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 이상한 휴양지2
* * *
마차를 습격해온 드래곤을 물리치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레이시.
레이시는 대체 휴가를 왜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냐며 투덜거리다가 이내 자기가 말한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라는 걸 떠올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그러자 나름 찔리는 게 있는 건지 아샤는 레이시의 옆에 앉아서 다시 사과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사과에 아샤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볼을 콕 찌르면서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었다.
“다음부터는 말해주기에요?”
“그래, 그럴게. 그러니까 화 좀 풀어.”
“흥……, 이번만 용서해드릴게요.”
레이시의 말에 쓰게 웃다가 지도를 보며 레이시에게 길을 알려주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말을 듣고 마차를 계속해서 몰았고, 점점 짐승길조차 없어지는 산길에 엘라와 미스트에게 괜찮은지 물어봤다.
그러자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는 두 사람.
“저희들 지금 애초에 떠있거든요.”
“네?”
“공중 부양 중이에요.”
“…….”
마차의 속도에 맞춰서 날고 있으니 멀미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두 사람.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말에 대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어 한숨을 내쉬다가 계속해서 마차를 몰아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엔 거의 시야의 끝부분까지 쭉 펼쳐진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산 정상 자체가 호수처럼 된 것 같은 모습.
그러면서도 호수는 고인 물답지 않게 안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을 자랑하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 모습에 드래곤의 충격을 잊고서 멍하니 입을 벌렸다.
“어때? 멋지지?”
“그, 그러네요오…….”
“그럼 야영 준비할까?”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샤.
텐트 설치나 모닥불 설치는 자기가 다 할 테니 나비와 하양이에게 주의사항만 알려주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차의 문을 연 다음 하양이와 나비에게 내려 가면 안 되는 곳을 알려주고 마차에 들어갔다.
그러자 허공에서 3차원 오목을 두고 있는 엘라와 미스트.
레이시는 그 모습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도착했다고 말해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를 보다가 손을 휘휘 저어서 오목판을 지우고 마차에서 내렸다.
“근데 엘라.”
“응?”
“허공을 날아다닐 거면 마차를 타고 오는 이유가 있어요?”
“있지.”
“뭔데요?”
“마차가 없으면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밥 먹고 마법으로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편한 건 둘째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뭔가 흠집이 가는 느낌이거든.”
“……해봤어요?”
“예전에는.”
13살, 14살에나 그렇게 했지 지금 그렇게 하라고 시키면 짜증부터 낼 거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대답에 엘라도 중2병을 겪기는 했구나 싶어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곧바로 옷을 벗어버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순간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비명을 지르면서 뭐하는 거냐고 소리쳤고, 엘라는 어차피 우리밖에 없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엘라는 말도 안 되게 좁은 면적의 비키니를 입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입은 건지 벗은 건지 거의 구별이 안 되는 엘라의 비키니에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비키니로 옷을 갈아입는 미스트.
밑가슴이 훤히 보이는 비키니의 모습에 레이시는 얼굴을 가린 채 두 사람 다 자기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냐며 작게 투덜거렸고, 엘라와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잠시 시선을 마주치더니 이내 씩 웃으면서 레이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자, 레이시도 수영복 입자.”
“저, 저는 오늘 수영할 생각 없는데요오오!?”
“공주 명령이야.”
“치사해!?”
엘라의 말에 작게 비명을 지르는 레이시.
하지만 엘라는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레이시의 옷을 벗기고 자기가 샀었던 비키니로 갈아입히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두 사람에게 붙잡혀서 엉망진창으로 비키니를 입게 되었다.
“흑…….”
“참, 레이시. 그거 해봐도 돼? 사람 없잖아.”
“…….”
“왜?”
“변태…….”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 매도하면서도 팔을 모아 가슴골을 만들어 주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배시시 웃다가 처음에는 검지로 토끼 문양으로 난 구멍에 손가락을 찔러보았다.
그러자 느껴지는 건 살결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침대 위에서도 충분히 느꼈었던 감촉이지만, 침대 위에서 만질 때와는 다른 감촉에 엘라는 부르르 떨다가 이내 손가락 전체를 레이시의 가슴골에 집어넣었고, 레이시는 부끄러운 엘라의 행동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고 투덜거렸다.
“엘라 바보.”
“에헤헤, 나 바보다.”
“……뭐 하는 거예요.”
“그냥? 레이시의 가슴을 만질 수 있으면 적당히 바보로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
“……멍청이. 가슴 변태.”
“에헤헤, 나머지는 나중을 위해서 아껴둘까?”
“나중에 만지게 해준대요?”
“안 만지게 해줄 거야? 그럼 나 울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애처럼 펑펑우세요. 이 바보 멍청아.”
잔뜩 뿔이 나서 투덜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고스란히 느껴지는 엘라의 체온에 한참을 투덜거리다가 이내 샐쭉거리던 입술을 집어넣고 엘라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키시싯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는 엘라.
엘라는 몸을 풀더니 그대로 호수에 몸을 담궜고, 레이시는 엘라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저는 일광욕이나 할까요? 레이시, 오일 발라주시겠어요?”
선베드를 설치하고 비키니의 끈을 풀어버리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렇게 금방 끈을 풀고 엎드릴 거면 대체 왜 비키니를 입은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걸 물어보면 아예 나체로 일광욕을 할 게 틀림없었기에 레이시는 얌전히 미스트에게서 마사지 오일을 받았다.
그리고 미스트가 시키는 대로 마사지 오일을 손으로 데워 미스트의 등에 발라주었다.
“으우우……. 됐어요.”
등과 어깨를 만질 때마다 선베드에 짓눌려 튀어나온 옆가슴을 만지게 된 레이시.
