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메이드의 제복을 입고서1
* * *
“대장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됐다네요. 왕자비님.”
“그래요? 시간 참 빠르네.”
히히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레베카.
레이시는 레베카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다가 차가운 물을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들렸다가 오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섹드립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고 나온 다음, 학생들에게 가서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은 잘 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학생들 중 몇 명은 아카데미에서 당장에 나와서 실습하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레이시에게 종이를 보여주면서 싱글벙글 웃었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종이를 보면서 싱긋 웃으면서 잘 됐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왕자비님 나오시기 전에 준비해주세요.”
“아, 넷!”
돌아가는 것까지 일이니 집중해달라고 말한 다음, 이 다음에 같이 뭐라도 먹으러 가자며 웃는 레이시.
학생들은 레이시의 말에 미스트가 짜준 작전대로 레베카를 대접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였고, 레이시는 학생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 다시 레베카에게 갔다.
마리아와 악수하면서 모종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레베카.
마리아는 레베카에게 다음에 만날 땐 춘화집을 빌려주겠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더니 부하 기사들과 밖으로 나갔고, 레이시는 그런 마리아를 보며 어색하게 웃다가 레베카에게 마차까지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저도 스트레스가 심할 땐 춘화집을 보기도 했는데, 전문적으로 춘화집을 보시는 분은 처음이네요.”
“아, 아하하…….”
“후후, 그럼 가볼까요?”
“네, 왕자비님.”
레베카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다가 레베카와 함께 밖으로 나갔고, 이내 마무리를 끝내고 레베카를 레베카의 메이드에게까지 안내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학생들을 마차에 태운 다음에 어디 단체로 뭔가 먹을만한 곳이 있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옆에서 돈은 괜찮겠냐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그동안 쓸 일도 없어서 모아두기만 했으니 아마 괜찮을 거라며 지갑을 보여줬다.
거의 3달 치 월급이 그대로 남아있는 레이시의 지갑.
월급 자체는 견습 메이드로 돈이 거의 없었지만, 이 정도면 학생들에게 밥 한끼를 사줄 정도는 됐기에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지도를 보여줬다.
“여기로 가세요.”
“네?”
“통 바비큐 가게에요. 혼자서 가기에는 부담되고 모여서 가기에는 모여야 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기회가 아니면 가기 꺼려지는 가게에요.”
“그렇구나.”
미스트의 말에 딱 적당한 곳이라며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먼저 교장에게 보고하는 게 좋겠냐면서 미스트에게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러자고 말했다.
“보고, 연락, 상담이 먼저니까요.”
“그렇죠?”
미스트의 말에 먼저 아카데미로 갔다가 회식해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학생들은 레이시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시는 학생들에게 빠르게 다녀오겠다고 말한 다음 아카데미 방향으로 마차를 운전했다.
그렇게 간 실리파 아카데미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교장.
학생들이 혹여나 레베카에게 실수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서인지 교장은 그 직책에 걸맞지 않게 직접 마중 나와 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교장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마차에서 내려 레베카가 건네준 종이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요약하면 초등반의 학생이라 걱정했지만, 학생들의 수준이 뛰어났으며 이런 수준의 학생들도 초등반에 불과해서 놀랐다는 내용.
교장은 그 편지를 읽고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레이시의 손을 잡고 수고했다며 몇 번이고 인사했고, 레이시는 교장의 인사에 어색하게 웃다가 괜찮다면 학생들과 뒤풀이를 하러 가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자기 지갑에서 꺼내 돈을 건네주는 교장.
교장은 학생들과 밥을 먹을 때 쓰라고 말하더니 레이시가 건네준 종이를 들고 헐레벌떡 아카데미로 뛰어갔고, 레이시는 교장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다가 교장이 안 보일 정도로 멀어지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저러다가 다치실까 걱정되네요.”
“아하하, 설마요.”
“그렇죠?”
설마 60대나 먹은 사람이 기뻐서 주체하지 못하다가 넘어져서 다칠까?
……안 다치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마차에 올라타 미스트가 가르쳐준 곳으로 마차를 운전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마차가 멈추는 곳에 있는 대형 바비큐 가게에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미스트의 말대로 오고는 싶었지만, 여러모로 여건이 안 맞아서 못 왔던 가게.
학생들에게 정말로 여기로 가는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학생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혹시 20명 정도의 단체석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가게 뒷마당에 있는 바비큐장으로 안내하는 직원.
레이시는 메뉴판을 뚤어지게 쳐다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스트에게 메뉴 추천을 부탁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다가 우선은 새끼돼지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탄산 레모네이드는 학생 수에 맞춰서 주시고 맥주 2잔 주시겠어요? 500cc 잔에 주세요.”
“알겠습니다!”
“콜라가 아니라요?”
“바비큐는 느끼하니까요. 콜라는 나중에 학생들이 원하면 주문해요.”
“네에.”
뭐, 나보다는 미스트가 더 잘 알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의 옆에 있다가 타리나와 잭을 비롯한 학생들이 뭔가 할 말이 있지 않냐며 쳐다보자 회식인데 그렇게 딱딱하게 있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건배사 같은 건, 일을 끝내고 수고했다는 말로 충분하다.
“맛있게 드셔주시면 그걸로 괜찮아요.”
“에에…….”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지만, 학생들에게 달랐는지 내심 아쉽다는 듯 레이시를 쳐다보다가 레이시가 맥주잔을 들면서 활기차게 ‘건배!’라고 외치자 있는 힘껏 소리치면서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기사 지망생에 대장장이 지망생 등등 메이드와 집사 말고 몸을 쓰는 일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섞여서인지 금방 사라지는 돼지 바비큐.
레이시는 그 모습을 보고 웃다가 미스트의 옆에서 맥주를 홀짝였다.
