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화 〉 이상한 휴양지1
* * *
“그럼 가볼까?”
“으우우우…….”
수영복을 마차 안으로 집어 던지면서 환하게 웃는 엘라.
레이시는 미네르바와 함께 마차에서 준비하고 있다가 엘라 일행이 다가오자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시선에 피식 웃으면서 수영복을 흔들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주제를 최대한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주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오신 거예요?”
“응? 별거 아냐. 돈을 갑자기 태운 것 때문에 이야기 좀 했어.
“으으응…….”
“돈의 흐름이 달라졌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할 테니까 말이야.”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자기 때문에 엘라가 무리한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딱히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다.
엘라는 애초에 자기였다면 카지노에 오고 나서 하루 만에 돈을 다 태우고 나서 돌아갔을 거라고 말하면서 그동안 레이시에게 돈을 쓰게 한 이유를 설명한 거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아샤에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샤는 레이시에게 지도를 건네주면서 빨간 선을 따라서 가면 된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아샤가 내민 지도를 보다가 눈을 깜빡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로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건지 의심될 정도의 길.
중간까지는 도로를 타고 움직였지만, 15km를 지나는 지점에서 아샤가 그은 빨간 선은 도로를 이탈해서 산으로 들어갔다.
등고선을 보면 경사가 꽤 급하고 고도가 높은 산.
호수라고 했으니까 산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가다가 마차가 멈출 것 같았기에 레이시는 아샤를 바라보며 정말로 이 길로 가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아샤.
아샤는 길이 막혀있는 것 같지만, 거기로 가서 직접 두 눈으로 바라보면 꽤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아샤가 없는 말을 하지는 않겠지 싶어 마차를 출발시켰다.
또각또각거리는 소리가 나는 하양이의 발굽.
레이시는 하양이의 발굽 소리는 오랜만에 듣는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마차를 몰았고, 미네르바와 잡담을 나누면서 지루함을 달랬다.
그렇게 2시간쯤 마차를 천천히 몰자 도착한 15km 지점.
레이시는 아샤가 표시한 지점에 도착하자 다시 한번 아샤를 바라보다가 아샤가 여기가 맞다고 말하자 그대로 포장이 안 된 쪽으로 마차를 모는 레이시.
하양이는 레이시의 지시가 맞는 건가 싶어서 잠시 멈칫하다가 레이시가 자기 등에 올라와서 목덜미를 쓰다듬어주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살짝 덜컹거리면서 움직이는 마차.
레이시는 마차가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들자 하양이를 멈추게 하더니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괜찮은지 물어봤고, 엘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레이시의 질문에 괜찮다면서 손을 흔들었다.
“마차 안은 안 흔들려, 레이시가 마부석에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래요? 흔들리면 말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운전 조심해서 해.”
“네에.”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하양이의 목덜미를 쓰다듬는 레이시.
하양이는 고삐를 쓰지 않는 레이시의 지시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대로 지도에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편한 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레이시의 머릿속에는 의외로 길이 편한데도 다른 사람들이 없을 거라는 확신을 지녔었던 아샤의 모습이 떠올랐고, 뭔가 깨름칙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의외로 길이 편한데 왜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까?
뭔가 왕가와 관련된 일이 있다면 그냥 가보면 안다고 대충 얼버무리지는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슬쩍 고개를 돌려 마차 안에서 엘라와 이야기하고 있는 아샤를 쳐다봤고,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샤가 내게 안 좋은 일을 시킬 사람도 아니고 그냥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나비를 타고 있는 미네르바를 보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다시 지도를 따라서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이내 금방 주변 풍경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풍경.
색색의 꽃이 화려하게 핀 언덕.
상록의 나뭇잎마저도 싱그럽게 빛나는 모습에 레이시는 연신 감탄하면서 미네르바에게 예쁘지 않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꽃이나 나무니 그런 건 습격자만 없으면 아무래도 좋았지만, 레이시가 좋다고 말하니 좋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시를 바라보던 미네르바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 모를 맹수나 벌레가 있지는 않은지 살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쓰게 웃다가 계속해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으응, 오늘은 여기에서 야영해야 할 거 같아요. 아샤.”
산에 들어가고 한 시간 정도가 흐르자 금방 어둑어둑 해지는 산 안쪽.
레이시는 여기에서 조금만 망설이면 산에 갇혀버릴 거라면서 아샤를 불렀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밖을 바라보다가 마부석에 앉아서 마차를 대신 몰기 시작했다.
적당한 공터에 마차를 세우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에게 운전 수고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하양이와 나비의 밥을 챙겨주라면서 가축용 작물과 고깃덩이를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루동안 수고한 하양이와 나비에게 밥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밥을 전부 먹이고 오자 야영의 준비가 끝나 미스트가 저녁을 만들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마차에 걸터 앉았다.
“식용수가 부족해서 마법으로 만든 물을 썼어요. 그냥 마시면 배탈나니까 차로 우려드릴게요.”
“네에. 그나저나 미스트.”
“네?”
“궁금한 게 있는데, 이렇게 좋은 곳인데 왜 저희 밖에 없다는 거예요?”
“네? 으음~ 그건 레이시가 직접 확인하는 게 낫겠네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보면 알 거라며 작게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라를 보든 아샤를 보든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을 기세라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스트가 우려준 차를 마셨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오늘의 야영은 편하게 쉬라고 말했다.
“레이시에게는 아직 이를 테니까요.”
