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맹수 조련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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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왜 산에서 내려왔는지 대충 파악한 레이시는 엘라에게 산에서 본 것들을 그대로 전해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수고했어. 좋은 정보네.”
“에헤헤…….”
“그렇다는데 미아크 자작은 산으로 탐색을 가볼 생각을 안 해봤나?”
“그……,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줘도 저희 가문의 기사는 강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저희는 방어 외에는 아무런 생각을 안 해봐서…….”
“흐응. 하긴, 미아크는 평화로운 땅이라고 소문이 난 영지이지. 그러니 무력이 뛰어난 기사보다는 사람들을 잘 다독이는 기사가 필요하겠지. 내 생각이 짧았군.”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공주님께 이런 일을 부탁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모든 걸 내 기준으로 보는 내 나쁜 버릇이야. 그러니 이 일은 내가 처리해주지.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다만.”
“뭐든 말씀만 하시죠.”
“다과회든 뭐든 열었을 때, 나 대신에 내 메이드를 칭찬해줄 수 있나? 이번 일은 전적으로내 메이드가 알아낸 사실이잖나?”
“물론입니다. 레이시 양이라고 하셨죠? 제 친우와 동료 영주들에게 알려두겠습니다.”
엘라의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미아크.
미아크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으로 도로를 막고 있는 호랑이가 사라지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면 이득 보는 거래라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미아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엘라는 그렇게 레이시의 머리를 한참 쓰다듬어주다가 호랑이를 테이밍할지 안 할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적어도 죽이지 않고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랑이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산에 산적이 들어서고 백합을 피워서 어쩔 수 없이 나왔을 뿐이니, 되도록 상처를 입히지 않고 해결하고 싶다.
그렇게 말하자 엘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시의 말에 동의했다.
“그 의견엔 나도 동의해. 이유는 다르겠지만.”
“엘라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미아크는 이때까지 호랑이가 나타난 부분의 방위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거든. 그건 아마도 저 호랑이가 몬스터를 잡아서 먹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미아크를 위해서라면 호랑이를 죽이지 않는 게 맞아.”
“으응……, 그럼 제가 테이밍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호랑이가 미아크를 지켜주고 있어서 몬스터가 안 오는데 자기가 테이밍해서 데리고 가면 큰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엘라의 눈치를 살펴봤고, 엘라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큰 문제는 안 생길 거라고 말했다.
“레이시가 소환마법을 익히면 돼.”
“……네?”
“호랑이가 이곳에 지내게 하고 소환마법을 통해 데리고 왔다가 돌려놓으면 되잖아.”
“그거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거예요?”
레이시의 걱정에 태평하게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소환마법이 그렇게 쉽게 익힐 수 있는 거냐면서 황당하다는 듯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미스트에게 스킬을 확인하고 싶으니 준비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허공에서 스킬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판을 꺼내는 미스트.
레이시의 테이밍 스킬은 미네르바와 하양이를 테이밍하고 같이 지냈던 것 덕분인지 스킬의 레어도는 어느새 4까지 올라왔고 스킬의 레벨도 8이 되어 중급에서의 성장도 거의 끝마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네.”
“네?”
“아, 아냐. 그것보다 소환마법에 대한 건데, 레이시에게 익힐 소환마법은 조건이 달려있고 마력을 많이 소모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적을 뿐이지 스킬의 난이도 자체는 무척 낮아.”
“진짜요?”
“응, 레어도는 3밖에 안 되거든. 뭐, 레이시라면 어떻게든 쓸 수 있을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한 사람이 익힐 수 있는 스킬의 숫자는 평균적으로 5개 아니었어요? 저, 이미 스킬을 4개나 배웠는데 스킬을 더 배울 수 있을까요?”
엘라의 설명에 의외로 스킬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레이시.
하지만 레이시는 자기가 스킬을 이미 4개나 배웠다는 걸 떠올리고는 자기가 추가로 소환마법을 익혀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의 나이를 떠올렸다.
레이시는 이제 태어난지 막 반 년을 지나가는 야차.
지금 자기가 하려는 걸 모르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자기가 레이시에게 시키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응? 아아……, 그래. 레이시는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네?”
“레이시, 만약 검술 스킬의 레어도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어, 고급 검술이 되겠죠?”
“그렇지? 보통은 견습초급중급고급마스터순으로 발전하게 돼. 근데 그러면 이상한 게 있지 않아?”
“뭐가요?”
“아샤, 벽천화 기사단이 배우고 있는 스킬의 이름이 뭐야?”
“수호 검술이나 수호 방패술……, 통틀어서 수호술이라고 부르는 스킬을 배우지. 왕가의 사람을 호위하는 게 목적이니까.”
“그럼 그런 스킬들은 스킬 상점에서 팔까?”
“안 팔지.”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저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대답에 정말이냐고 물어보듯 아샤를 쳐다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엘라에게 계속해서 설명하라며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를 부르면서 설명을 이어갔고, 레이시는 엘라가 다시 설명하자 집중해서 엘라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아샤의 말대로 수호 검술 같은 스킬은 상점에서 팔지 않아. 그렇다면 그런 스킬들은 어디에서 얻을까?”
“어……, 잠시만요……?”
레이시가 엘라의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스킬.
연정의 야차처럼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스킬이라면 초급, 중급처럼 급을 나누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벽천화 기사단의 모두가 수호 검술이니 수호 창술이니 그런 스킬을 얻을 수 있었을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너무 희박했다.
