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 회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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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엘라가 간 곳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간 아샤는 아까부터 살기를 내뿜고 있던 사람에게 다가갔다.
숲 한 가운데에서 동양식 칼을 들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
아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사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도끼를 쥐었고, 그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장검을 꺼내 들면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나는 무사 천광. 블루드 님이 강한 자와 싸울 수 있다하여 협력하기로 하였소.”
“……그게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할 일이냐?”
“당신 같은 강자와 싸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그 하녀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나는 몇 번이고 할 것이오.”
“그래. 알겠다. 너, 미친 새끼구나.”
싱긋 웃더니 도끼를 바닥에 던지는 아샤.
천광은 그런 아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샤가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자 이런 걸 기다렸다며 자세를 잡고 아샤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아샤가 자기 영역에 발을 디디자 그대로 칼을 뽑으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대천류 발도술!”
검을 인식하지 못하게 빠르게, 그저 빠르게 자른다.
전신을 비틀어 그 반동으로 칼을 휘두른 천광은 아샤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의아해하면서도 목을 자르려고 했고, 아샤는 그 칼을 바라보다 반 발자국 뒤로 걸었다.
그러자 빗나가는 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피하자 천광은 역시 강자라면서 씩 웃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고, 그 순간 천광의 코에서는 피가 터졌다.
꿀럭거리더니 이내 콸콸 쏟아지는 피.
마치 고장 난 호스에서 물이 새는 것처럼 피가 흘러나오자 천광은 당황하다가 이내 코가 얼얼해지자 아샤가 주먹으로 스치듯이 자기 코를 때렸다는 걸 깨달았고, 호승심이 들끓는 것을 느끼며 칼을 쥐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검술.
칼날이 보이지 않도록 칼을 쥐고 몸으로 검을 휘두르는 천광의 모습에 아샤는 무덤덤하게 쳐다보다가 다시 한번 얼굴을 때려주었다.
다만 이번에는 펀치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뺨을, 그것도 어린애를 달리듯 툭툭 때렸다.
명백한 조롱의 의미.
천광은 아샤의 행동에 순간 멍하니 아샤를 바라보다가, 아샤가 무덤덤한 얼굴로 안 덤빌 거냐면서 언제까지 칼을 들고 춤이나 출 거냐고 물어봤다.
“아……, 너 무희였냐? 더럽게 못생긴 무희도 있네. 네 주인이라는 새끼도 참 취향 특이하네. 너처럼 좆 같이 생긴 새끼의 엉덩이를 원하다니. 엉덩이는 깨끗하게 닦고 있나 보네?”
“……이 무슨 무례요!? 나는 당신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그런 새끼가 약한 애를 괴롭혀서 성질을 돋운다는 거지? 혹시 그런 종류의 칼을 쓰는 새끼들은 전부 호모라서 결투의 의미를 모르는 거야? 무섭네. 그런 거라면 생리적으로 혐오감 밖에 안 드는데.”
“이 자가!”
아샤의 말에 크게 소리치면서 달려드는 천광,
천광은 눈에 핏발이 잔뜩 선 채로 달려들었고, 아샤는 그런 천광의 칼날을 종이 한 장 차이로 계속해서 피해내다가 손끝을 세워서 천광의 명치를 찔렀다.
푸욱하고 들어가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가 명치로 깊숙하게 들어가자 천광은 숨을 못 쉬고 버둥거리다가 아샤를 껴안고 칼을 역수로 쥐어 목을 아샤의 목을 노렸다.
그러자 명치를 손을 뒤로 빼더니 그대로 손바닥으로 팔꿈치를 가볍게 쳐올렸다.
우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90도로 꺾이는 천광의 팔.
천광은 뼈가 빠지는 감각을 느끼며 칼을 떨어트렸고, 아샤는 그런 천광의 멱살을 잡더니 그대로 따귀를 때렸다.
다만 이번에도 강하게 때리지는 않았다.
아샤는 잘못한 아이를 벌 주듯 살살 때렸고, 천광은 멍하니 부러진 팔을 붙잡고 있다가 이를 꽉 깨물면서 빠진 뼈를 맞추고 칼을 다시 쥐었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는 천광.
“대천류 아돌!”
미네르바가 급가속 할 때처럼 발치에 마력을 모았다가 터트리는 천광.
