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 그 신입 교사는…….1
* * *
“잠깐만요!?”
“응? 왜?”
“뭐, 뭘 공표해요!?”
“너랑 내가 진지하게 사귄다고.”
“…….”
엘라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왜 그러냐며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천연덕한 얼굴에 입을 뻥긋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런 걸 왜 공표해요!?”
“왜?”
“그런 거 안 말해도 저, 저는 엘라를 안 떠날 건데 왜 공표해요…….”
“그러니까 공표하는 건데?”
“왜요!?”
“나, 너랑 결혼할 생각이라고 공표하는 거잖아?”
“…….”
“안 할 생각이야?”
“그런 건……. 아, 아직 생각해본 적 없는데…….”
“난 레이시와 결혼하고 싶어. 애인 관계로 만족할 생각은 없어.”
“우, 우으으으…….”
진지한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시선에 이상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어쩔 줄 몰라 고개를 휙휙 저었고, 레베카는 자기가 아이야트에게 청혼받았을 때가 떠올라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를 도와주기 위해 가볍게 헛기침했다.
그러자 얼굴을 더욱 새빨갛게 물들이며 레베카가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투닥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투닥거림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손을 강하게 잡아 당겨 자기 품으로 끌어드리고 레이시의 입에 입을 맞췄다.
“반지는 올해 지나고 사줄게.”
“……!?”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바둥거리는 레이시.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서인지 레이시는 얼마 안 가 축 늘어져서 눈물을 글썽였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베카를 바라봤다.
“아이야트 오라버니를 도와주셨으면 하는 거죠?”
“네, 적어도 그이가 국왕이 된 이후로 3년은 더요.”
“아이야트 오라버니가 왕이 되지 못한다면요? 다른 계승자들도 있잖아요?”
“그럼 그때는 그냥 투자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죠.”
엘라의 말에 그 정도 각오 없이 왕위를 노릴 수 없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레베카.
엘라는 레베카의 말에 그렇긴 하다며 작게 웃다가 레이시가 가져왔던 실습 신청서에 이것저것 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쓴 건 레이시를 보조할 교사의 이름칸에 미스트를 쓰는 엘라.
엘라는 차를 다시 들고 오는 미스트에게 레이시를 도와달라고 명령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명령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엘라는 벽천화 기사단에 대한 출입 허가서를 받아오라며 자기 인장을 찍은 편지를 미스트에게 건네주었고, 미스트는 한 시간 안으로 편지를 들고 오겠다고 말했다.
다과를 먹고 싶으면 찬장에 있으니 레이시에게 부탁하라고 말하는 미스트.
미스트가 그 말과 함께 저택을 빠져나가자 엘라는 레베카에게 종이를 건네주었고, 레베카는 레이시의 실습을 받아주겠다는 자기 서명과 함께 도장을 찍었다.
이것으로 결정된 레이시네 초등반 실습.
레이시는 엘라가 축하한다며 건넨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베카를 배웅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엘라의 말대로 레베카를 배웅하기 시작했고, 레베카는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는 레이시를 귀엽게 바라보면서 인사했다.
“오늘은 고마웠어요, 레이시 양.”
“아니에요……. 저야말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쿨쩍…….”
레베카가 아니었다면 엘라에게 조를 뻔했다면서 감사를 표하는 레이시.
레베카는 그런 부끄러운 꼴을 당했는데도 엘라를 생각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레이시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힘내라면서 손을 흔들었고, 레이시는 마부가 찾아와서 레베카를 다른곳으로 데려가는 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차가 사라지자 엘라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엘라아아아아아!”
“응? 왜?”
“그런 말을 왜 하는 거예요!?”
“사랑하니까.”
“……!”
자기는 부끄러워 죽겠는데 엘라는 너무나도 태평하게 말해서일까?
레이시는 조금은 화가 난다는 듯 씩씩거리면서 엘라를 바라보며 입술을 샐쭉 내밀었지만,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이시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
“흐갹!?”
