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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74화 (174/542)

〈 174화 〉 오늘도 평화로운 일상­3

* * *

트레이에 올려져서 온 요리의 정체는 칠면조 요리.

전생에서는 영화에서나 봤던 것이기에 레이시는 눈을 빛내면서 들뜬 얼굴을 했고, 엘라와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다리는 레이시랑 미네르바가 먹을래?”

“에!? 그래도 괜찮아요!?”

“뭐, 안 될 게 뭐가 있어. 나는 기름진 걸 못 먹어서 둔살이나 가슴살이나 먹어야 해. 아니면 생선.”

“그렇구나…….”

엘라의 말에 미안하다는 듯 엘라를 쳐다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킥킥 웃다가 괜찮으니까 맛있게 먹어주라고 말했고, 미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죽 장갑을 끼고 칠면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다리 2개와, 가슴 2개, 날개 2개로 나누고 다른 살들은 적당히 손가락으로 발라 각자의 접시에 내려놓는 미스트.

미네르바는 미스트가 자기 그릇에 닭다리를 내려놓자 환한 얼굴로 칠면조 다리를 잡더니 그대로 베어물기 시작했다.

“레이시도 저렇게 먹어볼래요?”

“네? ……괘, 괜찮을까요?”

“푸훗. 여기요, 장갑끼고 드세요.”

“에, 에헤헤헤…….”

호쾌하다고 할까, 아니면 복스럽다고 할까?

어느 쪽이든 나름의 로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레이시는 멍하니 미네르바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장갑을 건네주며 저렇게 먹어보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다가 장갑을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장갑을 끼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가 먹는 것처럼 다리를 한 웅큼 크게 베어물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만족감.

입안이 모두 고기로 가득 차는 그 느낌에 레이시는 부르르 떨다가 이내 입을 바쁘게 놀렸고, 어린애 같은 그 모습에 엘라와 미스트는 피식 웃다가 각자 가슴살과 날개살을 잘라 먹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좀 질기네.”

“네?”

“분명 오븐에 넣어서 저온에서 한참을 훈연한 건데 좀 질겨.”

“……네?”

엘라의 말에 수저로 소스를 바르는 걸 멈추고 다리살을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다리를 먹을 때 느껴졌던 감각을 생각해봤고, 이내 아무리 생각해도 부드러웠던 기억 밖에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이미 다리를 다 뜯어먹고 입을 닦고 있던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기를 쳐다보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난 안 질겼다.”

“그야, 너희들은 육식이잖아.”

육식하는 새의 대표인 부엉이 계통의 하피와 태어나길 전투에 적합한 육식의 몸으로 태어나는 야차, 그리고 늑대 수인.

엘라는 잡식종은 여기에서 자기밖에 없다며 고개를 젓더니 체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줄기로 리본을 묶어 레이시에게 보여주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장기에 어색하게 웃다가 칠면조 다리를 다시 입에 넣었다.

여전히 부드럽게만 느껴지는 칠면조 다리의 식감.

엘라는 이런 걸 못 느끼는 구나…….

뭔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조심스럽게 칠면조를 먹어치웠고,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를 신경 쓰자 키득 웃으면서 괜찮다며 다음 코스를 즐기자고 말했다.

“이제 메인 2네.”

“으응……, 코스 요리였어요?”

“응. 샐러드 대신에 과일 먹었잖아.”

“아. 그게 전채였어요?”

“응. 이제 생선 나오겠네.”

엘라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트레이를 끌고 들어오는 직원.

직원들은 칠면조를 치우더니 각자의 앞에 레어로 익힌 연어 스테이크를 내려놨고, 레이시는 속살이 분홍색을 띄고 있는 연어 스테이크를 보고는 움찔 떨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저는 이건 좀…….”

“왜?”

“안 익었잖아요?”

“응? 아냐, 보기에는 그런데 익긴 익었어.”

“으으응, 그래도 조금……, 사실 생선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요.”

“그래? 그럼 웰던으로 구워달라고 부탁할까?”

“그래도 괜찮아요?”

“뭐 때문에 한 끼에 100만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

“…….”

엘라의 말에 입을 다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갑자기 입을 다물고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자 왜 그러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다가 한 끼에 자기 월급의 절반을 썼는데 안 놀라겠냐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엘라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직원에게 레이시의 스테이크만 웰던으로 바꿔달라고 말했고, 직원은 엘라의 말에 사과하고는 금방 바꿔오겠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회원제인 가게는 대부분 이런 느낌인데.”

“정말요……?”

“애초에 연 회원비로 100만씩 내고 있으니까.”

“히에에엑……!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음, 원래인 이 가게 예약해야 하는데 회원제로 돈을 내면 방 하나를 빌릴 수 있거든. 이거 빌린 방이야. 1년 365일 원하는 날에 언제든 올 수 있게 비워두는 방이지. 밖에서 이야기할 땐 꽤 자주 애용하는 곳이야.”

식사 시간에 미팅을 하면 보통은 이런 곳에서 밥을 사먹으면서 이야기한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왕족의 삶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어 어색하게 웃다가 웰던으로 익혀나온 연어 스테이크를 베고 금귤 소스에 찍어먹기 시작했다.

생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멍하니 한 그릇을 비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

그렇게 메인 2까지 만족스럽게 먹고 나자 엘라는 이제 디저트 차례라면서 레이시를 보고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다시 눈을 빛내며 디저트를 기대했다.

하지만 디저트는 꽤 평범한 초콜릿 케이크였다.

나무 같이 생긴 케이크를 내려놓으며 뷔슈 드 노엘이라고 설명하는 직원.

레이시는 그런 직원의 설명에 웃고 있다가 직원이 나가자 눈을 깜빡이면서 너무 단 걸 가져온 거 아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피식 웃으면서 평범한 케이크는 아니니까 먹어보라고 말했다.

