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 저는 당신을 질투하고 있어요3
* * *
“그렇구나. 이틀 뒤면 가는 거죠?”
“응. 내일이나 이틀 뒤에. 왜? 좋아?”
“에헤헤……, 들켰어요?”
“그렇게 웃고 있는데 안 들킬 리가 없잖아.”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샤에게 몸을 기울이는 레이시.
엘라는 자기가 질투하고 말 정도로 아샤에게 신경을 쓰는 레이시의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쓰게 웃다가 아샤의 얼굴을 보고는 레이시를 한 번 떠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기사들이 네 이야기를 하더라.”
“우응……. 아마 아샤에게 가는 걸 막아서 그런 걸 거예요. 하지만 이틀만 더 참으면 되니까 괜찮아요!”
“……큭, 그래? 노력해야겠네. 아샤를 지키려면.”
“힘낼게요!”
다른 귀족 영애라면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대답했을까?
아마 자기에게는 나밖에 없다면서 아양을 부렸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다시 한번 기합을 넣는 레이시를 바라봤고, 이내 도저히 참기 어려운 웃음에 얼굴을 가리고 끅끅 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반하는 걸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모습.
하지만 레이시는 알고 있을까?
아샤를 신경 쓰는 기사는 한 명이고, 레이시를 신경 쓰고 있는 기사는 4명에 종기사까지 합치면 10명이 넘어간다는 걸.
레이시가 아샤를 질투하면서 보호하려고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샤가 레이시를 질투하며 보호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걸?
그렇게 생각하자 엘라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키득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안주를 들고 온다면서 부엌으로 도망치듯 들어갔고, 아샤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또 며칠을 놀려먹을까?
적어도 다음 도시로 가기 전까지 계속 놀릴 것만 같단 생각에 아샤는 자기 옆에 앉아 미스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이시를 바라봤고, 이내 다시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레이시가 조금 진정된 상태라면 이야기를 나눠서 남은 기간이라도 티를 내지 말자고 이야기라도 하겠는데, 저런 모습이라면 어떻게 이야기하는 게 불가능하겠지.
……대체 왜 나에게 질투를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피부도 갈색이고 몸 곳곳에는 근육이 박혀있으며 몸 곳곳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있어 아무리 좋게 봐도 여성스러운……, 아니, 매력적인 몸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몸인데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이마를 가볍게 때렸고, 레이시는 아샤가 딱밤을 때리자 이마를 부여잡고 아샤를 바라봤다.
그러자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는 아샤.
아샤는 아무 말 없이 연달아 레이시의 이마를 때리다가 레이시가 아프다면서 이마를 가리고 울먹거리자 손가락을 멈췄고, 레이시는 그런 아야의 행동에 눈물을 울먹거리면서 갑자기 왜 그렇게 때리냐며 투덜거렸다.
“그냥.”
“으우우우…….”
아샤의 말에 화가 났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지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면서 괜히 노려보는 레이시.
하지만 아무리 화를 내도 레이시가 레이시라서 그런지 아무리 봐도 무섭기는커녕 귀엽기만 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다시 한번 레이시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고는 조심스럽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화를 내다 말고 말문이 막혀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샤에게 반칙만 한다면서 얼굴을 붉히다가 테이블에 엎드려 칭얼거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칭얼거림에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레이시도 만만치 않아요.”
“……네? 뭐가요?”
“후후, 제가 말해주면 재미가 없잖아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볼을 부풀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어주며 투덜거리는 레이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샐쭉하게 화를 내고 있는데도 마냥 귀여운 얼굴.
레이시가 먹는 것이 타인의 애정이라 그런지 사랑받기 위한 얼굴이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얼굴에 미스트는 레이시의 뺨을 콕콕 찌르며 작게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미스트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역시 레이시도 만만치 않다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짐짓 화난 척 하면서 제대로 말 안 해주면 모른다고 투정부리다가 기지개를 켜다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같이 자자며 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일은 아샤 대신에 자기와 함께 있자고 조르는 미네르바.
그동안 늘 아샤에게 붙어서인지 미네르바는 이번에는 꼭 자기와 함께 있어야 된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투정에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일이나 모래면 자리를 떠나니까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먼저 자겠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인사에 손을 흔들면서 잘 자라며 인사했다.
그러자 위로 올라가서 곧바로 잠에 드는 레이시와 미네르바.
슬슬 날이 풀려서인지 미네르바의 날개를 이불 삼아 자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새벽에 레이시가 일어나자 오랜만에 같이 있는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그럼 가볼까요? 오늘은 이길 자신있죠?”
“흥, 속도는 내가 이긴다.”
“에헤헤, 그렇죠?”
레이시의 말에 속도 대결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작게 웃다가 샤워를 끝낸 다음 운동장으로 가서 미네르바와 함께 몸을 풀기 시작했고, 몸을 전부 풀 때쯤 기사들이 오자 손을 흔들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아마 오늘이 마지막 훈련이 되겠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에? 네?”
“내일이면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오늘이 마지막! 잘 부탁해요?”
나긋나긋하게 웃으면서 기사들을 맞이하는 레이시.
기사들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오늘이 레이시를 보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자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과연 누가 먼저 레이시에게 접근할까?
