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 맹수 조련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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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는 하양이의 등에 고기를 잔뜩 짊어지게 한 다음, 호랑이가 있는 곳까지 갔다.
굶어서 자기 영역에서 나온 건 아니지만, 자기 영역에서 나오고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배가 고프겠지.
그러니 먹을 걸 가져다주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호랑이가 있는 곳까지 갔고, 호랑이가 다시 자기를 관찰하듯 쳐다보자 조심스럽게 호랑이에게 다가갔다.
레이시가 다가가자 경계하듯 크게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레이시는 생각보다 무서운 호랑이의 협박에 움찔 떨었지만, 미네르바가 어깨를 잡아주자 숨을 고르고 호랑이에게 고기를 던져주었다.
풀 위에 떨어져서 흙이나 먼지도 얼마 묻지 않은 고기.
호랑이는 레이시가 던져준 고기를 의아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냄새를 맡으면서 고기에 독이 없는지 확인했고, 이내 확인이 전부 끝나자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크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뼈까지 뜯어먹는 호랑이.
레이시는 그런 호랑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고기를 다시 던져줬고, 호랑이는 레이시가 계속 고기를 던져주자 눈을 깜빡거리면서 레이시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로 고기를 먹은 호랑이는 레이시가 다시 고기를 던져주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을 마주치고 레이시를 바라보는 호랑이.
호랑이는 자기를 보고도 겁을 먹지 않는 레이시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천천히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시는 겁 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호랑이는 그런 레이시를 보고 웃듯 혀로 그루밍해주기 시작했다.
“흐갸아아~ 까끌거리네.”
“……나도 핥아줄 수 있다.”
“미네르바가 핥아주는 건 뭔가 좀 다르잖아요…….”
미네르바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미네르바를 보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반응에 입술을 샐쭉 내밀고는 호랑이를 노려봤고, 호랑이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의는 없는 건 확실한데, 아군인지 적군인지 전혀 모를 분위기다.
그렇게 생각한 호랑이는 자기 이마를 만지는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이시가 테이밍을 신청하자 눈을 깜빡거리다가 레이시의 테이밍을 받아주었다.
그러자 대충 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는 호랑이.
이제는 백합의 독 때문에 죽는 일은 없지만, 불쾌감은 그대로 느껴졌기에 호랑이는 자기 집을 망쳐버린 엘프들에 대해 살의를 드러냈다.
“떽. 죽이는 건 안 좋아요.”
“크르르…….”
“대신 백합을 피운 건 혼내드릴게요. 그거로 참아주세요. 아시겠죠?”
레이시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랑이.
호랑이는 왜 적을 죽이지 않는 거냐는 듯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봤고, 레이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호랑이의 의견에 쓰게 웃으면서 이마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듯 얌전히 앉았고, 레이시는 호랑이의 목덜미를 쓰다듬다가 조심스럽게 등에 올라탔다.
“그럼 가볼까요?”
등자가 없지만, 허벅지에 힘을 주고 호랑이의 등에 안정적으로 타는 레이시.
레이시는 하양이에게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호랑이에게 전력으로 달려달라고 말했고, 호랑이는 레이시의 말을 듣더니 산기슭까지는 천천히 가다가 산에 발을 디디자마자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코를 연신 벌름거리면서 산적들의 냄새를 찾는 호랑이.
레이시는 호랑이에게 도와주기 위해서 목덜미를 잡은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줬고, 호랑이는 레이시의 지시에 그대로 방향을 틀어 달렸다.
그러자 보이는 엘프 산적들.
엘프들은 호랑이를 보자 떠난 거 아니었냐며 기겁하다가 부메랑을 던지고 화염구 같은 걸 던졌지만, 호랑이는 가소롭다는 듯 몸으로 그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가볍게 앞발을 휘둘렀다.
호랑이의 앞발이 닿자 수수깡처럼 부서지는 나무.
나무는 허공을 나뒹굴다가 엘프들을 깔아뭉갰고, 엘프 산적들은 자기 동료들이 당하자 당황하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호랑이는 그들을 쫓아가면서 하나씩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고, 그렇게 순조롭게 산적들을 하나씩 제압하고 있을 때였다.
레이시는 지표면 아래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고, 곧바로 호랑이의 털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일단 레이시의 지시를 따르는 호랑이.
호랑이는 레이시가 목을 잡아당기자 그대로 덤블링하며 그 자리를 피했고, 그 순간 커다란 백합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가시 같은 게 있는 걸 보면, 독을 주입하려고 하는 걸까?
레이시는 갑자기 생긴 거대 백합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호랑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백합을 소환한 사람을 찾았다.
사실 마법사를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선생님! 도와주십쇼!”
“호랑이가 왔습니다!”
산적들이 전부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선생님이라고 불린 50대의 남성은 그런 산적들의 부름에 귀찮다는 듯 혀를 차더니 레이시를 바라봤고, 이내 호랑이를 보고 불쌍하다는 듯 쳐다봤다.
“끌끌, 내가 일부러 보내줬건만 사람을 태우고 다시 오다니, 너는 내게 안 된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거냐?”
“저어…….”
“뭐냐? 야차.”
“마법사시죠? 산적은 범죄니까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네가 죽으면 모르겠지? 인간이 남긴 찌꺼기로 만든 피조물아.”
“어……, 저기……, 살고 싶으시면그런 말하면 안 될 거 같은데요.”
하늘을 힐끗 올려다보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험한 말을 하는 마법사를 말리는 레이시.
마법사는 그런 레이시의 시선에 하늘을 힐끗 올려다봤다가 아무것도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이시를 노려봤다.
