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8화 〉 3일만 만나지 않더라도2
* * *
“아샤아아아아~!”
“그러다 넘어져.”
아샤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포옥 안기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에게 달려와서 안기자 당황하며 레이시를 받아주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체온을 잠시 눈을 감고 즐기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에게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싱글벙글 웃다가 아샤는 다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서 아샤의 팔을 만지작거렸다.
“안 다쳤어. 보면 몰라?”
“그래도요. 범죄자 잡았다면서요.”
“기사의 일이니까 신경 쓰지마, 그것보다는 넌 괜찮아? 눈이라거나 다른 곳…….”
“네. 저는 눈도 나았고 멀쩡해요.”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에게 팔짱을 끼는 레이시.
아샤는 그동안 레이시가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당황하다가 이내 자기를 올려다보는 레이시의 얼굴에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더욱 환하게 웃으면서 아샤를 끌어안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다가 피곤하니까 씻어도 되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샤를 여관으로 데리고 갔다.
“목욕물은 어때요?”
“좋아. 오랜만에 빗물이나 강물이 아니라 목욕물로 씻어서 나른해지네.”
“에헤헤, 수고하셨어요.”
욕조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아샤에게 입욕제와 함께 목욕도구를 가져다주는 레이시.
아샤는 목욕을 도와주는 레이시에게 고맙다고 말하다가 아무리 봐도 레이시의 분위기가 조금 변한 것 같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레이시를 쳐다봤다.
“저기, 레이시.”
“네? 왜요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그런데 시간 괜찮을까? 그, 지금 말이야.”
“네? 아, 괜찮아요. 아샤가 와서 오늘은 카지노에도 안 갈 거니까요.”
……전이라면 카지노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도 꺼렸을 건데.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역시 레이시가 변했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가 욕조 옆의 의자에 앉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고, 레이시는 아샤에게 로제디아까지 오게 된 과정을 말해주기시작했다.
그러자 눈을 깜빡이다 진짜로 무슨 일이 없었냐고 물어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어색하게 웃으면서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시선을 피했다.
명백하게 무언가가 있는 모습.
엘라를 습격했었던 녀석들을 죽이고 와서인지 한참 예민해져 있는 아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레이시를 추궁했고,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스킬을 익힌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아샤는 크게 당황한 게 눈에 보일 정도로 헛기침을 하더니 갈색 피부를 불그스레하게 물들이며 정말로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여자끼리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스킬을 익혔다니…….
그야 무슨 스킬이든지 스킬을 익히는 건 레이시의 자유이니 레이시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만, 그렇다 쳐도 정말로 여러모로 괜찮은 걸까?
레이시보다는 왕궁의 생활을, 그리고 왕족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아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이시를 걱정했지만, 레이시는 아샤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듯 싱긋 웃다가 엘라나 미스트가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기로 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샤도 저를 도와주실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정말로 괜찮은 거야?”
“네! 괜찮아요.”
자기 걱정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는 레이시를 보자 아샤는 슬슬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는지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레이시에게 손짓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손짓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레이시의 머리를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추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조심스럽게 아샤에게서 떨어졌고, 아샤는 레이시가 떨어지자 한숨을 내쉬면서 너무 무리하게 일을 벌이지는 말라고 말했다.
“우리가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엔 일을 감당하는 건 너니까, 너무 무리한 일은 하지 마. 내가 도와줄 수 없게 되니까.”
“……에헤헤, 알았어요.”
걱정이 섞인 아샤의 말에 배시시 웃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웃음에 자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구나 직감했지만, 레이시의 웃음을 보자 뭐라고 하기도 힘들어 이제 나가보라고 말한 다음 몸을 깨끗이 씻었다.
오랜만에 강물이나 빗물이 아닌 데운 물로 목욕을 하자 자연스럽게 몸이 녹아내렸고, 아샤는 자꾸만 풀리는 긴장감에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더 몸을 녹이고 싶었지만, 그러면 기사로서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한숨을 내쉬면서 옷을 입었고, 레이시는 아샤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안겼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아샤.
보통 이렇게 레이시가 한 명에게만 신경 쓰면 질투하던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태평한 분위기로 자기를 바라봤고, 아샤는 그런 그들의 분위기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 정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못 본 건 얼마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품에 안긴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엘라는 그런 아샤를 보고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오늘은 다들 태평하게 쉬고 있을 테니 레이시와 따로 둘이서 데이트라도 하고 오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진짜 너희 왜 그렇게 변했냐?”
“우리가 왜?”
“아니, 뭔가 변해도 너무 변했잖아. 예전이었으면 레이시를 혼자 독차지 한다고 째려봤을 거면서.”
너무나 바뀐 분위기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뭔가 꿍꿍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아샤.
엘라는 그런 아샤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딱히 꿍꿍이 같은 건 없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고, 아샤는 엘라의 반응에 눈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로 아무런 꿍꿍이도 없는 거라면, 왜 갑자기 여유로워진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레이시가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며 볼을 콕 찌르자 눈을 돌려 레이시의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일단 아무론 꿍꿍이가 없다고 말했으니까 그런 거겠지.
이미 적들을 상대로 많은 생각을 했었던 아샤는 일부러 머리 아픈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에게 몸을 기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자기 무릎을 내어주고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손길에 레이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기지개를 켜다가 소파에 편하게 누워 레이시의 손길을 즐겼고, 레이시는 아샤가 늘어지게 하품하며 몸을 돌리자 작게 웃으면서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나저나 아샤.”