왕궁에서 억압된 생활을 보내는 메이드 같은 경우에는 하룻밤의 관계를 가지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었기에 기사들은 희망의 끈을 포기하지 않고 레이시를 힐끗힐끗 쳐다봤고, 미네르바는 그런 기사들의 눈치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레이시를 날개로 가리고는 아샤는 언제 오냐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얼른 아샤가 와서 저 녀석들을 pt지옥에 빠트려야 건방진 눈으로 레이시를 보는 걸 멈출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아샤가 중량 조끼를 들고 왔고, 아샤는 기사들을 보고 오늘은 갑옷을 벗고 조끼만 입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장애물을 들고 와서 설치하는 아샤.
아샤는 운동장의 트랙에 장애물을 여러 개 설치하더니 이내 조깅을 하자고 말했고, 오늘은 속도보다는 지구력을 측정하겠다고 말하며 일단 뛰자고 말했다.
“얼마나 뜁니까?”
“……? 그냥 뛰자고 말했잖아. 얼마나 뛴다고 말 안 했으면 탈진할 때까지가 기본 아냐?”
“…….”
아샤의 말에 입을 뻥긋거리는 기사들.
하지만 아샤는 며칠 동안 추적하는 상황에서 뛰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면서 달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뒤를 따라가면서 오늘은 왜 평소와 다른 훈련을 하냐고 물어봤다.
“내가 가면 며칠 쉴 게 뻔한데 그러면 지구력 훈련으로 체력을 다 빼버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근육 트레이닝을 이런 식으로 하면 근육이 녹아버려서 본말전도……, 아니, 안 하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고.”
“근육이 녹아요……?”
“응, 녹더라. 나는 그런 거 못 느껴봤는데.”
허리 높이의 통나무가 가까이 오자 가볍게 뛰어 그것을 뛰어넘는 아샤.
레이시는 아무런 준비 동작 없이 장애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아샤를 보고는 장애물을 잡고 위로 올라간 다음 조심스럽게 내려와 다시 뛰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호승심에 불이 붙었는지 레이시에게 사과한 다음 그대로 아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름대로의 페이스로 계속 뛰는 레이시.
레이시가 한 바퀴를 다 돌 때쯤 아샤와 미네르바는 한 바퀴를 추월했는지 레이시의 옆에 다시 왔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아까 끊겼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근육이 녹으면 어떻게 되요?”
“왜? 관심있어?”
“으, 으음……, 두 사람은 전혀 안 다치겠지만, 그래도 알아둬서 나쁜 건 없으니까.”
“소변이 적갈색으로 변해. 혈뇨는 아닌데 그런 색. 녹아내린 근육의 구성성분이 신장으로 가서 소변으로 나오거든. 그럼 교회에 가서 전문적인 치료를 안 받으면 안 돼. 신장이 망가져서 죽거든.”
“후으에엑……. 저분들 괜찮을까요?”
“음, 괜찮아. 몸 상태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왕궁의 녀석들과 비교해서고 이 정도 훈련을 견딜 정도는 되거든.”
“흐으응……, 그렇구나.”
“그럼 다시 간다.”
“네에에~.”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어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아예 장애물을 밟고 날아서 15m 정도는 달리지도 않고 때우기 시작했고, 아샤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날개가 달려서 편하겠다고 말한 다음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장거리 달리기를 뛰는 건지 단거리를 뛰는 건지 전혀 모를 속도로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다시 자기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고, 이내 앞에 기사들이 나무 위를 끙끙 대면서 올라가는 걸 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다들 허리 높이의 장애물을 넘으려고 끙끙거리는 기사들.
레이시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빈공간을 확인하고는 도움닫기를 하더니 이내 뜀틀을 뛰듯이 뛰면서 몸을 허공에서 반바퀴 돌려 기사들을 마주보며 착지했다.
“파이팅!”
그러자 아연실색하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기사들.
힘을 내기는커녕 힘이 쭉 빠져버렸는지 기사들은 빨래처럼 장애물 위에 축 늘어졌고, 레이시는 그런 기사들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도와줄지 물어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감동한 얼굴로 손을 내미는 기사들.
레이시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장애물을 넘는 걸 도와주었고, 기사들은 레이시의 손을 잡으며 헤실 웃다가 지금이 기회라면서 눈치를 보다가 달리면서 레이시에게 데이트의 신청을 했다.
“레, 레이시 씨 오늘 훈련이 끝나고 일정이 있습니까!?”
“네? 저요? 하양이와 나비를 산책시킨 뒤에는 딱히 없는데……, 으음, 아마 못해도 오후 8시 이후로는 자유 시간일 거예요.”
“그, 그렇군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 저와 함께 저녁을 드시지 않겠습니까? 제 친척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왕궁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 친구보다는 제가 아는 맛집이 더욱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도시의 처녀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입니다!”
“술집은 어떻습니까!? 벌꿀 사과주를 파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냉장 마석도 있어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점입니다!”
“네? 에에?”
그리고 레이시는 그런 기사들의 말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분명 모두 아샤를 노리는 거 아니었나?
왜 자기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당황하던 레이시는 그만 스텝이 엉켜 그대로 넘어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팔에 올 충격에 눈을 질끈 감고서 낙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충격은 전혀 없이 뭔가 중력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심스럽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다들 너를 노리고 있다고 했지……. 질투 나게 할래?”
“에?”
넘어질 뻔했던 레이시를 한 손에 안고서 장애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아샤.
레이시는 어딘가 붉어진, 하지만 질투심이 느껴지는 아샤의 얼굴에 잠시 벙쪄있다가 이내 자기는 그럴 줄은 몰랐다면서 아샤야 말로 러브레터를 받지 않았냐며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변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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