“푸핫!”
“키, 키스하자는 게 아니었잖아요!? 화내고 있는 거라고요!?”
“귀여워서 화내고 있는지 몰랐어.”
“알아달라고요!?”
“왜 화내는 거야?”
“부끄러웠다고요! 사, 사귀는 것도 좋고 천천히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저희들 사이의 이야기잖아요!? 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거라면 미스트나 미네르바, 아샤의 앞에서 이야기해달라고요!”
“응, 그럴게. 미안.”
“우으으으…….”
엘라가 순순히 사과하자 더 이상 화를 내지는 못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훌쩍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역시 귀엽다면서 레이시에게 손짓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짓에 울먹거리다가 엘라에게 다가가 안겼다.
“아직 결혼은 생각해본 적 없어?”
“…….”
엘라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대답에 그럼 하지 말자며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솔직히 자기도 결혼에 대한 걸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기 자궁은 어렸을 때 당했던 암살 시도로 완전히 망가져서 그 기능을 상실했고, 자기 성적 취향은 여성이라 결혼할 필요성도 없었으니까.
다만 지금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레이시라고,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 하겠기에 레이시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레이시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결혼할 생각은 없다.
그런 약속 같은 걸로 자기들의 관계가 바뀔 리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좀 더 생각해보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후아, 그럼 나, 책 읽을 테니까 레이시는 미네르바 좀 달래줄래?”
“네? 아…….”
“삐졌나봐. 아까부터 살기까지 내뿜어대네.”
요 사이에는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회를 배우는 듯 하더니 결혼이니 뭐니 이야기하니까 질투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살기까지 내뿜어대며 엘라를 노려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다가 3인용 소파에 앉아 자기 옆자리를 두들겼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짓에 레이시를 팔로 껴안은 다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날개로 레이시를 감싸안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허락을 받고 온 미스트는 새로운 놀이냐고 웃었지만…….
“그럼 내일부터 잘 부탁드릴게요.”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미스트.”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한 뭉치의 종이를 건네주는 미스트.
미스트는 실습할 때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미네르바의 품에서 열심히 그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뺨에 입을 맞춰주면서 달래주기 시작했다.
“나도 주인을 도와줄 수 있는데…….”
“아, 아하하……. 이건 사냥하는 게 아니니까 참아주세요. 대신 다음에 또 나비랑 하양이랑 같이 놀러 가요.”
“주인이 해준 요리도……?”
“네, 뭐 먹고 싶나요?”
“푸딩이라는 거 먹고 싶다!”
“아하하, 알았어요. 그럴게요.”
레이시가 미네르바의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걸며 약속이라고 말하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미네르바.
소환마법을 익힌 덕분에 이제는 조금 떨어지는 것도 참아주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레이시는 배시시 웃다가 하양이를 출발시켰고, 미스트는 두 사람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제 2 내벽을 벗어날 때쯤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어제 공주님이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네?”
“결혼에 대한 거요.”
“웃!?”
미스트의 말에 당황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당황하자 뒤에서 레이시를 끌어안으면서 귀에다 대고 숨결을 불어넣으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공주님과 결혼하시면 저는 어떻게 할까요?”
“네, 네헤!?”
“후후후, 그렇잖아요? 공주님과 결혼한 사람이 첩을 쌓는다니,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요?”
사실 엘라가 허락만 한다면 레이시가 첩을 만들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지금은 얼마 없는 단둘만의 시간.
미스트는 오랜만에 레이시를 잔뜩 놀리고 싶다는 생각에 레이시를 끌어안은 채로 계속해서 레이시를 놀리기 시작했다.
“아하, 이건 어때요?”
“뭔데요……?”
“제가 공주님에게서 레이시를 NTR 하는 거예요.”
“…….”
“우후후……, 재미있을 거 같지 않나요?”
