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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73화 (173/542)

〈 173화 〉 오늘도 평화로운 일상­2

* * *

저택으로 돌아가서 팬케이크를 굽는 레이시.

잔뜩 들뜬 미네르바를 달래면서 레이시가 팬케이크를 구울 때, 돌로로스는 난처한 얼굴로 부하의 보고를 받았다.

전원 기절했다는 보고서.

보고서에는 감시자만 기절한 게 아니라 감시자를 보조하던 감시자까지 기절했다고 적혀 있었고 돌로레스는 그 보고서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처음에는 미스트가 처리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때 당시의 미스트는 왕궁의 재단사와 이야기하는 도중이었다.

그러니 자기가 보낸 감시자들을 처리한 사람들은…….

“레이시라는 메이드가 처리한 건가?”

“그러기에 뭐랬어? 엘라가 평범한 사람을 품에 들일 리가 없다고 말했잖아.”

“아, 여보, 돌아왔어?”

아무리 테이밍한 짐승이나 하피가 강하다고 해도 결국 테이머의 힘보다는 약간 아래에 있는 존재.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그 레이시라는 메이드밖에 없다.

그렇게 돌로레스가 커다란 착각을 하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 있자 들어오는 슈레이.

엘라의 언니인 슈레이는 혀를 차면서 엘라가 평범한 사람을 들일 리가 없다며 연신 혀를 차다가 자기의 추종자들을 저택으로 호출했다.

“다들, 레이시에 대한 건 알고 있지?”

10분 정도가 지나자 대리인이라도 보내는 추종자들.

슈레이는 적당히 사람이 모이자 레이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추종자들은 슈레이의 입에서 레이시의 이름이 나오자 나올게 나왔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엘라의 변덕인 줄 알았는데 성격이 변했는지 진지하게 그 메이드와의 관계를 생각하더라고. 그래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먼저 이야기를 나눠봤어.”

“어땠습니까?”

“아예 정착을 생각하고 있더라고. 그것 뿐만이 아니라 레베카가 레이시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은퇴시기를 좀 더 늦춰볼까 고민도 하는 모양이고.”

슈레이의 말에 웅성거리는 추종자들.

엘라가 누구인가?

진지한 사랑 같은 건 전부 착각일 뿐이라며 수많은 여자를 갈아치운 난봉꾼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엘라가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정착하려고 한다고?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당장에 밑준비를 해야 하는 중대 사항이었기에 추종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기 위해 슈레이를 바라봤고, 슈레이는 추종자들의 시선에 한숨을 내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만약 엘라가 후대의 왕가에도 약간의 도움을 줄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엘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해. 엘라라는 상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엔 큰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니우선 레이시라는 메이드의 정보를 수집해야겠어.”

“알겠습니다!”

“다만 조심하는 게 좋아. 그 엘라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야. 종족도 야차고. 이번에 감시자들을 눈치도 채지 못한 사이에 모두 제압했다고 하니까 적어도 미스트와 준할 정도로 강자겠지. 그리고 엘라를 완벽하게 매료시킨 여자니까 속에 뭔가를 기르고 있을 거고.그러니까 어중간한 감시자를 붙일 생각이라면 그만 두고 차라리 다과회의 편지를 보낼 것. 우선 방침은 이렇게 정하기로 했어. 다른 의견이 있다면 피력하도록.”

“아뇨,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슈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과회를 어떻게 준비할지 의논하기 시작하는 추종자.

돌로레스는 추종자들이 이야기를 나누자 조용히 슈레이의 옆에 와서 피곤할 텐데 조금은 눈을 붙이지 않겠냐면서 슈레이를 걱정했고, 슈레이는 돌로레시의 말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에 대해 조금은 파악이 된다면 눈을 붙이겠다고 말했다.

“아이야트나 레베카와 다르게 우리는 시작 지점부터 불리하니까 편하게 있을 수가 없네.”

한숨을 내쉬면서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는 슈레이.

슈레이가 이렇게 고민하는 건 어머니가 저지른 성대한 트롤짓 때문이었다.

아무리 신분이 미천한 창녀의 딸이라지만, 엘라의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공주였고 그렇기에뒤에서 욕을 하든 뭘 하든 앞에서는 적어도 공주 취급은 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슈레이의 어머니는 권력욕에 찌들어서는 엘라를 창녀의 딸이라며 눈앞에서도 대놓고 미천한 피를 이은 딸이라면서 무시했었고, 그렇기에 엘라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슈레이의 어머니를 능력도 없는 주제에 새끼만 친 고급 창부라고 비웃고 멸시하며 대립했다.

거기에다가 엘라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볼케릭이 자기 동생이니 자기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해도 그냥 싫다는 이유로 적대시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호감으로 뒤엎어야 한다.

0에서 1로 상황을 바꾸는 것도 무척 어려운데 이건 –1에서 1로 바꾸는 일.

대체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하아아…….”

“힘내, 자기야.”

“응, 힘낼게. 모두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슈레이는 이내 자기가 약한 소리를 했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저어 피로와 수마를 떨쳐내고 추종자들과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건 레이시를 통해서 엘라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자기가 차기 국왕이 되었을 때 좀 더 편하게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

그렇기에 슈레이는 우는 소리를 할 수 없다며 어디까지나 레이시의 수준에 맞춘 다과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엣취.”

“감기야?”

“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갑자기 코끝이 간지러워져서요.”

그리고 그렇게 절찬리에 자기 주가가 올라가고 있을 때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는 무릎베개를, 엘라에게는 과일을 먹여주면서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겨울이라 그런지 조금 쌀쌀하네요.”

“그러네, 레이시는 처음 겪는 겨울이겠구나. 지식으로는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꽤 대단하다고?”

