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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86화 (186/542)

〈 186화 〉 때 이른 생일 파티­3

* * *

“엘라? 엘라. 일어나요. 엘라.”

“아, 으음, 잠들었었나? 미안해. 흐아아아암…….”

“으응, 많이 졸려요? 야영지에 도착해서 깨운 건데.”

“이맘 때면 회의고 뭐고 보고서도 작성할 게 많아서 좀 피곤해서 그래.”

“으응, 저녁에 자는 거 맞죠?”

“하루 3시간…….”

“못해도 6시간은 자야죠. 저녁에 안 자면 아플 텐데…….”

레이시의 목소리에 눈을 비비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몸에 덮여진 담요는……, 아샤가 꺼내서 준건가?

비몽사몽한 머리로 상황을 정리하던 엘라는 늘어지게 하품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시는 엘라가 일어나자 야영 준비는 끝냈으니 저녁만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다시 한번 하품하더니 레이시에게 껴안아달라고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당황하다가 엘라가 팔을 벌리고 얌전히 있자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를 안아 들었다.

꽤 가볍게 들리는 엘라.

레이시는 생각보다도 가벼운 엘라의 몸무게에 자기가 강해진 건지, 아니면 엘라가 걱정될 정도로 살이 마른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다가 엘라에게 정말로 괜찮은지 물어봤다.

“너무 가벼운데……, 밥 제대로 먹고 있죠? 엘라는 아침하고 점심은 과일 밖에 안 먹으니까 걱정된다고요?”

“뭐, 최대한 많이 먹고 있기는 한데 살은 잘 안 붙더라고.”

레이시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려달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대답에 볼을 부풀리면서 점심 정도는 생선으로 먹어도 괜찮지 않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피식 웃다가 노력해보겠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더니 엘라는 지도를 펼치고 어디쯤 왔는지 확인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엘라가 나와서 야영용 의자에 앉아있자 어디쯤 왔는지 말해주었다.

그러자 엘라는 기지개를 켜면서 이 주변에 의뢰는 없는지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의뢰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도적들이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규모가 작은 산적들이었는데, 올해 겨울을 못 날 거 같아서 화전민들을 포섭해서 상인들을 털기 시작했다는 것 같아요.”

“화전민……, 허락을 받은 화전민이야?”

“아뇨.”

“좋아, 그럼 범죄 2번. 마지막 하나만 있으면 완전 아웃인데 남은 하나는…….”

“거, 거기! 먹을 걸 내놔!”

“좋아, 지금 생겼네.”

말하자마자 마지막 세 번째 범죄를 짓자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호랑이도 제말하면 오지 않냐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나비는 사냥을 내보냈으니 나비를 불러오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진짜 도적들이 온 게 웃겨서 그런 건지…….

한참을 어색하게 웃던 레이시는 도적 중 한 명이 이가 조금 빠진 롱소드를 자기에게 겨누자 침을 꿀꺽 삼킨 다음에 채찍을 빼들고 도적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귀족 같은데 식량하고 돈 내놓고 가라! 안 그러면 죽일 때까지 돌려먹다 죽여주마!”

“저……, 저희가 그냥 드려도 그렇게 할 생각이잖아요? 그냥 싸우기 귀찮으신 거죠?”

“하, 들켰나? 뭐, 얌전히 있으면 죽이진 않겠어.”

“으으으응…….”

뭐지? 왜 이렇게 하나도 안 무서운 거지.

도적들의 말에 어깨를 만지작거리던 레이시는 머리를 긁다가 뭔가 자기가 변한 것 같다며 어색하게 웃으며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꽤 열심히 한 것 같다며 레이시를 칭찬해주었다.

“그럼 이번에는 레이시가 제압해볼래?”

“네? 싫어요, 그……, 사람이 상대니까 이번에는 저는 지키기만 하면 안 돼요?”

“응? 아, 뭐, 하긴 그러네. 그럼 레이시 지켜줄래?”

“네에.”

비무장 상태로 도적과 마주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태평한 대화.

