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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07화 (207/542)

〈 207화 〉 번외)미스트가 엘라와 만났을 때의 이야기

* * *

“우리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더러움을 선택한 암살자들이다. 언제나 옳은 선택만을 해야 하지. 자, F8, 아니, 미스트. 어느 쪽을 죽여야 할까? 한쪽은 영지를 운영하다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 영주이며 한쪽은 영주에 의해 희생이 강요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영주의 아들을 죽인 농부다.”

지루한 말.

미스트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렇게 생각했다.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 저 어둠 속에서 자기들의 말이 옳다고 말하면서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지 정하고 있다.

그것도 자기 가문에 있는 교리에 따라서.

아니.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 교리라는 것이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것에 따라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에 의문을 품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저들이 말하는 교리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자기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분명 처음에는 평범한 법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사람들을 국왕의 명령을 받아 처리하기 위해 교리를 만들었을 텐데, 권력의 맛을 보더니 점점 자기들 마음대로 바꾸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기 가문과 대적하는 자들을 처리할 수 있게 변해버렸다.

그런 걸 옳은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미스트는 혀를 쭉 내밀더니 이내 자기 앞에 있는 두 사람 모두를 죽여버렸다.

스륵­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머리.

어둠 속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왜 두 사람을 죽였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그럼 사람의 말에 어차피 여기에 온 이상 캘러미티 가의 적으로 인식되었다고 말했고 그런 이상 어차피 죽일 생각 아니었냐며 대꾸했다.

그러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캘러미티 가의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미스트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엘라에게 접근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5년 전 우리 가문이 실패했던 암살을 미스트, 네가 완수하는 것이다. 알겠나?”

“네, 그러도록 할게요. 당주님.”

……지루한 명령.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애초에 거부할 이유도 모르겠고…….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자기 머리에 난 흉터를 만지작거리다가 당주의 명령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스트는 엘라의 옆에서 공부를 같이 배우게 되었다.

자기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 모임.

미스트는 주변 영애들의 정보를 떠올리면서 엘라가 오기를 기다렸고, 이내 엘라가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엘라에게 인사했다.

“흠, 오늘의 공부 주제는 뭐야?”

이제 막 10살이 되었다는 정보답게 아직 앳된 티가 많이 나는 엘라.

엘라는 귀찮다는 얼굴로 귀족들에게 공부 모임의 주제가 뭐냐고 물어봤고, 한 영애가 근처 국가의 정세에 대한 것을 공부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하자마자 그딴 건 자기가 알 바가 아니니 해산이라고 명령했다.

“……네? 국왕님이 명령하신 모임입니다만?”

“나한테 필요해?”

엘라에게 접근해야만 하는 미스트에게 있어서는 다소 황당한 엘라의 말.

그래서 미스트는 엘라에게 정말로 공부하지 않을 생각이냐 물어봤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미스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정말로 국제 정서에 대한 것이 필요할 것 같냐고 물어봤다.

“나는 올해부터 국내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기로 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국제 정세에 대해 배워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국왕님의 명령입니다.”

“명령이라도 내게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을 거야. 너희도 해체해.”

미스트의 말에 가볍게 혀를 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미스트는 명령을 거부할 합당한 이유가 없어 엘라를 암살하러 온 자신과는 정반대로 자유로움 그 자체인 엘라의 말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해 엘라의 뒤를 따라갔고, 엘라는 자기를 따라오는 미스트를 보고 귀찮다는 눈을 했다.

“저기, 나는 좀 바쁘거든?”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가 뭘 도와줄 수 있다고?”

“음, 그러네요. 엘라님이 뭘 원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답니다. 캘러미티 가문이 엘라님을 암살하려고 했던 흔적을 찾는 거죠?”

“……너, 남작가의 사람이 아니지? 누구냐? 일단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왕가를 속였지?”

“글쎄요? 그것보다 제가 공주님을 도와드리면 공주님도 저를 도와주셨으면 하는데…….”

“……뭘 원하는 거야?”

평범한 남작이라면 알 수도 없는 이야기를 말하는 미스트.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눈을 차갑게 식힌 채 미스트를 노려봤고, 미스트는 뼈가 삐그덕거릴 정도의 마력을 웃으면서 받아내더니 이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게 해주세요.”

“……뭐?”

“아, 암살을 시도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랍니다. 그냥 궁금한 게 하나 있거든요.”

“뭐지?”

“국왕님의 명령을 시원하게 무시했던 그 비결을 듣고 싶어요.”

“……?”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라.

