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신입 교사 레이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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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와 대화를 나누고 초등부 교사로 들어가기로 한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엘라의 부탁을 받아들이자 당장에는 민폐가 될 테니 겨울이 될 때까지 교수법에 대해서 배우고 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을이 끝날 때까지 교수법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교수법의 기초를 뗀 레이시는 하양이와 나비의 집을 치우고 밥을 준 다음 실리파 아카데미에 갔다.
“반갑습니다. 레이시 루피너스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열심히 노력할 테니 많은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교무실에서 허리를 숙여 다른 교수들에게 인사하는 레이시.
교장은 야차인데다가 엘라의 총애를 받는 메이드라고 해서 조금은 오만할 것 같다고 생각한 레이시가 먼저 허리를 숙이자 당황하면서 레이시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겨울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네, 교장 선생님!”
교장의 인사에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레이시.
교장은 그런 레이시의 웃음에 똑같이 미소를 짓다가 한 선생님에게 레이시가 담당할 반을 알려달라고 말했고, 깐깐해 보이는 40대 여성 교사는 레이시를 살짝 째려보다가 레이시에게 따라오라고 말했다.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님이라고 하셨죠?”
“네. 그러니까…….”
“아메스 학생 주임이라고 부르세요.”
“네, 주임님.”
“당신이 맡을 반은 방학에 나오는 초등 보충반입니다. 기초도 제대로 못 하는……, 솔직히 말하자면 낙제생이 가득한 반이죠. 아무런 시험을 받지 않고 실리파 아카데미의 교사로 온 당신이맡기 딱 적절한 반이죠. 실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니까요.”
“아하하…….”
아메스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뺨을 긁는 레이시.
아무래도 낙하산으로 들어왔으니까 적대하는 거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아메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레이시는 고개를 꾸벅 숙인 채 아메스의 뒤를 따라갔고, 아메스는 아무 말 없이 따라오는 레이시를 보고는 혀를 찼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서 이득만 챙기는 녀석.
외모만 믿고 나대는 녀석들을 정치질로 제치고 교사가 된 아메스는 레이시를 정치질로 괴롭혀서 은퇴하게 만들자고 생각하면서 레이시를 레이시가 담당할 반에 안내해줬다.
총 15명의 학생이 있는 반.
대부분이 15살쯤 되어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에 레이시는 아메스에게 정말 이 반을 담당하는 게 맞냐고 물어봤고, 아메스는 전원 낙제생이니 이 반이 맞다며 비웃음을 날렸다.
“혹시 일을 거절하시고 싶은 건가요? 엘라 공주님이 직접 명령하신 일을요?”
“아뇨……, 초등부라고 해서 어린 애들만 있을 줄 알았거든요.”
“흥, 초등 교육을 받는 반일 뿐이니 안심하고 들어가시죠.”
“네, 감사합니다.”
싱긋 웃으면서 아메스에게 인사하고는 반에 들어가는 레이시.
레이시가 반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레이시를 빤히 쳐다보면서 레이시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애썼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웅성거림에 싱긋 웃으면서 칠판에 자기 이름을 썼다.
조금은 삐뚤삐뚤한 글씨.
레이시는 오랜만에 써보는 칠판이라 잘 안 된다며 어색하게 웃다가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겨울 동안에 이 특별반을 맡게 된 레이시 루피너스라고 해요. 제가 주로 담당할 교육은 사육에 관련된 것들이에요. 그럼 3개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
레이시의 인사에 따가운 침묵으로 대답하는 학생들.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다가 학생부를 펼치고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걔 중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던 타리나는 어색하게 학생의 이름을 부르는 레이시를 보고 키득키득 웃으며 골려주자고 말했다.
“어떻게?”
“저 교수님 전공이 사육이라고 했으니까 말 같은 것도 다룰 거 아냐? 못 길들이는 말을 주고 낙마하면 놀리자.”
“킥킥! 그거 재밌겠네. 그러자. 우리 가문에 말 한 마리 있어.”
“아~ 그 말? 기사도 낙마했다며?”
“응, 완전 미친 말이야.”
레이시가 못 듣는다고 생각하고 키득키득 웃는 타리나와 친구들.
