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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47화 (247/542)

〈 247화 〉 3일만 만나지 않더라도­1

* * *

“그러면 엘라가 이긴 거예요?”

“응, 어때? 레이시도 해볼래?”

“저느으으은……, 한 판만 더 구경할래요.”

카지노의 딜러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의 ‘ㄱ’자도 관심이 없어 보이던 레이시가 게임판에 집중해서 게임판을 들여보고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딜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시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레이시가 엘라의 팔을 꽉 끌어안고 배시시 웃고 있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불타는 밤이 있었겠지.

저번에 보였던 레이시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엘라가 레이시에게 뭔가 잘못한 것 같으니 불타는 밤에 엘라가 레이시를 잘 달랬다면,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딜러는 문득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인기가 많아서 여자랑 원나잇도 하고 그랬는데 로제디아에 오고 나서는 일이 너무 바빠서 원나잇도 하지 못 하고 독수공방.

이제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자신의 아랫도리에 딜러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다가 이내 프로답게 레이시에게 관심 있어 할 게임을 찾아 테이블에 늘어놓으며 접대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몇 개의 게임을 보여주다가 레이시가 흥미를 보이자 그대로 그 게임으로 레이시에게 접대를 시작했고, 레이시는 딜러의 접대를 받으면서 꺄르륵 웃었다.

그러면서도 엘라에게 팔짱을 끼고 품에 안겨 있었지만.

딜러는 정말이지 커플은 싫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카드를 나눠주었고, 레이시는 자기가 받은 카드를 보고는 테이블에 있는 5장과 자기 패 2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라, 엘라.”

“응? 왜?”

“지금 저희가 하는 게임, 패가 낮으면 이기는 거죠?”

“응, 로우 형식의 텍사스 홀덤이지?”

레이시의 질문에 볼 뽀뽀로 대답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그러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꺄르륵 웃었고, 다른 손님들은 저렇게 포커페이스를 유지 못 하는 사람을 상대로 질 수가 있는 거냐며 필드 패를 바라봤다.

일단 필드에 하트가 3개 나와 있어서 최고로는 스트레이트가 나오는 상황.

그러면서도 겹치는 숫자가 있지는 않아서 최하의 패가 나올 수 있는 톱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자 다른 손님들은 레이시가 톱 카드라고 생각하면서 한 명씩 패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한 레이시는 그 결과로 혼자만 남았고 딜러는 그런 판에 자기가 레이시에게 무슨 카드를 줬는지 떠올리면서 레이시에게 패를 공개하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나오는 카드는 하트의 10, a.

필드에 있는 카드가 하트의 잭, 퀸, 킹이었으니까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그냥 홀덤이면 모를까 지금처럼 로우 룰에서는 최하의 패였기에 딜러는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패를 바라보다가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요염하게 웃다가 엘라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뺨을 비벼댔다.

그리고는 자기를 칭찬해달라고 조르는 레이시.

레이시는 돈을 어떻게든 쓰려고 하는 자기를 칭찬해달라는 것뿐이었지만, 다른 손님들은 레이시를 바라보면서 움찔 떨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귀여운 여자 아이에서 요염한 여인처럼 변한 레이시.

그렇게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만으로도 꽤 진귀한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더한 건 그렇게 변했는데도 아무런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

보통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면 최소한의 이질감은 들기 마련인데 레이시는 그런 것 전혀 없이 가만히 앉아서 엘라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변화가 익숙한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마저 게임하자며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모습에 역시 엘라는 미스트 같은 사람이 취향인건가 싶어서 뒤에 있는 미스트를 힐끗 쳐다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품에 안겨서 안 움직이자 옆에서 담요를 덮어주면서 레이시의 귀에 작게 무언가 속삭였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면서 제 자리에 앉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싱긋 웃더니 입에 과일을 물려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주는 과일을 우물우물 씹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이번에는 반대로 미스트에게 안기면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저번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정신이 나갈 것 같이 되는 딜러.

아예 분위기가 바뀌어서 최악의 패를 들고도 이겨버리니 딜러는 게임 난이도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몰라 머리를 싸매다가 이내 그냥 운 게임으로 바꿨다.

딜러의 개입이 적지만, 그만큼 생생한 게임을 할 수 있고 구조적으로 딜러에게 유리한 게임.

접대의 의미는 적어지지만, 레이시의 반응을 보면 그런 건 이미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서 고른 게임이었고, 그런 딜러의 판단은 맞았는지 레이시는 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엘라와 미스트, 그리고 미네르바와 쉴새없이 꽁냥거리면서 게임을 이어갔다.

그리고 적당히 돈을 지불한 레이시는 이제는 조금 지쳤으니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면서 엘라에게 안겼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하긴 게임을 두 시간이나 했으니 질릴만도 하다면서 딜러에게 팁을 건네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력이 꽤 괜찮네. 다음에도 부탁해도 괜찮을까?”

“네, 넷!”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딜러.

엘라는 딜러의 대답에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카지노를 돌아다녔고, 레이시는 카지노 내부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어떻게 건물 안에 어떻게 아쿠아리움을 만들었을까요? 그것도 카지노 건물에. 시끄러워서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건데.”

“응? 그거야 마법이지.”

“네?”