“이 소스도 드셔보겠어요?”
“헤에~? 뭔가요? 녹색이네.”
“허브를 으깨 넣은 살사 소스에요.”
주방에서 얻은 재료로 소스를 만들어 레이시에게 먹여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입 안에 있던 기름기를 씻어주는 소스의 맛에 감탄하며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웃음에 맛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에게도 소스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미스트의 솜씨에 놀라하면서 더 빠른 속도로 고기를 먹어치우는 학생들.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이래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기행에 힘들어하면서 손을 뻗는 건가 싶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못 느끼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학생들을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맥주로 입술을 적시고는 학생들이 안 보이는 각도로 손을 뻗어 레이시의 허리춤을 살살 쓰다듬었다.
“흣……?”
그 행동에 약간 당황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왜 그러냐며 작게 웃다가 계속해서 손을 놀렸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바들바들 떨면서 조심스럽게 미스트의 손을 눌렀다.
“애, 애들 앞이잖아요.”
“실제 나이는 레이시가 한참이나 연하지만요.”
“으으으…….”
“푸훗, 농담이에요.”
농담이라고 말하면서도 레이시의 허리를 쓰다듬는 손을 놓지 않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잠시 벗어나기 위해서 몸을 버둥거려봤지만, 미스트가 전혀 놓아주지 않자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포기하고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당장에 졸업하겠다는 학생들을 레이시가 말리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기사단에 가서 일하려고 해도 힘들 테니 지금은 아카데미에서 뭐든 배워보라고 말하는 레이시.
학생들은 그런 레이시의 말에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건 집사와 메이드의 기술이라 영 쓸모가 없다며 투덜거렸지만, 레이시는 그렇게 느껴지더라도 나중에는 쓸모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예시를 들자면 경호할 때 사용인의 기술을 익히고 있으면 경호대상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그거 외에도 궁정 예법 같은 건 기사단에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게 더 좋을 거고요.”
“으으응……. 그렇구나.”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자기들을 위해서 왕자비와 이야기까지 나누고 기사단 견학을 시켜준 레이시라 그런지 학생들은 놀랍게도 곧바로 혈기를 억누르고 레이시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학생들을 보며 웃다가 추가 주문은 필요 없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다시 활기를 띄면서 이것저것 주문하는 학생들.
그렇게 바비큐 파티가 끝날 때쯤에는 17명이서 새끼 돼지 5마리와 송아지 한 마리를 먹어치웠고, 학생들은 자기들이 먹어 치운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레이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리 레이시가 괜찮다면서 말해도 너무 많이 먹었다.
그렇게 생각한 학생들은 레이시가 계산하고 있을 때 자기들끼리 어떻게 보답할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교수님을 카페로 초대할까?”
그리고 내놓은 결론은 자기들끼리 놀 때 아주 특별한 날에만 가는 카페에 데려가는 것.
타리나는 그동안 자기가 레이시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자기가 레이시를 데려오겠다고 말했고, 학생들은 타리나의 말에 응원하면서 미스트와 모퉁이를 돌아가는 레이시와 두 사람을 따라가는 타리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골목에 들어가는 타리나.
타리나는 골목에 들어가서 보이는 풍경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레, 레이시 교수님……, 커, 커피…….”
“아, 죄송해요. 이제부터 레이시랑 다른 곳에 갈 예정인데, 혹시 양보해주실 수 없나요?”
키스하려고 했는지 레이시의 턱을 살짝 잡아 들어 올리고 입맛을 다시던 미스트.
미스트는 약간은 취했는지 타리나가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손을 살짝 내려 레이시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고, 타리나는 난생 처음 보는 여성끼리의 키스하는 모습에 얼굴을 붉혔다.
아카데미에서도 평범히 연애한다는 것 같고, 특별반의 여자애들은 메이드 사회에선 다들 그런다며 동성애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소문도 들어봤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하는 걸 보는 건 처음.
그렇기에 타리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레이시와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타리나가 눈을 떼지 못하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고 귀를 핥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타리나의 턱을 간질었다.
“아니면……, 타리나 양도 저희처럼 놀고 싶은 건가요? 끼워드릴까요?”
“힉!?”
“귀여워라. ……하지만 안타깝네요~. 저는 레이시 말고는 흥미가 없거든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품에 껴안고 돌아가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타리나는 미스트의 말에 무심코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타리나의 시선에 잔뜩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다가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다, 다음에 가, 같이 가드릴게요. 지금은 돌아가주실 수 있나요?”
“네, 네헷……!”
“죄송……, 응흐으으……. 미스트으으……!”
“푸훗, 귀엽잖아요.”
“진짜……! 학생이 있는데 뭐하는 거예요오……!”
레이시의 말에 삑사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타리나.
레이시는 그런 타리나의 모습에 사과하려다가 미스트가 왜 자기에게서 몸을 돌리냐며 엉덩이를 세게 쥐자 작게 신음을 내다가 입을 틀어막고 미스트를 노려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그런 모습도 귀엽다면서 웃음을 터트리다가 타리나에게 다음에 보자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타리나는 미스트의 인사에 화들짝 놀라며 모퉁이를 돌아서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서, 선생님이 선생님 선배랑 일이 있으셔서 바쁘시대!”
“그래? 아쉽네……. 그런데 왜 그렇게 얼굴이 붉어?”
“아, 아무것도 아냐! 얼른 아카데미로 돌아가자! 응!?”
“어, 어어…….”
그리고 애들을 이끌고 돌아가는 타리나.
학생들은 그런 타리나의 얼굴이 이상하다며 이것저것 질문했지만, 타리나는 그런 애들의 질문을 대충 얼버무린 다음 아카데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어느 겨울이 시작되는 날, 한 명의 학생이 백합에 눈을 뜬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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