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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18화 (218/542)

〈 218화 〉 이번에 해야 할 일은­2

* * *

다행히 레이시는 그 다음부터는 멀쩡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마차를 몰고, 평범하게 교대하고, 평범하게 야영하고…….

그렇게 며칠간 부지런히 움직이자 엘라 일행은 텐하우에 도착했고, 텐하우의 영주는 엘라에게 다가가 인사하면서 상인들과 만찬으로 여로를 풀자고 말했다.

그러자 귀찮다는 듯 눈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엘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엘라는 레이시에게도 힘내주라고 말하며 등을 토닥인 다음 레이시와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레이시는 20명은 족히 있어보이는 식사자리에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가 상석에 앉자 엘라의 뒤에 서서 미스트의 손을 잡았다.

메이드는 기본적으로 주인이 먹을 땐 주인의 뒤에서 가만히 봐야만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얌전히 있자 텐하우의 영주는 레이시에게 같이 만찬을 들면 어떻겠냐면서 레이시를 자리에 앉히려고 했고, 레이시는 그런 영주의 말에 당황하면서 영주의 제안을 거절했다.

“저는 메이드인 걸요.”

“하하, 루피너스 님은 엘라 공주님의 연인 되시는 분, 평범한 메이드라고 할 수는 없죠. 같이 만찬을 들도록 하시죠. 이번에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와 희귀한 요리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그래도…….”

“하하, 부담을 느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자, 자리에 앉으시죠!”

영주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자리에 앉으면 무언가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꽂히는 시선.

어떻게든 피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레이시는 다시금 엘라를 바라봤고, 이내 미스트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야기를 도와주기가 아무래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

어떻게 됐든 이번 일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세지지 않으면 안 되기에 엘라는 말이 오가는 건 막아줄 테니까 앉으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쭈뼛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희 집 쉐프는 실력이 매우 좋거든요!”

“아, 아하하……. 감사합니다.”

영주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샤의 말대로 바깥에 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잡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웃으면서 편하게 먹으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크기로 나오는 코스 요리들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답하기 어려운 것은 엘라의 손을 잡으면서 신호를 줬고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은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취미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한참을 떠드는 상인들과 영주들.

레이시는 오랜만에 농촌봉사활동을 갔을 때 마을 청년회장이 한참 떠드는 느낌을 받으면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대견하다는 듯 쳐다보면서 식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2시간 정도 흘러 도시의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만찬이 끝났고, 영주는 엘라와 레이시에게 숙소를 준비해뒀으니 거기에서 자면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 엘라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당기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에서 오늘은 마차에서 자면 안 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요청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마차를 숙소에 옮긴 다음에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그럼 가보도록 하지. 현장은 내일 아침 일찍 방문하도록 하마. 그럼 가볼 테니 주변 사람들을 물려라. 저 천장에 있는 녀석들도 포함해서.”

“아, 아하하! 알겠습니다!”

엘라의 말에 흠칫 떨더니 수신호를 주는 영주.

아무래도 암살자 같은 사람들을 심어둔 것 같은 모습이라 레이시는 무섭다고 생각하면서 엘라의 소매를 잡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의 등을 가볍게 쓸어준 다음 레이시와 함께 영주가 준비해줬다는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차를 타고 텅텅 빈 저택에 도착한 엘라 일행.

미스트는 마차 안에서 레이시의 요구를 들었었기에 욕실을 청소해줄 테니까 씻고 마차에서 자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뭔가 어리광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미스트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일이 딱히 늘어난 건 아니니 괜찮다고 말하면서 레이시에게 왜 마차에서 자고 싶은 거냐고 물어봤다.

“으으응……, 뭔가 잘 설명은 못 하겠는데 불안해서요…….”

“네?”

“아까부터 뭔가 불안해서……. 아무래도 근래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없는 도로를 다닌 적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아하하……. 그리고 아까 만찬 자리에 위에 사람이 있었던 것 때문에 그것도 그런 거 같고.”

“으응, 그럼 욕조 청소 끝났으니까 먼저 들어가시겠어요?”

“……벌써요?”

“후후, 분신술은 집안일 하는데 무척 편리하답니다.”

“아, 아하하하…….”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그럼 잠시 어리광을 부리겠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욕조에 들어가는 레이시.

레이시는 몸을 씻고 나오더니 옷을 갈아입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마음속에서 드는 불길함을 애써 무시하고 엘라와 함께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엘라와 함께 씻은 레이시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 공사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완전히 무너져내린 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비 왔을 때 이게 다 무너진 거예요?”

“그렇다고 하는데 조금 이상하긴 하네.”

길은 주요 도로라 그런지 도로 넓이는 8m로 수도에 있는 도로를 생각해도 꽤 넓은 편이었다.

하지만 저번에 비가 왔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도로는 토사와 나무, 돌덩어리로 꽉 막혀 있었고, 포장용으로 쓴 블록들도 전부 으깨진 채로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런 건 전생의 중장비가 있어도 힘들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미스트가 돌아올 때까지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미스트가 돌아오면 이런 건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미스트가 돌아오자 마크는 해뒀냐고 물어보는 엘라.

