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화 〉 엘레오놀 환영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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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저녁을 먹고 소화가 어느 정도 되어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어지는 시간.
그 시간에 엘라와 레이시는 엘레오놀 공주의 환영회에 갔다.
“엘라, 떨어지면 안 돼요. 알고 있죠?”
“킥킥, 안 떨어진다니까?”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평소에는 절대로 입지 않을 치마를 입고서 허벅지를 반쯤 노출시키고 있었고, 그 모습이 영 어색한지 레이시는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잘못된 짓을 하는 것처럼 부끄러워하는 모습.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편하게 있으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면서 옷자락을 잡고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러면 더욱 티 난다면서 레이시를 말리는 엘라.
엘라는 영 부끄러우면 주변과 비교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레이시를 달랬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보이는 건 레이시의 드레스는 귀엽다고 말하듯 아슬아슬한 옷차림을 자랑하는 여자들.
엘레오놀 공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그게 아니라면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여자들은 허벅지의 70% 이상을 노출시키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여자들의 옷차림에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저렇게 맨살을 드러내고 웃을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는 자기 옷차림에 울먹이면서 엘라에게 매달렸다.
“흐이이잉…….”
“레이시가 입겠다고 한 거잖아. 화장도 그렇고.”
“그치만…….”
“그리고 예쁘기만 하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알겠지?”
“그거 엘라가 저를 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잖아요…….”
입술을 샐쭉하게 내림고서 투덜거리는 레이시.
그러면서도 엘라가 자기를 귀엽다고 말한 게 은근히 기분 좋은 건지 레이시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면서 엘라의 손등을 간지럽혔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손길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의 손가락을 잡아 당기더니 가볍게 입술을 맞대어주었다.
“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겠지?”
“……으, 으응. 에헤헤, 알겠어요, 엘라.”
레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더니 주변을 둘러보는 엘라.
다른 왕족은 없는 걸 보면 블루드가 무슨 개수작을 부려둔 걸까?
다른 왕족과 만나면 나와의 정략결혼에 대한 걸 대충 이야기하고 항구에 대한 걸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으니까 미리 막아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블루드라면 그렇게 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블루드에게 언젠간 반드시 인생의 나락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생각하며 파티회장에서 적당히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서 엘레오놀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회장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가 큰 목소리로 엘레오놀 공주가 입장하신다고 외치기 시작했고, 엘라는 파티회장의 입구로 고개를 돌려 엘레오놀을 바라봤다.
새하얀 피부에 은색의 머리카락.
엘프는 요정의 친척이라고 말하는 건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엘레오놀.
사람들은 그런 엘레오놀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엘레오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다시 불안해졌는지 엘라를 꽉 껴안았다.
그러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진정하라며 가볍게 입을 맞춰주다가 이내 엘레오놀의 뒤를 보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엘레오놀의 뒤를 쳐다봤다.
엘레오놀의 사용인들인지 엘레오놀보다 두 발자국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
미녀 곁에는 미남만이 모인다는 듯 엘레오놀의 뒤를 따라오던 남자들은 다들 스타일이 다르긴 했지만, 하나 같이 빼어난 외모를 자랑했다.
전생에 남자였던 레이시는 그들의 모습이 그저 그럴 뿐이었지만, 아무래도 파티에 참석한 다른 여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건지 여자들은 엘레오놀에게 인사하는 와중에도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다른 남자들은 엘레오놀의 사용인에 대해서 질투 어린 시선을 보냈고, 엘레오놀의 사용인들은 그런 시선에 익숙한 건지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엘레오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좀 더 긴장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왜 보라고 한 거냐면서 엘라에게 가볍게 투덜거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자기와 정반대이지 않냐며 시시덕거렸다.
“나는 여자가 좋은데 엘레오놀은 저렇게 남자를 좋아하잖아. 성격의 근본부터가 달라서 절대 못 친해져.”
“……성격의 근본이 성적 취향이에요?”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잖아? 그게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겠어?”
“먹는 건 엘라가 제게 맞추면서.”
“그러는 레이시도 먹는 건 내게 맞추어주잖아?”
“그거야……, 저는 야차라서 엘라의 사랑만 있으면 되는 걸요.”
“나도 레이시의 애인이라서 레이시가 기뻐하기만 하면 돼.”
“……우으.”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레이시는 기뻐하는 듯한 얼굴과는 반대로 부끄러운 말은 하지 말라며 투덜거리더니 이내 얼굴을 가리고 배시시 웃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다시 한번 입을 가볍게 맞추고선 엘레오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블루드의 장난질에 어울려줄 정도라고 한다면 블루드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는 건데……,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그저 친분이 있어 국교를 맺으러 오는 걸까?
아니면 블루드와 이해관계가 맞아서?
그것도 아니라면 블루드와 매우 친밀한 관계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엘레오놀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나가자 엘라의 시선을 느낀 건지 엘레오놀은 레이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고, 이내 나중에 보자면서 입을 뻥긋거린 다음 귀족들을 상대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엘레오놀을 바라보는 엘라.
