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화 〉 돌아가는 길2
* * *
“네? 제가요……?”
엘라의 명령에 정말로 자기에게 시킨 게 맞냐는 듯 엘라를 쳐다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가 들은 게 맞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소거법으로 레이시랑 미네르바, 너희 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너희 둘 외에 나나 아샤, 미스트의 경우에는 너무 유명해서 상대방이 탐색 마법으로 발견하기 쉽다는 거야. 우리의 개인 정보를 특정해서 탐색 마법을 사용하면 곧바로 찾을 수있을걸? 그러니 우리가 선공을 치려고 한다면 미리 반응해서 도망치든 맞싸워오든 둘 중 하나일 거야.”
“그럼 안 되는 건가요?”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정보가 퍼지겠지. 우리가 가면 탐색 마법에 걸리자마자 바로 보고할 거야. 근데 레이시, 네가 가면 바로 보고하지는 않을 거야.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렇구나…….”
“무서우면 안 해도 괜찮아.”
“아뇨, 그런데 있잖아요?”
“응.”
“제가 그 사람들을 제압한다고 뭔가 달라지나요? 엘라를 죽이기 위해서 보내진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면 서로 연락을 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앞의 조가 당했으니까 다음 조는 더 경계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그럼 제가 앞으로 나가서 미리 처리하는 거랑 그냥 저희들이 단체로 가서 그 사람들을 제압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좋은 질문이네. 많이 달라, 우선 너는 힘들겠지만, 다른 기사들은 체력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 그렇다면 원래 도착할 시간에 도착할 수 있겠지. 그리고 원래 도착하는 시간에 도착하게 된다면 블루드가 개수작할 시간을 없앨 수 있어.”
“에에…….”
“블루드의 목적은 아마 네 얼굴을 직접 보는 거겠지. 시간을 늦추는 이유는 아직까지 명분을 구하지 못해서고. 그렇다면 제 시간에 도착해서 블루드가 준비가 덜 됐을 때 가야만 해.”
“그럼 아예 일찍 가면요?”
“그럼 왜 그렇게 일찍 왔냐면서 개입할 명분을 주니까 안 돼. 시간에 딱 맞춰서 가거나 하루나 이틀 정도만 일찍 가야 해.”
“으으으응…….”
엘라의 말에 한참 고민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기사들이 거친 숨을 내쉬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있자 입술을 약하게 깨물다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이내 미네르바를 불렀다.
“미네르바, 도와주세요.”
그리고 엘라의 명령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당분간은 밤에 움직여야 할 것 같다면서 사과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자기는 원래 야행성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며 레이시를 껴안았다.
“그럼 엘라, 몇 가지 더 조언을 해주셨으면 해요.”
“뭔데?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대답해줄게.”
“나비를 데리고 가라고 하신 이유는 뭐예요? 나비가 있다면 쉽게 들켜서 상대방이 조치를 먼저 취할 거 같은데.”
“네가 위험하니까.”
“……그런 거라면 미네르바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소환 마법……은 저번에 막혔었지만, 이번에는 미네르바를 믿을게요. 기사분들만괜찮다면 말을 타고 갈게요.”
“괜찮겠어?”
“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알겠다면서 레이시에게 다칠 것 같으면 그냥 도망치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기사에게 다가가 로브와 비상식량이 든 배낭을 빌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로브로 몸을 감싸서 가린 다음에 미네르바에게 하늘에서 자기를 지켜봐달라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가 말에 타자 한숨을 내쉬면서 사과했다.
“미안해, 이런 일을 시켜서. ……원래라면 왕궁 생활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에헤헤, 괜찮아요. 저는 엘라의 메이드인걸요? 그리고 저랑 미네르바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요? 그럼 엘라를 위해서 하고 싶은걸요. 위험하면 도망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응…….”
“그럼 갈게요.”
“그래. 조심해서 갔다와.”
숨을 깊게 내쉬더니 레이시의 손을 놓아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손을 놓자 그대로 말을 몰아서 숲 안으로 들어가 지도에 표시된 다른 붉은 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무섭네요…….”
천천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묘할 정도로 빠르게 느껴지는 속도감.
달빛에 의존해서 걸어야 하는 숲속은 어째선지 더욱 어둡게만 느껴졌고, 정겹게 들리던 풀벌레의 소리는 마치 짐승의 숨소리처럼 공포심을 자극했다.
잘못하면 그대로 잡아먹힐 것만 같은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 레이시는 침을 꿀꺽 삼키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말을 앞으로 몰았고, 미네르바는 나무 위를 날아다니면서 레이시에게 괜찮은지 물어봤다.
“괜찮아요. 그런데 미네르바…….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미네르바의 피부색은 꽤 흰 편이니까 숲 안에 있으면 눈에 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분명 내 머리 위에 있겠다고 말했으니 내 머리 위에 있을 건데…….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위를 바라보다가 귀 끝에 무언가의 발소리가 들리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지도를 펼쳤다.
아직 야영지까지는 한참 남은 거리.
레이시는 그 거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기가 겁을 먹고 말을 빨리게 달리게 했나 싶어 말의 목을 쓰다듬었고, 이내 말의 호흡으로 자기가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는 눈을 찌푸렸다.
어쩌면 이번에는 중간에 기습하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위로 손을 들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을 잡고 품에 껴안아 나뭇가지의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뭐야? 말인가?도망가지 않는 걸 보면 누가 기르던 거 같은데…… 마구간을 탈출한 녀석인가?”
그리고 레이시가 나무 그림자 사이로 숨어들자 나오는 사람들.
달빛에 비치는 금속 특유의 광택에 레이시는 눈을 찌푸리다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엘라의 적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 가증스러운 녀석은 언제 오는 거야?”
