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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12화 (112/542)

〈 112화 〉 국왕의 제안­2

* * *

“그럼 들어가기 전에, 내가 말해준 주의사항 다시 말해볼래?”

국왕의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서 엘라의 도움을 받은 레이시.

엘라는 국왕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레이시에게 다시 한번 주의사항을 확인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크게 헛기침하더니 엘라가 가르쳐준 걸 따라 말했다.

“그러니까, 휘말리지 말 것! 오래 이야기하려고 하지 말 것! 개인적인 이야기는 삼갈 것! 그냥 싫다고 이야기하고 나올 것!”

“하아, 반드시 지켜야 해. 안 그러면 ‘앗하는 순간 귀족이 되는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같은 촌극이 일어날 거니까.”

“아하하, 설마요.”

엘라의 말에 그럴 리가 없지 않냐며 웃는 레이시와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무는 엘라.

미스트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일단 들어가고 나서 생각하자며 사무실의 문을 두들겼다.

그러자 열리는 커다란 문.

그 문 사이로 국왕이 동네 이웃 아저씨처럼 인사를 건네자 레이시는 엘라를 보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지 않냐며 키득키득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바짝 긴장하라며 핀잔줬다.

평소와 다르게 긴장한 엘라의 모습에 입술을 샐쭉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다가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돌린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레이시도 투덜거리면서도 자리에 얌전히 앉았고, 국왕은 두 사람의 모습에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아하하, 둘이 싸웠는가? 부부 싸움은 물 가르기니 그만 두시게.”

“아하, 빨리 영면에 들고 싶은가봐요? 아버지.”

“딸이 무섭구나, 며늘 아가.”

“네……? 저, 저요?”

“한 번만 더 그 소리하면 세 번째 다리를 없던 것으로 만들어드릴게요. 어차피 자식도 많이 가졌겠다, 이제 쓸모없죠?”

“크흠…….”

손가락에 마탄을 만들면서 국왕의 가랑이 사이를 조준하는 엘라.

정말로 말 한 마디면 그냥 뚫어버릴 것 같은 엘라의 모습에 국왕은 크게 헛기침하다가 레이시에게 그래서 자신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며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귀족이 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귀족분들만큼의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메이드인데 그런 건 조금 부담스러워서……. 적어도 미스트 선배처럼 할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저는사육사의 일도 버거워하는 걸요. 아무리 생각해도 귀족분들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가 않아요. 죄송해요.”

“아아, 괜찮단다. 편하게 생각하렴. 흐음. 그것보다 나는 네가 하는 일이 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네. 적어도 엘라의 기분을 관리해주는 것만으로도 왕궁에 있는 대부분의 귀족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하거든.”

“네?”

“그러니까 자네는 자네 존재만으로 꽤 유용하다는 것일세.”

국왕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아무래도 엘라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라 국왕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하고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자기에게 허락을 구하는 국왕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국왕.

국왕은 레이시에게 엘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국왕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의 얼굴을 곁눈질로 살펴봤다.

“그, 그으……, 좋은 사람……?”

“역시 며느리가 되어줬으면 하는데, 귀족이 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겠나?”

“아빠?”

“아, 미안하구나. 잠시 본심이……. 크흠! 하여튼 그게 아니라! 엘라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네?”

국왕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전생에서도 아르바이트만 직장생활은 해보지 못 한 레이시는 국왕의 질문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엘라를 쳐다봤다.

그러자 미소를 지으면서 편하게 말해보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잠시 쭈뼛거리면서 국왕을 바라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요.”

“대략 비유도 못 하겠나?”

“그거야……. 엘라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은 그냥 좋아하기만 하니까요.”

사람이 좋으면 그냥 아무 계산없이 그 사람이 좋아서 좋아하는거지, 굳이 좋아하는 사람의 가치를 매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레이시가 그렇게 말하자 국왕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눈 사이를 손으로 마사지하다가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배시시 웃으면서도 국왕을 협박하듯 가볍게 노려봤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화내겠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는 엘라.

국왕은 그런 딸내미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다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기로 했다.

“하긴 우리 며느리에게 엘라는 그런 사람이겠지. 그렇다면 레이시 양, 다시 묻겠네만, 엘라가 군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보나? 10g당 병사 100명이라고 가정하고 저울에 올려보게나.”

양팔 저울을 꺼내고 추가 많이 담긴 통을 건네주는 국왕.

레이시는 그 통을 보고 엘라의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아샤가 가끔씩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추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샤가 말하길 어쩔 땐 엘라가 한 군대보다도 유용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나라의 대부분의 군대는 5000명이 하나의 군대를 이루고 있으니……, 대략 7000명의 가치를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개인의 무력이 어떻게 7000명의 값어치를 하나 싶긴 했지만, 엘라라면 혹시 모른다고 생각해 레이시는 저울에 700g의 추를 올렸다.

그러자 다 올렸냐고 묻는 국왕.

레이시는 국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 올려야만 하는 거냐고 물어봤고, 국왕은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더니 반대쪽 저울에 추를 천천히 올리기 시작했다.

“무력만 계산했을 때의 엘라의 실질적인 가치는 이 정도라네.”

“……에?”

국왕이 올린 건 5kg 추.

1g에 10명이니까 5kg 추라면 5000배를 곱해서……, 5만?

“5만의 일반 장병들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6개의 군단 중 2개의 군단과 맞먹는 규모지. 하지만 엘라는 그 정도 가치를 한다네. 자네도 봤지? 고블린들의 대군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

국왕의 말에 요새 도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레이시.