“……네?”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이상하게 레이시를 일찍 재우려고 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스트를 바라봤지만,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냥 자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미스트의 손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미네르바에게 안겨서 마차 안에서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막 깊은 잠에 빠지려고 할 때, 레이시는 뭔가 다가온다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고, 미네르바도 레이시가 느낀 걸 느꼈는지 레이시가 일어나자마자 레이시에게 안에 있으라면서 조심스럽게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커다란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는 엘라와 아샤, 미스트의 모습.
“흐에……?”
“아, 진짜, 안 죽이고 돌려 보내는 거 힘든데 말이지.”
“떠들 시간에 견제나 해.”
“공주님, 그쪽으로 마탄 날아가요.”
“독은 언제 완성되는데?”
“썼는데 잘 안 되네요. 아까부터 독 브레스를 쏘는 걸 보면 애초에 독에 적응한 녀석일지도 모르겠어요.”
“여긴 다 좋은데 이름도 없는 드래곤들이 너무 많이 살아서 문제란 말이지.”
“죽이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아, 알아.”
덩치가 8m는 될법한 커다란 존재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브레스를 쏘고 있고, 그를 태평하게 상대하고 있는 일행들.
레이시는 너무나 판타지스러운 풍경에 눈을 비비다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쳐다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힐끗 보더니 자기도 도와줄지 물어봤다.
“내가 개입한다면 안 다치고 끝낼 수 있다.”
“어…….”
“지금은 주인의 보호를 위해서 여기에 있을 뿐이다.”
“그,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알겠다.”
레이시의 말에 마차에서 내리더니 그대로 드래곤에게 날아가더니 허공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드래곤을 할퀴어 대는 미네르바.
세 사람은 미네르바가 나오자 마차를 힐끗 보더니 그대로 드래곤을 쫓아냈고, 레이시는 드래곤이 저 멀리 날아가자 마차에서 나와서 뭐냐고 물어봤다.
“바, 방금 그거 뭐예요!?”
“드래곤. 용혈마나 와이번 같은 거 말고 진짜 드래곤을 보는 건 처음이지?”
“왜 드래곤 같은 게 있는 거예요!?”
“그거야…….”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말을 고르는 듯 눈을 깜빡거리는 엘라.
엘라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면서 이 근처에 이름이 있는 드래곤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승천한 드래곤 근처에는 승천하지 못한 드래곤들이 잔뜩 살거든.”
“그럼 그 승천한 드래곤에게 부탁하면 안 될까요?”
“응? 아, 그거 무리야.”
“네? 왜요?”
“아샤가 죽였거든.”
“……헤?”
“아샤가 죽였다고, 벡터리온이라는 드래곤이 이 곳의 주인이었는데 너무 오래 살아서 지루하다면서 날뛰다가 아샤의 손에 죽었어.”
“…….”
“그런데 그 시체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서 아직 드래곤들이 여기에 남아있는 거고. 참, 죽이면 안 되는 이유는 이름이 없는 드래곤들까지 다 죽여서 이곳에 사기가 쌓이면 벡터리온이란 드래곤이 언데드 드래곤으로 부활해서고. 그것도 앞으로 한 5년이면 사라지고 다른 드래곤의 영역으로 가겠지만.”
엘라의 설명에 머리가 어지럽다는 듯 그럼 계속해서 드래곤들의 습격을 받아야하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그런 곳에서 어떻게 휴가를 보낼 수 있겠냐면서 눈을 흘겼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걱정하지 마라며 손사래 쳤다.
“아예 정상까지 올라가면 아무도 안 오거든.”
“왜요?”
“드래곤들의 위계질서와 관련된 건데 저렇게 이성이 없는 드래곤들은 일정 높이 이상으로는 못 날게 되어 있거든. 그 이상 높이로 날면 승천한 드래곤에게 죽어.”
“…….”
“그러니까 내일이면 딱히 공격 당하지는 않을거야.”
“내려갈 때는요?”
“뭐, 적당히 상대해주면 돼. 어차피 하루면 빠져나가니까.”
엘라의 말에 이제야 왜 아샤가 아무도 없을 거라고 말했는지 깨닫기 시작하는 레이시.
그야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자기 옆에 있는 이 사람들 말고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는 듯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이제 다시 자도 된다며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마차에 눕히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이미 잠 다 깼다면서 엘라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댔다.
8m 정도 크기의 드래곤이 날아다니면서 불을 내뿜고 그런 드래곤을 무기와 마법으로 상대하면서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봤는데 어떻게 이대로 잘 수 있을까?
레이시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면서 엘라를 노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럼 코코아라도 마시겠냐면서 레이시에게 잔을 내밀었다.
“하아아……. 정말이지 미리 말 좀 해주라고요. 이런 거 심장에 나빠요.”
“그치만 드래곤이 상대라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하려고 했을 거 아냐? 여기에 있는 호수, 정말 예쁘거든.”
“…….”
“안에 물고기도 살고 식물도 있고……, 뭐, 여러모로 신기한 곳이니까 보자?”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코코아를 마시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의 볼에 다시 한번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괜히 아샤를 노려봤다.
아샤가 미리 말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건데…….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괜히 아샤에게 화풀이하기 시작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화풀이에 어색하게 웃다가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럼 모닥불 좀 더 키워야겠네.”
“으우우우!”
“미안하니까 그렇게 너무 노려보지 마.”
장작을 던지면서 사과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사과에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코코아를 마시면서 천천히 주변 일행에게 몸을 기대어 놀랐던 가슴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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