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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72화 (172/542)

〈 172화 〉 오늘도 평화로운 일상­1

* * *

……기억이 날아갔다.

정신을 차린 레이시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다른 게 아니라 그것이었다.

얼마나 날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스트에게 안겨서섹스하던 도중에 갑자기 기억이 끊겼으니까 아마 그 뒤로 날아간 거겠지.

“허리 아파…….”

어째서 침대에 누워있고, 어째서 몸이 깨끗하게 씻겨져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자기와 하던 사람이 미스트라는 걸 떠올리고는 그냥 납득하기 시작했다.

분신을 여러 개 만들어서 혼자서 집안일을 도맡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기절한 사람 씻기는 건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냥 받아들이자.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몸을 뒤집어서 베개를 끌어안았고, 뭔가 잠이 오지 않자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엘라.

레이시는 타이밍 좋게 들어오는 엘라를 보고는 눈을 깜빡이다가 듣고 있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기는 지금까지 일하고 왔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레베카 새언니랑 이야기하다 온 거야. 네 사교계 데뷔를 위해서.”

“으응, 한 번 갔었잖아요.”

“그렇긴 한데 주인공으로 나가는 건 처음이잖아?”

“딱히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엘라도 저랑 같이봤잖아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저한테 시비 거는 거.”

“아, 음, 그거 보긴 했는데 그런 일이 많지는 않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애들이 워낙 그런 거지 모든 귀족들이 그런 건 아니라고? 그러면 나라가 안 굴러가지. 개들은 하위 20%야. 써먹을 용도라고는 팔러 메이드 이상도, 이하도 안 되는 것들.”

자기가 밖에 나가서 몬스터를 처리하고 백성들을 도와주는 일을 해서 왕궁에서 달라붙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신경 쓰는 몇몇 사람들과 대부분의 골빈년들 밖에 없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거친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왜 그런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중요한 일을 하면 오히려 더 달라붙어서 엘라에게 도움을 받을 거 같은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엘라는 레이시의 생각을 읽었는지 레이시의 옆에 앉아 허리에 팔을 두르고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나 개인에게 달라붙는 것보다는 차기 국왕 후보에게 달라붙어서 이익을 받는 게 더 좋다는 거지. 나쁜 생각은 아니야. 결국 나는 왕가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이고 차기 국왕은 왕가를 다스리는 사람이니까.”

“아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경찰특공대랑 친해지는 것보다는 경찰서장과 친해지는 게 훨씬 좋다는 건가요?”

“풉, 뭐야, 그게.”

“에? 아니에요?”

“맞아. 그런 느낌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접근하는 사람은 크게 3가지야.”

“3가지요?”

“하나는 그냥 내 얼굴과 돈, 그리고 권력을 보고 들러붙는 눈요기용 귀족. 이쪽은 저번에 네게 시비를 걸었던 사람처럼 막 시비를 걸겠지?”

“아, 아하하…….”

“그리고 두 번째로는 루룬처럼 내가 필요해질지 모르니 개인적인 친목을 다지려고 하는 사람. 이쪽은 다과회 같은 파티에서 접촉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 편지를 보내기도 해.”

“아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냥 정말 백성들을 위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보통은 후원회를 열어서 불러들여. 그리고 자기 논문과 이론을 내게 보여주면서 이런 제도를 직접 말해달라고 부탁해. 대부분은 좋은 이야기라 나도 그런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고.”

엘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머리를 기대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머리를 기대오자 작게 웃으면서 허리를 툭툭 건들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흠칫 떨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그러자 엘라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꽤 격하게 즐긴 것 같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후후, 그렇게 좋았어? 실신까지 하고.”

“미, 미스트가 너무 과격하게 해서 그래요.”

“그래? 레이시도 은근 슬쩍 그렇게 과격한 걸 좋아하는 거 같던데.”

“…….”

엘라의 말에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그렇지 않냐며 레이시를 껴안고 침대에 누웠고 레이시가 은근히 즐긴다는 이유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매번 싫다, 싫다 말하면서 막상하게 되면 더 해달라고 조르잖아.”

“…….”

“분위기 타면 야한 말도 서슴치 않고 하는데다가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도 하고,예전에는 내 몸을 만지는 것도 조심스럽게 했는데 요즘에는 쿤닐도 거침없이 하지?”

“…….”

“으음, 더 말해볼까?”

“아, 아니요오오오오…….”

엘라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레베카와 한 이야기는 내일 말해줄 테니 오늘은 이만 자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뺨을 긁적였다.

아까전까지 기절해서 자고 있었는데 다시 잘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아래로 내려가 차를 우려냈다.

이름은 까먹었지만……, 일단 아무튼 자는 데 도움이 되는 허브.

레이시는 주전자에 허브와 뜨거운 물을 넣은 다음 방으로 돌아갔고, 엘라는 레이시가 들어오자 속이 살짝 비치는 슬립을 입고서 맞이해줬다.

“잠 안 온다면 재워줄게. 어서 품에 안겨.”

“으응, 차 우려왔는데, 엘라도 마실래요?”

“풉, 이제는 이런 농담은 그냥 넘겨버리네?”

