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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64화 (164/542)

〈 164화 〉 그 신입 교사는…….­2

* * *

“저, 정말이에요!?”

“저희가 왜요!? 아, 아니! 그러니까! 아니!”

레이시가 미스트의 발표에 놀라 쭈뼛거리면서 반 안으로 들어가자 쏟아지는 질문.

반 애들은 전부 자기가 왕자비가 기사단에 방문하는 일에 실습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면서도 어떻게든 소리를 내기 위해서 발악했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스트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댔다.

물론 미스트는 재미있으니 괜찮지 않냐며 입을 가리고 우아하게 웃었지만.

결국 진정시키는 건 레이시의 역할이었기에 레이시는 반 애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헛기침으로 애들을 진정시켰고, 애들은 레이시의 말에 천천히 호들갑 떠는 걸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반이 조용해지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레베카 왕자비의 벽천화 기사단 방문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스트가 한 말을 그대로 다시 한번 말했을 뿐이지만, 학생들은 레이시의 말에 현실을 다시금 인식하고선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체 왜?

자기들은 남작 가문에 실습을 나가는 거면 좋게 나가는 거고 보육원에 봉사하러 가는 걸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왕자비의 보좌?

그것도 평범한 기사단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왕국의 역사에서 대대로 여성 왕족을 지키고 수호해왔던 유서 깊은 정예 기사단을 방문하는 걸 보좌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레이시의 말에 말을 더듬던 학생들은 레이시를 바라보며 정말로 가는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카 왕자비님을 보좌하는 거 맞아요.”

“……어, 어째서요?”

“그러니까, 아메스 학생 주임님께서 조언해주셨어요. 주임님께서는 텔레메인 공작 가문으로 간다고 하시면서 실리파 아카데미에 걸맞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요. 그래서 고민하던 도중에 레베카 왕자비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흔쾌히 들어주셨어요!”

“…….”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무는 학생들.

차마 웃고 있어서 뭐라고 하지 못하던 학생들은 레이시가 쭈뼛거리기 시작하자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학생들의 웃음에 학생들의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긴 긴장 안 하는 게 이상하겠지.

명문고라고는 해도 보충을 받던 학생들이 갑자기 도지사 같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들을 보좌해야 한다고 한다면 누가 멀쩡하게 일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난 왜 이 문제점을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간신히 깨달았을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괜히 미스트를 노려보면서 어떻게든 수습해보라고 미스트의 옆구리를 찔러댔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행동에 소리를 죽여 웃다가 귓속말을 하면서 레이시의 귀를 간질었다.

“그나저나 레이시.”

“네?”

“일을 받으면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뭐가요?”

“아메스 학생 주임님의 성격은 저도 아는데 그렇게 깔끔하신 분이 아니잖아요? 그런 분이 레이시에게 정말 순수하게 조언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

미스트의 말에 입을 다무는 레이시.

사실 교장이 그렇게 반응한 것에서부터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기에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설마 그게 순수한 조언이 아니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는 너무 착해서 탈이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거라면 아메스 학생 주임님께서 직접 실리파 아카데미의 명성에 걸맞은 장소를 물색해주시겠죠? 레이시를 놀리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정말요?”

“네.”

“그렇지만 정말 이 학교를 아끼시는 거 같았는데…….”

“그야 아끼기야 하겠죠. 노처녀에다 왕궁에서 일한 경험도 없어, 젊은 것도 아니고 논문을 발표한 것도 아니며 메이드 경험은 기껏해야 백작가의 론드리 메이드가 끝인데 이것마저 없으면 너무 애처롭잖아요?”

미스트의 독설에 입을 다무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을 학생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미스트의 입을 막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행동에 작게 웃다가 사실인데 뭐 어떠냐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예전에 젊으셨을 적에는 자작가에서 첩으로 오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는데 그걸 거절하셨더라고요. 첩은 싫다고. 뭐, 그 이후로 늙어가다가 이제는 애인도 없이 독수공방. 레이시를 질투할 법하지 않나요?”

“우으……. 선생님인데 설마 그럴까봐요? 공과 사는 구별하시겠죠.”

……그렇게 믿고 싶다.

설마 선생님이, 그것도 학생 주임이 노처녀 히스테리를 이기지 못해서 그런 짓을 할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를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레이시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 일은 끝까지 진행 될 것이다.

레베카는 벽천화 기사단을 방문해서 포상을 내릴 것이고, 그 일련의 행사를 이곳에 있는 학생들이 도와줄 것이다.

미스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렇게 말하더니 학생들에게 역할을 나눠주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자기가 선생이라는 걸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반 애들을 바라보는 레이시.

반 학생들은 뭔가 인위적으로 잔뜩 꾸며진 레이시의 웃음을 보고는 레이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그런 걸 눈치채는 게 아무래도 이상했지만, 갑자기 남작이 된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학생들은 다시 한번 자기들이 레베카 왕자비를 도와주는 게 맞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까와는 다르게 약간 난처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원래라면 마리아 씨……, 그러니까 마리아 시트러스 남작님에게 부탁해서 여러분들에게 기사단을 구경시켜주고 기사가 되거나 왕궁의 급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려고 했는데 제가 미숙해서 일이 커졌어요. 그, 근데 이번 일을 취소할 수가 없어서요.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저를 도와주실 수 없으신가요……?”

시무룩한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부탁하는 레이시.

