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생일 선물2
* * *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 부근에는 이제 멧돼지는 더 이상 없을 거예요. 그나저나 그……, 괜찮으세요?”
“아하하! 괜찮습니다! 그렇게 골머리를 썩인 녀석을 해결해준 녀석인데요!”
“멧돼지가 잘 숨어서 찾는 게 늦었어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아, 이거 드시겠습니까!? 아하하핫!”
도시 히데에서의 의뢰를 나눠서 하길 5일째.
레이시는 간신히 숨어있는 멧돼지를 찾아내고 나비와 함께 멧돼지를 구제한 다음 지주에게 보고했고 지주는 나비가 멧돼지를 뜯어먹는 것을 보면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분명 처음에는 나비를 보고 해수를 구제해달랬더니 몬스터를 보냈다며 기겁했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나비의 덩치가 덩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지주에게 나중에 호랑이의 대소변을 받아서 농가 근처에 뿌려두면 멧돼지가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다소 황당하다는 듯 레이시를 바라보는 지주.
“저……, 루피너스 남작님.”
“네?”
“그, 호랑이의 대소변을 어디서 받습니까?”
“……아. 아, 아하하하하, 죄송해요! 제 근처에는 언제나 나비가 있다 보니까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네요.”
사실 전생에서 할아버지가 동물원에 싼 값에 농작물을 넘기는 대가로 호랑이의 대소변을 받아온 거지만.
하지만 이 세상에는 동물원 같은 건 거의 없다.
수도나 공작 가문이 직접 다스리는 영지에는 있는 모양이지만, 다른 도시는 모른다.
관리하기도 힘들고 그렇게 필수적인 곳이 아니니까 아마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지주에게 사과했고, 지주는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레이시가 자기에게 사과하자 당황해하며 괜찮다고 말했다.
“수도에는 동물원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니까 어쩔 수 없죠! 저도 지나가는 상인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있답니다. 왕궁에는 동물원이 따로 있다면서요?”
“네, 맞아요. 나비는 야생에서 길들인 아이지만요.”
나비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면서 싱긋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도적들 때문에 보금자리가 빼앗겨 갈 길을 잃은 나비를 자기가 거두어들였다고 말했고, 지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이 피투성이가 된 나비를 쳐다봤다.
……엘라의 주변에는 괴물밖에 없다더니, 사람이 착한 것과 괴물로 보일 정도로 강한 건 다른 종류의 이야기구나.
그렇게 생각한 지주는 레이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말린 농작물을 레이시에게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지주의 선물에 배시시 웃다가 미네르바를 불러 나눠 먹다가 하양이의 등에 올라탔다.
“남은 멧돼지들은 드릴까요?”
“네? 아, 아뇨! 벌써 두 마리나 주셨으니 괜찮습니다!”
“그럼 남은 멧돼지는 받아갈게요?”
지주의 말에 남은 멧돼지 둘을 수레에 대충 집어 던지는 레이시.
성인 남성 6명이 들러붙어서야 간신히 들 수 있었던 성체 멧돼지였지만, 레이시는 아무런 무게도 못 느낀다는 듯 가볍게 휙휙 던진 다음 하양이의 위에 올라탔고, 하양이는 레이시가 올라타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벽의 안으로 들어가는 레이시.
레이시는 하양이의 등 위에서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하양이의 옆에서 걸어오는 미네르바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해결했는지 물어보았다.
“엘라도, 아샤도 3일 만에 끝낸 거 같다. 미스트는 4일째에 다과회가 끊어졌다는 것 같다.”
“그런가요오오……. 제가 제일 늦었네요.”
미스트의 말에 괜히 민폐를 끼친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한숨에 그럴 리가 없다면서 레이시를 응원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응원에 작게 웃다가 눈치를 보다가 일정이 조금 늦어진 것 같으면 사과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숙소로 사용하는 여관에 도착한 레이시는 쭈뼛거리면서 여관에 들어갔고, 엘라는 소설을 읽다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왜 안 들어오고 쭈뼛거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자기 때문에 일정이 늦어진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어차피 일주일은 머물려고 했는데 그럴 리가 없지 않냐며 웃었고, 레이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얼른 씻고 오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후아, 다행이네요. 딱히 늦은 것 같지는 않아요.”
“음, 그런 것 같다. 주인.”
욕실에서 몸을 씻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레이시는 그래도 엘라가 오래 기다리면 안 되니까 샤워만 하고 내려가자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받쳐주었다.
“에헤헤, 지금은 씻겨주지 않아도 돼요.”
“으응, 그냥 이러고 싶다.”
레이시의 말에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 어리광을 부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못 말린다는 듯 웃다가 잠시만 쉬다가 씻자면서 미네르바에게 몸을 기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욕실의 문을 노크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노크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욕실의 문을 열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샤워하고 있자 작게 웃으면서 입욕제를 건네주었다.
“지금 아래층에 귀족을 비롯한 귀빈이 찾아오셔서 1시간 정도만 시간을 보내주시겠어요?”
“아, 으응……, 그럴게요.”
미스트의 말에 샤워만 하고 나가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미스트가 난처한 듯 웃자 꽤 중요한 손님인가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하긴 샤워하고 곧바로 내려가면 실례이기도 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고, 그걸 확인한 미스트는 아래로 내려가더니 빠르게 생일파티의 준비를 시작했다.
약 30분 만에 전체적인 데코레이션과 음식을 전부 준비하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가 움직이자 선물 상자를 누가 준비했는지 알 수 없도록 미리 한 곳에 쌓아둔 다음에 생일케이크와 와인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런 엘라의 움직임에 맞춰서 오븐에 염지를 끝낸 닭고기를 집어넣고 타이머를 돌리는 아샤.