“저랑 엘라가 하루, 이틀 아는 사이도 아니고 9개월이나 같이 살았잖아요. 이제는 엘라가 저를 유혹하는 거랑 놀리는 거는 대충 알죠.”

다리를 꼬고 요염하게 웃고 있는 엘라를 보고는 피식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의 옆에 앉아 볼에 입을 맞춘 다음 놀리는 건 끝났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태연하게 자기 유혹을 맞받아치자 눈을 깜빡이다가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고 레이시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제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엘라인걸요.”

“…….”

그리고 이어지는 레이시의 말에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를 유혹하는가 싶어 한숨을 내쉬면서 눈앞을 가렸다.

안타깝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레이시가 태평한 얼굴로 자기를 쳐다보고 있자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레베카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저은 다음에 조금 졸려서 그런다며 하품을 늘어지게 하기 시작했다.

“네가 데뷔할 때 초대해야 하는 사람으로 누가 좋은지 한참이나 이야기했거든.”

“으응, 그래요?”

“응, 대부분은 왕궁이나 수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아마도 그때 오는 사람들은 아이야트 오라버니나 아라세인 언니의 추종자들일 거야. 현시점에서 탑 2 후계자.”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데뷔해요? 싫은데…….”

“아하하, 괜찮아. 중요한 사람들이라고는 해도 언제든지 시간을 뺄 수 있는 말단들이 올 거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으으응…….”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차를 마신 다음 이제 슬슬 자자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마시던 차를 내려놓은 채 엘라를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레이시는 엘라에게 그렇게 포옹이 하고 싶은 거였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배시시 웃으면서 다 알면서 왜 그러냐며 레이시의 몸에 얼굴을 파묻었다.

“좀 지쳤거든~. 협상하느라.”

“네?”

“원래 나 25~6살에 은퇴하기로 했어. 아빠하고 그렇게 약속했거든. 그 뒤로는 공주로서의 인생을 살려고 했지.”

“헤에~ 그렇군요.”

“그런데 이대로 은퇴하면 다른 왕족들에게 시비를 털릴 거 같아서 레베카 새언니와 돌로로스 형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 몇 년 더 일하게 할 것인가로.”

“에에……, 그거랑 엘라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이렇게 백성들의 민원을 처리하면 특수부대원을 기르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거야. 내가 1년 일하면 1년, 2년 일하면 2년, 이런 식으로. 그리고 그 사이에 특수부대원을 기르면 귀족들이 사병을 기를 명목 하나를 지울 수 있고.”

자기가 레베카의 저택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세세하게 말하는 엘라.

엘라는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레이시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애쓰자 피식 웃으면서 그냥 힘들게 일하고 왔으니까 안아주라며 팔을 벌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팔을 벌려 엘라를 껴안아주었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를 침대로 확 눕혀서 레이시의 몸을 파묻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꺄르륵 웃다가 이불을 가슴까지 올리고 엘라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힘들었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등을 토닥여주자 엘라는 금방 눈을 감고 레이시의 품에서 잠들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엘라를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엘라와 함께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자기를 피하는 미네르바를 본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빨리 일하러 가자며 손을 내밀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은 채로 하양이와 나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나저나 주인.”

“네?”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

“……에?”

“딱히 악의는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데 짐작가는 사람이 있나? 있다면 주인이 일부러 방치하는 것이니 내버려두겠지만, 없다면 내쫓겠다.”

“저를 감시하고 있다고요?”

“그래, 저기에.”

비교적 얌전한 하양이에게 소금 바위를 건네줘서 사탕처럼 핥게 한 다음, 나비의 등에 올라타서 프리스비하듯 양의 다리를 던지며 밥을 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시선을 틀어 자신과 레이시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똑같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시선에는 딱히 악의가 없다.

숲에서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는 시선처럼 그냥 지나가는 걸 보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냥 내버려 둘까 고민하던 미네르바는 아무래도 그냥 지켜봐지는 것도 꽤 기분이 나쁜 일이라 레이시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당황한 얼굴을 하다가 엘라의 말이 떠올랐다.

레베카와 돌로로스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레베카와는 몇 번인가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감시를 붙일 이유는 없어 보이고……, 아마 돌로로스라는 사람이 보낸 사람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시는 아무래도 스토커에 시달리는 느낌이 들어 떨떠름한 얼굴을 하면서 정중하게 돌려보내 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시자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걷다가 순간 날갯짓하면서 감시자들의 뒤를 잡았다.

“주인이정중하게 돌려보내라고 했으니 정중하게 돌려보내겠다.”

그리고는 감시자들이 반응하기 전에 뒷목을 가볍게 쳐서 기절시키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이 정도면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니니 정중한 거라며 만족스럽게 웃다가 이내 감시자들을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그늘에 하나씩 눕혀주고 레이시에게 돌아갔다.

“돌아왔어요?”

“응, 그렇다.”

“그 사람들은?”

“돌아갔다.”

“에헤헤, 수고하셨어요. 아, 오늘은 팬케이크 드실래요? 제가 만들게요.”

“먹겠다!”

“푸흐흐, 그럼 돌아가요. 미네르바.”

미네르바의 말에 미네르바가 뭘 했는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미네르바를 칭찬해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칭찬에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애들 밥을 다 줬으니까 저택으로 돌아가자며 싱긋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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