도적들은 너무나 태평한 두 사람의 대화에 이를 꽉 물다가 자기를 무시하는 거냐며 롱소드를 레이시에게 겨누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 소리에 아샤와 했던 훈련대로 반사적으로 채찍으로 롱소드를 그대로 후려쳤다.

그러자 깔끔하게 부러져서 바닥에 박히는 롱소드.

산적은 손에서 빠져나가서 박살 난 롱소드를 보며 당황하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이내 겁을 먹은 듯 몸을 사리는 레이시의 모습에 어처구니없는 얼굴을 했다.

겁을 먹는다면 자기가 겁을 먹어야 하는데 왜 칼을 부순 장본인이 겁을 낸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산적들은 가까이 오자 선명하게 보이는 레이시의 뿔에 아차 싶어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레이시의 앞에 커다란 마법진이 생기더니 나비가 걸어나왔고, 산적들은 그런 나비의 모습에 기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성인 남성의 상체 정도 크기의 멧돼지를 우둑우둑 씹어먹으면서 나오는 나비.

나비는 소환된 것에 의문을 느끼다가 산적들이 무기를 들고 자기를 쳐다보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르릉거렸고, 도적들은 그런 나비의 울음소리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잔뜩 굳은 채로 덜덜 떨기 시작했다.

“으응, 갑자기 칼을 들이밀어서 놀랐잖아요.”

“풉. 그렇다네? 사과 안 해?”

“어? 어어……, 그, 그게…….”

“참, 사과해도 너희들은 삼진아웃으로 즉결 판결낼 거다?”

“뭐?”

“인가 받지 않은 불법 화전과 도적질, 그리고 왕족에게 칼을 겨눈 왕족시해미수죄. 그 형벌은 최소 구형 30년이나 태형 100대라고?”

사실 그 형벌의 대부분은 왕족시해미수죄로 인한 거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아직 도적들이 정신을 못 차리자 발을 가볍게 굴려서 마법을 발동시켰고, 도적들은 엘라의 마법에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심연마법 제 7위계­죄악의 촉수.”

바닥을 뚫고 나온 커다란 촉수들.

그 촉수들에는 커다란 눈 수십 개가 달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도적들은 촉수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자기 죄를 고하면서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떨떠름한 얼굴로 대체 뭘 한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별 건 아니고 자기가 저지른 죄를 되돌아보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죄요?”

“응, 예로 들어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다거나 하는 거. 어느 정도까지는 아무 효과도 없고 그냥 튼튼한 촉수를 소환한 것에 불과한데 저렇게 사람을 약탈해 죽이고 강간해서 죽이면 약한 인간은 그대로 정신이 망가져.”

“으으응…….”

엘라의 말에 무섭다면서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하지만 레이시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며 실금하는 도적들을 봐도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자기를 강간하다 죽이려고 한 사람이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을 몇 번인가 죽였던 사람들일 테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는 건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반대로 내가 저렇게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죽어도 싫었다.

그렇기에 레이시는 엘라에게 편하게 체포해달라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 다시 한번 발을 굴려서 촉수를 역소환하고 미스트에게 저들을 전부 묶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엘라.

엘라는 잘 했다며 레이시를 칭찬해주다가 잠시 산적들을 쳐다보다가 미스트에게 간이 감옥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명령에 연금술을 사용해서 3겹으로 이루어진 감옥을 만들었다.

“으음, 오늘 날씨는 그다지 안 춥네. 내버려둬도 얼어죽진 않겠지?”

“글쎄요? 소변을 지린 사람들은 저체온증에 시달리지 않을까요?”

“죽지만 않으면 돼. 어디까지나 죽지만 않으면. 현행범이잖아.”

만약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 사람이라면 일반 평민의 삶 정도는 영위시켜줄 생각이 있지만, 지금 이 사람들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현행범으로 잡힌 사람들이다.

죽지만 않으면 딱히 뭔가 해줄 생각이 없었기에 엘라는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쭈뼛거리다가 감옥 앞에 작게 모닥불을 만든 다음에 엘라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괜찮아?”

“네?”

“사람들하고 싸웠잖아.”

레이시의 어깨를 매만지면서 걱정하는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시선에 엘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에게 머리를 기대며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어깨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제가 엘라하고 못 있게 되는 걸요. 그러긴 싫어요.”

