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 회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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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레이시가 일어나기 전에 옷을 전부 챙겨 입는 미스트와 아샤.
미스트는 아샤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는 한참을 끅끅거리면서 웃음을 참기 시작했고, 아샤는 그런 미스트의 반응에 눈썹을 까딱거리다가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그냥 속 시원하게 처웃으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뇨. 제가 왜 웃겠어요. 저와 똑같은사랑하는 레이시의 애인이잖아요? 큽, 크흡…….”
“이 개새끼가…….”
“어머, 늑대 수인인 저를 그렇게 친근하게 불러주시다니 감사하네요.”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어떻게 이렇게 짜증 날까?
이거, 미스트가 괜히 자기에게 화풀이를 하는 게 아닐까?
아샤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사실 이게 레이시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를 엿 먹이려고 하는 일이 아닌가 의심하다가 이내 레이시가 관련된 일이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레이시 깨우러 간다.”
“네. 저는 레이시에게 입힐 옷을 준비할게요.”
“그래.”
미스트의 말에 대충 손을 휘휘 젓더니 위로 올라가는 아샤.
아샤는 방문을 살짝 열어서 안을 살펴보다가 엘라와 미네르바가 서로 수화를 바쁘게 주고받고 있자 한숨을 푹 내쉬면서 뭐하는 거냐며 레이시의 상태를 물어봤다.
“아직 자?”
“으음, 일어나려고 하는 거 같은데……. 충분히 재워둘지 말지 고민중이야.”
“뭐?”
“깨워도 괜찮은 걸까?”
처음에는 아샤의 말을 헛소리라고 치부하면서 레이시를 깨우려고 했던 아샤.
하지만 미네르바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면서 자기를 바라보자 자기도 모르게 정말로 깨워도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 아샤가 망설이자 엘라는 역시 오늘은 일을 많이 했으니까 스스로 깰 때까지 내버려 둬도 괜찮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런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아? 어제 네가 가져 온 책 읽어봤는데 산모에게 최악의 적은 스트레스라며. 자다 깨면 아무래도 그렇지 않아……?”
“씁.”
“저녁에 만찬회는 어차피 8시에 열리잖아. 미스트가 있으면 화장이고 뭐고 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으니까 지금은 내버려두자.”
“……그러는 게 좋을까?”
“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엘라의 말에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아샤.
차라리 그리고 그런 아샤의 흔들림에 결정타를 꽂아넣은 건 미네르바의 소심한 발언이었고, 아샤는 미네르바마저도 저렇게 조심스럽게 발언하자 이내 완전히 설득되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왜 혼자 내려오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스트.
아샤는 미스트의 질문에 당황하다가 이내 엘라와 미네르바가 했던 말을 그대로 미스트에게 전해주면서 레이시를 데리고 오지 못했다고 말해주었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아샤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레이시의 방에 가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며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천천히 눈을 뜨다가 이내 눈앞에 미스트의 얼굴이 보이자 입술을 가볍게 맞대고 배시시 웃으면서 미스트를 꽉 끌어안았다.
“후아아아아암~.”
“아직 졸려요?”
“조그으음……?”
“저녁에 만찬회가 있으니까 일어날까요? 핫 초코 끓여드릴게요.”
“……으응, 에헤헤. 그럴게요.”
미스트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
레이시는 다시금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욕실에 들어갔고, 미스트는 다들 너무 과보호라면서 레이시가 지쳐서 자기도 모르게 쓰러질 정도나 스트레스로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라면 태아에게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머쓱한 듯 뺨을 긁적이다가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냐면서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의학에 만약은 없어요. 단순 의학 지식은 몇만 건의 보고가 있고 나서 올라오잖아요. 레이시의 몸을 얼마나 약하게 보는 거예요?”
“그야……, 약하지 않아?”
“응, 주인은 약하다.”
“그거 건강이 아니라 물리적인 힘을 의미하는 거죠? 레이시가 약하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건강 상태만 따지면 완벽하거든요?”
야차라서 최상의 몸상태가 유지되고 병에는 걸리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임신을 했으니 인간으로 생각해보면 최상의 건강 상태에서 결혼해서 임신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거기에다가 임신을 보조하는 스킬도 있으니까 레이시의 배에 물리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 이상 유산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잠시 블루드에 대한 걸 생각하다가 엘라에게 블루드를 막을 방법이나 생각하자고 말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순식간에 분위기를 차갑게 식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나를 죽이려고 할 게 뻔한 블루드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겠지.
거기에다가 지금은 엘레오놀도 있으니까, 엘레오놀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도 가능할 거고…….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미스트의 말대로 블루드가 개짓거리를 하기 전에 블루드를 견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트의 도움을 받으면서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드레스를 입자 씻고 나오는 레이시.
레이시는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깜빡이면서 만찬회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물어보며 벌써 지친 얼굴을 했고, 엘라와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고르는 옷의 종류는 원피스 형식의 드레스.
평소라면 치마라면서 거절할 옷이었지만, 임신하는 것으로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해서인지 레이시는 별 저항감 없이 드레스를 받아들였고, 미스트와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눈을 깜빡이다가 내친김에 화장까지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장은 피부 위에 뭔가 발라지는 감각이 남아 싫은 건지 작게 투덜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투덜거림에 작게 웃으면서 잠시만 참아달라고 부탁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다가 만찬회가 언제 시작하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시계를 힐끗 보고는 미리 출발할지 물어봤다.
“먼저 가면 원하는 프라이빗 룸을 구할 수 있어서 원하는 곳에서 쉴 수 있을 거야.”
“그렇구나……. 그럼 조금 일찍 갈까요?”
“흐응? 왜?”
“만찬회에 국왕님도 오시죠?”
