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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20화 (120/542)

〈 120화 〉 이런 자신감은…….­2

* * *

모닥불의 불빛으로 마차에서 읽던 책을 마저 읽는 엘라.

레이시는 책을 읽는 엘라의 모습에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힘들어?”

“계속 앉아있는 게 은근히 힘드네요……. 안이랑 다르게 쿠션도 적어서 허리랑 엉덩이도 아프고요.”

“익숙해져야지.”

“아하하…….”

말에 올라탈 때와 다르게 아픈 허리와 엉덩이.

말에 올라탈 땐 허리를 움직이거나 허벅지로 힘을 줘서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마차에 탈 땐 그런 걸 못 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자 엘라는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며 레이시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며 다른 사람들이 본다며 엘라의 손을 떼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손길에 장난기가 돋아 손을 아래로 내려 레이시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엘라를 째려봤다.

“바, 밖이거든요오오……!”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소리를 지르는 레이시.

아야는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이러니까 멈추기 싫다며 레이시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하게 손가락으로 툭툭 건들다가 얼마 안 가서 사람들이 안 보이는 각도로 엉덩이를 꽉 쥐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잔뜩 째려봤지만,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태연하게 책을 읽고있다는 듯 책을 쥐고 있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부들부들 떨다가 얼마 안 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딸꾹질 하며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가 손을 떼자 눈물을 크게 삼켜대며 울음을 참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미스트와 아샤는 결국 저질렀다면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엘라를 노려봤다.

그러자 크게 헛기침하면서 조심스럽게 사과하는 엘라.

엘라는 평소에도 이런 장난을 쳤었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과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사과에 눈물을 글썽이다가 마차에 들어갔다.

“으, 으으음…….”

“병신. 사고칠 줄 알았다.”

“아, 아니. 평소에는 잘 받아줘서…….”

“지금은 그 평소가 아니잖아.”

아샤의 말에 입을 꾹 다무는 엘라.

자기가 한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 잘 알고 있는 모습이라 아샤는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사과해야겠지?”

“다음에도 얼굴을 볼려면 해야지.”

“지금은 하면 안 되고?”

“당연하지. 지금 들어갔다가 한 대 얻어맞게?”

“그렇겠지……?”

아샤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는 엘라.

아샤는 그런 엘라의 반응에 그러기에 누가 달거리 중인 사람에게 장난치랬냐며 혀를 찼고, 엘라는 아샤의 말에 움찔 떨다가 다시 궁색한 변명을 꺼냈다.

“나는 거기가 망가져서 아예 못하니까……. 힘들어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어할 줄은 몰랐지.”

“모른다고 해결될 문제들이었으면, 진작에 전부 해결하지 않았겠어?”

“……알아.”

아샤의 말에 입술을 샐쭉 내밀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엘라는 아샤에게 힌트라도 있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에게 그 정도는 알아서 하라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주었다.

그러자 엘라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마차의 문을 두들겼고, 레이시는 엘라의 노크에 마차의 문을 열어주고 엘라를 노려보았다.

“저, 화, 많이 났어?”

당연히 화 났겠지, 이 바보야.

엘라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우스운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레이시와 눈을 마주쳤고, 레이시의 눈이 약간 붉어져 있자 가슴이 뜨끔거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이 싫었던 걸까…….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다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옆에 자리를 잡았고, 레이시는 자기 옆에 있는 엘라를 힐끗 보다가 자기는 모른다는 듯 미네르바에게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자 쭈뼛거리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다시 고개를 힐끗 돌렸다가 입술을 우물거리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옆에 누웠다.

“잘까?”

“…….”

엘라의 말에 레이시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욱해서 싫다는 식으로 노려보고 나왔지만, 진짜로 싫은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 손을 잡자 긴장이 탁 풀리면서 엘라의 정강이를 발로 툭툭 찼고, 엘라는 레이시의 행동에 쓰게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사과했다.

“미안.”

“우으으으…….”

레이시는 엘라의 사과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볼을 잡아 당기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실없이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다 한숨을 내쉬면서 미네르바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엘라는 자기는 안 봐줄 거냐면서 자리에 앉았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투덜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엘라를 탓하는 레이시.

사람들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투덜거리다가, 자기도 마냥 싫은 것만은 아니니 부끄럽다고 말할 땐 그만둬줄 수 없냐고 앙탈을 부리고, 그러다가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기도 하고…….

레이시가 표정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자 엘라는 사과하러 왔다는 것도 잊고 레이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씩씩거리면서 엘라를 노려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화를 내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씨이잉……!”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연신 찔러대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안아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화내는 소리를 내다가 조심스럽게 엘라의 등을 끌어안았다.

“미안. 다음에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할게.”

“…….”

“근데 그렇게 미인 대회가 싫어? 그냥 옷 입고 가만히 있다가 질문에 대답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싫어요!”

“으으음……, 저기, 혹시 자기가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난 레이시가 미인 대회에 나가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외모 자랑하면 재수 없어 보이잖아요.”

“응?”

