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때 이른 생일 파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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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쇼!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님! 저는 도시 히데를 다스리고 있는 팔레이 히데 자작이라고 합니다!”
“음, 그래. 한 일주일 동안 머물 건데 추천해주는 여관이 있나?”
“넵!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먼저 나와서 인사하는 영주.
레이시는 이럴 때마다 엘라가 공주라는 게 어떤 의미로 무척이나 실감이 들어서 어색하게 웃었고, 엘라는 어색하게 웃고 있는 레이시를 힐끗 본 다음에 숨을 깊게 내쉬었다.
머문다는 일주일은 한계의 한계까지 시간을 쥐어짜낸 것.
이 시간 동안 레이시의 생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속으로 마른침을 삼키면서 긴장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음, 고기를 저녁으로 먹을 생각을 하니까 살짝 긴장되네.”
“너무 무리하지는 마요. 엘라가 좀 많이 먹으면 좋겠다는 거지 꼭 고기를 같이 먹고 싶다는 건 아니니까요.”
“아냐, 괜찮아. 그나저나 히데 후작. 우리는 돌로로스 부마에게서 이곳에 오면 동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들어 일부러 이 도시에 들린 건데 추천해줄 가게가 있나?”
“네, 몇 개의 가게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아, 맞아. 레이시, 레이시는 냉면이라는 걸 기대하고 있댔지? 히데 자작, 미안하지만 냉면이 있는 가게부터 소개해줄 수 있겠나?”
“예,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엘라의 말에 직접 가게로 안내해주겠다고 말하는 히데 자작.
엘라는 히데 자작의 말에 레이시와 미네르바에게 따라오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나비의 상태를 살피다가 나비가 살짝 지친 얼굴을 하자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서 미스트를 따라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엘라와 함께 걷는 레이시.
히데는 말없이 걷는 세 사람을 보고는 말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지만, 엘라는 한동안 마차에 갇혀 있어서 걷고 싶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다음 빨리 가게로 안내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히데 자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고급 가게로 안내했고, 레이시는 가게의 풍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아, 아뇨. 으음…….”
뭔가 베트남과 중국과 한국과 일본이 뒤죽박죽 섞인 것 같은 모습…….
1층이 없고 기둥으로 건물을 땅에서 띄운 건 습기가 넘치는 베트남의 건물 형식이고, 좌우대칭에다가 지붕 밑에 다른 지붕을 추가로 단 건 중국.
그러면서도 기와나 못 없이 건물을 지은 건 한국의 전통방식인 것처럼 생겼고, 바람이 불 때마다 울리는 풍경이라거나 가게 안으로 보이는 가게의 내부는 일식의 다다미방을 닮아있었다.
……대체 이게 뭘까?
하긴 중세 세계관인데 마법으로 탄산음료를 만드는 것에서부터가 평범한 상식을 요구하면 안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가 손짓하자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가게의 종업원으로 보이는 엘프는 히데 자작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안에 있는 귀빈실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라와 레이시, 미네르바가 자리에 앉자 히데 자작은 엘프 종업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고, 엘프 종업원은 히데 자작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더니 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 테이블에 메뉴판을 내려놓았다.
“저, 소, 손님들은 동양식이 처음이라고 들으셔서 설명해드릴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응? 아, 편하게 말해. 뭘 그리 떨어?”
“네, 넵……!”
히데 자작에게서 엘라가 어떤 사람인지 들었는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인사하는 종업원.
레이시는 그런 종업원이 불쌍해져서 메뉴판을 들어서 여기에 있는 냉면은 무슨 요리냐고 물어보며 먼저 대화를 시작했고, 종업원은 레이시의 질문에 구세주를 만난 듯 환하게 웃으면서 기계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 냉면이라는 것은 메밀의 가루로 만든 면을 이용한 요리로 차가운 육수와 함께 나오는 국수입니다!”
“국수? 국수라는 거는 뭐야? 파스타 같은 건가?”
“아뇨, 파스타의 경우에는 오일 파스타든 소스 파스타든 육수와 함께 먹지 않지만, 국수의 경우에는 육수에 담아져서 나옵니다.”