2만이 넘는 적을 가볍게 해치웠던 걸 떠올려보면 혼자서 5만 명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확실히 과언은 아니었기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였고, 국왕은 웃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거기에다가 엘라는 군대처럼 많은 식량을 소모하지 않아. 이동에 많은 자원을 소모하지도 않고 다수의 인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임무도 처리할 수 있지. 한 마디로 나라의 중요 전술 병기와도 같지.”

“에…….”

“그러니 엘라가 해외로 가거나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왕인 나는 엘라가 지닌 왕가에 대한 충성심을 잘 보살필 책임이 있지. 아니, 그런 것들은 나중 치더라도 일생의 대부분을 왕가를 위해서 헌신했던 엘라를 찬밥 취급하기 싫다네. 아비로서도,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도 말일세.”

“으, 으응.”

“사실 엘라가 한 일을 생각해본다면 나라의 영토 중 발달한 지역을 똑 떼어서 엘라에게 줘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엘라가 그걸 싫어해서 지금까지는 재화를 준다거나 여자 문제의 뒷수습을 도와주는 것으로 그쳤다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지금은 딸아이가 원하는 게 생겼으니까아비로서는 뭐든 해주고 싶다네! 그러니 레이시, 자네가 귀족이 되어서 엘라가 무시받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겠나?”

엘라의 가치를 레이시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엘라와 군대를 비교해주는 국왕.

국왕은 레이시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엘라를 위해서 뭐든 해주고 싶다며 아버지의 모습을 강조하며 레이시의 얼굴을 살펴봤다.

예상대로 엘라를 끔찍이도 생각하는지 금방 감화되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국왕은 그런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쉽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겠냐면서 레이시에게 팔을 내밀었고, 레이시는 국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엘라가 레이시를 가볍게 잡아 말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멍하니 엘라를 보다가 자신이 방금 뭘 하려고 했는지 깨닫고 식은땀을 흘렸다.

“아, 아하하하…….”

분명 거절하고 오겠다고 했는데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뻔 했다.

자기 행동에 엘라가 왜 주의하라고 했는지 깨달은 레이시는 긴장하는 눈으로 국왕을 바라봤고, 국왕은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며 엘라를 쳐다봤다.

“딸아, 네게도 이득일 텐데 대체 왜 싫어하는 거니?”

“저번에도 말했지만, 레이시는 이제껏 적당히 즐겼던 여자들과는 다르니까요.”

“그거 그 여자들이 들으면 가문에다가 말해서 정식으로 항의할 것 같은 말이구나.”

“흥, 저를 자기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년들에겐 좋다 싫다 할 생각 없어요. 애초에 서로 터치 안 하고 적당히 노는 걸로 합의한 사이인데 그렇게 질척거리면 안 되죠.”

서로 진심이 아닌데 자기만 진심으로 생각하기는 싫다고 말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레이시의 뿔에 입을 맞추며 국왕이 보는 앞에서 애정을 표현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애정표현에 얼굴을 붉히며 엘라를 밀어냈다.

그러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떨어지자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국왕에게 레이시와 그런 이유로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고, 국왕은 엘라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작전을 변경했다.

레이시를 공략하는 건 엘라도 그렇고 미스트도 그렇게 보호하려고 하니 엘라를 직접 공략하기로.

“그럼 언젠가는 할 생각이 있다는 거구나.”

“그거야……. 한 2년이나 3년 뒤면 해야겠죠? 그 쯤 되면 다른 나라 왕족들이 자기와 결혼해달라고 귀찮게 굴 테니까. 그 전에 블루……. 아니, 다른 일들도 해야 하겠지만요.”

“그렇구나! 2년이나 3년인가!”

“또 뭔 헛짓거리를 하시게요?”

“딸아~ 너도 알잖니. 아무리 네가 원해도 평민……, 그것도 메이드와 결혼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뭐, 그 때 일은 그 때 처리하죠. 제가 왕족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제 어머니가 어머니이니까 상관 없잖아요.”

“네 어미와 똑같은 고통을 겪게 될 건데?”

“……그건 좀 싫네요.”

“그렇지? 3년 동안 내가 레이시를……, 아니, 우리 며느리를 왕족과 결혼해도 이상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 하겠니?”

국왕의 말에 잠시 침묵하는 엘라.

레이시는 두 사람의 대화에 당황하며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지만,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며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냐고 물어보며 오히려 레이시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자 말문이 턱하고 막히는 레이시.

결혼을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이렇게 이야기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보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다가 국왕과 엘라를 진정시켰다.

“자, 레이시가 겁 먹잖아요? 레이시는 두 분과 다르게 귀족적인 삶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차분하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아……. 그, 미안. 좀 흥분했네.”

미스트의 말에 그제야 레이시의 얼굴을 확인하는 엘라.

엘라는 헛기침을 하다가 자기가 되려 국왕에게 낚였다고 사과한 다음 국왕을 흘겨봤고, 국왕은 엘라의 시선에 멋쩍은 듯 웃다가 자기 계획을 말했다.

“부담을 줬다면 미안하구나. 하긴 상의는 해야겠지.”

“우우…….”

“그럼 내가 우리 며느리……, 아니, 레이시에게 바라는 건 하나란다.”

“뭐, 뭔데요……?”

국왕의 말에 바짝 긴장하면서 국왕을 바라보는 레이시.

국왕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라면서 안심하라는 듯 상쾌하게 웃다가 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이 대회에 나가서 우승해주렴.”

“셰런 미인 대회……?”

“그래! 그 대회에 나가서 이겨주렴.”

“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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