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보금자리 준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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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힘든 일을 한 사람에게 사람들은 금수 같은 새끼라고 욕하고 사람은 동물들과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말 사람이 동물과 다른 걸까?
배가 고프면 뭔가 먹는다.
피로에 몸을 눕히고 좀 더 편하고 생명을 이어가기 쉬운 위치에 올라가려고 애쓴다.
그리고 의식주에 대한 문제가 없어지면 그 때부터는 번식을 생각하고, 번식에 위험이 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큰 다음에는 자기 자식을 위해서, 자기 무리를 위해서 있는 힘껏 싸우다가 힘이 떨어지면 무리의 주인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주고 여생을 즐기다가 죽는다.
이게 동물과 다른 걸까?
아마 다르지 않겠지.
엘라가 지금 이렇게 평소보다 과격하게 사람을 죽이고 그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레이시에게 위협이 될 지도 모르니까 전부 제거해두자.
그런 생각에 엘라는 일부러 더욱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나머지 죄인들을 바라봤고, 나머지 죄인들이 흠칫 떨면서 자기를 쳐다보자 씩 웃으면서 다시 자리 위로 올라와서 입을 열었다.
“그럼 영주는 대충 저렇게 두고,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한담? 고민이네.”
엘라의 말에 크게 떨면서 엘라를 올려다보는 남은 사람들.
특히 상인 길드나 노동자 길드의 간부가 아니라 협박당해 사건에 휘말린 사람은 엘라를 구원자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올려다보았고, 엘라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이성을 잃어도 저렇게 협박 당한 사람들을 죽이는 건 옳지 않겠지.
레이시도 그런 건 원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미스트에게 낡은 무기를 들고 와달라고 말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무기 전시대에 날이 다 빠져서 무라도 썰 수 있을지 의심되는 칼들을 들고 왔다.
그리고는 단순히 협박 당한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내며 그 사람들을 위로했다.
“너희들은 그냥 협박 당했던 사람이더라.”
“네, 넷! 맞습니다! 저희들은 엘라 공주님에게 반기를 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응, 알아. 알아.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러니 너희에게 복수의 기회 겸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줄게. 만약 내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낙인을 찍겠지만, 내 명령을 따른다면 다른 도시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할게.”
품에서 수표를 꺼내는 엘라.
노동자들에게 뿌려진 종이에 적힌 금액은 100만.
풍족한 돈은 아니지만, 가족들끼리 다른 마을에 가서 정착하기에는 충분한 돈.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엘라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명령을 따르기만 한다면 자기를 살려주려고 한다는 것을 깨닫고 눈빛을 바꾸기 시작했다.
죽으라는 명령만 아니라면 뭐든 들을 기세의 사람들.
엘라는 그 사람들의 눈빛에 환하게 웃더니 손에 무기를 들려주었고 이내 말없이 간부를 가리켰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단숨에 엘라의 의도를 파악한 사람들은 천천히 침을 심키면서 노동자 길드의 간부를 쳐다봤다.
평소에는 사이좋게 호형호제하며 술도 마시며 친하게 지냈었던 간부.
하지만 지금은 그저 자기를 죽을 위기에 빠트린 사람에 불과했고, 또 자기가 살아나갈 방법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무기를 꼬나쥐더니 간부를 두들겨 팼다.
칼날로, 사람을, 두들겨 팼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칼이 어떻게 칼의 형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망가졌었기 때문이었다.
가시가 돋은 철몽둥이에 맞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간부.
간부는 살려달라고 빌면서 서로 친하지 않았냐고 외쳤지만, 인부들은 피를 보면서 이미 이성을 완전히 잃었는지 거친 욕설과 함께 간부를 계속해서 두들겨 팼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의 뼈가 으스러져서 엉망이 되는 노동자 간부.
아직은 살아있는 것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알아서 죽을 모습에 근처에 있던 위병에게 간부를 형 집행장에 매달아두라고 명령한 다음 사람들에게 수표를 나눠주며 일주일 내로 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부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엘라.
