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화 〉 선택의 시간3
* * *
레이시와의 짧은 키스를 끝내고 침대에 눕힌 엘라.
엘라는 연신 뜨거운 숨을 내쉬다가 레이시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봤다.
물론 본다고 했지만 얼굴이 보인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은 레이시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복도는 물건이 뭔지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빛을 조절했고, 침실은 말 그대로 침실이 되기 위해서 빛을 최대한 차단해둔 상태니까.
하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만져서……, 아니, 만지거나 그러지 않아도 레이시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레이시의 모든 걸 느끼기 시작했다.
“에헤헤…….”
그러자 짧게 웃으면서 엘라의 손에 뺨을 비비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애교를 부리자 작게 웃으면서 레이시의 뺨을 만지작거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리다가 조심스럽게 엘라에게 사과했다.
“저기, 엘라…….”
“응?”
“미안해요.”
“뭐가?”
“사실은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엘라를 달래주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작게 웃으면서 자기 뺨을 쓰다듬는 엘라의 손을 잡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손을 잡고 얌전히 있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서 레이시의 눈가를 매만졌고, 눈가가 살짝 부어오른 걸 느낀 엘라는 레이시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레이시가 울었다.
자기를 위해서 각오를 다지면서 무서운 걸 억누르면서 흘린……, 자기가 모르는 레이시의 눈물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뺨을 잡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이미 몇십 번이고 반복한 입맞춤.
하지만 할 때마다 다른 감정이 드는 그 입맞춤에 엘라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다시 눈을 감으면서 혀를 섞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혀를 받아들이면서 혀끝을 간질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하아아…….”
살짝 이어졌다가 애처롭게 끊어지는 투명한 실.
엘라는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레이시의 얼굴을 만지면서 지금 레이시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느끼기 시작했다.
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입술은 어떤지, 뺨은 어떤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손끝으로 읽기 시작하자 엘라는 도저히 레이시의 얼굴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를 수 없게 되었고, 엘라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에게 불을 켜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눈을 깜빡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천천히 반딧불이 같은 것을 소환해서 침실을 은은하게 밝혔고, 이내 레이시의 얼굴이 보이자 엘라는 순간 말을 잃고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기만 했다.
부끄러워서 시선을 피하기 시작한 눈.
애써 웃고 있지만, 불안함과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 씰룩거리는 입가.
뭔가 하나하나 따로 움직이는 표정.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따로 노는 얼굴을 하면 자기를 속이거나 뒤에서 공격할 속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경계심이 치솟았지만, 레이시가 이렇게 따로 노는 얼굴을 하자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귀여운 얼굴.
하지만 그것보다도 상냥하다는 느낌이 먼저 드는 얼굴.
나를 위해서 각오를 다지고, 나를 위해서 먼저 말을 꺼내주고, 나를 배려해서 내게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그 사실이 엘라를 미친 듯이 충동질시켰고,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움직이지 않자 움찔 떨면서 조심스럽게 엘라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뭐가 괜찮은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엘라가 뭘 물어보는 건지 대충 알겠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어떻게 설명할지 말을 정리하더니 이내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포옹에 조심스럽게 레이시를 껴안고 뺨을 가볍게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부끄러운 듯 뺨을 긁으면서 프로포즈는 그래도 조금은 더 멋지게 하고 싶었다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엘라와 눈을 마주쳤다.
부끄러움 때문에 눈을 당장이라도 돌릴 듯 흔들리는 눈.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눈에 작게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움찔 떨다가 짐짓 화를 내는 척 했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피식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지만,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밖에 없어서 제대로 들어달라고 말한 다음 심호흡을 크게 하다가 이내 엘라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1년 조금 더 되는 시간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같이 있으면 많은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엘라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은 안 변하니까 앞으로도 신세를 많이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
“…….”
“엘라?”
“으, 으응!?”
“저 부끄러운데…….”
“아, 아아……! 대, 대답…….”
부끄러운 미소를 걸고 평생을 같이 있겠다는 말에 순간 정신을 놓아버린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이름을 불러 정신을 차렸음에도 자꾸만 이성을 놓게 하는 행복감에 당황하다가 이내 자기 얼굴을 가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먼저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똑같이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는 레이시.
두 사람은 그렇게 반딧불이의 불빛이 떠도는 침실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이내 서로의 손끝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혀를 섞는 두 사람.
아까와 똑같은 키스.
하지만 엘라나 레이시나 키스를 통해서 전해지는 감정이 뭔가 이상해 두 사람은 키스를 얼마 이어가지도 못하고 입을 떼고 당황해하며 입을 가렸다.
마치 처음 키스를 해본 것 같은 어린애들처럼 당황해하는 레이시와 엘라.
키스의 다음에는 뭘 하고, 그 다음에 무슨 말을 속삭이고, 어디를 만지고…….