레이시는 그런 타리나를 보면서 학창시절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교단에 서면 누구든지 등 뒤에 눈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거 진짜였구나…….
그나저나 낙마라…….
해본 적은 없지만, 크게 다칠 거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무섭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레이시는 자기가 꽤 늙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하는 걸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다가 수첩을 꺼내고 미리 준비한 수업을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첫 날이니까 수업은 하지 말고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수업을 들어주는 구나.
수업 거부라는 나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왔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레이시는 웃는 얼굴로 아이들의 자기소개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타리나가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레이시는 타리나의 장난에 어울려줄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장난에 어울려서 친근한 선생이 될까, 아니면 여기에선 조금 따끔하게 혼내서 엄격한 선생님이 될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자기 성격에 엄격한 선생님을 어떻게 하겠냐며 어색하게 웃으며 장난에 어울려주기로 했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장에게 들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어차피 이번 주는 학생들에게 적응하라고 완전 자유 수업을 하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우선 애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애들에게 무슨 수업부터 하면 좋겠는지 물어봤고, 타리나는 승마 수업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승마라, 좋아요. 그럼 내일은 승마장에서 만날까요? 확인해보니까 내일은 승마장에 일정이 없더라고요.”
타리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타리나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됐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가문에서 말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타리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양이나 나비 중에서 데리고 올려고 했는데, 말을 준비해준다니 감사하네요. 그럼 내일 뵈요.”
하양이? 나비?
백마랑 나비 문양이 있는 말의 이름인가?
타리나는 레이시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말의 이름을 짓는 것도 진부하다고 생각하면서 내일 만나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타리나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종이 울리자 교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교장에게 수업에 대해서 보고한 다음 저택으로 돌아간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보이자마자 그대로 날아들어서 레이시에게 안겼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꺄륵 웃다가 손을 닦으면서 오는 미스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수업은 어떠셨어요?”
“으응, 장난꾸러기가 있어서 내일은 말을 탈 거 같아요.”
“후후, 수고하셨어요.”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간식을 먹겠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미네르바는 먹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안 먹을 거 같아서 레이시가 오는 시간에 맞췄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뺨을 약하게 잡아당겼다.
“굳이 저 안 기다려도 괜찮았는데.”
“주인하고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에헤헤, 그래요? 그럼 같이 먹으러 가요.”
미네르바의 말에 작게 웃으면서 가볍게 깍지를 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면서 자기도 그 학교 일이라는 걸 도와줄 수는 없는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집에 돌아올 때마다 이렇게 맞이해주면 행복할 거 같다고 대답해주었다.
“제 일이니까요. 그래도 영 못 할 것 같은 일이 생기면 미네르바랑 모두에게 도와달라고 말할게요. 그러면 괜찮죠?”
“응! 꼭이다, 주인.”
“네. 그럴게요.”
미네르바의 말에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어주더니 오늘은 떨어져 있었던 만큼 같이 있어 주겠다면서 간식을 먹여주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눈을 빛내며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렇게 미네르바와 하루를 꼬박 붙어있던 레이시는 다음 날, 다시 학교로 출근했고 애들과 약속한 대로 승마장으로 애들을 데리고 갔다.
“안녕하세요, 레이시 선생님.”
레이시를 골려줄 생각에 기뻐하며 인사하는 타미나.
레이시는 자기를 골려줄 생각으로 가득 찬 타미나의 얼굴에 어색하게 웃다가 어제는 잘 지냈냐고 물어봤고, 타미나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 말을 소개했다.
“이 애는 선더랜드에요.”
“우와, 크네요.”
“네, 혈통이 군마와 야생마를 교배해서 나온 애거든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선더랜드를 소개해주는 타미나.
그러는 동시에 타미나는 같은 초등반 애들에게 부탁해서 승마장의 말들을 준비했고, 다른 애들이 말 두 마리를 끌고 오자 타미나는 레이시에게 먼저 승마 시범을 보여주면 안 되냐며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선더랜드의 목을 쓰다듬어주는 레이시.