천광의 몸은 총알이라도 된 듯 앞으로 쏘아졌지만, 아샤는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천광을 바라보다가 천광의 칼 옆면을 손바닥으로 살짝 밀어낸 다음 천광의 양팔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광이 멈추게 되자 다시 뺨을 때리고 발로 밀치는 아샤.
천광은 땅바닥을 우스꽝스럽게 데굴데굴 구르다가 이내 아샤와 자기의 실력 차이를 깨달았다.
자기는 아슬아슬하게 신의 눈에 드는 기준점을 받았다고 한다면, 아샤는 여유롭게 신의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
간신히 100점을 받는 존재와 여유롭게 100점을 받아내는 존재.
그걸 깨달은 천광은 자기를 전사로서 보내달라고 아샤에게 소리쳤지만, 아샤는 그런 천광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전사라는 건 명예가 가득한 녀석들을 말하지 너처럼 약자를 괴롭혀서 남의 신경을 건드는 새끼를 말하는 게 아닌데?”
“뭐, 뭣!?”
“등신 새끼. 너 같은 건 전사도 뭣도 아냐. 운 좋게 살아남았을 뿐인 비겁자지.”
“더 이상의 모욕은 못 참는다!”
“그럼 네 배를 스스로 자르던가, 씹새끼가 소리만 질러대고 있네.”
검에 마력을 불어넣더니 그대로 검격을 날리는 천광.
칼은 주변 공기가 떨리면서 이대로 휘둘러지기만 한다면 뭐든 잘라버릴 기세로 휘둘러졌다.
하지만 아샤는 그런 칼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잡았다.
“하……?”
자신의 절초가 그대로 손에 잡혔다.
심지어 손바닥에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천광은 그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단 얼굴로 멍하니 아샤를 바라봤고, 아샤는 그런 천광의 뺨을 다시 때렸다.
찰싹.
마을의 아녀자들보다 약하게.
그렇게 다시 뺨을 때리자 천광은 서서히 자존심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겁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광의 눈에 비치는 아샤의 모습이 점점 기묘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제대로 볼 수는 있었지만 얼굴이 그림자에 휩싸인 것처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보이는 건 오른쪽의 외뿔과 자기를 매도하듯 차갑게 쳐다보는 안광뿐.
아샤의 팔도, 아샤의 다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만을 인식할 수 있을 뿐.
기묘한 감각.
공포.
절망.
자기가 그토록 죽을 각오를 몸에 새겨놓은 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실.
“아, 아아아……!”
그것은 차라리 목숨을 잃는 게 훨씬 자비롭다고 말할 정도로 괴로운 것이었고, 천광은 결국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샤는 그런 천광의 발을 잡아당겨 멱살을 잡아들더니 뺨을 또 다시 때렸다.
짝!
그동안의 단련으로 단단해진 천광의 몸에는 상처도 나지 않을 정도로 약한 충격이었지만, 천광은 피부 밖으로 노출된 신경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 뺨을 잡다가 어린애처럼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샤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손을 놀리며 천광의 뺨을 때렸고, 천광은 아샤가 손을 휘두를 때처럼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싫다고 소리쳤다.
“전사라며?”
“그, 그만! 그만!”
“전사답게 싸워.”
“잘못했어! 잘못했습니다! 제발! 멈춰!”
“싸워, 싸우지 않는다면 다시 때린다.”
“히, 히이익!”
아샤의 말에 다시 무기를 잡는 천광.
하지만 제정신으로도 모두 파훼당해서 두들겨 맞았었는데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막 휘두르는 칼이 아샤에게 닿을 리가 없었고, 천광은 무기를 들 때마다 뺨을 맞으면서 땅바닥을 뒹굴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고, 무기를 들고 싸워도 다시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며 맞을 뿐이다.
그걸 깨달은 천광은 땅바닥을 뒹굴다가 더는 일어서기 싫다며 소리를 질렀고, 아샤는 그런 천광의 비명에 그럴 수는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전사라며, 그럼 일어나서 싸우다 죽어야지.”
그리고 그런 아샤의 말에 천광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샤의 말을 듣지 않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에…….
