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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41화 (141/542)

〈 141화 〉 루피너스­1

* * *

“흐으응…….”

열어둔 창문 틈 사이로 들리는 찌르르거리는 소리에 비척이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같이 일어나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날개와 이불을 겹친 덕분에 레이시는 새벽 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다고 생각하다가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미네르바가 조심스럽게 레이시에게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키스에 정신을 차리면서 미네르바의 혀끝을 약하게 깨물며 애교를 부렸다.

“으응……, 마차 정리해야 하는데…….”

“몸이라면 서로 다 닦았다. 주인. 수건을 좀 많이 쓰긴 했는데 청결제로 몸을 다 닦았다.”

“정말요?”

미네르바의 말에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미네르바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레이시.

마차의 계단에는 미네르바의 말대로 수건 열 몇 장과 일회용 청결제의 용기가 나뒹굴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걸 보고는 미네르바의 뺨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수건을 많이 쓰긴 했지만, 몸을 적당히 닦다가 매트리스를 더럽혀 마차를 뒤엎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미네르바가 자기를 눕히고 입을 맞추자 입을 맞춰주면서도 미네르바를 약하게 밀어냈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무리다.

“흐응……, 쪽, 쪼옥…….”

레이시가 그렇게 말하자 미네르바는 입을 맞추는 걸 바꿔서 버드 키스를 레이시의 뺨과 입에 연신 퍼부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애교에 작게 웃다가 새 옷을 꺼내입었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바지와 와이셔츠, 그리고 베스트를 입는 레이시.

그렇게 일할 때의 복장이 되자 미네르바는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얌전히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럼 호랑이에게 잠시 찾아갔다가 돌아갈까요?”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양심에 찔려서요……. 아하하하…….”

“으응?”

레이시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도시를 빠져나갈 때 봤었던 경비의 얼굴을 떠올렸다.

나이는 한 30쯤 됐는데도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영웅님이라고 부르던 경비.

그렇게 기대를 받았는데 그냥 미네르바와 야외플만 하고 오는 건, 아무래도 양심이 찔려서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호랑이의 몸 상태를 살피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돌아가기 전에 가볍게 검사하고 돌아가도 그렇게 늦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마차에서 내려와 스트레칭하다가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하양이는 레이시의 손길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마차 앞에 가서 투레질했다.

“잘 부탁할게요.”

레이시의 말에 알아서 발걸음을 움직이는 하양이.

하양이는 호랑이가 있는 곳까지 움직였고, 호랑이는 레이시를 보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레이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전해지는 호랑이의 마음.

호랑이는 산을 힐끗 바라보면서 돌아가기 싫다는 마음을 레이시에게 전했고, 레이시는 그런 호랑이의 말에 잠시 곤란하다는 듯 뺨을 긁었다.

원래 계획은 호랑이를 미아크에 내버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소환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려고 소환마법을 익히고 미스트의 도움을 받아 스킬을 진화시켰다.

그런데 여기에서 호랑이가 따라오겠다고 말하면…….

“으으으응…….”

레이시는 한참 고민하다가 이내 미네르바를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시선에 미스트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주지 않겠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자기는 엘라가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고 물어본 건데…….

하긴 집안일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이 미스트이니 미스트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려나?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호랑이와 함께 올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니 호랑이에게 자기를 보라고 하더니 하늘로 날아올라 도시로 돌아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와 호랑이가 가는 걸 보고는 하양이의 등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하양이에게 사과하면서도 오늘은 등에 타보고 싶다고 말하는 레이시.

하양이는 레이시의 말에 괜찮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까딱이다가 천천히 움직여 도시로 돌아갔다.

“돌아왔어?”

“엘라, 기다리고 있었어요?”

“흠흠, 내 메이드가 밤새 일을 하러 갔다는데 주인이 멀쩡하게 있을 수는 없잖아?”

도시로 돌아간 레이시를 반겨준 건 엘라와 아샤.

엘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서인지 레이시를 놀리지 않고 말을 맞춰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어딘가 부끄러워서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피했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를 끌어안으면서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미네르바랑 하는 야외플은 좋았어? 다음에는 내가 해줄까?”

“괘, 괜찮으니까요!? 어, 어제는 그러니까……!”

“풋, 알아, 알아. 놀리는 거야.”

“으그으으으……!”

엘라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투덜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욕실에서 몸을 씻으면서 하자고 말했고, 주변 사용인에게 부탁해서 미아크에게 목욕물을 준비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전력질주하다시피 뛰어가는 사용인.

레이시는 그런 사용인을 바라보면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이내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들러붙자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미네르바가 몸을 닦아주었지만, 역시 씻는 것보다는 모자란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문득 남자였을 때를 떠올리면서 아샤에게 단검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캠핑용 나이프를 꺼내주는 아샤.

“근데 나이프는 왜?”

“흐헤하 히허허혀.”

나이프를 입에 물고 있는 레이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배시시 웃더니 머리카락을 모아 한 손으로 잡더니 다른 한 손에 칼을 쥐었다.

그러자 아샤는 레이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다급하게 말리기 시작했다.

레이시는 아샤가 소리를 지르자 당황한 얼굴로 왜 그러냐며 아샤를 바라봤지만, 아샤 뿐만이 아니라 엘라나 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기겁하면서 자기를 말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엘라를 바라봤다.

“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네? 왜 말까지 더듬고 그래요? 머리카락이 들러붙어서 자르려고 하는 거잖아요?”