“응.”
“국왕님이 보고 싶다고 소리를 지를 거 같아서요.”
“푸훕! 하긴, 그렇겠다.”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일리가 있다면서 모두 모여서 출발하는 엘라.
만찬회장에 들어가자 레이시의 예측대로 국왕은 엘레오놀과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잔뜩 흥분한 눈으로 성큼성큼 걸어왔고, 곧이어서 레이시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쯧.”
“아, 아빠한테 너무한 거 아니니?”
“레이시가 놀라잖습니까? 제 아내에게 손 대지 마세요.”
“너무해!?”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는 거절할 겁니다.”
엘라가 곧바로 막아서 허공을 휘젓긴 했지만.
하여튼 국왕은 자기 반가움을 그대로 레이시에게 전달하다가 만찬회에 있을 일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우리 새아기의 신분을 새로 조정해야하는데 지금 대신과 그 이름을 뭐로할지 고민중이란다.”
“아…….”
하긴 공주비라는 이름은 이상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국왕을 바라보자 국왕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정 안 되면 공주비라는 이름을 쓰자고 이미 상황은 정해졌다면서 결혼식의 날자를 정하자고 말했다.
결혼식의 날자는 저번에 레이시의 기반을 만들자고 했었던 1년 후의 셰련 미인 대회.
생각보다 먼 결혼식 날자에 레이시는 왜 그렇게 늦게 결혼하냐고 물어봤고, 국왕은 혼인신고와 신분은 오늘 바뀌게 될 거지만 결혼은 초대형 이벤트라서 준비를 길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결혼 관계는 오늘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란다. 그런데 왕족의 결혼식이라는 건 왕족의 힘을 보여주는 이벤트가 되어야 해서 준비가 오래 걸리는 구나.”
“에……. 그, 퍼레이드 같은 걸 하나요?”
“음, 엘라는 왕위 계승자가 아니니 제 1 내벽 안을 한 바퀴 돌 거 같구나.”
“…….”
국왕의 말에 지옥이라는 얼굴을 하는 레이시.
국왕은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마음이 약해지는 듯 사실 제 2 내벽 안만 돌아다녀도 된다고 말하다가 이내 결혼식이 굳이 필요하겠냐면서 자기가 했던 말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런 국왕을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자세한 건 나중에 전부 결정될 테니 오늘은 사실혼 관계를 발표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아하하하…….”
집사의 조언에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집사는 레이시의 웃음에 축하한다면서 인사한 다음 국왕을 다시 대신들에게 끌고 갔고 레이시는 발악하는 국왕의 모습에 자기는 아무것도 못 봤다면서 엘라의 손을 잡았다.
“아까, 아내라고 했죠.”
“아, 으응……, 뭐, 괜찮잖아?”
“에헤헤헤……, 그래도 국왕님, 아니, 그……, 아버님에게 너무한 거 아니에요?”
“크흠……. 몰라, 지금 레이시는 내 거니까.”
자기가 말하고도 조금은 부끄럽다고 생각했는지 레이시의 눈을 피해버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배시시 웃다가 엘라에게 머리를 기대고는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이내 질투가 느껴져 다급하게 프라이빗 룸을 준비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미스트의 생각을 읽었는지 혀를 가볍게 차다가 미스트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아샤.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옆에 있다가 레이시가 엘라와 있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고는 요리가 잔뜩 쌓인 테이블로 쫄래쫄래 갔고, 엘라는 그런 일행의 모습에 움찔 떨다가 이내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조용히 레이시와 체온을 나누기 시작했다.
따뜻한 체온, 부드러운 촉감.
예전부터 몇 번이고 느낀 거지만……, 뭔가 오늘따라 다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 입을 우물거리다가 뭔가 말이 나오지 않아 그냥 레이시를 껴안고 한참이나 만찬회가 준비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수십 명의 사용인이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
몇 번이나 봤고, 질릴 정도로 봤고, 아무런 감흥도 없을 모습……, 이어야만 할 텐데 옆에 있는 레이시 때문에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그러고 보니 결혼을 할 때면 사람은 뭐든지 다 새롭게 보인다고 했던가?
그런 시답잖은 말, 결혼하는 사람 특유의 허세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하는 말은 무시를 못하겠네.”
“네?”
“아니, 잘 부탁한다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더니 루룬과 엘레오놀에게 갔다 오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한 건 거의 다 비슷했다.
미스트가 미리 준비해준 대본에 맞춰서 귀족들과 국왕의 앞에서 선물을 건네주는 엘레오놀과 그런 엘레오놀의 선물에 맞춰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국왕.
영지를 운영할 사람으로는 루룬이 선언되고, 루룬은 자기가 계약을 맺게 된 게 레이시가 엘라를 설득해준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레이시를 지지한다고 발언하고…….
지루한 정치 이야기.
엘라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기 옆에서 있는 힘껏 노력하는 레이시를 보자 왠지 모든 게 재미있게 느껴져서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축하합니다. 레이시 씨. 그런데 올케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제부?”
너는 가만히 못 놔두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에게 인사하는 블루드를 보면서 싱긋 웃으면서 떨어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입을 벙긋거렸고, 블루드는 엘라의 말에 재미있게 됐다면서 똑같이 입을 벙긋거려주었다.
다음에는 재미있는 일을,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을 가져다 주겠다고 말하는 블루드.
엘라는 블루드의 말에 그 때는 블루드가 죽을 때라면서 입가를 비틀었고, 블루드는 그런 엘라의 대답스럽게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구나, 엘라.”
“아하하, 오라버니도 참~ 무슨 말씀을……. 그럼 돌아가보세요. 다망하셔서 일도 많으시다면서 오늘 만찬회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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