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 저는 당신을 질투하고 있어요.2
* * *
그렇게 레이시와 훈련을 시작한지 3일이 지나갔다.
그동안 엘라와 미스트는 천공섬을 두르고 있는 영지를 순회하면서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2일만 더 여기에 머물고 다른 도시로 가기로 했다.
“그래, 이틀…….”
“왜? 좀 더 머물고 싶어?”
“아니, 레이시랑 같이 훈련하는 걸 2일이나 더 해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도수가 거의 없는 와인을 마시며 질린다는 듯 대답하는 아샤.
엘라는 그런 아샤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시가 훈련에 못 따라가서 그러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의 질문에 조용히 눈을 흘기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편하게 레이시에게 얌전히 기다리라고 말할 수라도 있지…….”
“그럼 왜 그래? 좋아하는 사람하고 운동하는 거잖아. 기분 좋게 하라고.”
“너, 일부러 그러지?”
“푸훗.”
“……죽인다?”
자기가 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 놀리기 위해서 엘라가 일부러 질문한다는 걸 깨닫고는 눈살을 찌푸리는 아샤.
엘라는 그런 아샤의 반응에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다가 이내 눈가를 닦으면서 아직 기사들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는 거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의 말에 벌레를 씹은 얼굴을 하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대체 왜 기사들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샤.
아샤는 그렇게 심하게 굴리고 있는데 자기에게 연정 같은 걸 느끼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엘라는 그런 아샤의 말을 안주 삼아서 술을 마시다가 아샤도 참 이런 면에선 둔감하다며 키득키득 웃었다.
하나의 감정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인지 다른 감정에 둔감한 걸까?
레이시는 연정의 야차니까 이런 면에서 민감한 거고.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계속해서 말해보라며 턱짓했고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에게 한 행동들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훈련 내내 옆에 붙어서 기사들을 경계하는데 죽을 맛이야.”
“훈련을 방해하지는 않고?”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건 아냐. ……훈련에 끼어들긴 해서 놀라기는 했지만 레이시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는 게 좋아. 운동이라는 건 적당한 수준으로 압살할 수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 맞춰서 좀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편이니까.”
“그런데 왜 죽을 맛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레이시가 기사들을 경계해서 미치겠다는 거야. 나를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해뒀는데 그거로는 안심이 안 된다면서 내 옆에 붙어서 기사들의 접근을 막고 있거든. 그래서 따로 개인 교습이라거나 상담이 안 돼.”
“상담이 필요하지는 않잖아.”
“……그렇기는 한데 기사들이 요구하는 걸 모조리 무시하기도 조금 그렇지 않냐?”
“뭐, 그러네. 너는 여기의 기사들을 훈련을 도와주러 왔으까 전부 무시하기도 힘들겠네.”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런 거야. 그래서 그 전에는 개인 상담도 받아주고 이랬는데 레이시가 붙은 다음부터는 레이시가 훈련과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막으려고 해서 상담을 받아주기가 어렵게 됐어.”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가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목숨이 위험한 일을 하는데 연인 같은 걸 만들어도 괜찮은지 같은 걸 물어보지. 개인적인 상담이란 대부분 그런 거니까.”
“아니, 그거…….”
대놓고 사귀자고 티를 내고 있는 거잖아.
엘라는 아샤의 말에 그렇게 티를 내고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거냐며 아샤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봤지만, 아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태평한 얼굴로 자기의 외뿔을 긁어대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기사들하고 레이시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야. 묘한 기싸움 같은 것도 하는 모양이고.”
“레이시가?”
“응.”
“……레이시가 그렇게까지 할 정도라면 너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닐까?”
아샤의 말에 황당하다는 얼굴로 왜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는 거냐고 물어보는 엘라.
아샤는 엘라의 말에 자기가 대체 뭘 잘못하면 레이시가 기사들하고 기 싸움하게 되는 거냐면서 황당하다는 얼굴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아샤의 말에 이건 좀 중증이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이야기하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는 레이시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는 엘라.
아샤는 엘라의 질문에 지금은 산책하고 있을 거라면서 가보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공주의 명령이니 레이시를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지금쯤이면 산책을 다 했겠지. 데리고 와.”
“그런 일이라면 네가 직접 하라고.”
“시끄럽고, 공주 명령이니까 빨리 데리고 와.”
이해하지 못할 엘라의 명령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지랄도 가지가지라면서 한숨을 내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샤.
레이시의 산책 코스를 알고 있는 아샤는 어렵지 않게 레이시가 있는 곳까지 갔고, 이내 레이시가 기사들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 보고는 그대로 골목 뒤에 숨었다.
“응……?”
자기도 모르게 숨어버린 아샤.
아샤는 자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숨어서 레이시와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아샤는 레이시와 기사들이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헤어지자 안도의 한숨을내쉬면서 자기가 왜 숨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순간 레이시와 기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가슴이 뜨끔거려서 숨어버렸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딱히 숨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뿔을 거칠게 긁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가 다시 산책을 이어갈 때 레이시의 앞으로 가서 레이시를 불렀다.
“레이시.”
“아, 아샤, 에헤헤……, 마중 나오셨어요?”
