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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21화 (121/542)

〈 121화 〉 이런 자신감은…….­3

* * *

“진심으로 하실 생각이에요?”

“응.”

“…….”

저녁을 먹을 때쯤, 미스트의 요리를 들고 웃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아샤의 웃음에 정말로 할 거냐고 다시 한번 더 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자신감과 미인 대회의 우승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라면서 레이시와 함께 다른 마차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엘라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상인들에게 인사했고 상인들은 엘라가 인사를 걸어오자 당황하며 먹던 수프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엘라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킥킥 웃다가 예의를 차릴 생각은 없다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다들 어디로 가는 중이지?”

“저는 수도로 갑니다.”

“저는 배그에 갑니다.”

“그래? 자네는 나와 같이 움직이겠군. 그럼 같이 가는 사이에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

“영광입니다!”

얼굴은 평소처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인데 목소리만은 카리스마 넘치게 변하자 레이시는 엘라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엘라가 상인들에게 다가가자 마차 안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엘라가 부끄러움이 거의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차 안에서 했던 말을 진짜로 꺼낼까?

귀족들이야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상인들은 어떻게 제어할 수도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의 얼굴을 살펴봤고, 엘라는 상인들의 맞은편에 앉더니 씩 웃으면서 레이시를 쳐다봤다.

그러자 엘라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직감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시선에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눈을 가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상인들을 쳐다보며 같은 곳으로 간다는 상인을 바라봤다.

“그럼 자네는 배그에서 열리는 미인 대회도 볼 수 있겠군?”

“네? 아, 그렇겠죠. 용병들을 달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고된 일입니다만, 그런 것들이 있어서 이 일을 할 수 있죠. 하하! 이 나이에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그 대회에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올지 기대중입니다.”

“아하하! 뭐, 예쁜 사람은 남녀노소 상관 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니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네. 그래서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네.”

“뭐든 물어보시죠.”

“내 메이드가 그 대회에 나가면 이길 수 있을까?”

“……예?”

상인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시를 가리키는 엘라.

엘라는 루룬 마케르크에게서 부탁을 받았다면서 운을 떼더니 자기나 미스트가 나가면 신분 때문에 제대로 된 미인 대회가 안 될 테니 레이시를 보내게 되었다며 레이시의 얼굴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상인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다가 얼굴을 붉히며 엘라를 말리려는 레이시를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정보에 민감한 상인이라 엘라의 소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고, 또 귀족들에게 아부하느라 상대방을 띄워주는 화술도 익히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상황을 파악한 상인은 레이시의 외모에 대해서 칭찬하기 시작했다.

엘라의 기분을 생각해서 아부가 잔뜩 섞인 칭찬.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했지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엘라는 미스트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상인의 말을 들었다.

“제가 배그의 미인 대회를 몇 번이고 봤습니다만, 레이시 양은 그 대회의 우승자와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화장을 짙게 하지 않아 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군요! 마음 같아서는 초상화를 만들어 사무실에 걸고 싶을 정돕니다!”

“아하핫!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다. 레이시는 내 메이드니까. 하지만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싼 가격에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권한을 팔도록 하지.”

“정말입니까!? 그럼 레이시 양이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해야겠군요! 제가 배그에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꼭 레이시 양을 선택하라고 말해두겠습니다!”

“부탁하지! 아하하핫!”

“…….”

두 사람의 대화에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엘라의 뒤에서 쭈뼛거렸지만,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도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레이시의 외모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몰려드는 상인들.

상인들은 엘라라는 중요 인물에게 얼굴을 익혀두기 위해서인지 점점 몰려들더니 레이시의 외모를 칭찬해주기 시작했고, 레이시의 얼굴은 시시각각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외모에 대해 객관적인 실감을 하기 위해서는 칭찬을 받으면 된다고 하더니 사람들에게 칭찬해달라고 부탁하다니…….

레이시는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으며 엘라의 샌드위치를 먹는 엘라의 옷을 약하게 잡아당겼다.

제발 멈춰달라고 부탁한 거지만, 엘라는 레이시의 부탁에 엄지를 치켜들더니 레이시를 자기 옆에 앉힌 다음 샌드위치를 건네주었다.

“배 고프지?”

“…….”

“먹어.”

“흐이이잉…….”

전혀 멈출 생각이 없는 엘라의 모습에 울먹거리는 레이시.

그러면서도 배는 고픈 건지 레이시는 울먹거리면서 샌드위치를 우물거렸고, 상인들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아부성 칭찬을 이어가다 레이시의 모습을 보고 잠시 입을 다물고 레이시를 쳐다봤다.

변경의 사람들은 억센 경우가 많았다.

도적도 많고, 탈영병도 꽤 있으며, 몬스터도 많고, 위험한 경우에는 다른 도시로 대피하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의 대다수는 군인이나 용병을 하게 되었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떠난 자리를 메꾸며 대장장이나 농부 등등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시달린 상인들과 용병들은 저도 모르게 이상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활발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보다는 귀엽고 여리여리한 사람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레이시를 보자 상인들과 호위들은 점점 아부가 아니더라도 정말 레이시가 미인 대회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자 조금씩 변하는 칭찬의 방식.