그 계획을 당사자의 앞에서 말하니까 저는 죽을 맛인데요?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런 무서운 짓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허리를 잡는 척 허벅지 안쪽을 약하게 쓰다듬었다.
직접 흥분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풍기게.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봤지만, 미스트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앞을 바라보지 않으면 사고가 날 거라면서 레이시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미스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레이시의 허리를 잡고 함께 실리파 아카데미로 갔고, 교장에게 레이시가 작성한 수습 신청서를 건네주었다.
“……어?”
그러자 당황한 얼굴로 종이와 미스트, 레이시를 번갈아 보는 교장.
교장은 믿기지 않는 건지 레이시의 실습 신청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실리파 아카데미의 졸업생인 미스트를 바라보면서 이게 정말인 거냐고 물어봤다.
“시, 실습으로 레베카 왕자비님을 뵙겠다고……?”
“네, 교장선생님. 규칙상으로 문제는 없지 않나요? 개인의 인맥을 이용해 실습 장소를 구하고 보조 교사를 구한다. 이번에는 레이시가 인맥을 이용해 레베카 왕자비님께 양해를 구했고 같은 분을 섬기고 있는 제게 보조 교사를 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랍니다?”
“그, 미, 미스트. 자네의 말이 맞긴 하지만.”
미스트의 말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교장.
실리파 아카데미가 생기고 나서 처음 발생한 일에 교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아메스가 맡고 있는 특등반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경사라면서 축하했을 텐데, 하필이면 레이시에게 맡긴 반은 초등반.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마음에 안 들어한다면 이 실습을 통해 실력을 보겠다며 특등반과 바꾸겠지만, 엘라와 레이시는 둘 다 같이 초등반을 원했기에 어떻게 반을 바꿀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두기에는 초등반이 실수를 할까봐 무섭다.
왕가로 갔다가 초등반이 실수해서 실리파 아카데미의 명성에 상처를 준다면……?
그런 생각에 교장은 일단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일단 레이시에게 붙잡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아아아…….”
“그럼 저희는 초등반으로 가볼게요.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웠어요. 교장선생님.”
“자, 잠깐! 루피너스 선생!”
“자, 가요. 레이시.”
하지만 그 순간 미스트가 교장의 움직임을 눈치챘음에도 태연하게 그 행동을 무시하고 레이시에게 초등반으로 가자고 말하며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교장은 크게 당황하며 레이시의 이름을 처절한 목소리로 불렀고, 레이시는 그런 교장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웃다가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거냐며 미스트를 바라봤다.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거예요?”
“어차피 하루 동안만 반을 바꿔 달라거나 그런 소리만 하실걸요?”
“아하하하…….”
“그것보다 빨리 반으로 안내해주실래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반으로 가는 도중 심심한지 잡담을 꺼내면서 미스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으응, 근데 학생분들도 되게 놀라는 거 아닐까요?”
“후후, 글쎄요? 그것도 재미있지 않나요?”
잡담의 내용은 학생과 관련된 것.
레이시는 교장의 반응에 학생들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하며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재미만 있으면 실습은 충분히 잘 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자기는 서프라이즈 같은 건 심장이 떨려서 힘들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기억해두겠다면서 초등반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반 안으로 들어가는 미스트.
학생들은 늘 보는 레이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오자 당황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임기응변에 약하다고 생각하면서 실습 허가서를 칠판에 붙인 다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님의 선배 메이드이자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의 하우스키퍼 겸 레이디스 메이드를 하는 미스트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레이시 루피너스남작님의 재량으로 이 반은 레베카 오라토리엄 왕자비님의 벽천화 기사단 방문을 도우러 갑니다.”
“…….”
사람은 쇼크에 빠지면 대략 10초는 정신을 못 차린다.
그래.
어떤 사람이든 견딜 수 없는 충격이 막 주어진 그 10초는 정신을 못 차린다.
그리고 그 10초가 지나면 사람은 충격을 이해하고 각각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으에에엑!?”
이 얼굴이 정말 재미있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미스트는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