“마법으로 떡칠했어. 방음 마법, 항온 마법, 수질 유지 마법에다가 유리가 망가지면 안 되니까 강화마법까지 걸었어.”

“……에에.”

“저번에도 군사적인 가치는 적지만, 여기는 여러 고위급 귀족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고 말해줬잖아. 그러다보니 온갖 기묘한 짓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저런 거야.”

엘라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귀족들의 방호를 위해서 온갖 신기술을 실험해보다가 결국엔 벽돌 하나하나에 마법을 걸어서 카지노 자체를 요새로 만들었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예상보다도 이상한 이유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수조 안을 열심히 헤엄치는 물고기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귀여워?”

“네에~ 정말 귀여워요. 꼬물꼬물 귀엽잖아요. 헤엄치는 게.”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관상어를 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쪼그려 앉아서 물고기들을 바라보자 머리를 꾹 눌러주면서 물고기를 보고 싶으면 더 좋은 곳이 있다면서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에게 사방이 유리로 된 커다란 방으로 데리고 갔다.

“후에에에!”

그리고 엘라의 안내를 받아간 곳에서 보게 된 건 마치 바닷속에 빠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방이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방 안.

레이시는 그 모습에 한참이나 입을 닫지 못하고 멍하니 주변을 바라봤고, 햇살 덕분에 아름답게 빛나는 천장의 풍경에 넋을 놓고 멍하니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안 닿는 걸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이것도 마법을 연구하다가 만들게 됐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키득키득 웃었다.

“유리를 건축자재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강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물의 압력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그냥 물 안에서 쉬는 것보다는 물고기가 있는 게 좋지 않겠냐면서 이런 방을 만들었데. 뭐, 나는 파괴 전문이니까 이런 걸 하는 마법사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생각해.”

“그렇구나아~.”

“이런 거 보면 돈 지랄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 같아.”

“아하하, 감상이 그게 뭐에요.”

엘라의 말에 볼을 콕 찌르며 웃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같이 웃다가 테이블에 앉아서 종을 울렸고, 그러자 직원이 다가와서 엘라에게 주문이 있는지 물어봤다.

“티타임 세트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이 편지를 보내줘.”

직원에게 주문을 끝내고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자리에 앉더니 무슨 편지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더니 아샤를 부르는 편지라고 말했다.

저번에 있었던 레이시 암살 미수범의 배후를 조사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안색을 굳히더니 이내 쉬지도 못하고 이쪽으로 오면 너무 심하게 부려먹는 게 아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등에 생겼었던 상처에 대해서는 트라우마를 가지지 않는 모습에 성장했구나 싶어 잔잔하게 미소를 짓다가 괜찮다고 말했다.

“아샤라면 네가 있는 곳에서 쉬고 싶을 테니까 부른 거야. 그렇게 힘든 일을 했는데 네가 없으면 슬퍼할 거니까.”

“아, 으응…….”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뺨을 가볍게 비비다가 미네르바가 볼을 부풀리며 질투심을 드러내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네르바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언제 삐졌냐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는 미네르바.

그렇게 서로 손으로 장난을 치면서 물고기를 구경하자 한 무리의 직원들이 티타임 세트를 들고 와서 레이시의 테이블에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티타임 세트가 나오자 차를 홀짝이면서 그럼 이제 얼마나 더 게임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두 달? 이번에 일어난 일이 평범한 일이 아니니까 아빠에게도 2달 정도는 쉬라고 명령을 받았어. 아마, 왕가 차원에서도 조사를 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군요.”

“걱정하지마. 잘 될 거야.”

엘라의 말에 작게 배시시 웃더니 이내 엘라에게 조금 다가가서 품에 안기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계속해서 괜찮을 거라고 말하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엘라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다시 질투심을 풍기는 미네르바의 입에 스콘을 넣어주면서 미네르바를 달래주었고, 미스트는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귀엽다면서 웃으며 홍차를 마셨다.

그 후로 며칠간 레이시 일행은 2~3일에 한 번씩 게임을 하고 카지노의 아쿠아리움을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규칙적인 생활을 보냈고, 레이시는 그렇게 시간을 보낼수록 아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엘라에게서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 때 떠오르지 않았던 만큼 벌충하기 위해서인지 쉴새없이 떠오르는 아샤에 대한 생각.

비밀 임무라서 자기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떠난 걸까?

그런 것치고는 왕궁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를 걱정해서 말하지 않은 걸까?

그야 아프고 무서웠지만, 괜찮은데…….

묻고 싶다.

아샤는 언제 오는 걸까?

“으우우우…….”

그렇게 아샤에 대한 걸 생각하며 멍하니 있자 엘라는 레이시가 아샤를 그리워하는 걸 눈치채고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금방 올 거라고 말했다.

“경비에게 미리 말해뒀으니까, 신분 검사를 받으면 우리에게 연락이 올거야.”

“정말요?”

“응, 특별히 이곳의 영주에게도 말한 일이니까 아샤가 오면 경비가 차를 대접하면서 붙잡아 둘거고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주러 올 거야.”

“엘라 님, 엘라 님께서 말씀하신 아샤 님이 오셨습니다.”

“봐, 그렇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온 아샤에 대한 소식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가보자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환한 미소에 조금은 질투 난다는 듯 쓰게 웃다가 레이시와 함께 아샤가 신분 검사를 받고 있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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