그런 것들은 머리로 떠올리기도 전에 몸으로 먼저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일들일 텐데,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다시금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혹시 이빨이 부딪치면 어떻게 하지?
혀를 다치게 한다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평소에 하지 않을 생각들을 하면서 혀를 섞는 엘라와 레이시.
그런 고민 때문인지 두 사람은 마음속으로 서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먼저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고서 입을 맞추기만 했다.
그러다가 먼저 움직인 건 레이시.
어설프게 고개를 돌리면서 엘라를 끌어안던 손을 아래로 내려 허벅지를 만지작거려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허벅지를 만지자 반사적으로 몸을 슬쩍 눕히면서 레이시를 자기 위에 태웠고, 레이시는 엘라가 아래에 누워 얼굴을 붉히고 있자 조심스럽게 엘라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엘라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러나는 검은색의 어른스러운 속옷.
레이시는 속옷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엘라의 가슴을 약하게 깨물었고, 엘라는 작게 신음하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끌어안아 애무하기 쉬운 자세를 취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계속 혀를 놀리며 엘라의 가슴을 애무해주었고 조심스럽게 엘라의 브래지어를 벗기기 시작했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자 그대로 드러나는 엘라의 유두.
레이시는 분홍빛의 유두를 보고 얼굴을 붉히다가 혀로 그것을 조심스럽게 굴려보았고, 엘라는 레이시가 혀를 놀릴 때마다 움찔움찔 떨면서 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리고 레이시는 엘라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좀 더 조심스럽게 혀를 놀리면서 눈을 감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아까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성적인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몸을 돌려서 레이시를 아래에 두고 레이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메이드로서 늘 입고 다니는 베스트를 벗기고, 다음에는 셔츠, 그리고 멋없는 스포츠브라를 벗기는 엘라.
그러자 레이시의 가슴이 훤히 드러나 불빛에 은은하게 빛났고, 레이시는 그런 자기 가슴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자기 가슴을 가리고 부끄러워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엘라에게 보인다고 생각하니까 부끄러움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린 가슴.
레이시는 자기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엘라가 놀리겠다고 생각하며 엘라를 쳐다봤다.
하지만 엘라는 레이시를 놀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기가 이렇게 행동한 걸 이해한다는 듯 레이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머리와 뺨을 쓰다듬어주다가 입을 맞춰줄 뿐이었다.
마치 처음 섹스했을 때처럼 자기를 배려해주는…….
아니, 그 때는 반쯤 억지로 했었으니까 어울리지 않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가 입술을 가볍게 떼고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매만지자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았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에 한 행동.
이번만큼은 엘라가 평소처럼 놀릴 거라고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를 끌어안은 채 발을 버둥거렸지만, 엘라는 이번에도 레이시를 놀리지 않고 레이시의 등을 토닥이다가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려 레이시의 벨트를 잡았다.
그리고 능숙하게 손을 튕겨 벨트를 푸는 엘라.
섹스할 때의 움직임은 둔해졌어도 이런 부분에서는 둔해지지 않았는지 엘라는 능숙하게 레이시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고, 이내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레이시의 음부가 드러났다.
“힉……!”
그러자 작게 비명을 지르면서 다리를 오므리고 이불로 몸을 가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동에 자기도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엘라가 이불을 덮어주자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져서 발을 마구 구르면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대체 자기가 왜 이러는 걸까?
딱히 이제와서 부끄러워할 정도로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상이 없을 땐 하루 걸러서 하루 할 정도로 많이 해댔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시는 귀끝까지 홧홧거리는 느낌에 좀처럼 이불 밖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이불을 반쯤 걷어 얼굴을 드러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평소처럼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 이불에 같이 들어가도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허락이 떨어지자 레이시와 같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레이시의 옆에 누워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가슴을 만져주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페더 터치.
애태우는 듯한 손가락 움직임.
거의 자극이 없는 움직임이 이불 안에서 꼼지락거렸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애무에 역시 평소와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엘라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느껴지는 물기.
레이시는 처음에는 그 물기를 처음 인식했을 때 순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물기를 가진 물건을 들고 온 적도 없는데 왜 이불 안에서 물기가 느껴진단 말인가?
엘라가 아까까지 억눌러 왔던 장난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도 너무 유치한 장난.
엘라는 술집에서나 할 법한 농담은 해도 이런 어린애 같은 장난은 치지 않았기에 그건 아니었고, 대체 뭘까?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시는 허벅지를 다시 움직였고, 이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물기에 그제야 자기가 느낀 물기의 정체를 깨달았고, 속으로 자기를 욕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나 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렇게 흐른 거야……?
이불 안에서 느껴지던 정체불명의 물기.
그것은 바로 레이시, 본인의 애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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