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 이상한 휴양지3
* * *
“후아, 그럼 저, 다녀올게요.”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미스트에게 인사하고 산책가기 위해서 나비와 하양이를 부르는 레이시.
나비는 오랜만에 달릴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는 듯 갸르릉거리고 있었고, 하양이도 나비랑 마찬가지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생풀을 뜯어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지 크게 투레질 하고 있었다.
레이시는 그런 두 펫의 모습에 쓰게 웃다가 하양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말했고, 하양이는 소금을 입에 넣어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뭇잎을 뜯어 먹었다.
“후아아아…….”
평소에 사료를 먹일 때보다 잘 먹는 하양이.
레이시는 그런 하양이의 모습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이번 휴가는 그냥 하양이를 따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평소에도 별로 일 같지 않은 일을 하는데 하양이는 꽤 중노동을 도맡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하양이에게 뭔가 하고 싶은 건 없는지 물어봤고, 하양이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무덤덤하게 풀을 뜯기 시작했다.
마치 밥이나 먹고 싶다는 듯한 모습.
레이시는 그런 하양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면서 하양이의 미간을 쓰다듬어주다가 나비의 등을 타고 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충격이 줄어들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풍경.
상 정상에 올라가야만 느낄 수 있는 속이 탁 트이는 개방감과 색색의 꽃이 만개해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하는 풍경.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인지 공기는 도시에서 맡던 것과 다르게 상쾌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고, 가끔씩 보이는 난생처음 보는 새나 동물들은 레이시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감탄하면서 멍하니 풍경을 즐기는 레이시.
나비는 레이시가 허벅지에 주던 힘을 줄이고 멍하니 있자 자연스럽게 천천히 걸으면서 레이시를 배려했고, 레이시는 나비의 배려 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를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배시시 웃으면서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요.”
“그릉…….”
“그나저나 나비는 하고 싶은 거 없나요?”
펫들을 달래주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나비에게는 따로 하고 싶은 게 없는지 물어봤고, 나비는 레이시의 말에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다가 이내 그늘에 가서 몸을 눕히고 레이시를 자기 배에 눕게 했다.
비나 바람, 그리고 적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야만 해서 거칠었던 등쪽 털과 가죽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배쪽의 털과 가죽.
레이시는 생각보다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대로 자고 싶은지 물어봤고, 나비는 레이시의 물음에 늘어지게 하품하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기지개를 켜면서 나비의 배에 몸을 파묻고 나비와 함께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
산이 높아서인지 조금은 춥긴 했지만, 그래도 나비의 다리 사이에 파고 들어가서 자자 레이시는 따뜻하게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가 거의 다 지고 하양이가 자기의 뺨을 톡톡 건들 때까지 자다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하양이의 애교에 눈을 비비다가 천천히 일어나 나비를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나비는 레이시가 손을 뻗기 전에 눈을 뜨고 그 큰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레이시를 바라봤다.
가끔 애교가 너무 많아서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헷갈렸는데 이러는 걸 보면 영락없는 고양이인 나비.
레이시는 그런 나비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콧잔등에 입을 맞추면서 슬슬 돌아가자고 말했고, 나비는 레이시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머리로 레이시의 몸을 툭툭 치면서 레이시를 등에 태웠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호수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비.
미스트는 레이시가 돌아오자 과일은 많이 땄냐면서 레이시를 반겨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낮잠 자느라 과일은 잊고 있었어요.”
“그래요?”
“나비가 자자고 해서요. 에헤헤…….”
레이시의 말에 같이 웃다가 저녁은 느끼하지 않게 구운 과일들과 담백한 수프라고 말해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저녁 준비를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았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점심을 부탁했었는데 어떻게 저녁까지 부탁하겠냐면서 냄비를 국자로 저었다.
가볍게 몇 번 휘저었을 뿐인데 확하고 풍기는 맛있는 냄새.
고추나 후추 같은 걸 넣었는지 약간은 매콤한 냄새에 레이시의 배는 다시금 꼬르륵거리면서 배가 고프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자기 배에 울리는 소리에 어색하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배를 가렸다.
그러자 키드득 웃는 엘라.
엘라는 밤이 되자 추워졌는지 목욕 가운 같은 것을 입고 모닥불을 피웠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 추우면 옷을 입으면 되지 않냐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안 그래도 갈아입을 거야. 조금 으슬으슬하네.”
“너무 신낸 거 아니에요? 으응……, 따뜻하게 입어요.”
“괜찮아. 이 정도면 감기까지는 안 걸리니까.”
레이시의 걱정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웃는 엘라.
엘라는 긴장이 너무 풀어져서 그런 것뿐이라며 기지개를 켜다가 이내 마차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고, 레이시는 엘라가 마차에 들어가자 마차 안에 들어가서 히터를 틀고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는 엘라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
“잘 안 닦이네요. 죄송해요.”
“괜찮아. 춥지만 않으면 됐지.”
“으응, 그래도요. 저녁 되면 부를 테니까 마차 안에서 몸 조금 데우다 나와주세요.”
“그래. 그럴게.”
레이시가 자꾸만 자기를 걱정하자 엘라는 쓰게 웃으면서 일단 레이시의 말을 듣기로 했고,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 말을 들어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밖으로 나와 모닥불의 크기를 키우는 아샤에게로 갔다.
