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그대를 위한 기사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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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끝낸 엘라와 미스트를 저택으로 돌려보낸 다음 아샤가 한 일은 벽천화 기사단에 가서 보고서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준비하는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엘라에 대한 보고서와 다른 하나는 레이시에 대한 보고서.
……레이시에 대해서 보고하는 건, 레이시가 엘라의 배우자가 될지도 몰라서겠지.
왕비나 데릴사위 같은 경우에는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사항이기에 이제 막 남작 작위를 받은 레이시가 이런 조사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별 이상할 건 없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모임에서 있었던 일들을 빼곡하게 정리하다가 사라에 대한 것을 떠올리고 사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라가 레이시를 질투해서 도발했다.
이 짧은 문구를 보고서에 적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노웨어 가문이 발칵 뒤집히겠지.
아마 가문 전체로 불려가서 레이시를 도발한 이유가 정말로 엘라의 총애를 받는 레이시를 질투해서인지부터 시작해서 레이시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레이시를 끌어내리는 틈에 허니트랩을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는지 추궁 받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레이시도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레이시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이상 투명하게 존재를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투명했다.
스킬 확인을 하면 태어나자마자 엘라를 만나고 그 뒤로는 엘라나 미스트와 쭉 붙어있었으니까 의심하고 싶어도 의심할 수가 없다.
조금 속된 말로 말하자면, 완벽한 키잡이다.
겉모습의 나이 차이는 안 나는데 알맹이는 엘라가 원하는 것으로 꽉 채워져 있으니까.
다른 왕족이 듣는다면 엘라의 강운을 부러워하며 질투하겠지.
“후우우…….”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레이시가 사라의 도발을 잘 받았다고 써넣었다.
레이시라면 물리적인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가길 원하겠지.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하는 걸까?
이건 일인데.
아샤는 역시 레이시와 관련된 일이면 뭔가 제대로 감정 조절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그게 레이시가 가진 스킬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기가 이렇게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머리를 긁다가 작성한 보고서를 책상 서랍에 넣고 침대에 누웠다.
레이시를 재워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돌아가려니까 영 껄끄러웠다.
이건, 혼자서 지낸 시간이 길어서 이제 와서 다른 사람과 살을 부대끼며 지내는 게 부끄러운 거겠지.
……이것도 변명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근처에 레이시가 없는데도 문득 부끄러워져서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이불을 뒤집어썼고, 다음 날, 해가 뜨기 전 이른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서를 들고 국왕에게 갔다.
그러자 아샤를 맞이해주는 졸음이 덜 깬 국왕.
늘 아저씨처럼 보여도 국왕은 국왕인지 한 손으로 커피를 마시면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고, 아샤는 그런 국왕에게 보고서를 내밀었다.
“우리 며느리에 관한 건가?”
“잠이 덜 깨셨다면 머리 한 대 때려드리겠습니다.”
“크흠, 내 정신은 멀쩡하다네.”
“그럼 노망인 겁니까? 후계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나서 노망나시죠.”
“아, 아하하……. 그래서 특별한 일은 없었는가?”
“없었습니다. 엘라의 전 여친 중 한 명이었던 사라 노웨어가 레이시에게 시비를 건 거 말고는요. 레이시가 꽤 잘 견디더군요.”
“그렇군, 우리 며느……, 레이시 양이 잘 견디다니 다행이군.”
“애초에 약했던 것도 사람의 살의에 약했던 거지 꼬장에 약했던 건 아니니까요.”
“그럼 이 일은 조사하지 말게. 엘라의 연인은 중대사항이지만, 레이시는 무척 특별한 상황에 있으니까 말일세.”
아샤의 보고에 씩 웃으면서 명령을 내리는 국왕.
아샤는 국왕의 명령에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국왕의 집무실에서 빠져나와 다시 벽천화 기사단의 숙소로 갔다.
“대장, 좋은 아침입니다.”
