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 천공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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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를 떠나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레이시와 엘라 일행.
레이시는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봄의 온기에 이제는 완전히 봄이 됐다며 작게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옆에서 같이 웃다가 지도를 보더니 조금 있으면 야영지에 도착하겠다고 말했다.
“헤에, 정말요?”
“응, 저기 봐. 저기에 천공섬 있잖아.”
“그나저나 진짜 하늘에 섬이 떠다니는 군요…….”
하늘을 떠다니는 섬.
엘라는 이미 마도공학적으로 모든 게 밝혀진 섬이라며 시시해했지만, 레이시는 설마 섬이 날아다닐 줄은 몰랐다며 엄청 신기해하면서 섬을 올려다봤다.
원리를 알고 있어도 열기구가 날아다니는 걸 봐도 신기한데 원리도 모르는 땅덩어리가 날아다니는데 어떻게 눈을 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마차를 끌고 있는 하양이에게 마차 운전을 맡기고서 천공섬을 뚫어져라 봤고, 엘라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킥킥 웃다가 바다를 날아다니는 고래를 보면 아예 자지러지겠다면서 레이시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래도 있는 거냐고 되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 구경하러 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약속이라면서 손을 내밀었다.
“꼭이요!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마시고……, 하여튼 시간 나면 꼭 같이 가는 거예요!”
말로 그냥 가자고 말하는 거로는 못 믿겠는지 눈을 빛내면서 엘라에게 약속을 요구하는 레이시.
엘라는 설마 레이시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약속을 요구할 줄은 몰랐기에 꽤 놀란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다음 휴가는 하늘고래를 보러 가야겠다며 레이시를 껴안았다.
그러자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에게 머리를 기대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슬슬 멈추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마차를 멈춘 다음 주변을 둘러봤다.
“으으응……? 아무것도 없는데요?”
“아니, 여기가 맞아.”
마차에서 내리더니 이내 주변을 둘러보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똑같이 마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고, 이내 평범한 숲처럼 보이는 숲의 풍경에 뭘 찾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는 잠시 기다리라는 듯 손짓하더니 이내 찾았다면서 레이시에게 숲의 풍경 한쪽을 가만히 보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일단은 엘라가 가리킨 곳을 빤히 쳐다봤다.
평범한 숲……인데 점점 뭔가 이상해지는 풍경.
레이시는 그런 숲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이상함이 느껴지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고 이내 레이시가 다가가자 나무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그 모습에 크게 놀라며 당황하는 레이시.
레이시가 놀라자 나비와 하양이, 미네르바는 동시에 전투태세를 취하면서 엔트를 바라봤고, 엔트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놀란 얼굴로 손을 들어 레이시를 진정시켰다.
“숲지기인 엔트야. 적 아니니까 안심해.”
그리고 엔트를 도와 레이시를 진정시키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엘라와 엔트를 번갈아서 봤고, 엔트는 레이시와 시선을 마주치기 위해 레이시에게 자기 손을 내밀고 타라는 듯 손짓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쭈뼛거리면서 엔트의 손에 올라탔고, 엔트는 레이시를 살짝 들어올려 시선을 마주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라님의……, 친우분이십니까?”
“아, 어……, 네. 레이시라고 해요.”
“저는 엔트인……, 퀄커스라고 합니다. 이 숲을 지키는……, 숲지기입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시지요.”
가지를 비틀어서 길을 열어주는 퀄커스.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에 레이시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차를 타고 퀄커스가 열어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호수가 레이시를 반겨주었고, 레이시는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엘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마차를 안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히 넓은 장소에 야영지를 설치하기로 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마차를 한쪽 벽면으로 삼고 텐트를 치면서 오랫동안 머물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호수에 자기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서 바질리스크라는 몬스터를 처리하러 왔다고 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보이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에게 왜 사람들이 안 보이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작전을 짜다가 말고 레이시에게도 말해주는 게 좋겠다며 몸을 돌리고 레이시를 바라봤다.
“아, 이건 이 근방의 주민들이 위험해서 온 게 아니거든. 애초에 이 근방에 마을이 거의 없기도 하고.”
“네?”
“이 숲과 산 몇 개는 몬스터가 너무 많이 살아서 그 근방을 마을로 둘러싼 다음 관리하는 형식이야. 그 증거로 이 근방에는 변경백이 없잖아.”
“아…….”
“이번 의뢰는 몬스터 관리국에서 의뢰를 받아서 온 거고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을 거야.”
애초에 바질리스크가 나타났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주변에 대피령이 발동됐을 정도다.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자살 희망자거나 무언가의 목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면 무조건 적이라고 생각하고 숨으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살짝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면서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사람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숲은 퀄커스의 영역이니까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이 들어온다면 미리 말해줄 거야. 그러면 이 호수에서 숨어서 얌전히 있으면 돼. 알겠지?”
