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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84화 (184/542)

〈 184화 〉 때 이른 생일 파티­1

* * *

“흐갸아아아아앙~.”

“흐으으응……, 일어났어?”

“흐으…….”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해가 뜨기 직전이라 검은색이었던 하늘이 남색으로 물드고 있을 때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몸을 뒤척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몸을 뒤척이자 잠에서 깼는지 같이 하품하다가 손을 더듬어서 레이시를 안아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체온에 눈을 깜빡이다가 엘라에게 고개를 파묻고 뺨을 부비적거렸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만지작거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다시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고 계속해서 어리광을부렸다.

“아직 잠 덜 깼어?”

“5분만요…….”

“그래, 좀 더 잘까?”

“자긴 싫어요.”

멍하니 엘라의 말에 대답하는 레이시.

엘라는 어떻게든 졸음과 맞서 싸우려고 하는 레이시의 모습이 귀여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이마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이 느껴지자 눈을 깜빡거리다가 엘라를 올려 보다가 머리를 돌리며 엘라의 입맞춤을 피했다.

그러자 엘라는 잠시 레이시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능글맞게 웃으면서 레이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뽀뽀에 얼굴을 조금씩 붉히면서 주섬주섬 일어나기 시작했다.

“촛불 꺼졌네…….”

“흐아아암……, 그러게요.”

“같이 씻을래? 목욕?”

“일 있는데.”

“아, 맞아. 그러네. 그럼 샤워만 같이 할까?”

“샤워……, 에헤헤. 네.”

엘라의 말에 시계를 보며 여유 시간을 확인해보는 레이시.

다행이 아무리 느긋하게 해도 샤워는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불을 내려놓고 욕실에 들어갔고, 엘라는 레이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히죽 웃으면서 뒤따라가서 레이시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리고 가슴과 아랫배를 살살 만지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움찔 떨다가 손등을 꼬집으면서 입을 샐쭉하게 내밀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투정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물에 젖어서인지 찰싹거리는 소리가 크게 나는 레이시의 몸.

아프다거나 그러진 않아도 꽤나 따끔거렸기에 레이시는 볼을 부풀리면서 엘라를 노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장난인데 왜 그러냐며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더니 이내 레이시의 볼을 잡고 입을 맞추는 엘라.

“응, 응후우우, 후으뷰웁…….”

샤워의 물방울 때문인지 평소보다 액체가 튀는 소리가 강하게 들리는 것 같자 레이시는 부끄럽다는 듯 엘라를 밀어냈고, 엘라는 레이시가 밀어내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레이시의 코에 입을 맞추고서 떨어졌다.

“그나저나 일인가……, 싫은 걸.”

“으응, 엘라는 오늘 대신분들 만나는 거죠?”

“그렇지. 대부분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겠지만, 겨울에는 정산할 것도 많고 기본적인 방침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뺄 수가 없네. 애초에 아빠도 꼭 오라고 말했고.”

“흐으응~.”

엘라의 말에 비음을 흘리면서 몸에 묻힌 비눗물을 씻어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에게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볼에 입을 맞추더니 먼저 빠져나와 몸을 닦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가 나가자 몸을 씻은 다음 머리를 자기가 말려줘도 되냐며 레이시의 뒤에 자리잡았다.

레이시는 자리에 앉은 엘라를 보고 이미 할 생각으로 가득하면서 뭘 물어보는 거냐며 꺄르륵 웃다가 얌전히 등을 내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마법으로 조심스럽게 말리면서 끈을 꺼내 레이시의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러나는 목선.

미스트처럼 손재주가 없어서인지 잔 머리카락이 삐져나왔지만, 왠지 그게 더 요염하게 느껴져 엘라는 드러난 레이시의 목덜미에 입을 맞춘 다음 레이시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뺨을 부비적거리면서 예정대로라면 오늘 몇 시에 돌아올 거라면서 일정을 말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뭔가 먹고 싶은 거나 준비해줬으면 하는 게 있는지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나중에 시간이 괜찮으면 왕궁 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쿠키를 몇 개 사다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맛은 레이시가 원하는 맛으로 사도 괜찮아. 티타임을 같이 하고 싶네. 시집 읽어주라. 저번에 한 번 같이 읽어보니까 이제는 혼자서 읽는 건 아무래도 만족이 안 되네.”

“아응……, 에헤헤. 알았어요. 티타임 세트죠?”

“그래, 찻잎도 원한다면 몇 개 사. 경비로 한 20만 하랑이면 되려나?”

책상에 있던 지갑에서 돈을 빼내서 건네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너무 많지 않겠냐고 물어보며 움찔 떨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급 쿠키는 그 정도 한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혹시 남으면 용돈을 하라면서 코트를 걸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옷을 입자 자기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엘라와 미스트를 배웅한 다음 사육장 안을 깨끗하게 치우고 다시 한번 몸을 씻어 냄새를 떨쳐냈다.

그러자 돌아오는 아샤와 미네르바.

두 사람은 꽤 열심히 훈련했는지 땀범벅이 되어서 돌아왔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는 수건을 들고 와 얼굴을 닦아주면서 씻고 오라고 말한 다음 아침 식사의 준비를 끝냈다.

식사 준비라고 해봐야 미스트가 해놓은 밑준비를 순서대로 넣고 적당히 볶고 지지고 할 뿐이지만…….

하여튼 식사 준비가 끝난 레이시는 빠에야 3접시를 차례대로 놓은 다음 두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고, 준비한 식사의 온기가 다 가시기 전에 샤워를 끝낸 두 사람은 레이시가 기다리는 걸 보고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레이시.”

“네?”