“네, 상상 이상으로 토사가 많이 쏟아져서 많은 양을 없애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죠?”

“음, 수고했어, 미스트. 그리고 오자마자 다시 일을 시켜서 미안한데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줬으면 하는데, 할 수 있지?”

“네. 공주님. 명령대로 할게요.”

미스트가 돌아오자 마킹은 제대로 했냐고 물어보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연이어 내려진 명령에 자기는 엘라의 메이드이니 개의치말라고 말한 다음 다시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자기 위치를 알려주듯 하늘 위로 마탄을 쏘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위치를 확인하자 손을 앞으로 뻗고 마법을 사용했다.

“흑마법 제 6위계­검은 포식.”

엘라의 말이 끝나자 천천히 퍼져나오는 검은 안개.

뭉게뭉게 피어오른 검은 안개는 바람이 불어도 이상할 정도로 곧게 나아가더니 토사와 나무, 그리고 돌덩어리들을 뒤덮기 시작했고, 이내 검은 안개가 길을 막고 있는 것들을 완전히 뒤덮자 엘라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길을 막고 있던 것들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고, 레이시는 갑작스럽게 변화한 눈앞의 풍경에 눈을 깜빡이다가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봤다.

“분해했어.”

“……분해물들은 어디로 갔어요?”

“마력으로 돌아갔어. 마력을 품고 있는 물건이 있었다면 좀 더 귀찮더라도 폭발 마법으로 길을 뚫었겠지만, 그런 물건은 없었으니까 마력으로 분해한 거야.”

“어으어…….”

전생이라면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로 며칠을 치대야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뻥 뚫린 길을 보고 말을 더듬다가 따라온 인부들을 바라봤고, 이내 인부들도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말을 더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뒷일은 부탁한다면서 그늘에 갔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엘라가 자기에게 맡긴 일을 떠올렸다.

분명 인부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도로를 깨끗하게 만든 다음 하양이와 함께 도로를 평평하게 만들라고 했었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하양이의 위에서 헛기침하며 이목을 끌더니 정중하게 자기를 도와주라고 말하며 허리를 꾸벅 숙인 다음 인부들에게 엘라가 치우지 못한 돌멩이나 바닥 밑에 있던 바위를 치워달라고 부탁했고, 인부들은 레이시의 부탁에 정신을 차리고 곡괭이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부들이 돌멩이나 나뭇조각 같은 것을 전부 치우자 레이시는 하양이의 등에 쟁기를 메게 하고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힘내줄 수 있지?”

원래라면 이런 무거운 건 짊어지지 않고 살았을 애에게 일을 시킨다는 것이 미안한지 레이시는 연신 하양이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면서 소금물에 찐 옥수수를 먹여주었고, 약간의 염분이 들어있는 옥수수를 먹은 하양이는 레이시의 몸에 머리를 문대면서 자기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쟁기 위에 올라탄 다음 소리를 내는 레이시.

하양이는 레이시가 소리를 내자 쟁기를 단 채로 도로를 깔 장소의 땅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인부들은 하양이가 지나간 길을 망치로 두들기며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 일하자 도로를 만들 준비를 끝낼 수 있게 된 레이시.

레이시는 하양이의 무릎에 미스트가 만들어준 약을 발라주고 마사지를 해주면서 장비가 없는 노가다는 인력이 깡패라는 말을 몸으로 직접 느끼기 시작했다.

꽤 길고 넓은 땅을 빠짐없이 단단하게 다듬는 작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작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120명의 인부가 30명씩 조를 나눠서 야근까지 돌리자 울퉁불퉁했던 땅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평해져 있었다.

당장에 비포장도로로 사용해도 꽤 편안한 사용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른 땅.

거기에다가 도로 옆으로 뻥 뚫려있던 절벽도 흙으로 메우기까지 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인력…….

삼국지의 100만 대군이란 말에 왜 그렇게 쫄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와 미스트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두 사람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안 그래도 사라지지 않던 불안감이 거슬리던 참이다.

두 사람이 뭔가 알아냈다면 두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고 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레이시에게 공사할 땐 미네르바와 꼭 붙어 있으라고 말했다.

“왜요?”

“으음, 아직 조사중이라서 말해주지는 못하겠어.”

“으응…….”

엘라의 말에 잠시 앓는 소리를 내면서 눈을 돌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미네르바와 붙어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 거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나중에 말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를 끌어안더니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엘라의 머리를 끌어안으면서 등을 토닥였다.

“알겠지? 꼭 미네르바와 붙어있어.”

“네, 그럴게요.”

“……나중에 말해줄게. 미안해.”

“으으응……, 아니에요. 사랑해요.”

불안해 하는 엘라의 등을 토닥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사랑한다는 말에 잠시 레이시와 눈을 마주치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 다시 한번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고 말하며 미스트와 자리를 떴다.

그 모습에 레이시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오늘분의 공사를 하기 위해서 하양이를 타고 공사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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