엘라는 미스트에게 왜 그런 걸 물어보냐며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질문에 그 이유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저는 가문의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거든요. 그렇다고 가문의 교리에 대해서 딱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건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의 입맛대로 바뀌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까 공주님은 국왕님의, 그것도 합당한 이유가 있는 명령임에도 자기가 필요하지 않으니 거절하셨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언제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 때문에 멈칫거리게 되거든요.”

싱긋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미스트.

엘라는 처음에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미스트를 쳐다봤지만, 이내 미스트가 진지한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자 이내 미스트가 진심으로 물어보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캘러미티 가의 사람이냐?”

“네, 캘러미티 가문 내에서는 F8. 현재는 미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캘러미티 가문의 비수입니다.”

미스트의 자기 인사에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머릿속으로 계산을 열심히 하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가 자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혀를 차더니 입을 열었다.

“캘러미티 가문의 정보 따위는 필요없어.”

“……그런가요.”

“대신 넌 내 옆에 있어라.”

“네?”

“자기 의지도 없는 녀석에게 거래할 생각 없어. 내 옆에 있으면서 자기 의지를 찾고 그 다음에 말해.”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반대쪽으로 기울였다가, 이내 엘라가 따라오라며 손짓하자 엘라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메이드들을 대신해서 엘라를 보좌하기 시작했다.

하루만이 아니라 며칠 동안 계속해서.

당연히 캘러미티 가문에서는 미스트가 엘라에게 접근해서 엘라와 친분을 쌓으니 암살이 잘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미스트를 칭찬하며 미스트를 지원하려고 했다.

그리고 엘라는 그럴 때마다 켈러미티 가문을 견제하면서 미스트를 캘러미티 가문에서 지켜주면서 미스트에게 계속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야, 미스트.”

“네, 공주님.”

“너 점심 뭐 먹을 거야?”

“저는 공주님이 드시는 것에 맞춰서…….”

“시끄럽고 네가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는 거잖아.”

“……저는 영양분과 칼로리에 맞춰서 밥을 먹어서.”

“쯧,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먹는 건데 뭐하는 거야? 뭘 먹고 싶은지 골라.”

“저는…….”

“네가 원하는 걸 말해.”

식당에서 메뉴 가지고 다소 강압적으로 미스트에게 미스트의 의견을 물어보는 엘라.

미스트는 이때까지의 식사를 떠올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미스트의 시선에 미스트가 메뉴를 고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안 먹겠다는 듯 다리를 꼬고 미스트를 쳐다봤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메뉴판을 쳐다보다가 오늘의 추천 메뉴를 주문하는 미스트.

엘라는 그 정도면 잘했다면서 자기도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이런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며 엘라를 쳐다봤다.

“사람의 3대 욕구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개인 의지가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너네 가문에서도 널 조질 때 욕구부터 조졌지.”

“……그러려나요.”

“그래, 그렇다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엘라.

이내 밥이 나오자 엘라는 샐러드와 빵을 빠르게 먹어치웠고, 이내 미스트가 밥을 전부 먹자 오늘부터는 밖으로 나가서 한 달 정도 밖으로 나돌아다닐 테니 가문에 보고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가문으로 향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지도 않은 정보를 캘러미티 가문의 사람들에게 전해주면서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말해주었고, 캘러미티 가문의 당주는 미스트의 보고에 비음을 내다가 무기를 건네주었다.

바질리스크와 히드라의 독을 섞어둔 단검.

미스트는 단검을 챙겼고 당주는 그런 미스트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한달이나 외부에 있다. 이것은 기회로군. 그 때 엘라를 죽여라. 죽이고 오면 내, 너를 친히 비수에서 그림자의 일원으로 만들어주지.”

“……알겠습니다.”

그런 당주의 손을 바라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당주가 손을 떼고 키득 웃으면서 이번에야말로 블루드에게 잘 보일 수 있다며 이죽이자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에 밖으로 나갔고, 다음 날 엘라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엘라와 함께 몬스터를 처리하면서 주민들에게 감사인사를 받는 미스트.

미스트는 그런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엘라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물어봤고 엘라는 미스트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다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혀를 내밀었다.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게 기분 째지니까.”

“……네?”

“내 기분이 좋으니까 하는 거야. 그거 외에 이유가 필요해?”

“이런 힘으로 전쟁을 벌인다면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전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가 본 공주님은 제가 아니라면 이 나라의 어느 암살자도 공주님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건데.”