뭔가 블루드와 친밀해 보이지는 않은 모습.
엘라는 그런 엘레오놀의 모습이 연기인지 아닌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나중에 생각하자면서 자기에게 오는 귀족들을 상대해주기 시작했다.
전과 다르게 레이시의 눈치를 보면서 엘라에게 인사하는 귀족 가문의 영애들.
하긴 사귄다고 엘라가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니 태어날 때의 종족이나 신분 같은 건 아무래도 눈에 안 들어오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를 품에 끌어당기면서 사이를 과시해봤고, 아무래도 왕궁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포커페이스가 약한 영애들은 눈살이 씰룩거리면서 레이시를 노려봤다.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엘라는 그런 귀족 영애들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기분이 어떠냐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 영애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그런 레이시가 귀엽다는 듯 웃다가 영애들과 이야기를 마저 나누기 시작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20분만 기다려 달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영애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잠시 놀라 당황하다가 이내 엘라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사람들을 관찰하는 레이시.
엘라가 없는 자기에게는 볼일이 없다는 듯 자기에게 눈빛 하나 주지 않는 사람들.
그야 엘라와 엘레오놀이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무시당하자 레이시는 자기가 엘라의 부속품쯤 되는 건가 싶어 어깨를 축 늘어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레이시에게 말을 거는 한 사람.
“저……, 레이시 남작님.”
“으응?”
“저, 저 기억하세요……?”
사라.
사라 노웨어였던가?
레이시는 자기를 보자마자 시비를 걸었었던 몇 없는 사람이었기에 기억하고 있는 사라의 얼굴에 눈을 깜빡이다가 무슨 일이냐며 눈을 가늘게 떴고, 사라는 레이시의 차가운 눈빛에 움찔 떨다가 속으로 욕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이런 야차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왜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걸까?
엘라와 아샤가 자기 가문에 가하는 압박만 아니었다면 자기도 이렇게 사과할 일은 없었을 거라면서 속으로 욕하던 사라는 레이시가 자기를 가만히 쳐다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엘레오놀 공주의 이름을 꺼내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기가 생각할 게 있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는 엘라의 판단을 따를 뿐이라면서 사라를 가만히 쳐다봤고, 사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친해지기 정말 어려운 사람이라며 가볍게 혀를 찼다.
“그나저나 그 기사님은 안 보이시네요?”
“네?”
“당신의 살 냄새가 나던 기사님이요, 저번에는 다른 분들이 있어서 말씀을 안 드렸는데……, 안 보이시네요?”
“아, 아아~ 그는 해고 당해서…….”
“그런가요?”
하필이면 아픈 부분을 찔러오다니…….
사라는 역시 레이시가 싫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를 노려봤고, 레이시는 사라에게서 자기를 싫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자 피식 웃으면서 자기는 이야기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갑자기 말을 걸어온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이유는 아닐테니 떨어지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엘레오놀은 천천히 레이시에게 다가갔고, 레이시는 엘레오놀이 다가오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뒤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라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이시를 쳐다보다가 누군가 자기 어깨에 손을 올리자 누구냐면서 짜증내려고 했다.
“잠시 괜찮을까요?”
“에, 에, 엘레오놀 공주님!?”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네, 넷!”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마자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하는 사라.
레이시는 그런 사라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다가 엘레오놀을 바라봤고, 엘레오놀은 베란다에 가서 이야기할 수 있겠냐며 레이시를 보며 웃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를 힐끗 쳐다보다가 엘라가 자기를 바라보자 베란다라며 입을 벙긋거리면서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녀오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자 엘레오놀과 함께 베란다로 가는 레이시.
엘레오놀은 레이시를 보며 싱긋 웃다가 사라와 사이가 나쁜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레오놀의 질문에 움찔 떨다가 솔직하게 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다.
“블루드와 관련된 게 아닐까 의심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네……?”
“블루드 그 새끼하고는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거든요.”
“……그, 그런가요?”
“네, 그는 대가리에 창이 꽂힌 게 틀림 없는 사람이니까요.”
“푸흐으으읍!”
상상 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엘레오놀의 말에 헛기침을 강하게 하면서 바들바들 떠는 레이시.
하지만 엘레오놀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순전히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정신이상자. 이번에도 부동항의 이용권리를 얻을 기회가 아니라면 그 녀석의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았어요.”
“그, 그런가요……?”
“네. 그렇답니다.”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라면 그 사람과 친해질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엘레오놀.
레이시는 엘레오놀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엘레오놀은 레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더니 블루드에 대한 평가를 마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좀처럼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네요. 삿된 말로는……,또라이 같은 사람이에요.”
“……네?”
“같은 또라이라도저기에 있는 저의 애인들처럼 내 사람이 또라이라면 기꺼이 기를 세워주고 싶지만, 남의 또라이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그냥 또라이잖아요? 여러 의미로.”
이 공주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레이시는 상상을 초월하는 엘레오놀의 단어 선택에 멍하니 엘레오놀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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