“글쎄, 첫 번째 녀석들이 엘라를 처단하는 것에는 실패했어도, 시간은 제대로 번 모양이네. ……쯧, 돌아가자. 아직 탐지 마법구에는 안 걸린 거지?”
“그래. 아직 안 걸렸어.”
저들은 엘라를 기습하려던 사람.
레이시는 습격자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마차로 이동하는 도중을 노렸구나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다가 미네르바에게 말을 데리고 가는 그 사람들을 따라가달라고 부탁했고, 이내 본거지를 확인했다.
기습하는 사람의 수는 총 8명.
레이시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나뭇가지 위에 자리를 잡고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옆에 앉아서 레이시처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봤다.
“저기 저 사람, 화장실에 갈 거 같으니까 저 사람부터 처리할게요.”
“주인이……?”
“네, 미네르바는 제가 지시를 내리면 그 때 움직여주세요.”
“알겠다.”
직접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레이시의 말에 당황하다가 위험하면 개입하겠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뭇가지 위에서 나뭇가지 위로 움직이면서 살금살금 걸었고, 이내 습격자가 바지를 내리기 시작하자 채찍을 반으로 접어 끈처럼 만들어 남자의 목을 낚아챘다.
“커흐!? 커허으!?”
남자의 목에다 채찍을 걸고 복근으로 힘을 주면서 몸을 말아올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남자의 체중이 점점 더 채찍에 실리기 시작하자 채찍을 풀어주었고, 이내 남자의 위에 올라탔다.
“저기 질문할게요.”
“컥, 커헉……! 여, 여자!?”
“떠들면 때릴 거예요. 질문할게요. 당신들, 엘라를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하아? 엘라의 추종자인가! 당연히 죽일 셈……!”
남자의 말을 끊고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강하게 짓밟는 레이시.
레이시는 뱀처럼 쭉 찢어진 눈동자로 남자를 쭉 내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기사단에게서 받은 밧줄로 남자를 묶기 시작했다.
몇십kg는 되는 밧줄을 빌려왔기에 남자를 꽁꽁 묶는 것쯤은 가볍게 해내고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는 레이시.
레이시는 남자를 허공에 매단 다음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고, 이내 다른 남자들이 와서 매달린 남자를 보고 소리를 치자 미네르바에게 곧바로 남자들을 제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들을 때려 눕히는 미네르바.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들의 머리를 걷어찬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밧줄을 받아서 그대로 남자들을 묶어서 대로 근처의 나무에 매달기 시작했고, 남자 중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은 그나마 빨리 깼고, 이내 자기를 가만히 바라보는 레이시를 발견하고는 왜 이런 짓을 했냐며 소리쳤다.
하지만 레이시는 계속해서 차가운 눈으로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미네르바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꺾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보자 로브의 모자가 흘러내려서 자그마한 뿔이 보이기 시작했고, 남자는 레이시의 뿔에 레이시가 야차라는 걸 깨닫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날 때부터 완성되어서 오우거 같은 것도 태어나자마자 죽일 수 있는 전투 종족.
야차를 태어나게 한 감정이 살의나 적의 등 인간에게 해로운 감정이라면 인간을 죽이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종족이라 남자는 여기에서 죽는 건가 싶어 침을 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시는 그런 남자의 반응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고개를 반대쪽으로 확 꺾으면서 계속해서 남자를 바라봤고, 남자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이내 크게 소리쳤다.
“에, 엘라의 수하냐!? 우리는 절대…… 끄헉!?”
“…….”
그리고 그 순간 남자의 얼굴을 때려버리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왠지 모르게 자기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 같은 레이시의 모습에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포옹에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미네르바를 껴안았다.
“왜요?”
“응? 아, 아니다……. 그냥 괜찮나 해서.”
“네?”
“주인이 내 흉내를 내는 거 같아서 물어본 거다.”
“에에? 정말요?”
“응, 그렇다. 정말 닮았었다.”
“에헤헤, 이런 일에는 미네르바가 믿음직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미네르바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배시시 웃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인정받는 것 같아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껴안고 배시시 웃다가 엘라를 습격하려고 한 사람들의 짐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응? 이건 쓸 수 있겠네요.”
수갑.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밧줄보다는 효과적이겠다 싶었던 레이시는 수갑을 챙기고 천천히 뜨는 아침햇살을 보고는 늘어지게 하품했다.
“그럼 조금만 더 노력해볼까요?”
“응, 알겠다.”
“……말은 필요없겠네요. 미네르바가 저 안고 날아주세요.”
“알겠다.”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를 조심스럽게 안아드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말에게 가만히 있으면 엘라가 올 거라고 말한 다음에 그대로 미네르바의 목에 팔을 걸었고, 미네르바는 배낭을 든 채로 빠르게 다음 야영지로 날아갔다.
막 야영을 마쳐서인지 긴장이 잔뜩 풀어진 모습.
미네르바는 사냥감을 사냥할 거라면 지금처럼 새벽이나 황혼이 좋다면서 레이시에게 속삭였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뭔가 알 것 같다면서 조용히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무리에서 떨어지는 습격자를 습격해서 처리하는 레이시.
대부분은 채찍으로 목을 조르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한 번, 두 번 반복해보자 점점 익숙해지는지 맨손으로 습격자를 급습해서 쓰러트리기도 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발전에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뭐랄까……, 전에 봤던 레이시도 사랑스러웠지만.
“후우, 대체 왜 사람을 죽이겠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요?”
지금은 뭔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니까요?”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강렬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미네르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얼굴에 튄 피를 손등으로 닦는 레이시를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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