레이시는 손가락에 남은 감촉에 얼굴을 붉히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살짝 놀릴 겸, 비키니 팬티의 끈을 살짝 풀었다.
“여기 안 해주셨잖아요?”
“네헤?”
그러자 당황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 웃다가 이내 요염한 얼굴로 뒤를 발라달라고 했으니 엉덩이도 발라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레이시를 가볍게 닦달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엉덩이도 따지고 들면 사람의 뒷면이니까.
하지만 진짜로……?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다가 이내 포동포동 탐스러운 미스트의 엉덩이에 얼굴을 터트릴 듯 붉히면서 천천히 미스트의 엉덩이에도 오일을 발라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일을 다 바르고 나자 아샤가 다가와 수고했다면서 손을 씻을 물을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아샤가 건네준 물에 손을 씻으며 눈물을 훌쩍였다.
“고마워요오오오…….”
“고생이네, 너도.”
“의외로 미스트가 제일 심해요…….”
“어, 음, 그런 거 같네.”
레이시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샤.
누가 봐도 미스트가 제일 인내심이 약한 거 같은데…….
레이시를 만나고 나서부터 사람이 뒤바뀐 느낌이라 아직 첫 인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이내 뭐가 어떻게 됐든 상관은 없을 것 같다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엘라에게 안겨서 호수 한 가운데에서 떠다니는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날개를 활짝 펼쳐 부력을 받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을 뒤로 돌려 수직으로 물속을 향해 헤엄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너무 깊게는 들어가지 마라며 소리친 다음 다시 아샤에게 안겼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경영 수영복 형태의 수영복을 입고 있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수영복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아샤의 수영복은 살결이 노출되지 않아서 편하다며 배시시 웃었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건.”
“그치만요……, 엘라는 보기가 힘들 정도인 걸요.”
“뭐, 저건 좀 그렇지. 그럼 나도 수영하고 온다.”
“네에.”
“너는?”
“나중에요. 오늘은 뭐랄까……. 어젯밤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뭔가 배울 마음이 안 들어요.”
“그래? 아쉽네.”
레이시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호수로 들어가는 아샤.
레이시는 미네르바와 다르게 물보라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들어가는 아샤의 모습에 작게 감탄하다가 조심스럽게 미스트의 옆에 자리를 잡았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옆에 오자 레이시도 오일을 발라줄지 물어봤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면서 자기는 일광욕을 하러 온 게 아니라면서 미스트가 아공간에서 꺼내놓은 파라솔을 꺼내 대충 땅에다 박았다.
야차의 특유의 힘 덕분인지 딱딱한 땅을 30cm 넘게 파고드는 파라솔.
레이시는 파라솔 덕분에 그늘이 생기자 선베드에 누워 멍하니 커다란 튜브에 누워 책을 읽는 엘라와 가끔씩 위로 올라와 생존을 알려주는 미네르바와 아샤를 바라봤다.
나른한 풍경.
비록 휴양지에 가는 방법이 기상천외하긴 했지만, 카지노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편안한 마음에 레이시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이내 점심을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걸 깨닫고는 미스트를 불렀다.
“으으음~, 오늘은 저도 쉬고 싶은데.”
“으응……, 그럼 제가 할까요?”
“괜찮겠어요?”
“미스트처럼은 못 굽겠지만, 바비큐잖아요? 그럼 구울 수 있을 거예요.”
농촌 봉사 활동이나 할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도우면서 늘어난 건 농사일이 아니라 체력과 고기를 굽는 방법이었으니까 나름 자신있는 영역이었다.
물론 별 3개 레스토랑 오너 셰프급인 미스트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먹지 못할 석탄을 만드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에게서 바비큐 세트를 받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10분 정도가 흐르자 목살과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기 시작했다.
구워진 고기에서 맛있는 향기가 퍼지자 다들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는 일행.
미스트는 일행들이 모이자 비키니의 끈을 묶고 샐러드를 만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자기를 도와주는 미스트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다음 밥을 먹고 나서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샤에게 수영을 배워도 좋고, 하양이나 나비를 타고 산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멍하니 하늘을 쳐다봐도 좋고…….
오랜만의 휴가니까 카지노에 있을 떄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있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기를 먹고 있자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뭘 생각하고 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부름에 뭘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그대로 뭘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적당히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지 않겠냐며 레이시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휴가니까요.”
“역시 그렇죠?”
“네, 오늘은 나비나 하양이와 함께 있는 건 어떤가요? 카지노에 있을 땐 아무래도 신경을 못 써줬잖아요.”
“그러네요.”
“저기에 있는 저 큰 나무들 아래로만 안 내려가면 괜찮으니까 적당히 산책도 해보세요. 과일 들고 오면 먹을 수 있는 거랑 못 먹는 거랑 구별해드릴게요.”
“으응~ 산과일……. 만지면 안 되는 것도 있지 않아요?”
전생의 경험을 되살려서 물어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걱정하지 마라면서 레이시에게 중독 방지 포션을 건네주었고, 여분의 포션을 건네주면서 하양이와 나비에게도 먹이라고 말했다.
“그럼 저는 일광욕이나 좀 더 할게요.”
“에헤헤. 네에~.”
“아, 가기 전에 양치하는 거 잊지 말고요.”
“안 잊어요. 어린애도 아니구.”
미스트의 잔소리에 키득키득 웃다가 고기를 집어먹는 레이시.
미스트는 샐러드를 먹다가 레이시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콕 찔렀다.
“으븅.”
“후후후.”
도토리를 잔뜩 머금은 것 같은 레이시의 볼.
레이시의 볼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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