세 사람은 일사분란하게 요리의 준비를 끝낸 다음 레이시를 기다렸고, 이내 2층에서 문이 열리면서 레이시와 미네르바의 목소리가 들리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손에 들린 폭죽을 잡았다.
그리고 레이시가 1층으로 내려오자 동시에 폭죽을 터트리는 세 사람.
레이시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세 사람이 웃으면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자 그제야 상황파악을 끝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저 생일 오늘이 아닌데요?”
“그게, 미안. 레이시의 생일이 되면 일이 바빠서 제대로 축하를 못 해줄 거 같아서 지금 하는 거야.”
“으응……, 그렇구나. 에헤헤……, 고마워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케이크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 전에 선물을 먼저 뜯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면서 동시에 그냥 열면 재미가 없으니까 간단한 게임을 하자고 말했다.
“누가 어떤 걸 준비했는지 맞추고 뭐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지 말해줘.”
“헤에에~. 맞추면 상 있어요?”
“음, 그거까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 선물 뭐 줄까?”
“으음~ 글쎄요? 나중에 생각해볼게요.”
엘라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선물 상자를 하나씩 뜯어보는 레이시.
첫 상자에 들어있는 건 쿠크리 나이프.
레이시는 보자마자 이건 누구 선물인지 알겠다면서 아샤를 바라봤고,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자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아샤에게 고맙다며 볼에 입을 맞춰주었고, 곧바로 다음 선물 상자를 뜯었다.
이번에는 비녀.
레이시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 상자를 뜯어보고 맞춰봐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마음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이시는 나머지 포장도 뜯어보고는 가터벨트를 보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두 선물 다 누가 선물해줬다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물건들.
“으으으응…….”
엘라가 야한 걸 생각하고 가터벨트를 보낸 걸까?
그게 아니라면 미스트가 셔츠의 옷자락을 가다듬는 걸 도와주기 위해서 가터벨트를 보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터벨트를 들고 있던 레이시는 장식이 크게 달리지 않고 천의 면적이 꽤 큰 걸 보고는 미스트가 가터벨트를 주지 않았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으면서 정답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떻게 알아차렸어요?”
“천의 면적이 커서요. 엘라가 선물을 준다면 뭐랄까……, 레이스가 좀 더 많이 달리고 여성용 가터벨트를 줄 거 같았거든요.”
레이시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하자, 엘라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나중에 그런 걸 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면서 굳이 안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킥킥 웃다가 다음에 꼭 사주겠다고 말한 다음 그래서 어떤 선물이 제일 마음에 드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쭈뼛거리다가 가터벨트를 들었다.
“비녀는 저 혼자서는 도저히 못 쓰고 쿠크리 나이프는……. 응, 나이프는……. 나이프니까요? 음, 그러니까 가터벨트가 가장 좋아요.”
“그렇구나.”
레이시의 말에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다가 미스트를 바라보는 엘라와 아샤.
미스트는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케이크를 전부 먹고 하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뭔가 내기를 걸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엘라에게 이런 게임에 내기를 안 걸 리가 없지 않냐며 우아하게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어색하게 웃다가 케이크의 촛불을 끈 다음에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크림이 거의 없는 깔끔한 맛의 케이크.
레이시는 시트러스의 향기가 강하게 나는 케이크를 우물거리다가 맛있다면서 웃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웃음에 눈을 깜빡이다가 케이크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울리는 타이머.
아샤는 요리가 다 됐다면서 몇 가지 소스와 함께 오븐 구이를 꺼내왔고, 레이시는 오븐에 구운 치킨에 눈을 빛내다가 아샤가 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주자 고맙다며 웃었다.
“에헤헤…….”
계속해서 배시시 웃으면서 고기를 우물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그렇게 좋냐며 피식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엘라와 미스트, 아샤가 자기를 위해서 이렇게 준비해준 파티가 안 기쁠 리가 없지 않냐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다른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지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입에 닭고기를 넣어주었다.
“맛있죠?”
“으뷰우우우…….”
레이시의 말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는 미네르바.
하지만 고기는 맛있었는지 미네르바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 웃다가 옆에 앉힌 다음 계속해서 고기와 샐러드를 먹여주었다.
그러자 아샤는 레이시도 좀 먹으라면서 고기를 직접 입에 가져다주었다.
“누가 보면 미네르바의 생일인줄 알겠네.”
“아, 아하하하……. 이렇게 먹여주는 것도 좋은걸요?”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소스는 어느 게 좋아?”
“살사 소스요.”
“그래. 자.”
“우음~.”
아샤가 소스를 찍어주자 입을 벌리고 얌전히 받아먹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다가 조심스럽게 소스를 바꿔가며 레이시에게 치킨을 먹였고, 레이시는 아샤가 먹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이번에는 반대로 아샤에게 치킨을 내밀었다.
“에헤헤, 아샤도 드세요.”
“……어, 으응.”
“맛있어요?”
“그야……, 응. 맛있네.”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기쁜 듯 웃다가 이번에는 아샤에게 연신 치킨을 먹여주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부끄러운 듯 엘라에게나 해주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시무룩한 얼굴로 하고 싶었다고 중얼거렸고, 아샤는 레이시가 일부러 저런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얌전히 입을 벌렸다.
“너 진짜……, 하웁.”
“에헤헤, 좋아해요오~.”
“맘대로 해라…….”
“풉, 늘 느끼는 거지만 레이시에겐 되게 약하네.”
“시끄러워.”
엘라가 놀리는 소리에 한숨을 내쉬는 아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레이시가 배시시 웃으면서 다시 포크를 자기에게 건네자 얌전히 입을 벌리며 레이시의 애교를 받아주었고, 생일파티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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