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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66화 (166/542)

〈 166화 〉 그 신입 교사는…….­4

* * *

“진짜다…….”

레베카와 함께 실리파 아카데미로 간 레이시.

실리파 아카데미의 사람들은 왕가의 문양을 달고 있는 마차를 보고는 숨을 들이마시며 마차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마차 안에 있던 레베카는 그런 시선에 다음 아카데미의 입구까지 마중 나온 교사들을 보면서 마차에서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헉……! 아, 안녕하십니까 레베카 오라토리엄 왕자비님!”

“오늘은 잘 부탁드리죠. 레이시 양이 담당하는 반이 초등반이라 했나요?”

“그, 그게……!”

“약식 방문이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후, 그럼 레이시 양? 30분 뒤에 출발하죠. 저는 마차 안에서 미스트 양과 벽천화 기사단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게요.”

“넵!”

레베카의 말에 혹시 레이시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맡겨서 화가 났나 걱정하는 교장.

하지만 그런 교장의 걱정과 다르게 레베카는 레이시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마차에 들어갔고, 레이시는 레베카에게 인사한 다음 창문 너머로 자기를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아, 아하하하하…….”

뭔가 표정들이 험악하네.

우리 반 애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고, 다른 반 애들은 나를 먹잇감 보듯 보고…….

……물론 일이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가까운 곳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인사하고 도망치듯 반으로 들어갔고, 반에 들어가자마자 이번에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어, 으음……. 일단 커튼 칠까?”

그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커튼을 치는 레이시.

커튼을 치자마자 반 안으로 쏟아지는 시선은 좀 더 강해졌지만, 일단 안 보이니까 좀 나아졌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아이들을 보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자기가 할 일은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싱긋 웃으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레이시의 호명에 고개를 들어 레이시를 쳐다봤다.

“음, 다들 좋은 얼굴이네요.”

레이시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아이들.

레이시는 아이들의 웃음에 농담이 통했냐며 잠시 너스레를 떨다가 숨을 깊게 내쉬면서 아이들에게 긴장할 것 없다고 말해주었다.

“어차피 왕자비님도 그렇게 좋은 봉사를 기대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초등반이라고 미리 말해두기도 했고, 주가 되는 것이 벽천화 기사단이지 저희가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긴장 풀고 평소에 저희들이 놀 듯이 일하시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거예요.”

“저, 정말요?”

“네, 안 그러면 왜 저희에게 부탁하겠어요? 왕자비님의 주변에는 밖에 있는 학생 여러분들보다 몇 배는 뛰어난 메이드분들이 있는데. 왕자비님은 여러분들의 어리기에만 보여줄 수 있는 활기차고 미숙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거예요.”

“일부러요……? 왜요?”

“아시다시피, 그……, 왕궁 생활은 힘드니까요.”

“아…….”

레이시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아무리 왕궁 안에서 생활해본 적은 없다지만, 왕궁과 근접한 제 1 내벽의 카페를 오가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학생들은 점점 긴장을 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학생들의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하자 싱긋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번 일은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가 준비한 일이에요.”

“네?”

“기사단 방문이요. 타리나, 당신은 기사가 되고 싶었죠? 마리아 씨에게 입단 테스트나 그런 걸 봐달라고 할게요. 잭은 기사단 숙소 내부의 요리사와 이야기하게 해줄 거고, 제인은 갑옷 관리인과 이야기하게 해줄게요. 음, 그리고 앤은…….”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씩 말하면서 각자 기사단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을 말해주는 레이시.

학생들은 레이시가 자기들이 하고 싶다고 말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위해 일을 준비해줬다는 말에 감동한 얼굴을 하면서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얼굴에 작게 웃으면서 긴장은 풀렸나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레이시는 그럼 미스트의 계획대로만 하자고 말하면서 문을 열었고, 이내 눈앞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었다.

여기에서 비켜달라고 말을 걸면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는 말을 쏟아내겠지.

