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화 〉 IF)현대의 추석에 모였다면……?
* * *
“으으응, 이거면 되려나?”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추석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던 레이시는 역시 송편 정도는 떡집에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뺨을 긁적이며 가득 찬 카트를 바라봤고,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결제를 마쳤다.
5명이 먹을 요리라 그런지 한 끼 식사인데도 꽤 많이 나오는 돈.
레이시는 꽤 부담스러운 명세서에 뺨을 긁적이다가 상자에 재료를 가득 담고서 카운터에 맡겨두었던 카트에 하나씩 상자를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트는 마트에 올 때와나 반대로 무거웠고, 레이시는 무거운 카트에 집까지 가면 지치겠다고 생각하며 쓰게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모두가 모이는 몇 없는 날.
그렇기에 레이시는 힘내서 카트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고 시간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모두와 함께 먹을 저녁 겸 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준비할 건 한 번 준비하기만 한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국.
레이시는 마트에 가기 전에 우려두었던 육수를 냄비에 옮겨 부은 다음 육수를 우리는데 사용했던 소고기와 무를 한입 크기로 썰어 볼에 담아두었다.
그 다음에는 토란.
껍질은 손질되어 나온다지만 토란의 끈적거리는 점액은 정리되지 않았기에 레이시는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소금물에 토란을 데치기 시작했고, 동시에 파를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파의 끝부분을 칼로 몇 번 긁어 꽃처럼 만들더니 얇게 써는 레이시.
그러자 파는 마치 쪽파를 자른 것처럼 작게 나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파를 다진 것을 고기와 무가 있는 곳에 담은 다음 냉동고에 얼려둔 마늘을 꺼내 한 스푼 듬뿍 담았다.
그리고 적당히 점액질이 사라진 토란을 볼에 담고 후추를 섞어둔 간장과 함께 섞기 시작했다.
육수에다 간을 해도 괜찮겠지만, 육수에다 간을 하면 아무래도 고기에 간을 맞추기 위해서 짜지니까…….
모이는 사람 중에 2명이나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레이시는 염분을 조절하기 위해 고기에다 직접 간을 해서 재워두었고 육수가 끓어오르자 볼에 담은 토란과 양지를 국에 넣고 간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히 간이 맞춰지자 들깨가루를 넣고 살짝 점성을 주는 레이시.
이걸로 준비가 오래 걸리는 요리는 하나 끝.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커다란 냄비를 끙끙거리면서 다른 선반에 옮겨두었다.
미스트의 조언대로 만든 아일랜드형 주방이라 꽤 여유로운 공간.
레이시는 그 공간에 미스트의 얼굴을 떠올리곤 배시시 웃으면서 압력밥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른 요리를 준비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육우의 치맛살을 깍둑썰기로 자르더니 소주를 부어 고기의 핏물을 빼기 시작했고, 동시에 당근과 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당근은 식감이 모나지 않게 둥글게 자르고 토란과 마찬가지로 손질되어 나온 밤은 살짝 데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잡내를 제거했다.
그리고는 배와 양파, 그리고 생강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린 다음 면포를 얹어둔 체를 꺼내 그 위에 부어 양파와 배의 즙만을 준비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압력밥솥에다 요리를 하기 때문이었다.
알갱이가 있는 채로 압력밥솥에서 찜을 해버리면 타버려서 눌러붙고 만다.
그렇기에 레이시는 즙만을 준비해서 간장에 부은 다음 아까 토란국을 끓일 때 썼던 양지 육수와 마늘, 대파를 넣은 다음 소주에 핏물과 잡내를 빼던 소고기를 체에 거른 다음 간장에다 부었다.
통통통거리는 소리와 함께 간장에 잠기는 소고기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버섯을 빼먹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빠르게 표고버섯을 손질해 밥솥에 넣고 강불에 올렸다.
그리고 타이머를 15분으로 준비시켜두는 레이시.
