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1
* * *
아샤가 레이시를 데리고 간 곳은 주점.
거기까지는 레이시도 아샤의 말을 듣고 예상했지만, 아샤가 레이시를 데리고 간 곳에 있는 걸 보자 레이시는 눈이 썩어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냥 평범하게 노래를 부르면 되지 왜 남자 둘이서 부대끼면서 노래를 부르는 걸까?
몸에 오일을 바르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레이시는 차마 못 보겠다면서 눈을 가렸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넌 싫은가 보네. 부하들은 좋아하던데.”
“아, 하하…….”
“뭐, 여기가 평범한 취향은 아니긴 하지.”
레이시의 반응을 이해하면서도 술과 안주는 그럭저럭 괜찮다면서 자리에 앉히는 아샤.
아샤는 직원이 오자 익숙하게 자기는 늘 마시던 술을 그대로 가져다주고 레이시에게는 도수가 낮은 술로 가져와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금방 나오는 술 두 잔과 기본 안주.
직원은 아샤에게 오늘은 남자를 안 부를 거냐고 물어보며 레이시에게 추근거렸고, 아샤는 그런 직원의 행동에 레이시를 품에 끌어안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 꽤 오래 일했는데 아직도 사람 보는 걸 잘 못 하네?”
“아, 죄, 죄송합니다!”
“돈을 벌고 싶은 건 이해를 하겠는데 적당히 해.”
……호스트 바.
레이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에 어색하게 웃다가 한숨을 내쉬다 술이 오자 조심스럽게 홀짝거렸다.
소주보다도 도수가 강한지 코를 톡 쏘는 술.
레이시는 이게 약한 술이냐며 아샤를 바라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시선에 어깨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면서 안주가 마음에 안 드는 거냐고 물어봤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왜? ……음, 낮부터 이런 곳에 오는 건 좀 그런가? 미안해. 데려올 곳이 이런 곳밖에 없어서. 다음에는 다른 애들한테 데이트할 때 갈만한 곳을 물어볼게.”
“아, 아하하……. 그것보다 이거 정말 약한 술이에요?”
“응? 좀 세?”
“네…….”
“그럼 주스에 타서 마셔. 그 술, 주스랑 섞으면 잘 어울린다더라.”
레이시의 말에 여러 종류의 주스를 주문하는 아샤.
레이시는 술에다 뭔가 타먹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직원이 주스를 테이블에 하나씩 내려놓자, 자신의 잔에 주스를 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탄 건 그나마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 석류 주스.
금방 다홍빛으로 물드는 잔을 보자 레이시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술을 마셨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술에 취해서 돌아가면 두 사람이 잔소리는 하겠지만, 적어도 레이시 앞에서 대놓고 기 싸움하는 일은 적어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레이시에게 오늘은 마음껏 마시라면서 자신의 잔에 담긴 술을 홀짝였다.
마시자마자 느껴지는 쓴맛과 알코올의 냄새.
아샤는 숨을 잠시 뱉어내다가 술을 자꾸 홀짝이는 레이시를 보고는 키득 웃으며 레이시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 옛날이야기만 말하는 건 재미가 없으니 엘라와 미스트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안주로 나온 육포를 우물거리다가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일 거라고 말하며 뺨을 긁었다.
애초에 아샤와 만난 건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
이야기할 거리도 없다.
그렇게 말하자 아샤는 그래도 말해달라며 레이시의 어깨에 다시 팔을 둘렀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뺨을 긁적이다가 두 사람과 같이 다니며 겪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첫 만남에 곧바로 잠자리까지 끌려갔던 것과 스킬을 사면서 호기심을 보였더니 그대로 덮쳐졌던 것, 그리고 기사에게 쫓겼던 것이나 왕궁에 돌아와서 그 일 때문에 엘라와 싸우고 화해했던 일까지.
레이시는 이런 이야기는 들어도 별로 재미없을 거라며 어색하게 웃었지만, 아샤는 충분히 재미있었다면서 킥킥 웃다가 술을 홀짝였다.