“하, 전쟁해서 얻는 게 뭔데? 돈? 명예? 그런 걸 어디에 쓸 거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못 하는 건 돈지랄밖에 없거든? 그런데 내가 돈을 더 얻어봐야 어디에다 쓰겠어?”

“……음.”

“너도 대답 못 하지?”

하긴, 필요 이상의 돈은 어디에 쓸 데가 없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암살의 준비에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엘라 수준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면 실력이 있는 암살자가 필요하지 돈은 그다지 필요 없다.

엘라가 돈으로 사는 것으로 따져도 레즈 플레이가 가능한 창녀 정도가 끝이라 돈이 부족할 리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아무런 대답을 못 했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반응에 피식 웃으면서 반면에 사람들의 칭찬은 우월감을 느낄 수 있으니 사람들을 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아빠의 눈에 들면 아빠가 지켜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른 왕족들을 견제할 테니 일석이조……, 아니,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일석삼조지.”

“그렇군요.”

“너도 똑같이 생각해보지 그러냐?”

“네?”

“너, 암살 명령을 받았지.”

“……음, 네.”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를 죽이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그리고 나를 죽여봤자 가문에서 버림 받거나 2대 비수를 생산하기 위한 아기공장이 되겠지. 반대로 나를 살린다면 네가 가문에서 의심받고 암살 당하겠지. 어떻게 하겠어?”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자기 손에 독이 발린 단검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엘라를 죽일 때와 엘라를 죽이지 않을 때를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엘라를 죽인다면 가문의 교리를 계속 따르면서 당주의 첩이 되어 2대 비수를 생산하기 위한 일을 반복하겠지.

반대로 죽이지 않는다면 엘라의 옆에서 계속해서 엘라의 억지를 들으면서 아무 쓸데도 없는 ‘나’의 의견을 계속해서 생각해야만 하고…….

어느 쪽이 좋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미스트는 단검을 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자기 가문으로 돌아간 미스트는 엘라의 검은 머리카락을 묶은 머리카락 뭉치를 건네주었다.

“호오, 성공했나?”

“아뇨?”

“……응?”

미스트의 말에 눈을 찌푸리는 당주.

그 순간 미스트는 당주의 턱을 가볍게 때려 기절시키더니 이내 당주를 질질 끌고 가 지하에 있는 고문실에 가져갔고, 당주의 양팔과 양다리에 대못을 박아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복막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배를 가르는 미스트.

당주는 그 시점에서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지만, 팔과 다리에 수십 개의 대못이 박혀 움직이지도 못했고, 미스트는 그런 당주를 보며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가만히 두지 않겠다!”

“어머, 뇌내 마약 정도는 조절하실 수 있는 모양이네요. 그래도 너무 날뛰지 마세요. 날뛰면 복막이 찢어져서 내장이 아래로 떨어질 거예요?”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교리를 배반하는 짓을 할 셈이냐!? 네 모든 것을!?”

“……으음? 글쎄요? 제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가볍게 고문형으로 봐주지! 재수술을 받고 싶지 않다면 빨리 나를 풀어라!”

미스트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마력을 발산했다.

그러니 조금 있으면 가문의 정예병이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당주는 미스트를 회유하는 동시에 풀려나기만 하면 미스트의 뇌 기능을 제거하고 임신 공장으로 만들겠다며 이를 으득으득 갈았고, 그런 걸 전부 파악하고 있던 미스트는 뭔가 갑자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어지기 시작해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하는 당주.

진심으로 웃고 있는 미스트.

그것은 뇌 수술을 당해서 할 수 없게 된 행위일 텐데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거지?

당주는 뇌 수술 당시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나 싶어 미스트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이내 미스트가 손가락을 들어 바닥을 가리키자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당혹감에 몸을 비틀었다.

“저기, 하, 아하핫! 죄송해요. 미리 말해줄걸. 아하하핫! 전부 죽여뒀어요. 지금 엘라 공주님이 제가 전해준 캘러미티 가문의 비리를 들고 캘러미티 가문의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을 거예요. 다른 귀족으로 위장 전입시켜놓은 뿌리 하나까지도요. 큭, 크핫! 아하하핫! 암살가의 당주라는 사람이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

“……뭐?”

“아, 아하하핫! 어제부터 전부 죽였는데……. 제가 죽였는데 그런 것도 몰랐어요? 우후, 우후후훗! 신체개조 실험의 자료까지 전부 줬다고요?”

“그, 그럴 리가……, 어제 기록 담당관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분신과 변장이라고요? 그들의 말투나 정보는 브레인 이터로 전부 빼앗았고, 분위기는 색욕의 악마 릴리스와의 거래로 때웠고요. 큭, 푸흐흐흐흐……! 뇌 수술의 영향도 어느 정도 회복했고요. ……하아~ 하여튼 어제 만나셨던 분은 전부 저였답니다?”