그 다음에는 곧바로 육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레이시는 평평한 접시 여러 개에 각각 부침가루와 깻잎을 짓눌러 으깬 달걀물을 준비해두고는 얇게 슬라이스한 육우의 후지에다 차례대로 꼼꼼히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프라이팬을 약불에 올리더니 이내 기름이 적당히 달아오르자 버터를 넣고 녹인 다음 슬라이스한 후지를 프라이팬에 넣고서 따로 계란물을 부어 프라이팬의 밑바닥을 꽉 채웠다.
부침개를 지지듯이 만드는 육전.
돼지고기라면 돼지고기가 익기 전에 달걀이 전부 익어버려 못 먹겠지만, 지금 준비한 건 정육점 기계로 매우 얇게 썰어놓은 육우의 뒷다리.
아마 달걀이 익으면 소고기도 익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밥솥에서 칙칙거리는 소리와 함께 타이머가 울렸고, 레이시는 타이머의 알람에 밥솥의 불을 끄고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타이머를 조절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타이머가 다시 돌아가자 그 사이에 육전과 함께 먹을 부추 무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부추를 4cm 정도의 길이로 자르는 레이시.
레이시는 덤으로 양파를 반대쪽으로도 볼 수 있게 얇게 썰었고, 그렇게 얇게 썬 양파와 부추를 미리 준비한 얼음물에 던져놓고 곧바로 육전을 살폈다.
그러자 딱 맞춰서 익기 시작한 육전.
레이시는 자기 칼 솜씨가 빨라지긴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전을 뒤집었고, 곧바로 부추무침의 양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간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 식초, 통깨.
적당히 섞은 양념을 만든 레이시는 부추와 양파의 물기를 꽉 짜낸 다음 양념과 함께 섞은 다음 통깨를 뿌려 장식을 끝냈고 동시에 육전을 꺼내 피자를 자르듯 6조각으로 나눠 잘랐다.
그렇게 완성된 육전을 보온통에 담은 레이시는 곧바로 밥솥을 열었다.
그러자 위에 떠 있는 기름기.
맛없는 기름은 아니겠지만, 역시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지 레이시는 그것들이 신경 쓰였고, 저번에 먹다 남은 식빵을 꺼내 찜 위로 가볍게 훑기 시작했다.
그러자 식빵에 흡수되는 기름기들.
레이시는 이 식빵은 이대로 냉동고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식빵을 통에 담아 냉동고에 넣고 중불로 다시 졸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떡을 주문했다.
“후아아아…….”
이걸로 요리는 끝.
그렇게 생각하자 때맞춰서 현관문에서 소리가 들렸고, 레이시는 설거지를 하다말고 누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중나갔다.
“맛있는 냄새 나네요.”
“미스트,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일 어땠어요?”
“음, 늘 같죠.”
레이시에게 정장을 넘겨주며 싱긋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미스트의 정장을 옷걸이에 걸어 스타일러에 넣어두었다.
그러자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손에 들린 맥주를 냉장고에 넣기 시작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휴가를 받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면서 웃다가 레이시가 안겨오자 레이시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tv를 틀었고, 이내 농구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아, 미네르바다.”
허벅지에 문신을 한 채로 따분하다는 얼굴을 하는 미네르바.
키가 작은 건 아니지만, 다른 농구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크지도 않은 키의 미네르바는 공을 받자 그대로 냅다 던지더니 이내 백 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잡고 그대로 덩크를 내다 꽂았다.
그 과정에서 파울까지 받아내는 미네르바.
자유투를 연달아 성공시킨 미네르바는 굳이 이 시합을 계속해야 하는 거냐며 투덜거리다가 그대로 상대방 선수들을 농락하면서 점수 차이를 벌려가기 시작했고, 이내 4쿼터가 끝나자 40점 이상의 차이를 벌리면서 경기를 이겼다.
“미네르바는 대단하네요.”
“그러네요.”
둘이서 견과류를 나눠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오길 기다리는 미스트.
그러다가 이내 오토바이의 소리가 들려오자 떡이 배달왔나 싶어 문을 열었고, 배달원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엘라와 미네르바, 아샤가 보였다.
“아, 세 사람도 안 늦게 왔네요!”