하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넘어가기는 조금 껄끄러운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좋은 게 떠올랐다는 듯 작게 웃으면서 눈앞의 학생을 보면서 상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는 레베카 왕자비님의 명령을 받고 이 초등반의 학생들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길을 비켜주시겠어요?”

“그! 저, 저도……!”

“실리파 아카데미에서 반이 이동하는 때는 한 학기가 지날 때 치는 시험을 통해서……, 맞죠?”

싱긋 웃으면서 레베카의 이름과 교칙을 이용해서 빠져나오는 레이시.

레이시는 등 뒤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학생들을 데리고 레베카에게 가서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레베카는 창문을 열고 레이시와 학생들을 힐끗 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을 건넸고, 학생들은 레베카의 말에 바짝 긴장한 채 천천히 움직이는 마차를 바라봤다.

“그럼 여러분들은 저 뒤의 마차를 타주시겠어요?”

하양이를 소환해서 마차에 연결하는 레이시.

학생들은 레이시의 몸에서 크게 움직이는 마력을 보고 당황하다가 소환된 하양이를 보고 멈칫거리며 하양이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학생들의 시선에 싱긋 웃다가 착한 아이니 안심하고 마차에 올라타라고 말했다.

그러자 쭈뼛거리면서 천천히 마차에 올라타는 학생들.

레이시는 학생들이 전부 타자 레베카의 마차를 5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따라가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긴장감을 잊기 위해서인지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잡담의 내용은 레이시가 배려해준 것들.

다들 기사단에 가서 뭘 보고 배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신나게 떠들었고, 레이시는 그들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소리를 조금만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다들 자기 입을 막다가 소리를 죽여서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제 2 내벽 안으로 들어가 벽천화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럼 여기서부터 미스트 선배가 시킨 대로 해주세요.”

마차의 문을 열어주면서 파이팅하라는 듯 웃는 레이시.

학생들은 레이시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킨 다음에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학생들이 모두 내리자 레베카의 마차로 가서 가볍게 노크했다.

“음, 준비 됐나요?”

“네.”

레이시의 말에 문을 여는 레베카.

레이시네 반 학생들은 레베카가 문을 열자 키가 큰 학생은 양산을 펼치고 다른 학생들은 벽천화 기사단의 사무실까지 가는 길에 카펫을 깔기 시작했다.

레베카의 걸음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움직이는 학생들.

미스트는 그런 학생들을 지휘하면서 천천히 벽천화 기사단 사무실로 이동했고, 레베카는 미스트의 지휘 능력에 잠시 감탄하다가 양산을 들고 있는 학생을 도와주고 있는 레이시에게 말을 걸었다.

“레이시.”

“네, 왕자비님.”

“잠깐 잡담 괜찮을까요?”

“네?”

“마리아 시트러스 남작은 어떤 사람인가요? 변경의 남작 출신이 이런 기사단의 단장이 된 건 이례적인 일이라 개인적으로도 알고 싶네요.”

“아……, 으응,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스승님이 더 이례적이지 않나요?”

“스승님요?”

“아, 아샤를 말하는 거예요. 호신술을 배우고 있거든요.”

“아하, 아샤 백작을 말씀하시는 거셨군요.”

“에……, 스승님이 백작이셨나요?”

“네, 한 나라의 최강의 검인데 남작이라는 계급에 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아샤 씨가 벽천화 기사단의 단장으로 올라섰을 때 백작이라는 작위를 하사했어요.”

“그렇구나…….”

“못 들어봤나요?”

“네.”

“후후, 다음에 물어보세요. 그래서, 마리아 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나요?”

“으음, 가끔씩 만나요. 보통은 엘라 공주님이나 다른 분들과 지내는데 가끔씩 아예 시간이 비면 다른 분들을 만나는데 보통은 왕궁 요리사인 밀리아 씨나 마리아 씨와 모여서 셋이서 잡담을 떨어요.”

“그렇구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밀리아 씨는 보통 유행하는 다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저는 스승님이나 미스트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마리아 씨는…….”

“마리아 씨는?”

“……불경죄가 될 수도 있는데.”