“씻어! 씻고 나오면머리 관리해줄 테니까 자르지 마!”

“머리카락 자를 거면 나이프 돌려줘!”

“아샤까지 왜 그래요……?”

머리가 길면 자르고 그러는 거지 왜 저리 과민반응하는 걸까?

좀처럼 이해가 안 되는 두 사람의 반응에 레이시는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면서도 일단 다치는 걸 막기 위해서 나이프를 조심스럽게 돌려주었다.

그렇게 레이시가 칼을 손에서 떼자 안심하면서 미스트를 부르는 엘라.

엘라는 하늘을 향해 마탄을 쏘며 미스트를 불렀고, 미아크 자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미스트는 허공을 가르는 마탄을 보고는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히드라의 독이 도시로 흘러 들어와서 1000명 넘게 떼죽음 당할 위기에 처하거나, 도시 안에서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만든 키메라 드래곤이 날뛰어서 몇 백명이 죽을 뻔 했을 때나 쓰던 신호를 이 평화로운 도시에서 보낸다고?

무슨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던 미스트는 일단 가보고 생각하자며 미아크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아크 자작님, 공주님의 호출이라서 양해를 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음, 알겠네. 공주님에게는 잘 부탁하겠네.”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아크.

미아크는 엘라에게 잘 부탁한다면서 선물을 건네주었고, 미스트는 미아크의 선물을 받아들고는 마탄이 쏘아진 곳으로 걸어갔다.

“무슨 일이신가요? 공주님.”

“레이시 씻겨.”

“……네? 아, 네에……. 그런데 무슨 일 있으셨나요?”

“머리카락에 목에 들러붙는다고 나이프로 뭉텅 자르려고 했어.”

“……정말인가요?”

“조금 갑갑해서……?”

미스트에게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호들갑이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엘라의 명령을 들은 미스트마저도 진지하게 자기를 쳐다보자 움찔 떨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혹시 머리카락과 관련된 미신이라도 있는 걸까?

안 그러면 다들 이렇게 심각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미스트가 크게 한숨을 내쉬자 움찔 떨면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손을 잡더니 싱긋 웃으면서 일단 씻고 생각하자며 레이시를 욕실까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왕궁에 있는 욕조보다는 작지만, 셋이서 쓰기에는 엄청 커다란 욕조.

레이시는 욕조 안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다가 미스트가 자기 머리카락을 빗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 미스트.”

“네?”

“머리카락 자르면 안 되나요?”

레이시의 말에 움찔 떨더니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스트의 대답을 기다렸고, 미스트는 차분하게 레이시에게 짧은 머리가 좋은 거냐고 물어봤다.

레이시는 미스트가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자 고개를 갸웃거리다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짧은 머리가 정리하기 편할 거 같아서요.”

“그런가요?”

“네.”

“그러면 앞으로도 제가 머리를 정리해드릴 테니까 머리를 안 자르면 안 될까요?”

“으으응……, 그건 상관 없는데 혹시 머리를 짧게 하면 부정 탄다거나 그런 거 있어요? 엘라도 그렇고 아샤도 그렇고 되게 놀라니까 뭔가 좀……, 무서울 정도네요.”

“아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래도 머리카락, 아깝잖아요? 머리카락, 무척이나 아름다운 걸요.”

“으으응……, 그런가요?”

미스트의 말에 자기 머리카락을 보는 레이시.

물을 머금은 녹색의 머리카락.

욕조의 물을 타고 흔들리는 머리카락은 전생의 머리카락과는 다르게 손으로 대충 쓸어도 엉키지 않고 부드럽게 타고 흘러내렸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아쉽다는 건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다.

머리카락은 잘 먹고 잘 자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자란다.

타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머리카락을 자르는 거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를 빤히 쳐다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레이시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쳐다봤다.

“안 되나요?”

“으응……, 그런데 좀 많이 길어져서 조금 갑갑한데.”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머리도 자를 줄 아세요?”

“후후, 제가 못 하는 게 있던가요?”

레이시의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감겨주는 미스트.

미스트의 마사지에 레이시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배시시 웃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웃음에 머리카락을 조금만 다듬겠다고 말했다.

“그럼 그만 나갈까요?”

“네에에~.”

미스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깨끗하게 닦은 다음 가위를 꺼내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기 시작했고, 엘라는 미스트가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다듬는 걸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는 머리카락은 미스트가 가꿔줄 테니까 레이시는 스스로 머리 자르지 마. 알겠어?”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잖아요…….”

“떨 거야.”

“으으응…….”

뭔가 약간 화난 거 같은 엘라의 모습에 쭈뼛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이내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차라리 호랑이로는 모자라니까 다른 동물을 한 마리 더 키우자고 조르라고 말했다.

“호랑이, 스스로 따라온 거지?”

“아, 아하하……. 괜찮아요?”

“뭐, 왕궁에 상주하는 사람은 1500명 정도니까 호랑이 정도는 키워도 괜찮지. 아빠한테 부탁하면 네 전용의 사육장도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뭐, 일단 호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선 좋아. 사냥개 대신에 호랑이. 멋지잖아? 대신에 조건이 있어.”

“뭔데요?”

“머리, 자르지 마. 아깝단 말야.”

“아, 아하하하하…….”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그렇게 자기 머리카락이 좋은 걸까?

레이시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다가 욕실에서 미스트가 했던 것처럼 엘라가 자기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자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약속한 거라면서 몇 번이고 말하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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