“육수랑……?”
종업원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을 하면서 자기는 국수는 다음에 시도해보겠다고 말하는 엘라.
엘라는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족발을 주문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엘라를 한껏 비웃더니 레이시에게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아, 그렇게 하면 됐었네.”
“하하하! 이번엔 내 지혜의 승리다!”
“그, 그런 거로 승부라고 하는 거예요? 아하, 아하하하…….”
“흐흥! 그래서 주인, 주인은 뭘 추천하나?”
“면은 싫어 했었죠? 그럼 엘라가 족발을 시켰으니 수육을 시켜보는 건 어때요?”
“음! 알겠다.”
점원에게 자기는 수육을 달라고 말하는 미네르바.
점원은 세 사람의 주문에 어색하게 웃다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내 각자의 앞에 요리가 하나씩 나왔다.
“족발이래서 뭔가 싶었는데 돼지 발이네. 그런데 왜 족발이야? 족하고 발하고 둘 다 다리를 뜻하는 단어잖아. 거기다 뭔가 지방이 그대로 달려 있어 보이네. 이런 무거운 음식은 좀 서툰데.”
“……고기가 새하얗다. 엘라의 것이 맛있어 보인다. 엘라, 바꾸자.”
“그럴까? 아직 서로 손도 안 댔고.”
“아, 아하하하…….”
그리고 곧바로 메뉴를 바꿔버리는 엘라와 미네르바.
하긴 미네르바는 고기라면 기름져야 한다는 편이었고 엘라는 고기든 뭐든 무거우면 소화를 시키기 힘들어서 기름진 건 싫어하는 편이었으니까 어쩌면 메뉴 추천을 반대로 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레이시는 두 사람이 자기를 쳐다보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앞접시에 육수와 면을 조금씩 덜어주었다.
그러자 이게 뭔 요리냐는 듯 쳐다보는 엘라와 면 자체에 대한 편견이 없어 그냥 한 입에 털어먹는 미네르바.
“음, 의외로 맛있고 시원하다.”
“에헤헤, 그래요?”
“난 익숙해지기 전에는 조금 힘들지도. 맛은 있는데 아무래도 낯서네.”
두 사람의 반응에 레이시는 작게 웃다가 냉면을 호록거리면서 먹기 시작했고, 엘라는 파스타를 먹을 때와 다르게 소리를 내는 레이시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한 번 읽은 다음 다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동양에서는 면을 먹을 땐 후루룩거리는 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적혀 있는 그 메뉴판의 설명에 엘라는 다시 한번 레이시를 바라봤고, 이내 자연스럽게 후루룩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면을 먹는 레이시를 바라봤다.
“음, 레이시는…….”
“네?”
“꽤 후루룩거리는 소리를 잘 내는 구나?”
“아……, 예의가 아니였죠? 그런데 면을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돼서……. 소리를 죽여볼게요.”
“아니,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냥…….”
“그냥?”
“뭔가 키스하는 소리 같아서야하다 싶어서.”
“……진심이에요?”
엘라의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 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이내 정신을 차린 레이시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며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어색하게 웃다가 물기를 머금은 미끄덩거리는 것을 빨아들이는 건 키스랑 비슷하지 않냐며 자기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말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왜 그런 쪽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거냐며 투덜거리다가 포크로 고기를 찍어 자기에게 내미는 미네르바에게 몸을 살짝 기대면서 족발을 받아먹었다.
“이상하게 껍질 부분이 맛있다. 주인. 스테이크의 껍질은 질겨서 버렸는데!”
“우물우물……, 그러네요.”
싱긋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말에 대답해주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가 아쉽다는 듯 쳐다보자 삐졌다는 듯 입술을 빼쭉 내밀고는 미네르바와 요리를 나눠 먹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자기가 잘못했다며 자기도 끼워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시시 웃으면서 냉면을 나누어주는 레이시.
엘라는 냉면도 먹다 보니 나름 맛있다고 말하면서 저녁을 이어 먹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계속해서 저녁을 먹었다.
“후아, 배 부르네.”
“그러게요.”