“네에에.”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더니 다시 바질리스크를 죽이기 위한 작전을 짜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 일행을 바라보다가 마저 캠프를 설치하고 엘라가 선물해준 책을 읽으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가볼게! 잘 지키고 있어. 사, 나흘 내로는 돌아올 거야.”
“아, 네에~.”
그러자 얼마 안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하겠다고 말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떨어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엘라의 뺨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말했다.
얌전히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게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다치지 말고 돌아오라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너무 힘든 걸 요구하는 건 아니냐며 작게 웃다가 다시 한번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자리를 떠났고, 레이시는 엘라가 자리를 뜨자 멍하니 엘라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미네르바를 불러 미네르바에게 기대서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았다.
“으응…….”
“왜 그러나? 주인.”
“그냥……, 갑자기 외로워져서요?”
집에 있을 때에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는데 밖에서 이러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외롭다.
그렇게 말한 레이시는 뭔가 이상하다며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 뺨을 긁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자기가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비랑 하양이도 있다고 말해주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그러니까 외로워하지 마라며 레이시에게 뺨을 비볐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직 날이 쌀쌀해서 호수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미네르바의 헤엄을 구경하거나 나비와 하양이가 물을 마시는 걸 구경하면서 시간을 떼우는 레이시.
그러다가 저녁이 되자 레이시는 모닥불에 수프를 끓여 마시면서 하늘에 있는 천공섬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네요.”
“응? 뭐가 말이냐?”
“저 섬 말이에요. 하늘에서 떠다니잖아요.”
“……바람의 마력이 많으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저는 그런 건 못 느껴서요. 엄청 신기해요.”
“흐으으음…….”
“그런데 미네르바.”
“응?”
“저기에서 뭐 떨어지는데 별똥별 같은 걸까요?”
“아니, 저건 신수다.”
“……네?”
“섬에서 떨어지는 거다. 떨어지기 전에 구해줄까? 신수라면 무언가를 죽여서 살아가는 동물은 아니라 데리고 와도 안전할 거다.”
“구, 구해주세요! 빨리!”
멍하니 천공섬을 바라보다가 붉은 빛이 땅으로 떨어지는 게 보이자 별똥별이 떨어지고 있다며 웃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떨어지고 있는 게 자연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신수라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당황하면서 신수를 구해주라고 말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이시의 몸이 끌려서 앞으로 튕길 정도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날아가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호수에 빠질 뻔 했지만, 이내 간신히 중심을 잡고서 미네르바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면서 미네르바가 늦지 않기를 기도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기도를 듣기라도 한 건지 신수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신수를 낚아채 레이시에게 데려다줬다.
“레, 레서판다?”
미네르바의 발에 잡혀서 온 건 레서판다처럼 생긴 동물.
등에는 누가 깨물었는지 상처가 길게 나 있었고 출혈이 심했는지 레서판다는 몸을 축 늘어트리고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마차에서 회복 약과 붕대를 꺼내와 치료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미안한 응급처치를 끝낸 다음에 레서판다를 가만히 바라봤고, 소동을 느낀 퀄커스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레이시에게 무얼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저 섬에서 이 신수가 떨어졌대요. 다행히 미네르바가 땅으로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낚아채서 데리고 왔는데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요.”
“……그렇습니까?”
심각한 목소리로 레이시의 말에 대답하는 퀄커스.
레이시는 그런 퀄커스의 말에 움찔 떨면서 많이 안 좋은 일이냐고 물어봤고, 퀄커스는 어쩌면 요즘에 몬스터의 수가 늘어난 게 신수가 땅으로 떨어진 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수만 있는 자연도……, 그렇게 좋은 자연은……, 아닙니다만……. 이 한 달 동안……, 신수가 벌써……, 3마리나 됩니다. 실제로……, 섬 위에서……,죽은 신수는 더 많겠죠…….”
“그러니까 마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가요?”
“네……, 마수가……, 늘어나면서……, 몬스터도 늘어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으, 으으으…….”
퀄커스의 말에 당황하면서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 레이시.
지금이라도 미네르바에게 부탁해서 엘라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지금 일어나는 일은 모두 자연적인 일이니 그냥 이래도 방관하는 게 좋을까?
그런 식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레이시는 옆에 있던 퀄커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고, 퀄커스는 레이시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여는 퀄커스.
“우선 신수가 회복되면……, 제가 대화를 도와드리죠……. 그 뒤에 엘라님을 불러올지……, 말지……, 정하도록 합시다…….”
“아, 으응, 그러네요. ……저기, 치료는…….”
“그대로 두면……, 회복할 겁니다……. 기다리죠…….”
퀄커스의 말에 우물쭈물거리다가 레서판다를 모닥불 근처 따뜻한 곳에 내려놓고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두는 레이시.
레이시는 레서판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레서판다에게 담요를 덮어주면서 퀼커스에게 레서판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봐줄 수 없는지 물어봤고, 퀄커스는 레이시의 요청에 자기는 잠을 자지 않는다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몸으로 레서판다에게 가는 바람을 막아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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