“아하하, 설마 눈을 보고 어린애처럼 뛰어다닐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

“…….”

“……거기에서는 아니라고 대답해줘야죠.”

“아니, 레이시라면 그래도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부우.”

엘라의 말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과일을 먹여주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에 배시시 웃다가 다시금 시집을 읽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가 읽는 책을 같이 읽다가 미네르바가 머리를 부비적거리면서 시선을 끌자 손을 옮겨서 미네르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냥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과일을 먹여주는 건데 의외로 바쁘다.

기분은 좋으니까 힘들거나 하지는 않지만, 뭔가 새로운 걸 배운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미스트가 들어오더니 레이시에게 이 옷은 어떠냐며 원피스를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그런 원피스를 바라보다가 손을 x자로 겹쳤다.

“에에, 왜요?”

“치마는 좀 부끄러운 걸요.”

“이것도 긴데. 발목까지 내려온다고요? 슬릿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싫어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을 보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즐기다가 그럼 됐다면서 키득키득 웃었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미스트가 자기를 놀렸다는 걸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미스트가 자기 맞은편에 앉아서 발로 장난을 치기 시작하자 레이시는 같이 발장난을 치면서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오늘은 특이하게도 아무런 일도 없는 날.

그렇기에 네 사람은 서로 장난을 치면서 저녁을 맞이했고, 이내 외식을 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좋은 레스토랑이 있거든.”

“너무 고급진 곳은 좀 그런데…….”

“괜찮아. 드레스코드도 없는 곳이니까.”

“정말요?”

“응, 일하고 갔다올 때 좀 많이 지친다 싶으면 가는 곳이야.”

“헤에에……, 그렇구나.”

“봄에는 좀 일이 많으니까 레이시도 알아두는 게 좋겠다 싶어서.”

“에헤헤, 그럼 준비할까요?”

“응, 마차 준비해줘.”

“네에~.”

엘라의 말에 마차를 준비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미스트에게 조심스럽게 레이시와 만난 날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봤다.

“한 70일 남았네요.”

“70일이라…….”

“70일 뒤에 무슨 일이 있나?”

“레이시 생일이야.”

“생일?”

“아, 하피는 생일 축하 같은 건 안 해?”

“태어난 건 그저 태어난 것일 뿐이니까.”

“사람들은 보통 생일을 축하해주거든.”

“해주면 주인이 기뻐하나?”

“어, 되게 기뻐하던데?”

“그럼 하겠다.”

“생일에는 뭘하지?”

레이시가 기뻐할 거라는 말에 당장에 하겠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엘라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대충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보통 생일에는 선물을 준비한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선물이라는 말에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선물이라, 뭐가 좋을까?

야생에 있을 땐 적당히 사냥감을 잡아 선물하면 좋아하긴 했는데, 레이시가 그런 걸 좋아할 것 같지는 않고…….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자 마차를 준비했는지 레이시가 출발하자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레이시를 바라봤다.

“음…….”

뭘 주면 좋아할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엘라는 미스트랑 먼저 준비해달라고 말한 다음 레이시가 미스트와 함께 나가자 생일과 관련된 건 비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지?”

“비밀로 하다가 갑자기 말해주는 게 더 재밌으니까!”

“그런 건가?”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비밀로 진행해줘.”

“알겠다.”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와 관련된 일이라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르바.

그러자 엘라는 나가자고 말하면서 마차에 올라타 미스트에게 레스토랑에 가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40분 정도 마차를 몰았을까?

레이시는 꽤 커다란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레스토랑의 직원은 마차의 문양과 미스트의 얼굴을 보고 몇 분을 모시면 되냐고 물어보며 어느 방으로 안내할지 물어봤다.

“총 네 명이네요. 미리 주문해도 괜찮죠? 그럼 공주님이 드시고 싶어했던 패밀리 세트로 주문하겠습니다. 성탄 특별메뉴를 하고 있나요?”

“네, 그쪽으로 준비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성탄 특별메뉴가 뭐예요?”

“성탄절 특별메뉴죠? 겨울 내내 이 메뉴를 파는데 4인분이라 보통은 못 드셔서 드시고 싶어 하셨어요.”

“아샤도 오면 좋을 텐데.”

“후후, 아샤는 셰런 미인 대회의 경비를 도와주느라 바쁠 거예요. 인수인계가 끝났으니 안 도와줘도 될 건데 올해까지는 꼭 도와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요?”

“아무래도 큰 축제는 모두 도와주고 올 생각인 것 같아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그럼 다음에는 아샤도 같이 오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내년부터는 싫어도 같이 다닐 거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면서 미스트의 손을 잡고 같이 레스토랑에 들어갔고, 레스토랑의 직원은 레이시와 미네르바를 힐끗 보다가 네 사람이 방에 들어가자 레이시와 미네르바에게 혹시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이 레스토랑은 반은 회원제니까 카드를 만들어주려는 거겠지. 말해줘.”

“아아. 그렇구나……. 제 이름은 레이시에요! 레이시 루피너스! 그리고 여기는 제 하피인 미네르바고요.”

“음!”

레이시의 소개에 목에 달린 초커를 자랑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다가 직원을 쳐다봤고, 직원은 레이시의 시선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성함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 카드는 식사를 끝내시면 엘라님과 미스트님의 카드와 함께 드리겠습니다.”

“네, 수고해주세요.”

“요리는 이제 나오니 부디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주세요.”

“네에~.”

무슨 요리가 나올까?

레이시는 직원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배시시 웃었고, 레이시의 맞은편에 앉은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기대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제는 거의 미네르바랑 똑같이 어린애 같은 얼굴을 하는 레이시.

그리고 그런 레이시의 얼굴은 직원이 트레이를 끌고 들어오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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