“너 쌀 먹을 때에는 좀 많이 먹네?”

“아……, 그렇게 보여요?”

“그렇게 보여.”

“으응, 살 찔 거 같나요……?”

“아니, 그러진 않을 거야. 야차는 신체가 완성된 채로 태어나서 잘 변하지 않으니까. 그냥 많이 먹는 게 보기 좋아서 그랬어. 신경 쓰이게 했다면 미안해.”

“아, 아니에요. 에헤헤, 그럼 아샤도 많이 드세요.”

밥을 먹으니까 많이 먹는 것 같다며 웃는 아샤의 잡담을 시작으로 적당히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

미네르바는 아샤의 말에 레이시가 웃자 자기는 레이시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사랑할 거라면서 은근히 목에 걸린 초커를 자랑하는 미네르바, 그리고 그런 미네르바를 보고 웃으면서 알겠다고 말하며 빠에야도 먹을만 하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고개를 끄덕이자 먹을만 해서 다행이라며 웃다가 접시가 차례대로 비워지자 접시들을 설거지한 다음 거실로 나갔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소파에 앉자 레이시를 꽉 껴안고 뺨을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릎에 올라온 고양이를 달래주듯이 턱을 살살 간질어주면서 웃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엘라와 미스트가 돌아오면 양식 말고 다른 밥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

“동양식 같은 건 어때?”

“네?”

“쌀을 주식으로 하는 건데 밥을 만들어서 먹는다더라. 3년 전인가 2년 전인가? 그때부터 슈레이 공주가 새로 연 무역로로 이것저것 들어오더니 슬슬 식문화도 들어오고 있더라고. 흥미 있으면 한 번 말해봐.”

“헤에에에……!”

아샤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내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반응에 흥미가 있다면 한 번 데리고 가주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가 돌아오면 그렇게 하자고 말한 다음에 시계를 보고는 엘라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에 가서 티타임을 위한 추천 메뉴를 그대로 받아들고 나오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간식을 들자 레이시를 지켜주겠다는 듯 과자를 든 쪽을 날개로 가리면서 주변을 둘러봤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저택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오는 걸 보면 슬슬 회의들이 끝나는 모양이네요.”

“음, 그런 모양이다. 주인. 조심해라, 과자를 노릴지도 모른다.”

“아하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주인을 노릴지도 모른다!”

“에이, 저 같은 메이드랑 누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그러겠어요?”

미네르바의 말에 웃으면서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주변 사람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계속해서 레이시를 호위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 걷는 게 보였고, 레이시는 그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과자를 망가트릴 수 없으니 사람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회의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는지 한참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레이시는 나무 그늘에서 멍하니 그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사람들의 수가 점점 적어지자 지나가자며 미네르바의 손을 잡았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복도에 발을 디뎠을 때, 미네르바는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목을 120도 가량 꺾고 눈을 치켜뜨는 미네르바.

덩치가 큰 미네르바가 그런 식으로 쳐다보자 레이시는 괜히 자기가 겁을 먹고 왜 그러냐며 미네르바를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저 사람들이 레이시를 노려보고 있어서 자기도 똑같이 노려본다며 눈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네르바를 달래는 동시에 누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나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몇 명은 구면인 사이.

레이시는 선두에 서서 당황한 얼굴을 한 사람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과자를 맡긴 다음 자기를 바라보던 사람에게 다가갔다.

“돌로로스 부마님……? 이게 맞나요?”

“예, 그, 저기……. 뒤에 있는 하피는…….”

“아하하, 안심해도 괜찮아요. 착한 아이랍니다. 그렇죠? 미네르바.”

레이시를 쳐다보던 사람은 슈레이 공주의 남편인 돌로로스.

레이시는 돌로로스가 자기를 쳐다보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잘 기억나지 않는 예법을 어떻게든 떠올려 돌로로스에게 인사했고, 돌로로스는 레이시의 인사를 받아주다가 등 뒤에 있는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사람은 꺾을 수 없는 각도로 고개를 돌려 그 커다란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미네르바.

돌로로스는 자기 추종자들이라면 모를 수 있어도 전직 왕국 특별 수사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던 자기만큼은 저 하피가 얼마만큼의 괴물인지 느낄 수 있었다.

미네르바라고 불린 저 하피는 자기가 상대했었던, 기사단 전원의 힘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에는 실패하고 간신히 사살했었던 범죄자보다 아득히 강하다.

몇 번 같이 일했었던 아샤와 동등할 정도의 괴물.

돌로로스는 레이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개를 꺾고 자기를 주시하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다가 다시 레이시를 바라봤다.

남들이 본다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릴 정도로 부드러운 얼굴.

하지만 그런 얼굴로 미네르바 같은 괴물을 태연하게 다루는 걸 보자 돌로로스는 역시 레이시도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괴물의 곁에는 괴물만 모인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돌로로스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어디를 가고 있었냐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했고, 레이시는 돌로로스의 질문에 엘라와의 티타임을 준비하러 가던 길이라고 말해주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서 놀라버렸지만요.”

“아하하,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부마가 되면서 은퇴하긴 했지만, 고문으로 초청을 받아서 회의를 하고 오는 길이었거든요.”

“헤에~ 무슨 회의였는데요?”

“상단의 길을 정돈하기 위한 회의를 했습니다. 이번에 동양의 국가와 국교가 돈독해지면서 식재도 들여오기 시작했는데 새로 상로를 개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아샤에게 들었어요! 으음, 동양식……. 먹어보고 싶은데…….”

레이시의 말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돌로로스.

돌로로스는 레이시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자기를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럼 제 일을 조금 도와주시겠습니까?”

“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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