레이시는 동물을 탈 때 가장 중요한 건 동물과의 교감이라고 말하면서 선더랜드의 목덜미를 토닥여주었고, 타미나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잘난 척 하던 레이시가 어떻게 망가질지 기대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땅바닥을 나뒹굴게 되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아예 올라타는 것에도 실패해서 쩔쩔매게 될까?
어찌됐건 가문의 기사도 못 타던 말을 메이드가 탈 수 있을 리가 없었기에 타미나는 기대하는 눈으로 레이시를 바라봤고, 다른 애들도 레이시가 쪽팔린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면서 레이시를 쳐다봤다.
하지만 레이시는 그런 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선더랜드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으응, 거칠게 뛰는 걸 좋아하는 애네.”
태연하게 목덜미를 쓰다듬으면서 날뛰고 있는 선더랜드의 등 뒤에 올라타는 레이시.
레이시는 선더랜드가 마음껏 날뛸 때까지 가만히 놔두었고, 선더랜드는 자신의 등 뒤에 올라탄 사람이 자기보다 훨씬 체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는 천천히 레이시에게 굴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상을 주듯 파우치에서 옥수수를 꺼내서 물려주었고, 선더랜드는 입에 들어오는 옥수수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착하다~. 나중에 마음껏 뛰게 해드릴 테니까 지금은 제 말 듣는 거예요?”
“푸르르르르~!”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몸을 맡기는 선더랜드.
레이시는 선더랜드의 목덜미를 쓰다듬다가 등자와 고삐 중 싫어하는 게 있으면 말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선더랜드는 둘 다 싫다며 앞다리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웃으면서 등자와 고삐를 빼주는 레이시.
이제 좀 개운하냐며 선더랜드의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던 레이시는 다시 선더랜드의 등에 올라탔고 가볍게 승마장을 한 바퀴 돈 다음 학생들을 보며 웃었다.
“그럼 우리, 우선 경보부터 해볼까요?”
“……어.네.”
그리고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게 되는 학생들.
타미나를 포함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레이시가 낙하산이 아니였냐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학생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아이들을 지명해서 경보를 시켜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로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는 애들.
레이시는 그런 애들의 모습에 싱긋 웃으면서 무리라면 다른 애들부터 시키겠다고 말했고, 애들은 레이시의 말에 일단 레이시의 수업을 듣자고 생각하면서 말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승마 수업을 시킨 레이시는 수업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타미나에게 좋은 말을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타미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움찔 떨면서 레이시에게 감사하다고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그럼 다음 수업에 뵐게요. 타미나 양.”
“아,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레이시 교수님…….”
그리고 그 모습에 레이시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끼는 타미나.
레이시는 뭔가 다른 교수들과는 다를 것 같은 느낌.
뭐가 다르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학생 특유의 직감으로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한 타미나는 내일은 무슨 수업이 있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를 붙잡았다.
“그, 예, 예습하게요! 집에서 주는 눈치도 보이고 슬슬 초등반은 졸업해야 할 거 같아서…….”
공부를 안 해서 초등반에 왔으면서 예습을 하고 싶어서 뭘 할 건지 물어보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타미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끄러움에 몸서리를 쳤지만, 레이시의 대답을 듣고 싶었기에 그 부끄러움을 억누르고 레이시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잠시 고민하듯 눈을 감더니, 이내 싱긋 웃는 얼굴로 타미나를 바라봤다.
“우선 친해지는 수업을 할까 해서요.”
“네……?”
“제가 타미나 양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전에 타미나 양이 뭘 하고 싶고, 뭘 잘하는지 알고 싶어요. 안 될까요?”
싱긋 웃으면서 타미나를 바라보는 레이시.
타미나는 레이시의 대답에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레이시가 자기 뺨을 만지자 화들짝 놀라며 알겠다고 대답한 다음 황급히 자리를 떴고, 레이시는 그런 타미나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선생 같은 말을 한 거 같은데 잘못한 걸까?
혹시 너무 과하게 친한 척 해버려서 낯을 가리는 거려나?
“으응……, 선생님은 어렵네.”
다음에는 좀 더 거리를 두고 말해보자.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저택으로 돌아가 모두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면서 임시 계약직이지만, 선생으로서의 발걸음을 디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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