“넌 아침부터 뭘 보는 거야?”
“춘화요. 이 시간 말고는 볼 시간이 없어서 지금 잔뜩 봐둬야 해요.”
“……씁, 맘대로 해라.”
지금 시간은 업무시간이 아니라 개인 정비 시간.
정비 시간에 정력을 낭비하는 짓을 하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이런 것까지 터치하고 싶지 않았던 아샤는 마음대로 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능글맞게 웃더니 역으로 아샤를 놀리기 시작했다.
“대장, 애인이 생기시더니 변했네요.”
“또 뭐가.”
“전에는 그럴 체력으로 훈련이나 하라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그림 보고 흥분한다고 한심하게 바라보시잖아요.”
이건 거짓말이다.
그런데 아샤를 놀릴 수만 있으면 거짓말이고 뭐고 뭐가 중요하겠는가?
놀릴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그렇게 생각한 마리아는 아샤를 놀리며 키득키득 웃었고, 아샤는 마리아의 놀림에 눈살을 찌푸리며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뭔가 반박하고 싶은데 여기에서 말을 꺼내면 자기만 더 놀림당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말을 아꼈고, 마리아는 그런 아샤를 보고 더욱 놀리기 시작했다.
“으헤헤~ 솔로천국~, 커플지옥~. 우리 대장님은 혼자서 기사의 로맨스를 즐기신다네~.”
“……야.”
“네?”
“부하하고는 훈련이 잘 안 된다 이거지? 칼 챙겨라.”
“……살려주세요.”
그러다가 아샤가 화를 내자 입을 싹 다물고 살려달라고 비는 마리아.
산적들보다 더 애처롭게 비는 그 모습에 아샤는 요즘 기사단에서는 항복하는 방법도 가르쳐주는 거냐며 혀를 내두르다, 이내 마음가짐을 고쳐주겠다면서 마리아를 훈련장으로 끌고갔다.
하지만 훈련장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고, 아샤는 그 선객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왜 있는 거야? 레이시.”
“엘라가 여기에서 시간을 죽이라고 해서 왔어요. 이건 미스트의 편지구요.”
레이시의 말에 얌전히 편지를 펼쳐보는 아샤.
엘라는 사라를 압박해서 자기 전 여친들에게 레이시를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생각이니 레이시를 데리고 있으라고 명령했고, 아샤는 그런 엘라의 명령서에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하긴 왕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본다면, 지금처럼 미리 손을 써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레이시가 모욕에는 잘 견딘다고 해도 어느 수준의 모욕을 들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레이시의 이마를 가볍게 때리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뭐하고 싶은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시간을 떼우다가 돌아오라고 듣긴 했는데, 뭘 하면 좋은 걸까?
“데이트라도 어떠신가요!?”
“네?”
레이시가 그렇게 시간을 어떻게 죽일까 고민하고 있자 손을 번쩍 들면서 좋은 곳을 알려주겠다고 말하는 마리아.
아샤는 마리아의 말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레이시를 말리려고 했지만, 레이시는 아샤에게 한 번만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아샤를 보고 웃었다.
그러자 후회해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는 아샤.
그러면서도 레이시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듯 아샤는 마리아를 보고 턱짓했고, 마리아는 그런 아샤의 분위기에 역시 레이시와 관련된 일이면 약해지는구나 싶어 음흉하게 웃으며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새로 생긴 술집이에요! 둘이서 선발대 역할을 해주세요!”
“……호스트클럽이냐?”
“아니에요!? 물론 호스트에게 돈을 좀 쓰긴 하지만, 커플에게까지 그렇게 호스트 클럽을 권유하지 않는다고요!?”
“쓰읍…….”
마리아의 말에 불안하다는 듯 마리아를 노려보는 아샤.
마리아는 그런 아샤의 시선에 억울하다는 듯 이번에는 정말 호스트 클럽이 아니라고 말했고, 아샤는 그런 마리아의 호소에 눈을 찡그리다 레이시를 바라봤다.