일단 그런 스킬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여자여야만 하고, 미모가 뛰어나야 하며, 출생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왕궁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니까.
그러니 아마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스킬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는 건가?
스킬 보석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몬스터를 사냥해서 마석을 찾는 거라고 하던데…….
몬스터를 사냥해서 그런 걸 하사한다고 생각하면 벽천화 기사단의 모두가 수호술이라는 스킬을 보유 중인 걸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기가 생각한 걸 말했다.
“정답! 몬스터의 마석에서 추출한다!”
“땡.”
“……에? 틀렸어요?”
“완전히 틀린 건 아닌데 벽천화 기사단이 그렇게 스킬을 얻은 건 아냐.”
“그럼 어떻게 얻어요……?”
“스킬을 조합하는 거야.”
“네……?”
엘라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하지만 이내 엘라의 말을 이해한 레이시는 눈을 빛내면서 스킬을 조합할 수도 있는 거냐며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에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재료나 스킬은 모두 미스트가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 당장 할 수 있어. 그렇지?”
“네, 공주님.”
“헤에에……!”
엘라의 말에 이제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빛내는 레이시.
엘라는 어린애 같은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럼 스킬부터 배워보자며 스킬 보석을 건넸다.
“레이시는 군인이 될 게 아니니까 원하는 걸 마음대로 익혀도 괜찮아. 소환마법, 배우고 싶어?”
“네!”
“킥! 괜한 걸 물어봤네. 미스트, 부탁할게.”
“네, 공주님.”
엘라가 건넨 스킬 보석을 곧바로 사용하면서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대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스트에게 도와달라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해주었다.
“자, 제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네에.”
“눈을 감으시고 천천히 테이밍 스킬에 대해서 떠올려보세요.”
미스트의 말에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 테이밍에 대한 걸 떠올려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에게 어떻게 스킬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지 상상하면서 소환마법에 대한 걸 떠올려보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자기가 테이밍으로 하고 싶은 걸 떠올려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미네르바.
언제나 곁에 있고 의식하지 않아도 자기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소중하고도귀여운 하피.
그렇게 미네르바에 대한 걸 생각하자 레이시는 뭔가 자기 가슴 속에서 간질거리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자기 안의 무언가가 합쳐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시는 그 느낌에 본능적으로 스킬이 합쳐졌다는 걸 느끼며 눈을 떴다.
그러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미스트.
미스트는 한 번 시험해보겠냐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미네르바에게 방에 있어달라고 부탁한 다음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면…….”
소환마법은 오늘 배우고 처음 사용하는 마법이지만, 테이밍 때처럼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레이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에 레이시는 숨을 고르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미네르바를 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헤, 신기한 느낌이다. 주인.”
“……!”
그리고 그 순간 레이시의 뒤에서 나타나며 레이시를 끌어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자기를 껴안고 신기하다고 말하자 미네르바보다 더 크게 흥분하면서 입을 벌린 채 소리도 못 내고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고, 창문 너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엘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좋아?”
“네!”
“후후, 그럼 잘됐네. 산적에 대한 거, 레이시가 혼자서 처리해볼래? 호랑이의 일을 처리할 겸. 도적의 경우 순순히 잡히지 않으면 사형해도 괜찮으니까.”
“으, 으응……. 열심히 해볼게요!”
사형이라는 말에 움찔 떠는 레이시.
하지만 이내 미네르바가 자기를 꽉 끌어안으면서 괜찮을 거라고 말하자 레이시는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가 대견하다는 듯 웃다가 스킬 보석을 던져주었다.
“회복 마법이야. 혹시 다칠지도 모르니까 그 스킬 익혀둬. 나중에 사라져도 괜찮으니까. 알겠지? 레이시의 재능이라면 스킬 5개까지는 어떻게든 익힐 수 있을 거야.”
“……네! 고마워요!”
엘라의 말에 각오를 다지는 레이시.
생각해보면 산적들은 중범죄자들이다.
살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기를 들고 사람을 협박해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얻은 것들을 빼앗는 사람들이니까 최소한 특수 강도들.
그러니까 자기가 미네르바와 함께 가서 제압한다고 해도 누구도 자기를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죠……? 제가 그 사람들을 제압하러 가도 괜찮겠죠?”
그렇게 생각하며 혼잣말하던 레이시.
하지만 이내 사람들을 때리러 간다는 사실이 역시 부담스러웠는지 레이시는 확인을 받듯 미네르바를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주인의 시선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 그들은 주인을 먼저 공격했으니까, 주인이 반격하러 간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못 한다.”
“대답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호랑이에게 이 말을 전해주러 가볼까요?”
미네르바의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배시시 웃으면서 미네르바를 끌어안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기 품에 안기자 똑같이 배시시 웃으면서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질문에 일단 고기를 사러가자고 말했다.
“우선 산에 가기 전에 호랑이를 테이밍하고 저희가 어떻게 할 건지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요. 부탁할게요?”
“……부우.”
“에헤헤……. 쪽.”
“주인은 치사하다.”
“미안해요. 그래도 이런 일은 미네르바에게만 부탁할 수 있는 걸요.”
“……진짜 치사하다.”
미네르바가 자기 말에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자 가볍게 입을 맞추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애교에 얼굴을 붉히다가 투덜거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반응에 미안하다는 듯 웃다가 기합을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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