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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11화 (111/542)

〈 111화 〉 국왕의 제안­1

* * *

“생각해보니까…….”

“네?”

“산양 같은 게 두 마리 생기든 세 마리 생기든 별 상관이 없을 거 같다.”

“푸훗……!”

“흐흥~ 나는 주인의 유일한 미네르바이니까.”

욕조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레이시를 끌어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갑자기 당당해진 미네르바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배시시 웃었다.

“그럼 산양, 테이밍하러 갈까요?”

“음, 좋다.”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귀찮은 일은 먼저 처리하는 게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조용히 몸을 기댔다.

뒤늦게 몰려오는 나른함.

그 나른함에 몸을 맡긴 레이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목욕물에 몸을 풀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콧노래에 가만히 레이시를 끌어안다가 레이시가 눈을 감는 걸 보고는 같이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참 목욕물의 온기에 혹사한 몸을 녹이던 두 사람은 현기증이 천천히 올라오자 욕조에서 나왔고, 미스트가 준비해준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산양을 테이밍할 준비를 끝냈다.

“뭔가 갑자기 괜찮아졌네.”

“네?”

“우리가 없는 동안 뭐한 거야?”

“에헤헤, 비밀이에요.”

“아니, 비밀이 아니지 않아?저거, 저렇게 자랑하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니까.”

“아, 아하하하…….”

목덜미를 저렇게 자랑하면서 비밀이라고 할 게 어디있다는 거야?

엘라는 레이시의 비밀이라는 말에 그렇게 물어보며 미네르바를 쳐다봤다.

갑자기 산양을 테이밍 하러 가도 상관이 없다고 말하더니 초커를 차고 있는 목덜미를 은근슬쩍 자랑하고 있다.

이런 것에 익숙한 미스트는 미네르바에게 맞장구를 쳐주면서 부럽다거나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있었지만, 엘라는 아무래도 웃길 뿐이라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레이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그냥 미네르바에게 어울려주라며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부탁에 어깨를 으쓱였다.

자기는 장신구 하나나 둘 쯤으로는 질투하지 않는다.

애초에 장신구로 맺어지고 헤어질 관계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을 쏟지 않았을 거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며 엘라는 레이시의 볼을 꼬집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언제 예비 사육장으로 갈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당장 가자고 말했다.

예약을 걸어두긴 했지만, 말을 다시 말 사육소에 돌려주려면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게 좋다.

엘라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옷을 챙겨 입었고, 엘라는 레이시가 외투를 챙겨입자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트에게도 오라고 말했다.

“아샤 님은 어떻게 할까요?”

“아샤는……, 뭐,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걘 말을 타고 우릴 호위할 거잖아.”

“알겠습니다.”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미네르바와 어울려주다가 슬슬 산양을 테이밍하러 갈 거니 준비해달라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움찔 떨다가 자기 목을 만지고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레이시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미네르바는 그대로 레이시를 꽉 끌어안은 채 예비 사육장까지 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아직 불안한 건가 싶어서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산양의 테이밍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덩치가 큰 것에 비해서 성격이 순했던 건지 잠시 버둥거리던 걸 목을 끌어안고 토닥여주니까 곧바로 테이밍을 받아들였고 마차를 대신 끌어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인지 그 뒤의 일은 꽤 편했다.

말들을 만약을 대비한 2마리를 제외하면 모두 사육장으로 보내는 건 미스트가 도와줬다.

산양의 몸집에 맞는 축사를 짓는 건, 산양이 갑갑함을 잘 참아주어서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탑승용 가축이 배워야 하는 일은 미네르바가 도와줘서 꽤 편하게 산양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흐흥, 역시 산양은 가축이다. 그리고 나는 애완동물이다.”

“아, 아하하…….”

레이시가 산양에게 일을 가르치기 위해서 등자를 입히고 산양의 등에 올라타서 움직이자 자신감을 내비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산양의 고삐를 약하게 쥐고 천천히 움직이는 미네르바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산책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인사에 레이시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산양에게 우월감을 표출하면서도 폭력 없이 잘 가르치는 미네르바.

사냥개들과 다르게 전투에 쓰는 동물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사냥개들을 가르칠 때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이내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생각해보면 평소에는 잘 챙겨주는 아샤도 훈련 때만 꽤 험해졌지.

무기를 드니까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런 것에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말과 함께 산양의 산책을 끝냈다.

오늘도 말과 같이 움직이면서 말이 움직이는 방법을 배운 건지 푸르르 투레질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미스트가 얼려두었던 소금 바위를 혀로 핥아대는 산양.

레이시는 그런 산양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다가 말들을 마구간에 데려다주었고, 미네르바는 산양의 등 뒤에 올라타서 멍하니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배달부로 보이는 사람이 열심히 달려오더니 레이시를 보고 큰 목소리로 소리치듯 말했다.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님의 메이드 되십니까?”

활기찬 목소리로 레이시의 신분을 확인하는 배달원.

듣는 사람도 저절로 즐거워지는 목소리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신분을 말했고, 배달원은 레이시의 대답에 한 편지를 꺼내 레이시에게 건네주었다.