레이시의 대답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말을 이해하려는 듯 잠시 눈을 찌푸리다가 그동안 자기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냐며 농담하듯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손을 휘젓다가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은 걸까?

전생의 기억 때문에 그런다고 말하면 안 믿을 테니까 잘 설명해야 할 건데…….

한국에 있을 땐 외모에 대해서 과한 자신감을 지닌 경우, 대부분은 좋은 꼴은 못 봤다.

연예인급으로 잘 생기거나 예쁘게 생기지 않는 이상, 자기 외모에 대해 자랑하는 순간 그대로 농담의 소재로 떨어지니까.

거기에다가 한국에서의 그냥 ‘잘 생겼다.’, 혹은 ‘예쁘게 생겼다.’ 같은 말은 할 칭찬이 없을 때 억지로 쥐어짜서 하는 칭찬이니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레이시는 전생에서도 그다지 외모를 가꾸는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줄 때 피부가 타면 아프니 선크림을 바르고, 옷을 이상하게 입으면 안 되니 깔끔하게 입는 정도가 끝.

돈을 얻으면 부모님과 치킨을 먹거나 친구들과 놀지, 비싼 옷을 사고 화장품을 사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레이시는 자기 외모가 예쁜 건 알지만, 그게 어느 정도로 예쁜지,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으으으……. 잘 설명을 못 하겠는데 예쁘다고 자랑하면 왠지 재수가 없어 보여요. 다른 일도 잘하고 외모도 예쁘면 모르겠는데, 저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으음.”

결국엔 그냥 앞의 내용을 전부 자르고 외모만으로 자랑하긴 좀 그렇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성이라거나 지성이 평균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외모는 무척이나 유용한 무기가 된다.

일단 예쁘면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외모만 보고 모인다.

남자라면 여자가, 여자라면 남자.

그리고 그 상태에서 레이시 같은 자세로 상대방을 반겨주면 어떻게 될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며 자기 이야기도 섞어가면서 이야기한다면?

아마 상대방은 신나서 이야기를 지어서라도 말할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전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방을 원하고, 그 상대에게는 호감을 느끼며 그 사람을 좋게 봐주니까.

당장에 자기도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의 실제 능력보다 좋게 봐줄 거다.

국무를 볼 땐 냉정하게 보겠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 사적인 일이라고 한다면 실수를 좀 하더라도 그냥 넘기겠지.

레이시의 외모는 그 정도였다.

그런데 외모만으로 자랑하는 게 재수 없이 들린다니?

엘라는 레이시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다가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자기가 틀린 말을 했냐는 듯 엘라를 쳐다봤다.

“레이시 정도라면 예쁘다고 말해도 돼. 미인 대회에 나가도 된다고.”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하고 비교하면 좀……, 평균이거나 그 아래 아닐까요?”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레이시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이시에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엘라.

레이시는 잠시 고민하다가 엘라와 미네르바를 가리켰다가, 미스트와 아샤의 이름을 말하고 벽천화 기사단의 기사들과 멜리아의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비교 대상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벽천화 기사단은 왕족 여성을 호위하는 전문 기사단.

왕가의 위엄을 위해 보이는 것도 중요했기에 무력 외에 외모도 심사 기준의 하나였다.

그러니 기사 중에서 강한 미녀들만 특별히 모아두는 기사단이었다.

멜리아라는 핫 파트 담당 셰프도 마찬가지.

미스트의 보고서에서 멜리아는 원래는 외모 때문에 홀 서버로 왕궁 식당에서 일하다 요리를 배우고 스킬을 습득해 핫 파트 담당 셰프가 된 사람으로 독특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라이브 쿠킹이라고 하던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요리를 하는 것으로 손님들의 회복 능력을 높이고 요리의 맛을 올리는 스킬.

때문에 멜리아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진심이었다.

아무리 요리를 화려하게 하더라도 요리하는 사람이 멋이 없으면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니 당연히 스스로는 자기를 꾸미지 않고 사육사의 일을 하는 레이시의 자신감이 바닥을 칠만도 하지…….

“하아아아…….”

“왜 한숨이에요……?”

“아니, 레이시.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너, 아샤의 훈련을 받을 때 가끔씩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교 대상이 너무 나쁘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어?”

“…….”

“있나 보네?”

“그, 그게 비교할 사람이 엘라랑 미스트랑 미네르바랑 아샤밖에 없잖아요.”

“다과회에서 만난 귀족들은? 그 사람들하고 지금 네 얼굴하고 비교해볼래?”

“그땐 차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해서 얼굴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

“우웃…….”

내가 잘못한 건가?

아닌데……?

내가 잘못한 건 어디에도 없는데?

잘못한 게 있다면 순간적으로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엘라에게 확실하게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울어버린 것밖에 없는데?

엘라의 반응에 마치 자기가 잘못한 것 같아 레이시는 움찔거리면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괜찮다면서 손짓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다 괜찮으니까, 가는 도중에 자신감부터 찾아보자.”

“……네?”

“나 참, 자기 외모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소설이나 연극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에?”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움찔움찔 떨다가 조심스럽게 미네르바의 뒤로 숨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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