피가 날 정도로 뺨을 긁으면서 미친 듯이 웃는 미스트.

당주는 자기의 예상보다 뛰어난 미스트의 능력에 당황하다가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보면서 만약 자기가 실수한 게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얼굴을 굳히더니 교리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리에 대해 수정할 권리를 주겠다고 말하는 당주.

당주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미스트와 거래를 시도하려고 했고, 미스트는 그런 당주의 모습에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다가 이내 다시 한번 미친 듯 웃으며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교리가 엿 같긴 했어도, 필요한 것이었고 이해할 수도 있어요. 그냥 저는 당신이 제 엉덩이를 만진 게 싫어서 당신이 아끼는 걸 없애려는 것뿐이에요.”

“……뭐?”

“그래서 캘러미티 가문을 멸문시키기로 했어요. 겸사겸사 제게 재미있는 걸 선물해주겠다고 약속한 엘라 공주님에게 자료를 전부 건네주었고. ……그나저나 기분대로 움직이는 거, 꽤 즐겁네요. 당신의 얼굴, 정말 재미있었어요. 우후후, 아하하핫!”

한참을 웃는 미스트.

그동안 수술의 후유증으로 짓지 못했었던 웃음까지 지금 해소하듯 웃던 미스트는 당주에게 살아날 방법에 대해서 말해주었고, 당주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손끝을 떨기 시작했다.

“참, 당신은 숨을 쉴 때마다 복막이 찢어질 거예요. 그러니까 피와 내장을 흘려서 발밑의 시체에게 닿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아시겠죠? 피나 내장이 시체에 닿으면 펑펑 터질 거랍니다. 사령술의 시체 폭탄 마법을 걸어뒀으니까.”

싱긋 웃으면서 천장을 날려주는 미스트.

그러자 나머지 캘러미티 가문의 시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제 막 10살이 된 엘라의 얼굴이 보였다.

“끝났어?”

“네, 은근히 기분이 좋네요. 그나저나 공주님. 이제부터 제게 제 마음대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는 거겠죠?”

“글쎄? 마음대로 해. 나도 마음대로 할 테니까. 그것보다 속이 시원하네. 내 배에 칼질을 한 녀석들이 전부 죽다니…….”

“정말 죄송해요. 공주님의 손에 맡기면 전부 고문도 못 하고 죽잖아요? 그러긴 싫었어요.”

“응? 쩝, 뭐, 그건 아쉬운데 나를 안 건드는 게 더 중요하니까. 수고했어, 미스트. 그나저나 너 미용도 꽤 잘하는구나? 머리 마음에 드네.”

“후후, 저는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메이드랍니다?”

“아, 아, 아아아아……!”

미스트와 엘라의 대화에 멍하니 소리를 지르는 당주.

미스트는 그런 당주를 바라보더니 그동안 수고했다면서 자리를 떴고,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캘러미티 가문의 저택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저택의 흔적 자체가 사라져버릴 정도의 커다란 폭발.

그 일 때문에 한동안 오라토리엄 왕국은 난리가 났고, 결국 캘러미티 가문은 말하는 것조차 금지되고 말았다.

“그렇게 된 거랍니다. 레이시.”

“……예전부터 평범하지는 않다고 생각은 했는데 정말 어마무시 하네요.”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자기와 미스트 사이의 아이에게 가슴을 물려주면서 입을 우물거렸고, 미스트는 에메랄드의 눈동자를 한 아이의 얼굴에 배시시 웃으면서 아기의 뺨을 찔러주었다.

“원래라면 이 아이가 제 후대의 비수가 되어서 사람을 죽이고 다녔겠죠?”

“으으으응…….”

“하지만 지금은 레이시의 가슴을 뺏어 먹는 경쟁자가 됐네요.”

“……저기, 미스트, 이 아이는 우리 아이 거든요? 자기 아이에게 질투하지 마요.”

미스트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 미스트를 쳐다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임신한 사람 특유의 약간 어두운 색의 젖꼭지를 물리고 아기에게 밥을 먹이는 레이시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신호를 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신호에 얼굴을 붉히다가 애가 먼저라며 고개를 휙 돌렸다.

“나중에 애들 자면요…….”

“우후후, 네. 기다릴게요, 레이시. ……아니, 우리 자기~.”

“으으으…….”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그때 엘라를 따라가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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