옷을 갈아입은 미스트와 엘라와는 다르게 아직 경용 수영복을 입고 있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에게 춥지 않냐고 물어보면서 도와줄 일은 없는지 물어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괜찮다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야차니까 이 정도 추위로 뭔가 어떻게 되거나 하지는 않아.”
“그런가요?”
“너도 조금 춥기만 하지 여기에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아프겠다라는 생각은 안 들잖아?”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확실히 그런 느낌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여튼 야차 같지 않은 야차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가볍게 레이시의 이마를 때렸고, 레이시는 아샤의 손짓에 작게 소리를 내다가 볼을 부풀리면서 아샤를 바라봤다.
그러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내일은 수영을 배우겠냐고 물어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잘 부탁한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고, 아샤는 레이시의 인사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라며 레이시를 다독였다.
“물에 빠져도 구해줄 테니까.”
“안 빠지는 게 좋은데…….”
“풉, 노력해볼게.”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를 찾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아직 좀 더 헤엄을 치고 싶었는지 호수 한가운데에 둥둥 떠다녔지만, 레이시가 자기를 부르자 몸을 뒤집고 날개에 물을 묻히면서 레이시에게 다가갔다.
“미네르바, 안 추워요?”
“안 춥다.”
“물에 계속 들어가 있잖아요.”
“날개는 물에 젖지 않으니까 춥지 않다.”
“살이 젖잖아요. 슬슬 나와요.”
“으응, 알겠다.”
물 위에서 누워있는 미네르바에게 손을 내미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레이시의 손을 잡고 물밖으로 나왔고, 레이시는 생각보다 뜨거운 미네르바의 체온에 눈을 크게 뜨면서 감기에 걸린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 원래 추운 곳에 올라가면 체온이 올라가지 않나?”
“안 올라가는데요……?”
“하피는 다들 몸이 뜨거워진다. 높은 곳은 추우니까.”
“아하…….”
대략 40도쯤 되는 미네르바의 몸.
하지만 미네르바는 전혀 아프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하피의 체온은 원래 높게 올라간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레이시를 진정시켰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설명에 점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했다.
생각해보니 하늘 높게 날아다니려면 체온이 높아야겠구나.
평균적으로 포유류보다는 새들의 체온이 높다는 걸 떠올린 레이시는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연신 헛기침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레이시를 껴안고 미스트에게 갔다.
그러자 수프를 내놓는 미스트.
레이시는 수프를 보자 울리는 배에 얼굴을 붉히다가 다들 수프를 먹기 시작하자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하양이와 나비를 바라봤다.
열심히 먹은 풀을 소화하고 있는지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되새김질하는 하양이와 그런 하양이를 지키듯 근처에 앉아 다시 낮잠을 자는 나비.
레이시는 그 둘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다시금 수프와 구운 과일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나자 레이시는 뒷정리를 도운 다음 다시 선베드에 누워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걸 가만히 쳐다봤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옆에 누웠다.
“으응?”
아샤가 옆에 눕자 몸을 돌려 아샤를 바라보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손길에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도 자고 싶은 거냐고물어봤다.
“어제는 아무래도 잠을 잘 못잤으니까.”
“이불 가져올게요.”
“응? 안 그래도 되는데?”
“잘 거면 이불 덮고 자는 게 기분 좋잖아요.”
자는 건 기분이 중요하다면서 아샤의 제지에도 기어코 이불을 들고 오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행동에 머리를 멋쩍게 긁다가 이내 레이시의 말을 듣기로 하고 이불을 가슴팍까지 올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옷도 갈아입는 게 어떻겠냐면서 아샤에게 기분을 확 내서 푹 자자고 말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귀찮다면서 이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속옷이랑 비슷한 느낌이고.”
“에에…….”
“그것보다 잠이나 자자.”
“저, 아까 낮잠 자고 왔는데.”
“아직 피곤하잖아? 보면 알아. 카지노에서 고생 심하게 했나 보네.”
겉으로 보면 거의 티가 나지 않지만, 조금씩 피곤하다는 티를 내는 레이시의 몸.
그건 여기가 왕궁이나 도시가 아니라 연인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호수라 더욱 크게 드러났고, 그렇기에 아샤는 아직 피곤한 걸 아니 옆에 오라며 커다란 선베드에 레이시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눈치를 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티가 났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샤의 옆에 눕더니 아샤를 끌어안고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불만을 들으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엘라도 엘란데 미스트가……. ……으, 으응…….”
“왜?”
“아니, 너무 저만 이야기하나 싶어서……. 그, 죄송해요…….”
“괜찮아, 재밌어. 좀 더 이야기해줘.”
그렇게 아샤가 웃으면서 자기를 바라보자 불만을 토로하다 말고 말을 멈추는 레이시.
레이시는 힘든 일을 하고 왔는데 너무 불평만 하는 것 같다고 미안해하며 사과했지만, 아샤는 레이시의 사과에 자기는 좀 더 레이시의 투정을 듣고 싶으니 계속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무기를 던지고 음식에 독을 타는 곳에서는 느끼지 못할 온기.
그 온기를 느끼고 싶다.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다가 아샤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카지노에 있었던 일들을 아샤에게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투정만 부리는 게 아니라 즐거웠던 이야기나 신기했던 이야기까지 섞어서 말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레이시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어깨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잘재잘 떠들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면서 하품하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가 하품하자 레이시를 살짝 끌어안으면서 피곤하면 자도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에게 몸을 파묻고 천천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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