학생들은 그런 레이시의 목소리에 웅성거리다가 이내 레이시의 일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어차피 실패해도 죽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하고 싶지 않았던 집사와 메이드가 될 수 없을 뿐이다.

그리고 레이시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보여주기 위해서 기사단에 방문하려고 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에 학생들은 기합을 넣으며 떠들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애들하고 관계를 잘 만들었네요?”

“에헤헤……, 스킬 덕분인걸요.”

“그 스킬 호감을 강화하는 스킬이지 호감을 강제하는 스킬이 아니잖아요. 잘 하셨어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배시시 웃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작게 웃다가 손뼉을 치면서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학생들은 미스트의 박수에 미스트를 쳐다봤다.

레이시에게서 각자의 장단점은 모두 들었다고 말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학생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더니 각자에게 역할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자기들 수준에 맞춰서 완벽하게 만들어진 계획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주님의 하우스키퍼 겸 레이디스 메이드가 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구나…….

그렇게 생각한 학생들은 레이시의 눈치를 보더니 미스트에게 달려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고, 미스트는 그런 학생들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주면서 학생들과 함께 작전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시는 그런 반의 분위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에서 빠져나왔고, 이내 교장과 아메스 학생 주임이 자기 반을 바라보면서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희 반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규정에 안 적혀 있었지만, 어쩌면 왕가는 이런 일에 끌어들이면 안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교장과 아메스에게 갔고, 두 사람은 레이시가 다가오자 헛기침을 하면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교장.

“바, 반은 어쩌시고 나오시는지요?”

“미스트 선배가 애들에게 일을 분배해주고 계세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약하니까요.”

교장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레이시.

교장은 레이시의 대답에 잘 됐다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더니 레이시에게 부담이 클 거 같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일은 시작되었고 중간에 일을 그만 둘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자 교장은 저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아무래도 버겁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스킬의 레어도도, 스킬의 레벨도, 경험도 부족하지 않냐며 왕자비님에게 민폐를 끼칠 거라고 말하는 교장.

딱히 없는 말은 아니었기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교장을 바라봤고, 교장은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번 실습을 다른 학생들에게 맡길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아메스를 바라보는 레이시.

아메스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미소와는 다른 종류의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아메스의 미소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왜 다르게 느껴지는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아메스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스킬이 작동했다는 걸 깨달았다.

연정의 야차.

자기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의 경우 그 호감이 증폭되는 걸 멈출 수 없게 되는 스킬.

그리고 덤으로 상대방의 호감이 어떤 종류의 호감인지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킬.

지금 아메스는 자기에게 진심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그 호감이 엘라나 미스트와 같은 연정은 아닌데다가 마리아나 멜리아처럼 우정에서 오는 호감도 아니지만…….

아마 자기를 출세의 도구로 보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이런 감정은 필요 없다며 어색하게 웃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왕자비님께서 그 부분에 대한 건 괜찮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랑 미스트 선배도 있고요. 아, 그리고 그……, 학생분들을 바꿀 수 없는 이유가 또 있어요.”

“네……? 뭔가요?”

“레베카 왕자비님께서 이번 일이 끝나자면 사교계에 데뷔하자고 권하셔서 이번에 꼭 만나서 거절해야 하거든요…….”

엘라와 레베카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난처하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는 레이시.

교장과 아메스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자기에게는 아무래도 하지 않는 쪽이 좋은 부담스러운 일이었기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래서 무리라고 말했고, 아메스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아까까지 느꼈던 호감은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채 질투를 느끼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잘났기에 레이시는 공주의 사랑을 받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다른 왕자비에게까지 사랑을 받는 걸까?

엘라와 다른 왕족간의 사이는 나쁜 게 아니었나?

분명 얼굴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면서 살의를 내뿜어댄다고 들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던 아메스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가 미스트가 반에서 나와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고 자기를 쳐다보자 흠칫 떨었다.

자기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학생이자 메이드.

그런 메이드가 레이시를 끌어안고 애정을 표현하자 아메스는 여자끼리 저게 뭐 하는 짓이냐며 작게 소곤거렸지만, 미스트는 아메스의 투덜거림이 질투심에서 비롯된 걸 깨닫곤 속으로 아메스를 비웃었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학생일 때 나랑 사귀고 싶다고 말했었던가?

외모는 둘째치고 성격이 워낙 안 좋은 데다가 허영심도 강하고, 자기를 감당할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서 거절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미스트는 재미있는 게 떠올랐다는 듯 레이시를 꽉 끌어안으며 귀에다 사랑의 말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레이시, 슬슬 돌아갈까요?”

“으, 으응……, 미스트 선배? 조금 부끄러운데.”

“후후, 저희 사이에 뭐 어때서 그래요? 공주님도 저희 사이를 허락해주셨잖아요?”

“……그, 그건 그렇지만, 그, 그걸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금 레이시는 아메스가 얻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미스트.

아메스는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물들이며 감정을 감추지 못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아메스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며 애정을 과시했다.

“자자, 돌아가요. 사랑하는 레이시.”

“오늘따라 왜 그래요…….”

“글쎄요? 공주님의 대화 때문에 질투가 났으려나?”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아직 생각이 없다고 항의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항의를 싱글벙글 웃으면서 받아주었고, 그제야 미스트가 자기를 놀리는 걸 깨달은 레이시는 잔뜩 버둥거리다가 교장과 아메스에게 인사하고 도망치듯 반에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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