겨주세요.”
“케미솔?”
“그……, 네. 하, 하고 싶어요…….”
“뭘?”
“……알잖아요.”
“그래도 말해줘, 한 번 만. 오랜만이니까.”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가 할 말이 영 부끄러운 단어라 그런지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몇 번인가 내쉬다가 이내 엘라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두, 두 달만의 섹스……. 엘라와의 섹스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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