엘라를 믿고 케이크를 입에 넣어보는 레이시.

“에?”

케이크를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건 초콜릿 케이크의 단맛이라거나 롤케이크 특유의 퍽퍽함이 아니라 감귤 특유의 상쾌함이었다.

식감은 케이크라기보다는 떡에 좀 더 가까운 식감.

하지만 쫀득거린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고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사라지는 식감에 레이시는 이게 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다르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거 과즙을 얼린 거야.”

“네? 정말요? 과즙을 얼렸는데 어떻게 이런 식감이 나와요?”

“마법으로 얼린 거니까. 생활 마법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공기를 쑤셔넣으면서 확 얼린다고 했던가?”

“네, 공주님.”

“그렇다네. 그래서 보기에는 많아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확 녹아서 사라지는 아이스크림이 완성되는 거야. 참고로 칼로리도 낮다고 하네.”

“그렇구나.”

만능 마법이라는 거구나.

레이시는 엘라의 설명에 고개를 멍하니 끄덕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게 뭔지 깨달으면서 케이크를 조금씩 잘라먹기 시작했다.

“후아, 맛있었어요!”

“후후, 그래?”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서로 축 늘어져서 잡담을 나누는 엘라 일행.

엘라는 레이시의 옆자리에 앉아 레이시의 입가를 닦아주고는 레이시의 손을 잡고 장난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와 함께 손장난을 치다가 나른함이 몰려오자 이제 어떻게 하고 싶은지물어봤다.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산책이라도 하실래요?”

“음, 기왕 나왔으니까 좀 더 놀다 들어가자.”

“네, 그래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좀 더 돌아다녀보자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차를 준비하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잠시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을 불러서 계산을 끝냈다.

그리고는 레이시가 돌아오자 마차에 올라타는 엘라.

마차에 올라탄 엘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레이시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서 레이시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가줬으면 하는 곳을 보여주었다.

“으응? 마탑……?”

“마법 좋아하잖아, 구경할 게 꽤 있을 거야.”

“헤에에에!”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조심해서 가겠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오늘따라 어린애 같은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 웃다가 조심해서 가라고 말한 다음 마차의 벽에 기대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옆에 가도 괜찮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좌우로 젓는 엘라.

엘라는 책을 살짝 덮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7명이나 달라붙었는데, 레이시와 꽁냥거리는 걸 보여주기 싫어.”

“아하, 그렇군요. 떼어놓을까요?”

“응? 내버려둬. 감각이 둔한 나한테도 이렇게 걸릴 정도라면 어지간히 쓰레기 감시자겠지.”

“후후, 그러겠죠?”

엘라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아 엘라의 명령을 기다리는 미스트.

엘라는 그런 미스트를 보면서 자기 할 일을 하라고 말한 다음 작은 창문 너머로 레이시가 뭘 하는지 구경했고, 레이시는 마차를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몰다가 미네르바가 자기 옆자리에 내려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네르바도 마탑이 기대되요?”

“응? 아니, 그게 아니다. 주인.”

“네?”

“시선이 또 달라붙었다. 주인이 아는 사람이라면 말해줘라.”

“아뇨, 모르는데……. 으응, 살짝 무서워지는 걸요.”

미네르바의 말에 싫은 얼굴을 하면서 미네르바를 바라보는 레이시.

엘라와 미스트의 경우에는 태생이 귀족이라 사람들이 붙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또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알고 있었지만, 레이시는 태생이 평범한 대한민국의 사람.

스토킹이 있다고 말하면 그 근처가 살짝 마비될 정도로 평화로운 곳에서 살았기에 레이시는 살짝 겁을 먹은 목소리로 전에 왔던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질문에 눈을 빠르게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이시는 겁에 질린 얼굴로 스토커냐며 중얼거리다가 미네르바를 쳐다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원한다면 당장에 죽이겠다고 말했다.

자기라면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목과 몸통을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죽이면 안 되니 일단 미스트와 엘라에게 말하고 움직이자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창문을 통해 두 사람에게 스토커가 붙었다고 말했다.

“어……? 스토커?”

“네, 저번에 미네르바가 눈치채고 정중하게 돌려보냈는데 다시 붙은 걸 보면 아무래도 스토커 같아요……. 어쩌죠……?”

“레이시, 그거는 아마……, 아니다. 음, 잘했어. 미네르바, 그 사람들안 죽이고 돌려보낸 거지?”

“그렇다, 가볍게 기절만 시켜서 돌려보냈다. 뼈도 안 부러트리고, 목을 살짝 졸라 기절시켰을 뿐이다. 무척 정중하게.”

“……어, 으응. 그, 그래. 잘했네.”

미네르바의 말에 잠시 말을 더듬다가 미스트를 보고 스토커의 정체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줄까 고민하는 엘라.

스토커가 아니라 귀족들의 하수인이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는 하수인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을 보자 일단 범죄에 가까운 행동이니 내버려두자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레이시를 다독였다.

“으음, 우선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그냥 가고, 마탑에 가면 경비들이 있으니까 경비들과 함께 그대로 제압하자.”

“으으으……, 네.”

엘라의 말에 살짝 무섭다는 듯 팔뚝을 쓰다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잠시 마차를 멈춰달라고 말한 다음 레이시의 옆자리에 앉아 레이시를 안아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를 끌어안았다.

“하아아……, 뭔가 무섭네요오오.”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에헤헤…….”

엘라의 말에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 배시시 웃는 레이시.

엘라는 마탑에 가서 해야 할 일에 잠시 머리가 아팠지만, 이내 레이시의 웃음을 보자 어차피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그냥 체포하자고 생각하며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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