자연스럽게 아샤에게 팔짱을 끼면서 머리를 기대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아까 기사들하고 이야기하던 것이 떠올라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별 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내일 점심은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
“네.”
“……정말?”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레이시를 쳐다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정말로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같이 먹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질문에 눈을 찌푸리며 레이시를 바라봤다.
딱 봐도 다른 목적이 있는 약속인데 왜 이렇게 순순히 반응하는 걸까?
거기에다가 레이시는 자기와는 다르게 기사들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사는 사람인데 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이렇게 무방비하게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자기 마음 속에서 탐욕과 질투가 치솟는 걸 느끼면서 돌아가자며 앞으로 나아가는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에?”
“…….”
레이시가 당황하든 말든 레이시를 꽉 끌어안는 아샤.
아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이시의 뺨에 자기 뺨을 가져갔고, 레이시는 허리를 숙여서 자기를 뒤에서 꽉 끌어안고 있는 아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샤를 바라봤다.
“아, 아샤……?”
“…….”
“아샤, 왜 그래요……?”
“후우…….”
평소에는 애교를 잘 부리지 않는 아샤가 계속해서 뺨을 부비적거리면서 자기를 끌어안자 레이시는 점점 얼굴을 붉히면서 자기를 끌어안고 있는 아샤의 손 위에 자기 손을 겹쳤다.
그러자 아샤는 레이시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다가 간신히 마음을 정리하고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를 놓아주었다.
“응……, 무,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아샤의 말에 아샤를 올려다보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보자 아까 기사들과 나누던 레이시의 얼굴이 떠올라 눈을 가늘게 뜨며 레이시의 얼굴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자기에게는 기사들이 자기를 노리고 있으니 주의해달라면서 질투는 있는 대로 했으면서 정작 그런 말을 하는 당사자는 왜 이렇게 무방비하게 돌아다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자기 마음속에서 질투심이 치솟아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뭔가 이상한 아샤의 모습에 움찔움찔 떨다가 아샤가 천천히 고개를 가까이하자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이내 아샤의 고개가 점점 가까워지자 레이시는 바들바들 떨면서 눈을 질끈 감았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입술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벌리게 하더니 입을 겹치기 시작했다.
“하웁…….”
작은 소리를 내면서 포개어지는 아샤와 레이시의 입술.
아샤는 자기 입안에 레이시의 향기가 퍼져나가자 아까부터 자기를 충동질시키던 탐욕이 가라앉는 걸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떼어냈고, 레이시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자 다시금 입을 맞추며 레이시의 향기를 조심스럽게 느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짧게 키스하면서 레이시와 입을 맞추는 아샤.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을 겹치고 혀끝을 비비는 것을 반복하던 아샤는 레이시의 목덜미가 붉어지자 레이시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짧게, 그리고 연달아 이어가던 키스를 멈췄다.
“하아아아…….”
“아, 아으으…….”
“레이시.”
“네, 넷!?”
“너무 질투 나게 하지 마. ……엘라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이해를 해주겠지만, 그 외의 다른 여자들이나 남자들하고 사이 좋게 지내면, 그 모습을 보면 내가 이상해질 것만 같아.”
“네, 넷!? 저, 저는 그냥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아무튼, 하지 마. 질투 나니까. 그러니까 하지 말아줘.”
작게 중얼거리면서 레이시를 끌어안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자기에게 안기자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벙긋거리다가 아샤가 다시 한번 말하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아샤는 레이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를 다시 끌어안았다.
그러자 확하고 풍기는 기분 좋은 냄새.
분명 자기와 같은 샴푸를 쓰고 있을 텐데 자기보다 부드럽고 무겁게 풍기는 살내음에 레이시는 얼굴을 잔뜩 붉히다가 이내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샤는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한번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럼 돌아가자. 엘라가 부르더라.”
“그, 네, 네에에에…….”
아샤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조심스럽게 아샤의 손을 잡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 손을 붙잡자 문득 자기가 꽤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붉히다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확 하고 올라오는 열기.
아샤는 자기의 피부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걸 느끼고는 수치심을 느끼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지 않은 손으로 계속 주먹을 쥐었다가 피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샤는 한 번 잡은 레이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고 레이시의 손을 놓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아샤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레이시의 손을 잡은 채로 엘라와 미스트가 있는 곳까지 돌아갔고, 엘라는 나비와 놀다 돌아온 미네르바와 게임을 하다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능글맞게 웃기 시작했다.
“어라아아아? 어라아아아아아~?”
“시끄러워. 놀리면 죽인다. 아니, 그냥 말하면 죽일 거니까 닥치고 있어.”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거든?”
“할 거잖아.”
자기가 엘라가 놀릴 거라는 걸 모를 줄 아냐며 눈을 가볍게 흘기는 아샤.
엘라는 그런 아샤의 눈길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슬슬 떠날 테니 다음 도시에 가서 할 일을 이야기하자며 아샤와 레이시를 자리에 앉혔고, 아샤는 그런 엘라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빈 자리에 앉았다.
물론, 그 때까지도 아샤는 레이시의 손을 소중하게 잡은 채로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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