“국왕님의 편지입니다! 수취인은 레이시 님이십니다! 여기, 도장 찍어주시겠습니까?”

“아……, 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왜 나한테 편지가……?

레이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미스트에게 배운대로 엘라의 도장을 들고 와 배달부가 내민 수첩에 도장을 찍어주었고 그를 배웅해주었다.

그리고는 산양의 몸에 기대 앉은 다음 편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반응에 그냥 레이시가 읽으면 되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한테 온 거 보면 그런 게 맞는 거 같은데, 왜 국왕님이 제게 편지를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굳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직접 오셔서 말씀하시면 되는 분이잖아요?”

“으으음……. 알겠다! 주인.”

“네?”

“분명 엘라가 알면 혼나는 게 적혀 있을 것이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국왕님이고 아버지인데 엘라가 본다고 해서 화낼 리가 없잖아요.”

“엘라가 화내면 볼에 뽀뽀해줄 건가? 주인.”

“아하하, 그럴게요.”

미네르바의 말에 웃으면서 대신에 자기가 이기면 이번 주는 백 허그 금지라고 말하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움찔 떨었지만, 이내 슬슬 달거리를 시작할 시간이라는 걸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그건 슬슬 참을 생각이었다고 대꾸하며 레이시를 걱정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달거리를 할 때마다 빈혈 때문에 힘들어 하던데 이번에는 괜찮은 걸까…….

그런 식으로 걱정하며 레이시를 쳐다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싱긋 웃으면서 배를 끌어안지 않으면 사실 백허그도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가 내기의 결과를 확인하는 두 사람.

엘라는 레이시가 편지를 읽어줬으면 한다고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편지를 받아들었다.

멜리아 같은 레이시가 도와주는 곳에서 편지를 보낸 거라면 자신에게 보여주진 않을 텐데 왜 보여주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레이시의 편지를 뜯어 읽어보기 시작했고, 이내 얼굴을 굳히며 편지를 구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을 쭉 내밀며 자기 볼을 가리키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다가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한 미네르바의 볼에 입을 맞춰준 다음 엘라에게 무슨 편지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는 엘라.

엘라는 한참 망설이다가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는 구겼던 편지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귀족이 되고 싶냐고 묻더라.”

“……헤?”

“이 양반이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결혼할 거라면 네가 최소한 남작은 되어야 할 거라고 말하잖아.”

욕을 꾸역꾸역 삼켜가면서 편지의 내용을 말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편지를 다시 받아 읽어보기 시작했고 이내 엘라의 말이 거짓말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히기 시작했다.

진짜로 귀족이 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가 며느리가 되어줬으면 한다고 적혀 있는 편지.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에 편지 불에 태울지 물어보면서 손에 불을 만들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놀라며 엘라를 막고서 어색하게 웃었다.

“이, 일단 국왕님의 편지니까요? 일단 답장하러 가야하지 않을까요?”

“이런 건 답장하러 가겠다고 하는 순간 네가 귀족이 된다고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네?”

“내가 가끔 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옷을 벗기거나 하잖아. 그걸 어디서 배웠을 거 같아?”

“……다른 여자들이랑 연애하면서.”

“아, 아냐!? 큼, 아빠한테서 배운 거라고.”

“국왕님은 엘라에게 대체 뭘 가르쳐 준 거예요?”

“뭐, 여러 가지……? 정확하게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걸 배우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런 건 잘 못 하는데 아빠는 그런 거에 도가 튼 인간이거든. 아마 상대방이 욕부터 박으면서 아빠 머리에 술을 뿌려도10분만 있으면 하하호호 웃으면서 술 한 잔 받아먹을 인간이야.”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국왕의 얼굴을 떠올려보는 레이시.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부모를 그렇게 나쁘게 말하면 안 된다면서 가볍게 잔소리한 레이시는 난처하다는 얼굴로 편지를 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고 머리를 붙잡았다.

이렇게 착하니 아빠가 그 지랄을 하는 거겠지.

아직 결혼 같은 걸 할 생각은 없다.

결혼을 하려면 적어도…….

“으음…….”

“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요?”

“아냐, 아냐. 내 남매들을 떠올리고 새삼스럽게 개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네?”

“아빠는 여러 여자랑 결혼했거든. 지방의 호족들을 진정시키느라 정략적으로 결혼하기도 했고, 일부러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창녀하고도 결혼했고.”

“아……. 그……, 정치는 힘드네요.”

“참고로 내 어머니가 창녀여서 암살시도 당한 거야.”

“그…….”

“풉, 농담하려고 한 건데 잘 안 됐네. 미안해.”

“아뇨. 괜찮으신거죠?”

“응. 괜찮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정중하게 거절할까 싶어요. 제가 지금 귀족분들만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아빠는 내 감정을 조절해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귀족들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할 걸?”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매관매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엘라가 좋아한답시고 귀족으로 만들어주다니.

아무리 딸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에 레이시는 엘라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면서 꺄르륵 웃다가 이내 편지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멋쩍은 듯 머리를 긁다가 고개를 돌렸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닌데.

뭐, 당사자인내가 말해서는 안 듣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국왕하고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들을 레이시에게 말해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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