“으응? 뭔데 그래요? 말해줘요. 화 안 낼게요.”

“춘화……, 감상이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는 레이시.

레베카는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기는 괜찮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레베카의 말에 얼굴을 붉힌 채로 마리아의 취미에 대해서 상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기사단 내부는 금남 구역이라 남자를 볼 수 없고, 사귀려고 해도 정식으로 만나려면 국가에 신청서를 내야 해서 그냥 포기하고 잡지를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걸 끊을 수 없게 되셨대요.”

“아하하, 마리아 씨는 아직 젊으시니까요. 거기에다가 신체 건강한 기사이시니 얼마나 괴롭겠어요?”

“아, 아으으으…….”

레베카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고 손부채질을 하는 레이시.

레베카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쳐다보다가 마리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마리아는 레베카가 보이자 평소와 다르게 완전 무장을 한 채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리아 시트러스 남작 및 벽천화 기사단 일동, 레베카 오라토리엄 공주님을 뵙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리아 시트러스 남작. 오늘은 그대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왔으니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베카는 마리아의 인사에 싱긋 웃으면서 일어서라고 말한 다음 기사단의 응접실을 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마리아는 레베카의 질문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레베카와 레이시를 데리고 응접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응접실에 들어가자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실습을 시켜주라고 말하는 레베카.

마리아는 미리 들어뒀기에 이미 준비해뒀다면서 직접 차를 끓여왔고, 레베카는 레이시를 자리에 앉히더니 잠시 잡담을 떨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럼 저는…….”

“학생들을 도와주세요.”

“네!”

레베카의 말에 그대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마리아.

레이시는 마리아가 물러나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레베카를 바라봤고, 레베카는 레이시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있을 사교계 데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엘라의 곁에 있으려면 하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하는 레베카.

귀족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얼굴에 철판쯤은 아무렇지 않게 깔 수 있는 사람들이니 엘라와 레이시가 연애한다고 공표하지 않으면 엘라에게 대쉬하고 레이시를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의 행태에 엘라가 질려버리면 난감한 건 레베카였다.

어떻게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지만, 미리 조금의 노력을 들여서 예방할 수 있는 걸 예방하지 않아서 일을 키우는 취미는 레베카에게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레이시는……, 뭔가 다른 귀족들이나 탐욕스러운 사람들과 청렴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레이시를 도와주고 싶었다.

청렴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왕궁의 분위기도 좋게 변할 테니까.

그렇기에 레베카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레베카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아직 결혼은 생각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가요?”

“네.”

“으음~ 그럼 제가 레이시 양에게 결혼하면 얻게 되는 장점에 대해서 말해드릴까요?”

“……네?”

“우선 밤 생활의 느낌이 달라진답니다.”

“……푸흐으윽!?”

레베카의 말에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고 홍차를 뿜는 레이시.

그 소리에 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마리아가 박차고 들어왔고, 레베카는 마리아를 보더니 마침 잘 됐다면서 마리아도 자리에 앉히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분위기를 파악하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내 음흉하게 웃으면서 레베카의 이야기에 동조하며 레이시를 놀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으으으…….”

“결혼은 하는 게 좋다고요? 여러모로.”

“왕자비님 말씀이 맞아요, 스승님. 그게 아니라면 애인부터 단계를 밟죠!”

“어머, 레이시 양에게 마리아 씨의 취미를 들었을 땐 일단 아기부터 가지자고 말할 줄 알았는데요?”

“네? 아, 스승님…….”

“아, 아하하……, 잘, 잘못했어요?”

“뭐, 괜찮습니다! 아이라, 나쁘지 않죠! 속도위반 결혼! 로망 아닌가요?”

“로망이죠~. 저의 그이는 저를 너무 배려해줘서 결혼이 약속된 그날에도 손만 잡고 잤지만요.”

30대 초반의 유부녀와 20대 중반의 한창 때의 처녀.

한쪽은 생생한 경험담에 다른 한쪽은 처녀 특유의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에 레이시는 연신 홍차로 목을 축이며 타는 목을 달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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