세포 단위에서부터 각인된 것 같은 공포심이 천광을 괴롭히고 있었기에 천광은 아샤의 말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런 것들을 반복하자 천광의 자아는 그동안의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퇴행하기 시작했다.
34세 천재라고 불릴 수준의 검사에서 28세 혈기 넘치던 때로.
28세 전투를 갈구하던 전사에서 23살 벽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던 때로.
23살 벽을 느끼던 때에서 15살 무술을 배운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던 때로.
15살 아버지에게서 훈련 받는 걸 좋아하던 때에서 7세 목검을 가지고 놀던 시기로.
그리고 7세 골목 대장에서 3살 어린아이로.
그렇게 유아퇴행한 천광은 아샤가 자기를 쳐다보며 다시 일어나라고 말하자 소변을 지리면서 빼액 울기 시작했고, 아샤는 천광이 공포에 사로잡히자 바닥에 꽂아넣은 도끼를 들고 다가갔다.
그리고 천광이 칼을 들자 손잡이를 망가트리면서 천광의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아샤.
어린아이의 정신으로 돌아간 천광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손을 부여 잡았지만, 아샤는 멈추는 일따윈 없이 그대로 발을 들어 바닥을 기는 천광의 허벅지를 강하게 짓밟았다.
콰득하는 소리와 함께 살 밖으로 튀어나오는 천광의 대퇴골.
천광은 소변뿐만이 아니라 대변까지 지리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아샤는 천광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대로 손등을 짓밟아 부러트렸다.
오른쪽, 왼쪽, 그리고 다시 천광의 뒤로 돌아가 대퇴골을 다시 한번 더.
그렇게 사지를 으스러트린 아샤는 천광의 배를 걷어차 똑바로 눕히더니 이내 천광의 눈에 손가락을 올렸다.
“히이, 히이이이익!? 갸아아아아악!”
그리고 아샤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천광의 눈알을 손가락으로 빼내기 시작했다.
으지직, 으지직 근육과 지방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뒤틀리는 천광.
한쪽 시야가 붉어지는가 싶더니 오른쪽의 시야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내 그 격통에 천광이 침을 줄줄 흘리자 뚝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암전되었다.
신경이 끊겼다.
그 사실에 천광은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하고 버둥거렸지만, 아샤는 그런 천광의 어꺠를 발로 짓밟아 부러트려 눈을 가리지 못하게 막았고 이내 데롱거리는 천광의 눈을 보여주었다.
“전사라며? 겨우 눈알 하나잖아, 씹새끼야. 일어나. 싸워. 좆만한 새꺄.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싸워, 싸워, 싸워.”
“그륵, 그르윽!”
신경과 근육이 매달린 눈을 빙빙 돌리다가 천광의 턱을 붙잡아 눈알을 입에 넣어주는 아샤.
아샤는 천광의 입에 눈알이 들어가자 근육을 붙잡아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게 한 다음 저작운동을 시켜주었고, 천광은 그렇게 자기 눈을 씹고 맛보게 되었다.
비릿한 맛.
역겨워서 토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맛에 천광은 부러진 몸을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뒤틀었지만, 아샤는 전혀 개의치 않고 천광의 입을 막아 눈알을 먹게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도끼를 땅에 박아 손잡이로 목을 짓누르는 아샤.
천광은 도끼 손잡이를 잡고 몸을 버둥거려봤지만, 이미 깊게 박힌 2개의 도끼는 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아샤는 천광이 움직이지 못하자 그대로 발을 들어 고간을 강하게 밟았다.
꾸직하는 소리와 함께 흐르는 피.
한 번 피가 흘렀지만, 아샤는 성에 안 찬다는 듯 골반을 모두 작살냈고, 이내 게거품을 물고 있는 천광에게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경외심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게 되는 천광.
천광은 살려달라며 빌었지만, 아샤는 천광에게 다행으로 알라면서 단검을 꺼내며 씩 웃었다.
“넌 죽지 않아. 엘라가 살려서 데리고 오라고 했으니까 살려서 데리고 갈 거야. 살려서만.”
천광의 머리채를 잡더니 아래턱에 구멍을 내고 혀를 잡아 당기는 아샤.
점점 끔찍한 몰골이 되어가는 천광을 보던 아샤는 씩 웃더니 천광의 머리채를 잡고 숲 안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녀석들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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