엘라는 인부들이 전부 나가자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이 중에서 제일 괘씸한 상인 길드의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이내 그들의 팔과 다리를 묶고 있는 사슬을 끊어냈다.
순간 의아한 얼굴을 하는 사람들.
분명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을 텐데 어째서 자기를 풀어주는 걸까?
상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엘라를 올려다보자, 엘라는 다시 천천히 상석에 올라가 앉아 입을 열었다.
“10분의 1.”
엘라의 말에 흠칫 떠는 상인 길드의 사람들.
처음에는 그냥 엘라의 목소리에 겁을 먹고 반사적으로 떨었지만, 이내 엘라가 무표정으로 자기를 쳐다보고 있자 용병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형벌을 떠올리고 침을 꿀꺽 시켰다.
10분의 1형.
10명이 한 조가 되어 제비를 뽑아 뽑힌 사람을 죽여버리는 형벌.
마침 자기들의 숫자도 딱 10명.
지금 자기들 손으로 한 명을 골라 죽이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상인 길드의 간부들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서로를 훑어보다가 이내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죽이기 쉬운 사람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치고, 발로 밟고, 이로 깨물고…….
그런 걸 가만히 바라보던 엘라는 재미가 없다는 듯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미스트에게 임신부에게는 뭐가 좋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자기 머리에서 떠오르는 가능성에 입을 가리며 웃었다.
“설마 레이시가 어제 국왕님과 만났을 때……?”
“……응. 에헤헤……. 하여튼 준비해야지. 음……. 그럼 우선 정보상인하고 만나고 올까?”
“네, 그러는 게 낫겠네요.”
“그나저나 아까부터 왜 그렇게 웃어?”
“네? 제가 뭘요?”
“아니, 꼭 뻐꾸기 같이 웃고 있잖아.”
“어머나~ 들켰나요?”
키득키득 웃으면서 방심하면 레이시를 뺏어갈 거라고 말하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잠시 어처구니없어하다가 앞에서 소란스러운 게 가라앉자 시선을 힐끗 돌려서 상인들을 바라봤다.
주먹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자기는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희망에 가득 찬 얼굴.
엘라는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숫자를 세었고, 아직 남아있는 숫자를 전부 센 엘라는 왜 자기 명령을 듣지 않는 건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분명 자기가 1/10이라고 말했는데 왜 9명이나 서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미스트가 옆에서 보통의 사람은 1/10이라고 말하면 10분의 1의 형만 떠올린다고 말해주자 자기가 말을 잘못했구나 싶어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한 가지 좋은 게 떠올라서 입을 열었다.
“9분의 1.”
“……네?”
“9분의 1.”
엘라의 말에 움찔 떠는 상인들.
상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다가 엘라가 처음 했었던 10분의 1이 10분의 1의 형벌이 아니라 10명 중에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싸우자는 것이었단 걸 깨달았고, 이내 절망한 얼굴로 엘라를 올려다봤다.
“뭐해?”
그렇게 자기를 올려다보고만 있자 빨리 죽이라며 마탄을 쏘는 엘라.
마탄은 바닥을 뚫고도 한참을 지나가서 사람 하나를 꿀떡 삼킬 구덩이를 만들었고, 그 구덩이를 본 상인들은 덜덜 떨면서 이내 이를 꽉 깨물고 자기가 한 명이 되기 위해 있는 힘껏 싸우기 시작했다.
투닥투닥거리는 소리가 나는 집행장.
엘라는 역시 쓰레기들끼리 싸우는 건 아무래도 재미가 없다며 키득키득 웃다가 미스트와 아까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야차는 임신하면 어떻게 돼? 임신 기간은?”
“으음, 왕궁에는 기록이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랜만에 그 분을 찾아뵐까요?”
“그래야 하나…….”
인간의 경우 임신 기간은 10개월.
엘프는 3년 정도이며 드워프는 1년 6개월, 수인의 경우에는 그보다는 짧은 8개월 정도의 가임기를 가지며, 미네르바 같은 하피의 경우에는 4개월은 배 안에서, 2개월은 몸 밖에서 알을 돌본다.