처음에는 엘라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칭찬했기에 엘라의 눈을 보면서 칭찬했었지만, 상인들은 점점 레이시와 눈을 마주치면서 칭찬하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없으신 것 같은데, 레이시 양은 충분히 아름다우십니다.”

“……우읏.”

그리고 그렇게 칭찬의 방식이 변하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분명 부끄럽고 엘라 때문에 받는 칭찬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입술이 자꾸만 씰룩쌜룩거린다.

그런 걸 들키면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레이시는 입가를 가리고 엘라의 소매를 잡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엘라를 슬쩍 노려보는 레이시.

상인들은 그런 레이시의 시선을 봤지만, 이미 콩깍지가 씌였는지 그 모습마저도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하게 웃으며 엘라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웃음 소리에 목덜미까지 붉어지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에게 사과하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마차로 갔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상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배그에 간다고 했었지. 중간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나?”

“네, 합류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갈라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흐음, 그렇군. 그럼 그동안 부탁할 일이 있는데, 오늘처럼 레이시를 계속해서 칭찬해줄 수 있나? 귀여운 앤데 자기 외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고쳐주고 싶거든.”

“아하하, 알겠습니다. 그 정도의 부탁은 간단하죠.”

엘라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상인들과 호위들.

안 그래도 칙칙하고 힘든 여로였는데, 마음을 위로해줄 사람이 생겼다.

칭찬을 계속 하면 레이시와 자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오히려 자기가 부탁하고 싶다며 웃었고, 엘라는 상인이 건넨 싸구려 벌꿀주를 마시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레이시는 산 지옥을 겪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양이와 말들을 돌보고 마차에 묶으면 불침번을 서던 사람에게 칭찬받고, 마차를 운행할 땐 같이 가는 마부들이나 용병에게 칭찬받고, 미스트를 도와주며 저녁을 만들 땐 요리사들에게 칭찬받고…….

레이시는 엘라의 의뢰를 받고 칭찬해주는 그들에게 나쁜 말도 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든 말을 돌리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면 그럴수록 칭찬이 배가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시는 그런 그들의 칭찬에 미스트에게 안겨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아하하, 저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싫다고요…….”

악의가 있다면 그냥 말을 안 하면 그만인데, 다들 좋은 의도로 칭찬해주니까 말을 그만 둘 수도 없다.

그렇게 말한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스트를 도와 스튜를 마저 만들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칭찬에 익숙해지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

“저나 엘라가 예쁘다고 말하면 웃어주시잖아요.”

“그건 저랑 사귀고 있으니까…….”

“그랬었던 건가요?”

“우으으으…….”

미스트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사귀는 사람의 칭찬은 부끄러워도 꽁냥거리는 느낌이라 기쁘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칭찬은 아무래도 부끄러운 것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자 미스트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럼 견디는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원망스러운 얼굴로 엘라를 쳐다봤다.

이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하는 건 전부 엘라 때문인데 당사자인 엘라는 뭘 평온하게 육포를 뜯고 있는 걸까?

“하아아아…….”

“풉.”

“웃지 마요……. 엘라 때문이잖아요오오.”

“그치만 레이시는 너무 사랑스러운걸. 나만 알고 있으면 조금 그렇지 않을까?”

“남들에게 자랑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 그리고 저는 엘라랑 사귀고 있으니까 엘라만 알아주면 행복한데…….”

“……아, 씨발.”

“……에?”

“아, 미안. 네가 달거리 중이라는 게 순간 너무 빡쳤어. 씁, 마차 안이었다면 덜컹거리는 것만 빼면 소리는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데……. 아니, 달거리만 아니었다면 이대로 나무 뒤로 끌고 가서 야외 섹스라도 하는 건데.”

“벼, 변태예요!? 미쳤죠!? 사람이 못 하는 말이 없어!”

갑작스러운 엘라의 욕에 흠칫 떨었다가 이유를 듣고 나서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소리를 지르는 레이시.

하지만 엘라는 레이시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더 꼴리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자기가 남들보다 문란한 생활을 보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레이시를 볼 때마다 그런 생활이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성욕이 들끓는다.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서 몸을 섞고 싶고, 몸을 섞고 싶으니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걸 말려주는 건 레이시가 달거리 중이라는 사실과 지금 이 마음을 느긋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는 욕망.

엘라는 정말 아쉽다면서 자기를 두들기는 레이시의 모습에 혀를 찼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짜증 내면서 엘라의 볼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끌어안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이마에 몇 번 입을 맞추다가 저녁을 준비하고 오라며 보내줬고, 레이시는 자신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엘라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며 엘라의 손등을 때렸다.

“흥! 엘라 거에만 이상한 거 넣어버릴 줄 알아요!”

“레이시가 넣어주면 맛있게 먹어줄게. 어차피 난 혀가 반쯤 맛 가서 잘 못 느끼거든.”

“……우우우. 치사해!”

“아하핫! 맛있게 해줘. 사랑해.”

“우으…….”

하지만 아무리 화를 내고 볼을 부풀려도 엘라는 여유롭게 레이시를 놀렸고, 레이시는 자기 말을 전부 받아치는 엘라에게 씩씩거리다가 이내 치사하다며 소리를 지르고는 미스트에게 달려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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