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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96화 (196/542)

〈 196화 〉 천공섬­2

* * *

레이시가 자고 있을 무렵.

엘라와 미스트, 그리고 아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미네르바의 전언에 귀찮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면서 네 명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수가……. 미스트,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올 때 몬스터의 이상 증식에 대해서 보고가 온 게 있어?”

“아뇨, 없습니다. 대신에 시체가 확 늘고 살아남은 몬스터의 힘이 평균적으로 우두머리의 수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초기는 넘겼다는 거네?”

“네. 아마 중기라고 생각되네요.”

“……? 무슨 소리냐? 그게.”

“몰라? 마수가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면 그 부근의 지역에서 몬스터가 창궐하고 고독의 술을 쓴 것처럼 몬스터끼리 서로를 잡아먹다가 결국엔 재앙급의 몬스터가 생겨나잖아. 그런 일이 일어나도 처리는 할 수 있지만……, 나도 부상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마수의 이상 증식으로 발생하는 탄생제.

처음에는 몬스터의 수가 이상할 정도로 증식된다.

그러다 보면 먹을 게 부족해지니 자기들끼리 뜯어먹고 싸우고 난리를 치고 자연스럽게 강한 녀석들만 살아남는다.

그러고도 마수와 신수 사이의 밸런스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단 한 마리의 몬스터만이 남고 그렇게 되면 그 몬스터는 개인적인 이명을 받게 되며 재앙이라고 불리게 된다.

3년 전에 그런 재앙을 한 번 상대해본 적 있던 엘라는 귀찮게 되었다면서 눈을 찌푸리다가 천공섬에 올라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질리스크가 인가로 내려오려고 해서 그것도 처리해야 한다는 건데……. 흐음, 사람을 나눠야겠네.”

생각의 끝에 결국 사람을 나누자고 말하는 엘라.

엘라는 아샤는 자기와 함께 지상에서 몬스터를 처리하자고 말했고 미스트와 미네르바를 보고는 레이시와 함께 천공섬에 올라가서 조사하고 가능하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잠시 눈살을 찌푸리다가 레이시가 위험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미네르바.

신수라거나 마수라거나 그런 걸 본 적은 없지만, 주변 땅에 그런 영향을 줄 정도의 존재라면 상당히 위험하거나 강한 게 틀림 없을 텐데 그런 것들이 득실거리는 섬에 레이시를 데리고 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엘라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안심하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신수나 마수나 그 땅의 지맥에 의해서 선택받은 동물일 뿐이지 이상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 다소 특이한 힘을 사용할 수 있지만 너와 미스트가 붙어있으면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특이한 힘?”

“그래. 적의를 없애고 강제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게 한다거나 반대로 강제로 적의를 만들어 미쳐 날뛰게 만든다거나 하는 힘. 그래도 넌 레이시를 무척이나 사랑하니까 레이시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 거야. 주변 동물에게 해를 가할지도 모르겠지만, 미스트라면 네 적의에 곧바로 다치거나 하지도 않을 거야.”

“으으음……. 그러는 편이 주인이 안전한가?”

“그래. 이미 탄생제가 중기까지 진행되었다면 여기에 있다가 퀄커스랑 같이 대항하는 것보다는 저 섬에 있는 게 훨씬 안전할 거야.”

“그럼 그러겠다.”

엘라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미스트에게 다가가 미스트를 껴안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잘 부탁한다며 작게 미소지으며 미네르바에게 안겼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웃음에 빠르게 날아가 레이시에게 갔다.

한참 자고 있는 레이시의 모습.

지금 깨우면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쳐 실수하겠다 싶어서 두 사람은 일단 레이시가 푹 쉬고 잠에서 깨면 움직이기로 하고 각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잠을 취했고, 이내 레이시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시, 일어났나요?”

“흐아암……, 미스트? 3~4일은 걸린다면서요……, 끝났어요?”

“아뇨, 다른 일로 왔어요. 신수를 보여주시겠어요?”

“네에. 아, 맞아. 괜찮으시다면 상처를 봐주시지 않을래요? 저, 치료하는 방법을 몰라서 회복약 발라주고 붕대만 감아뒀는데…….”

“알겠어요. 어디에 있나요?”

“모닥불 옆이요. 퀄커스 씨에게 밤 사이의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처음 미스트의 목소리가 들렸을 땐 잠에서 덜 깬 듯 눈을 비비던 레이시였지만, 신수라는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잠이 깬 건지 레이시는 또렷한 목소리로 레서판다를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서판다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레이시는 미스트와 함께 레서판다를 재워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레서판다는 레이시와 미스트가 자기를 바라보다 몸을 벌떡 일으켜 양팔을 번쩍 들어 미스트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머, 몸은 멀쩡해 보이네요.”

“신수는……, 지맥에 있으면……, 힘을 얻으니까요.”

주먹으로 미스트를 투닥투닥 때려대는 레서판다.

레이시는 그런 레서판다의 행동에 당황하다가 레서판다를 안아들었고, 레서판다는 레이시를 보더니 레이시에게 몸을 파묻으면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조심스럽게 미스트에게 뭔가 했는지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아무래도 자기가 죽인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신수는 조화를 위해 선택받은 동물이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살아있는 것을 죽인 적이 있는 존재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더라고요.”

“아……, 으응, 미스트도 착한 사람인데…….”