호랑이 한 마리라면 산적들과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주변에 백합도 많이 심어뒀고 엘프들의 마력을 이용해서 급속 성장을 일으키면 백합의 독성도 강화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야차까지 힘을 합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야차가 어지간한 기사보다 강한 신체 능력으로 쫓아오면, 기껏해야 일반인보다 조금 강한 마법사로서는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는 산적들을 미끼로 던져주고 레이시에게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고, 산적들에겐 마법을 준비할 테니 시선을 끌라고 말한 다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어……?”
“아……. 미네르바, 저, 적당히 해요?”
그리고 적당히 도망칠 수 있는 거리가 되자 누군가와 부딪치는 마법사.
레이시는 그런 마법사의 모습에 못 볼 걸 보게 될 거 같다며 손으로 눈을 반쯤 가렸고, 마법사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 등 뒤에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주인을 공격했군.”
“딸꾹…….”
“죽이면 안 된다고 했으니 살려는 주겠다.”
“배리……!”
영창이 다 이루어지기 전에 그대로 얼굴을 한 대 때린 다음 머리채를 잡고 무릎으로 가랑이 사이를 찍어 올리는 미네르바.
그 순간 사람들의 소란을 뚫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강렬하게 울려 퍼졌고, 레이시는 이제는 없는 그 무언가가 아픈 느낌에 허리를 뒤로 빼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안 죽이셨네요. 아, 아하하……. 잘했어요.”
“흐흥, 주인의 명령이니까.”
저거 회복 마법 받아도 회복이 안 되겠지……?
레이시는 가랑이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게거품을 문 마법사를 보고는 어색하게 웃다가 산적들을 밧줄로 묶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고환이 산산조각나는 걸 봐서인지 다들 얌전히 잡히는 산적들.
레이시는 그 산적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왔고 하양이에게 달아둔 수레에 산적들을 태우고 미아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성벽에서 레이시를 반겨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인사에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다가 엘라가 성벽에서 내려와 마중 나오자 그제야 안도하면서 몸을 축 늘어트렸다.
“후아아아……, 무서웠어요오오오…….”
“안 다쳤고?”
“네에. 다치진 않았어요.”
“잘했네.”
레이시의 어리광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싱긋 웃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이 다음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레이시는 미네르바와 쉬고 오라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말에 눈에 띄게 기뻐하더니 레이시를 껴안고 헤실헤실 웃었다.
“그럼 저는 쉬러 가볼게요.”
“응, 수고했어.”
자기가 한 거라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지만, 거기에 왔다가 오는 것만으로도 꽤 지친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한숨에 많이 피곤하냐며 걱정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걱정에 자기는 괜찮다고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힘든 건 미네르바랑 다른 동물들이 다 했는 걸요. 싸우는 걸 보면서 조금 지쳤나봐요.”
“그런가……. 하긴, 주인이 보기에는 과격한 모습이었다.”
“아하하…….”
“안아줄까? 주인.”
“네? 이미 안고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나. 주인.”
“……아.”
미네르바의 말에 얼굴을 약하게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시선을 피하자 뺨에 입을 맞추더니 이내 좀 더 정열적으로 레이시에게 관계를 요구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어필에 얼굴을 붉히면서 미네르바의 밀어냈다.
“으응……, 싫나?”
“……낮이잖아요.”
아양을 부리는 목소리로 대꾸하며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제야 레이시가 자기하고 몸을 섞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고는 좀 더 적극적으로 레이시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럼 달이 뜨는 밤에 찾아갈까?”
“……창문이랑 방문, 열어둘게요.”
“하아…….”
레이시의 말에 뜨거운 숨결을 내쉬면서 지금 키스만이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키스만이라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허리를 확 끌어안으면서 거칠게 입을 맞췄다.
“우웁……!”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레이시를 잡아먹듯이 입을 맞추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입으로 혀를 집어넣더니 레이시의 이를 핥으면서 입을 억지로 벌리게 했고, 레이시가 입을 열자 껍질 안에 숨겨져있던 과육을 훔쳐먹듯 레이시의 혀를 탐하기 시작했다.
“읍, 읍쮸으읍…….”
“츄브으읍~.”
미네르바는 키스가 이어질수록 레이시를 점점 더 세게 끌어안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약간 갑갑할 정도로 자기를 끌어안는 미네르바의 포옹에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몸을 미네르바에게 맡기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몸을 맡겨오자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시선이 느껴지자 똑같이 가늘게 눈을 떼면서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러자 길게 이어지는 은색의 실.
레이시와 그 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바람이 불어와 실이 끊어지자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가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반응에 다시 레이시의 입으로 입을 가져갔다.
“으, 으읏…….”
“으응? 키스, 더 하고 싶다.”
“죄송해요……. 더 하면 제가 못 참을 거 같으니까 저녁에……. 네?”
“…….”
하지만 미네르바의 입술을 손으로 막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키스를 막자 애절하게 레이시를 올려다보면서 다시 입을 가져갔지만,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요구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유는 이대로 키스를 이어가면 미네르바보다 자기가 먼저 선을 넘을 거 같아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위에서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면서 나중에 저녁에 이어서 하자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앓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이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미네르바에게 몸을 파묻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끌어안고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엘라가 두 사람에게 파티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산적 처리 기념 파티니까 참석해줘. 레이시.”
“네에.”
“그리고……, 마차에 준비해둘게.”
“…….”
능글맞게 웃으면서 둥글게 만 엄지와 검지 사이로 검지를 집어넣었다가 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짓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반박하지 못하고 미네르바에게 몸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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