그런데 야차는……?
아직 임신했다고 확정됐다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일은 미리 준비하는 게 맞기에 엘라는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정보상인을 방문하자고 말했다.
미스트의 말에 눈을 확 찌푸리는 엘라.
엘라는 다른 수는 없냐고 미스트에게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난처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자기가 엘라의 곁에서 두 달 정도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든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면서 그냥 정보 상인에게 가자고 말하는 엘라.
엘라는 돈을 챙기라고 말한 다음 눈앞에서 아직도 대충 투닥거리고 있는 상인들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동시에 목이 720도 돌아가며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사람들.
유일하게 살아남은 상인은 그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자기를 두들겨 패던 사람들이 전부 죽은 걸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실금하면서 이를 다다닥 떨었다.
“미안, 바쁜 일이 생겨서 그냥 형을 집행할게.”
“히, 히이……!”
“10분의 1인 너는 그냥 산 채로 토템이 되고 나머지 9명은 그냥 영혼만 묶여서 영원히 비명을 지르는 거야. 어때? 자비롭지? 적어도 넌 말라 비틀어져서 죽으면 끝이잖아.”
엘라의 말에 목숨줄이 떨어졌다는 걸 실감하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는 상인.
하지만 엘라는 이제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시체를 모두 언데드로 만들어 형장에 매달아두고는 레이시를 보기 위해 저택으로 돌아갔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를 보더니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정리를 끝내고 돌아간 미스트가 본 건 레이시의 배 위에 귀를 올리고 흥미진진한 얼굴의 엘라와 그런 엘라를 말리면서도 힘을 주고 밀쳐내지는 않는 레이시였다.
……그야 애인이 임신하게 됐을지도 모른다면 이러는 게 정상이겠지.
근데 아무래도 짜증난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였지만, 계속해서 두 사람이 염장질을 저지르는 걸 보자 머리에 열이 천천히 올라와서 레이시에게 다가가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 미스트, 수고하셨어요. 엘라에게 들었어요. 오늘 재판이 있었다면서요. 어떻게 됐어요?”
“주모자는 전원 사형이고 3족 내에는 낙인을 찍는 것으로 결론이 났어요.”
“으응……, 수고하셨어요.”
“그나저나 레이시. 엘라에게 들었어요.”
“…….”
“정말 다행이네요.”
“뭐, 뭐가요오오……?”
“저희들은 모두 종족이 달라서태어난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헷갈릴 일은 없잖아요. 안 그래요? 뭐, 저희들의 아이니까 누구의 아이든지 사랑으로 키우겠지만요.”
“…….”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입을 뻐끔거리는 레이시.
하지만 미스트는 태연하게 싱긋 웃더니 치료를 하자면서 약을 들고 왔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약을 들고 오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미스트는 평소처럼 안약을 넣어준 다음 뜨거운 수건으로 레이시의 눈을 마사지해주는 듯하다가 갑자기 손을 아래로 내려 레이시의 목덜미와 쇄골을 만지작거렸고, 레이시는 갑작스러운 미스트의 손길에 몸을 흠칫 떨면서 미스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 보니까 레이시.”
“네?”
“레이시의 눈이 다 나으면 한 번 방문해야하는 곳이 있는데 괜찮겠어요?”
“아, 아하하……. 손을 놓아주시면 괜찮아질 거 같아요.”
“마사지니까 참으세요.”
“세상에 어느 마사지히이이이~!?”
옷 안으로 들어오는 미스트의 손에 파르르 떠는 레이시.
미스트의 말대로 마사지이긴 한 건지 레이시의 피로는 점점 풀리고 있었고, 레이시도 그걸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부끄러웠기에 레이시는 미스트의 팔을 밀어내며 그래서 어디로 가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잠시 손을 멈추더니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뭔가 난처한 웃음.
엘라도 난처하게 웃으면서 눈치를 살피듯 말을 더듬는 걸 보면 위험한 곳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일단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레이시가 가야하는 곳을 말해줬다.
“카지노요.”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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