그리고 그릇이 바닥을 드러내자 축 늘어지는 세 사람.
레이시는 조금 과식한 것 같다고 웃다가 이를 닦고 싶다고 말했고, 점원은 레이시의 말에 다급하게 양치도구를 들고왔다.
그러자 감사인사를 하면서 이를 닦는 레이시.
엘라와 미네르바는 레이시와 함께 양치하다가 이후 이어디로 갈 건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건지 물어봤다.
“저는 여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걸요.”
“아하하, 그러네. 질문이 이상했네. 산책 다녀올까? 야시장 같은 곳에. 어때?”
“으음, 미스트랑 아샤가 걱정하지 않을까요?”
“음, 사람 시키지 뭐.”
“으응, 말하고 가는 거라면 좋아요.”
레이시의 웃음에 그럼 같이 가자고 말하는 엘라.
미네르바는 엘라의 말에 다급하게 양치를 끝낸 다음 레이시를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손등을 쓰다듬어주다가 두 사람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따로 없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를 따라 걷는 세 사람.
엘라는 야시장에 좀 더 가까워지자 레이시에게 기대되지 않냐며 운을 띄웠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나저나 동양의 야시장이라는 건데 뭘 파는 걸까요?”
“글쎄? ……비수? 수리검? 월도?”
동양 특유의 무기를 하나씩 나열해보는 엘라.
레이시는 어째서 무기만 말하는 거냐며 어처구니없단 얼굴을 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다가 그런 것 외에는 정보가 오지 않았으니 당연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용병 출신 범죄자 중에서 몇몇은 동양의 무기를 썼거든. 그래서 무기는 잘 아는데 동양의 문화 자체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무것도 몰라.”
“으응, 그럼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럼 오늘은 같이 돌아다니면서 배우는 거겠네요.”
“그러겠네.”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뭔가 예뻐 보이는 게 있으면 말해달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야시장의 입구에 발을 디뎠고, 이내 펼쳐지는 물건들의 향연에 작게 감탄했다.
“신기한게 많네요.”
“그러게 동양에서만 풀리는 스킬 보석도 있고.”
“뭔데요?”
“보자. [서면 작약, 앉으면 모란, 걸으면 백합.]이라는 스킬이네. 미용 관련 스킬라는데?”
“헤에에~ 그래요? 뭔가 이름이 예쁘네요.”
“그렇지? 한 번 배워볼래? 영 쓸모가 없는 스킬이면 나중에 사용하지 않고 버리면 되니까.”
“으응~ 그럴까요?”
엘라의 말에 평소와 다르게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조금 낭비지만, 야시장에 오는 이유는 그런 낭비를 하기 위함도 컸으니까.
그렇기에 레이시는 엘라에게서 스킬 보석을 받아서 바로 사용해봤고 스킬 보석이 빛을 내면서 사라지자 배시시 웃으면서 계속해서 야시장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레이시를 주의깊게 쳐다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어떤 물건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쳐다보면서 하나씩 전부 기억하기 시작했고, 이내 레이시의 시선이 얼마나 머무르는지로 레이시가 흥미 있어 하는 물건이 어떤 건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한 것으로 무엇을 선물로 줄지 정하는 엘라.
엘라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스트와 함께 눈에 새겨둔 장인에게 가서 레이시에게 줄 선물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를 데리고 머물기로 한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히데 자작의 배려인 건지 종업원은 전부 다 빠져있고 미스트와 아샤만이 남아있는 여관.
엘라는 그런 여관에 들어가서 미스트에게 야시장에 가서 레이시가 뭘 샀는지 말해주면서 몰래 신호를 줬고, 미스트는 엘라의 신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샤와 함께 어떻게 레이시를 재울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희 먼저 들어가볼게요.”
때맞춰서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레이시와 미네르바.
레이시의 말에 엘라와 미스트, 그리고 아샤는 잘 자라고 말한 다음에 열심히 의논했고, 12시까지 이어진 의논을 통해 한 가지 좋은 수를 내놓고 술을 마시면서 앞으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지 정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이 잔뜩 들어간 계획은 야밤에 일어난 한 사건에 의해서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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