“뭐, 믿어줄게.”
이번에는 주량을 파악해가면서 술을 마시자며 레이시의 이마를 가볍게 때리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손짓에 이마를 붙잡고 있다가 이내 헤실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아샤는 레이시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빌려서 제 1 내벽, 귀족들의 거리로 레이시를 데리고 갔다.
“흐음, 여기쯤인데…….”
마리아가 말해준 가게를 좀처럼 찾을 수 없자 아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도를 펼쳤고, 레이시는 아샤의 품에서 같이 지도를 읽다가 찾았다는 듯 손가락을 펼쳤다.
“저기 아니에요?”
“아, 그러네. 신규 개업 행사까지 하는 걸 보니 확실하겠지. 어떻게 찾았어?”
“사람들이 몰려있길래요. 새로 개업한 술집인데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거는 그거밖에 없잖아요?”
“흐응, 그렇구나.”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를 칭찬해주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샤.
레이시는 배시시 웃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아샤는 가게 점원에게 부탁해 3층의 노천 좌석을 요청했다.
가게 점원은 처음에는 아샤의 요청에 잠시 망설였다.
예약이 잡혀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고작해야 기사 한 명과 메이드 한 명.
가게의 유명세를 위해서는 사교계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귀족들을 안내하는 게 좋았다.
그렇기에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하는 점원.
아샤는 그런 점원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더니 레이시의 가슴을 가리켰고, 점원은 아샤의 손짓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점원의 눈에는 레이시의 가슴에 있는 엘라의 문양이 보였고, 점원은 자기가 실례했다며 다급하게 아샤와 레이시를 노천좌석으로 안내했다.
“아하하하…….”
“뭐, 가게도 자기 흥망이 달려 있으니까 그렇겠지.”
“역시 그런거죠?”
“뭐, 잊고 시간이나 떼우자. 우선 도수 제일 약한 거부터 마셔볼까?”
“네에~.”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잔을 받아드는 레이시.
술의 도수를 극한으로 낮추기 위해 쥬스를 잔뜩 섞었는지 달달하고 상큼한 술.
레이시는 이번에는 전보다 천천히 마시면서 아샤와 잔뜩 떠들었고, 아샤는 자주 마시는 보드카를 마시면서 레이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적당히 시간을 죽이는 레이시와 아샤.
그렇게 레이시의 주량을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 다른 손님들 중 한 명이 레이시에게 시비를 걸었다.
“루피너스 남작님께서는 어제부터 여독이 덜 풀리신 거 같은데, 술로 여독을 푸시는 건가요?”
레이시에게 시비를 건 사람은 어제 아샤에게 제대로 모욕을 당한 사라.
사라는 두 사람이 비무장 상태이자 오늘은 아샤가 시비를 걸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레이시에게 틱틱 댔고, 레이시는 사라의 시비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엘라님의 애인이시면서 다른 분과 술을 마시다니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공주님이 싫어하실 거랍니다?”
“아, 아하하…….”
엘라가 허락해줬는데요.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사라의 얼굴이 자기 이야기를 들을 얼굴이 아니자 레이시는 그냥 어색하게 웃으면서 사라의 도발을 받아 넘겼다.
그렇게 레이시가 도발을 무시하자 오히려 열 받는 건지 사라는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합석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사라의 제안에 그건 좀 그렇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사라는 자기 기사와 함께 그냥 그 자리에 앉았고, 아샤는 그런 사라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다가 조금만 더 참고 안 될 거 같으면 그냥 가자며 레이시의 허리를 감싸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레이시에게 엘라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거냐며, 정절에 대해서 가르쳐주겠다고 말하는 사라.