재벌 2세의 엘라와 유명 농구 선수와 유명 팀 닥터인 미네르바와 아샤까지 한 곳에 있어서인지 자기가 여기에 있는 게 맞는 건지 의심하는 직원.
레이시는 그런 배달원의 얼굴에 어색하게 웃다가 떡을 결제한 다음 빨리 들어오라며 손짓했고, 야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눠먹으면서 꺄르륵 웃는 엘라.
엘라는 저 경기는 대박이었다고 말하면서 sns를 보여줬고, 레이시는 조회수가 억 단위까지 치솟는 걸 보고는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해외에 홍보를 많이 했다더니 정말로 인기가 많구나…….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경기 수고했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칭찬에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았다.
“좀 더 칭찬해줘, 선배.”
“아하하, 네~ 좀 더 칭찬해드릴게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요리를 뭘 준비했는지 말해주는 레이시.
엘라는 캔 맥주를 보고는 생맥을 주문해뒀는데 괜히 주문해뒀다면서 캔을 뜯어 아샤에게 던져주었다.
그러자 재주좋게 한손으로 맥주를 받아서 마시는 아샤.
아샤는 맥주로 입을 축이더니 미네르바에게 잔소리하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어쩄든 이겼으니 괜찮지 않냐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 시끌시끌해지는 집안.
레이시는 그런 소란스러움에 꺄르륵 웃다가 맥주를 마시면서 육전과 함께 부추 무침을 먹기 시작했고, 엘라는 토란국도 안주냐고 물어봤다.
“내일 해장할 때 먹게요.”
“소고기찜은?”
“안주에요.”
“오~. 근데 소고기찜은 소주나 막걸리 아냐?”
“글쎄요? 맥주랑도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준비해뒀는데.”
고기니까 맥주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이시가 엘라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자 엘라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시선에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키득 웃으면서 아앙~놀이를 하고 싶은 거였다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다며 엘라의 입에 안주를 먹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질투를 느꼈는지 레이시의 입에 바람떡을 물려주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이번에는 자기가 꽁냥거리게 되자 꺄르륵 웃다가 평소에도 이렇게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나도 그러고 싶네. 하지만 일이 바빠서 명절에 시간을 내는 것도 힘들어.”
“저도 엘라를 도와주느라……. 그나마 저는 엘라의 직속 비서라서 엘라보다는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있지만, 이리저리 해외에 돌아다녀야 하니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스포츠 전문 의사니까 병원의 의사보다는 훨씬 낫다지만 팀 구장에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네. 미안해.”
“나는 언제나 선배의 곁에 있을 수 있어. 농구는 팀 훈련은 안 해도 상관없거든.”
“아, 아하하하…….”
네 사람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괜한 소리를 했다며 오늘은 술이나 실컷 마시자며 새 캔 맥주를 뜯었다.
그렇게 빠르게 넘어가는 술들.
명절이라는 이벤트와 얼마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사실이 겹쳐지자 레이시는 순식간에 자기 주량을 넘어서서 맥주를 마셨고, 이내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알딸딸해 하기 시작했다.
“에헤…….”
배시시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허벅지에 머리를 눕히는 레이시.
레이시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tv와 게임기를 연결해 게임하기 시작했고, 술자리의 열기가 식자 엘라와 아샤는 미스트와 함께 게임을 하는 레이시를 힐끗 보다가 천천히 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을 전부 치운 다음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등 뒤로 가서 레이시의 가슴을 쭈물거리는 엘라.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기대 게임을 하다가 엘라가 가슴을 만지작거리자 작게 비명을 지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엘라를 바라보며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으응, 그럴 기분?”
“응, 오랜만이니까. 하자.”
“에헤헤……, 좋아요. 저도 할 생각이었구.”
엘라의 말에 혀가 풀린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엘라와 키스하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얼떨결에 맡은 게임 패드를 보다가 볼을 부풀리다가 들린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엉덩이골에 입을 맞추면서 애무하기 시작했고, 아샤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다가 침실에 가서 이불과 장난감들을 꺼내오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