“그래?”

레이시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레이시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시선에 엘라가 뭘 원하는지 깨닫고 엘라의 입을 자기 손으로 막았다.

“분위기 좀 읽어요. 도적들이 있는 곳에서 키스라니……, 싫다구요.”

“하긴 무드가 없어도 너무 없긴 하네.”

도적들을 보면서 입술을 샐쭉 내미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작게 웃으며 하여튼 못 말린다면서 미스트가 나눠주는 저녁을 먹고 엘라와 함께 일찍 불침번을 본 다음 마차에 들어가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엘라는 세수와 양치를 끝낸 다음 감옥을 발로 차서 도적들을 깨웠다.

“야, 일어나.”

“헉!? 사, 살려주십쇼! 살려주십쇼!”

“좋아, 죽기는 싫어?”

“넵! 살려만 주세요!”

“흐음.”

마탄을 몇 발 쏴서 감옥을 산산조각 내는 엘라.

도적들은 세 겹으로 만들어진 감옥 전체가 흔들리자 비명을 지르다가 감옥만 깔끔하게 부서지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그러자 엘라는 도적들을 일렬로 세우더니 맨 앞에 있는 도적의 목에 팻말을 건 다음 미스트를 시켜서 쇠사슬로 도적들을 엮기 시작했다.

“자, 죽기 싫으면 저쪽으로 쭉 걸어. 빨리 걸으면 오늘 해지기 전에 다른 도시에 도착하겠지. 빨리 가서 자기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고하고 재판을 받아. 알겠어?”

“네, 넷!”

엘라의 말에 고개를 급하게 끄덕이면서 걷기 시작하는 도적들.

레이시는 일렬로 나란히 걷는 도적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나비의 등에 올라타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으음, 빠르면 오늘 오후 5시쯤에 돌로로스 부마님이 말씀해주신 곳에 도착하겠어요.”

“그래? 그럼 거기 가서 식당순회해보자.”

“에헤헤, 네에~.”

“미스트는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저는 공주님 대신에 그곳의 영주를 만나야겠죠?”

“나는 미스트 따라 가야돼.”

“아, 맞네. 그럼 나만 레이시랑 데이트해야겠네.”

“흥, 나는 잊고 있나?”

“아, 맞네. 뭐, 3명이서 데이트하지.”

어제와는 다르게 피로가 풀렸는지 꽤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길을 가는 엘라 일행.

레이시는 엘라가 어제와 다르게 활기 넘치게 잡담을 떨자 뭔가 안심이 돼서 열심히 길을 따라 움직였고, 저 멀리 도시가 보이자 지도와 도시를 번갈아보다가 엘라에게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엘라는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도시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숙소를 잡고 밥부터 먹자며 레이시와 약속을 잡았다.

“이번에는 고기도 한 번 먹어볼까?”

“정말요?”

“응, 안 먹는 거지 못 먹는 건 아니니까. 흐음……, 미스트. 동양의 고기 요리 중에 유명한 건 뭐가 있어?”

“그러네요. 동양의 고기 요리라고 해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이것입니다.’라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네요. 그래도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동양식이 저희가 먹는 고기보다 기름이 적어요. 우선 버터의 사용량이 현저하게 적으니까요.”

“응? 그럼 어떻게 굽는데? 타지 않아?”

“아뇨, 고기 자체의 지방도 꽤 있으니까 타지 않아요. 케밥은 아시죠? 저번에 레이시 양과 촉수플 했을 때 드셨던 거요.”

“미스트!? 그렇게 설명하면 어떻게 해요!?”

“뭐, 틀린 것도 아니잖아요? 하여튼 그게 원래 동양에서 온 건데 오라토리엄 왕국에 와서 고기 사이사이에 허브 버터를 넣어 고기 자체에 향이 베이도록 발전한 거예요. 순수 동양식으로 한다고 한다면 덜 기름질 거예요. 대신 소스를 꽤 많이 찍어드셔야 할 거예요.”

“흐음, 그러려나……. 기대되네, 그렇지? 레이시.”

“우으으으……, 몰라요! 흥!”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나비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 도시로 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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