레이시는 그런 사라의 말에 얼굴이 굳더니 점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고, 사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마운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샤는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드카를 마시다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라 양, 사라 양도 약혼자가 있는데 기사와 놀지 않습니까? 이렇게 둘이서 술을 마시러 오고……. 루피너스 남작에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풉, 제 기사는 저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니 저의 것이랍니다. 그렇죠? 잭슨.”
“네, 사라님.”
“그런데 루피너스 남작께서는 엘라의 기사님이신 아샤님과 단둘이 술을 드시러 오시고……, 정말이지 엘라님께서 당신에게 실망하셔도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예요.”
“그거 다행이군요.”
“역시 아샤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엘라님의 곁에는…….”
“저는 레이시의 기사지, 엘라의 기사는 아니거든요.”
“……하?”
“제 기사도는 레이시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뭐, 뭐라고요!? 왜요? 도,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사람에게 충성을 바쳤다고요?”
“……뭐, 네. 그러네요.”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다가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사라를 힐끗 쳐다보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의 손을 잡은 채로 사라의 개소리를 얌전히 듣고만 있던 레이시의 복수를 해주듯, 사라를 놀려주었다.
“사라님의 기사이신 잭슨 씨는 돈과 권력만 보고 사라님에게 충성을 바치는 건가요? 참……, 기사도에서 말하는 사랑이라고는 없는 관계네요. 그런데 그러면 창남을 사서 노는 것과 다름 없네요. 당신이야 말로 정절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네요. 엘라가 레이시를 선택한 이유를 잘 알겠습니다.”
“뭐요……!?”
“틀렸습니까? 저는 제가 스스로 레이시의 것이 되길 자처했습니다. 레이시가 휘두르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그 대상이 어떤 존재든 망설임 없이 제 무기를 휘두르겠죠. 하지만 잭슨 씨는 제가 이렇게 사라 양을 모욕해도 칼을 뽑지도 못하잖습니까? 사랑하는 자가 모욕당해도 가만히 있으면 기사가 아니니, 잭슨 씨는 사라 양을 사랑하지 않는 거 아닙니까? 지금의 관계도 돈과 권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겠죠.”
싱긋 웃으면서 사라를 압박하는 아샤.
아샤는 자기 지갑을 레이시에게 건네주면서 먼저 내려가서 계산해달라고 부탁했고, 레이시가 내려가자 사라의 멱살을 잡고 비웃음을 날렸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도, 애정도 없어서 돈과 권력으로 사랑을 구걸하는 주제에 레이시에게 시비 걸지 마. 다음에는 죽인다. ……뭐, 내가 안 건들어도 엘라가 너를 직접 처리하겠지만.”
피식 웃으면서 남은 보드카를 병째로 들이키고는 잭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자리를 뜨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가 미리 계산을 끝내놓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험한 말을 해서 미안했다며, 취하지 않았다면 저번에 갔던 가게에 가서 샌드위치나 사먹자고 말했다.
“으, 으응……. 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아샤는 평소와 다른 레이시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에게 취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그렇게 부끄러운 말 했으면서…….”
“……아.”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요. 부끄럽게…….”
“뭐, 실제 내 역할이 엘라의 기사라기보다는 너를 훈련시키고 지키는 거니까 그렇게 너의 기사가 되었다고 말해도 틀린 건 아니잖아?”
“하으으으.”
아샤의 말에 레이시는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워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분위기에 뭔가 이번에는 자기가 우위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천천히 레이시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아까 마신 술의 냄새가 잔뜩 남아있는 서로의 숨결.
아샤는 과일의 향기가 톡톡 쏘는 레이시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입을 맞추다가 레이시가 팔에 힘을 빼며 자기에게 안기자 확실히 우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레이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집으로 가기 전에 여관 먼저 갈까?”
“우읏…….”
아샤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좋다고 말하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이번에는 자기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작게 웃으며 레이시의 입술을 훔치며 리드하는 느낌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시가 소매를 잡아당기며 부끄러워하자 아샤는 레이시를 말에 태우고 기사단이 대여하고 있는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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