“응? 왜?”
“아샤도 카지노에 가실래요? 충분히 쉬고 모래 정도에요.”
“으응? 그나저나 뭔가 샀어? 왜 카지노에 가는 거야?”
레이시의 제안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샤.
딱히 카지노에 가는 걸 꺼려하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말하자 아샤는 이상하다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엘라가 산 정보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러자 아샤는 그제야 이들이 왜 이렇게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의 증거를 남길 수 있다.
간혹 가다 수도의 사람들 중에서는 아이는 꼭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야말로 기적의 존재다.
그것만큼은 어느 시대가 되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또 그런 존재가 있다면 상대방과의 거리가 멀어진다고 해도 전처럼 상대방에게 집착하지 않게 된다.
왜냐면 상대방은 자기와 함께 아이를 가질 정도로 사랑을 나누는 존재이니까.
그런데 그런 상대방이 신경을 쏟는 사람이 서로 관계를 용인하고 있는 여자다?
그거야 불안해하려고 해도 불안할 수 없겠지.
레이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엘라나 다른 사람들을 버릴 리는 없고 다른 사람이 불안감을 느끼면 내게 양해를 구하고 그 사람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계획을 짤 테니까.
그렇게 사건의 전말을 깨닫자 아샤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엘라를 바라보다가 일행을 한 번씩 쳐다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다 깨달았다는 시선에 얼굴을 붉히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레이시의 볼을 콕 하고 찌르는 아샤.
레이시의 볼이 부드럽게 눌리자 아샤는 작게 웃다가 이내 다들 보라는 듯 레이시와 입을 맞추었고 그러자 모두가 동시에 눈썹을 찡그렸다.
아무리 꽁냥거려도 상대가 상대이니 용인해주는 사이가 됐다지만, 대놓고 키스라니.
아예 자기를 도발하려고 작정한 행동에 엘라는 눈을 찌푸리다가 불편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바닥을 툭툭 건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면서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레이시의 아래 입술을 가볍게 깨물다가 레이시의 혀를 끄집어내서 혀를 섞기 시작했다.
“응쯉, 쮸븝…….”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볼이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로 혀를 놀리는 아샤.
미스트는 아예 아샤의 뒷통수가 뚫릴 정도로 쳐다보고 있었고, 미네르바는 당장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정도로 조류의 형태를 한 발가락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입을 떼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가 웃으면서 곁눈질을 하자 손으로 입을 가리다가 그렇게 도발하는 건 그다지 좋지 않다면서 아샤에게 작게 투덜거렸다.
그러자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아샤.
아샤는 주변 분위기가 너무 변해서 그랬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다른 일행을 보고 그러니 평소처럼 질투나 하라며 키득키득 웃었다.
“쯧…….”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만 혀를 차고 말을 아끼는 엘라.
자기가 노는 사이에 일을 해줬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던 엘라는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손사래를 치면서 한 번만 더 도발하면 마탄을 먹여주겠다고 말했고, 아샤는 그런 엘라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자기 입을 벌려 혀를 내밀어 엘라를 도발했다.
그러자 눈썹을 씰룩이며 못 꽂을 줄 아냐며 마력을 모으는 엘라.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레이시는 둘 다 싸울 거면 한동안 두 사람하고는 안 놀 거라며 두 사람을 말렸고, 미스트와 미네르바는 기회다 싶었는지 그대로 레이시를 껴안고 그럼 우리끼리 놀러 가자며 레이시를 유혹했다.
그 모습에 동시에 앓는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째려보는 엘라와 아샤.
오랜만에 가볍게 싸우면서 장난을 치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레이시와 데이트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와 엘라는 서로 눈빛으로 장난을 치는 건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말한 다음에 서로 축 늘어져서 싸울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배시시 웃으면서 장난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싸우는 건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의 눈치를 보다가 말로 하는 건 괜찮겠다 싶어 엘라를 놀리는 아샤.
“너, 나중에 아주 잡혀 살겠네.”
“시끄러워. 이미 잡혀 살고 있어.”
“킥킥!”
엘라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아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샤가 주변인들을 휘두르면 휘둘렀지, 엘라가 이렇게 휘둘리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아샤는 계속해서 웃으면서 엘라를 놀렸다.
그러자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엘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아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생각해보면 이미 일상의 대부분이 레이시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
다른 여자가 카지노에서 울었다면 귀찮으니 버리고, 물고기가 좋아 쪼그려 앉아서 쳐다보고 있었으면 혼자서 실컷 보라고 혼자만 보냈을 것이다.
애초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몸과 돈으로 이어진 관계였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인내심을 발휘했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상대방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하지만 레이시는 다르니까, 자기도 모르게 휘둘리고 만다.
술을 마시고 싶어도 레이시의 눈치를 보게 되고, 레이시가 보는 걸 자기도 모르게 눈으로 쫓아서 보게 된다.
자기가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그렇게 하고 만다.
이게 잡혀 사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뭘까?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미네르바를 껴안고 달래주는 레이시를 바라봤다.
“에헤헤.”
“푸흣.”
그리고 웃고 말았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레이시가 웃었을 뿐인데.
웃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기는 장차 레이시에게 붙잡혀서 살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