“으음, 하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저는 명백하게 악인인걸요?”

미스트의 말에 미스트의 전직을 떠올리고는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자기는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천공섬에 같이 올라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아무래도 탄생제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이런 시기에는 몬스터가 늘어난 지상에 있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거예요.”

“저 섬까지요……? 어떻게 가게요?”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안겨 가세요. 저는 마법으로 따라갈게요.”

미스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공섬에 가겠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자기는 마법으로 따라갈 테니 먼저 미스트와 함께 하늘 위로 날아가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네르바에게 안겼다.

그러자 레이시의 몸을 두꺼운 케이프로 감싸고 하늘로 날아가는 미네르바.

처음 한 100m까지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이내 미네르바도 높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날아오르자 레이시는 귀가 멍멍해지는 동시에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이를 다다닥 떨고 있자 조심스럽게 괜찮은지 물어봤다.

“저, 저는 괜찮아요오옷, 오오! 추웟!”

“음, 올라왔다, 주인.”

이를 다다닥 떨면서 바닥에 착지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슬쩍 고개를 내밀어 바닥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도 가려질 정도로 호수가 작아지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안쪽으로 돌리고 품에 안고 있던 레서판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숲을 보고 팔을 번쩍 드는 레서판다.

레이시는 그런 레서판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숲의 안쪽을 바라봤고, 이내 숲에서는 도마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라……?”

그리고 그런 도마뱀들을 보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 도마뱀들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

레이시는 그런 자신의 생각에 흠칫 떨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말하며 미네르바를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엘라가 한 말이 떠올라 눈을 찌푸리고 강하게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빨만 드러냈으면 살려줄 여지가 있었지만, 레이시에게 공격을 가했고 그게 효과를 봤으니 더 이상 살려줄 수 없다.

그렇게 말하듯 미네르바는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고, 도마뱀들은 그런 미네르바의 기운에 흠칫 떨더니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아무리 마수가 되었다고는 해도 어찌됐건 살아가는 생명체.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미네르바는 도마뱀들의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자 깔끔하게 맨 앞에 있는 녀석만 죽여 나머지 녀석들이 도망치게 만들었다.

그러자 금방 몸이 축 늘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미스트는 뒤늦게 두 사람 뒤에 착지하더니 이내 상황판단을 끝내고 괜찮은 건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지켜줘서 괜찮았다고 말하면서 숲 안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땅에서 볼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하늘을 날고 있는 섬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크네요.”

“땅에 마력이 깃들 정도로 많은 생물이 살았다는 증거니까 크긴 하죠. 그것보다 레이시, 마수를 만났다면 정신적인 영향을 받으셨죠? 갑자기 죽여야 한다거나 그런 생각이요.”

“아…….”

“그럼 정신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드릴게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숲 안의 평지에 앉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자리에 앉자 악마를 소환했고, 이내 미스트의 눈과 머리카락은 분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와…….”

“…….”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감탄하는 레이시와 레이시가 화살에 맞아 뻗었을 때를 떠올리고는 작게 경계하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지금은 자기가 다 관리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며 손을 살짝 들어 올리다가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마법을 걸었다.

미스트가 레이시에게 건 마법은 레이시의 이성을 애정을 느끼는 상태로 고정하는 마법.

적에게 사용하면 적의를 뒤엎고 애정을 느끼게 해서 이성을 없애고 날뛰게 만드는 마법이지만, 레이시는 애초에 미스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

그렇기에 미스트가 건 마법은 다른 정신적인 영향력을 튕겨내는 방어마법처럼 작동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기를 바라보자 잘 걸렸으니 안심하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으음, 이런 곳은 이상한 곳을 찾는 게 무척이나 어렵단 말이죠.”

“왜요?”

“신수와 마수가 넘치는 땅이라서 마력이 넘치거든요. 공주님 수준의 마력을 지닌 분이라면 지상이든 지금 이곳이든 별 차이가 없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거든요.”

“아, 아하하하…….”

하긴 강제로 일식을 일으키고 땅에다 빔을 떨어트려서 지면에 코로나의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평범하게 생각하면 안 되려나…….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뺨을 긁적이다가 자기 품 안에 있는 레서판다가 다시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위협하자 저기에 마수가 있다고 말해주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단검을 꺼내면서 미네르바의 옆에 붙으라고 말했다.

“그르르륵…….”

숲에서 천천히 나오는 늑대들.

레이시는 자연스럽게 미네르바의 옆에서 채찍을 꺼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자기 안전을 확보하자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레이시.”

“네?”

“여기에 오고 나서 신수를 봤나요?”

“아, 아뇨?”

“그러면 그 품에 있는 레서판다가 뭔가 반가워하는 반응을 보인 적 있나요?”

“그것도……, 아뇨.”

“그럼 확실하게 마수가 많은 거군요.”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는 미스트.

미스트는 이미 스위치가 들어갔는지 눈빛이 공허해져 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웃음에 흠칫 떨면서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쟤, 쟤들도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닐 테니까 편하게 보내주세요……?”

“네에~ 그러죠. 후후, 후후후후……!”

미스트의 웃음소리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의 옷깃을 꽉 잡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기 옷을 잡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스트가 단검을 던지는 걸 보자 조심스럽게 레이시를 안아 눈을 가려주었고, 레이시는 귀에 들리는 뼈가 부러지고 살이 잘리는 소리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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