“두 시간만 있다가 돌아가자. 그 정도면 그 녀석들도 조금은 진정하겠지.”
“아하하……, 네에.”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아샤는 술이 바닥을 드러내자 술을 추가로 주문한 다음, 레이시와 계속해서 술을 주고받았고, 얼마 안 가서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명백히 술에 취한 모습.
레이시는 멍하니 술잔을 바라보다가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레이시, 취했어?”
“네에~? 그럴 리가 없잖아요오오……. 에헤헤……, 스승님, 뿔은 딱딱한데 볼은 말랑말랑하네요오오~.”
“……취했잖아.”
“흐아아아아~. 안 취했어요오오오~!”
아샤가 몸을 붙잡자 반격이라면서 아샤의 뺨을 쪼물거리는 레이시.
아샤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을 남발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당황한 듯 뺨을 긁으면서 레이시가 입을 대고 있던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셔봤다.
주스를 얼마나 탄 건지 술 맛은 하나도 안 나고 주스 맛만 나는 술.
아샤는 이런 걸 마시고 취한 거냐며 당황하며 레이시의 술주정을 받아주다가 레이시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가볍게 레이시를 한팔로 안아 드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다가 레이시가 목을 끌어안자 한숨을 내쉬면서 계산을 끝내고 기사단에서 1년 내내 빌려두는 방에 들어가 레이시를 눕혔다.
“하아…….”
“아하하하~!”
레이시가 실수한 건 두 가지.
하나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간까지 강화되어서 술을 잘 마실 수 있다는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다른 실수는 주스에 술을 타서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라 정신 놓고 마시다가 한계를 넘겼다는 것.
어쩌면 주스에다 술을 타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자기 주량이 약해졌다고는 못 느꼈더라도 취하기 전에 멈췄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레이시는 레이디 킬러 같은 걸 마시고 뻗은 상태.
아샤는 난처하다는 듯 이불 위를 구르는 레이시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물을 가져다줬다.
그러자 그 물을 한 번에 다 마시고는 투정을 부리기 시작하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투정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다가 다시 투정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아아아~ 제가 두 사람을 더 좋아하는데 두 사람은 자기가 저를 제일로 좋아한다고 다투는 거 있죠!?”
“그래, 그래. 그거 벌써 3번은 말했어.”
“히이이잉…….”
“아, 아아아! 울지 마, 잘못했어. 제대로 들을게. 그러니까 미스트가 메이드 업무에 한정되어서는 엘라의 말도 일부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지 말했었지?”
“에헤헤…….”
레이시의 웃음에 아샤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 일에 대해서는 투정을 부리지 않는 만큼 그 반동이 오는 건지 감정을 주체하지 않고 훌쩍거리다가 금방 헤실헤실 웃는 레이시.
부하들이 그랬다면 당장에 머리를 몇 번 쥐어박아서 술에서 깨게 해주겠지만, 아샤는 자꾸만 웃는 레이시의 모습에 차마 그러지도 못하겠다며 한숨을 내쉬고는 레이시가 시키는 대로 레이시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엘라와 미스트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는 레이시.
불만이라고 말해봐야 바보 커플이 자기가 더 좋아한다고 우기는 식의 불만이라 딱히 걱정은 안 됐지만,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들으니 뭔가 멍청해지는 것 같다.
아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레이시가 자꾸 헤실거리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다 가끔가다 다른 말을 던지자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말을 멈추고 입을 헤~하고 벌리더니 아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없이 뺨을 부비적거리는 레이시.
레이시의 뿔이 아샤의 배를 가볍게 긁긴 했지만, 워낙 부드러운 데다가 끝이 레이시 쪽으로 뭉뚝하게 휘어진 형태라 그런지 아샤는 레이시의 술주정을 받아주며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엘라에 대한 이야기는 질렸어?”
“으으응……, 아뇨오오…….”
“그러면?”
“에헤헤, 스승님이 삐진 거 같아서요. 너무 엘라랑 미스트 이야기만 했죠오오~?”
“아, 아니. 난 괜찮은데?”
이야기를 듣는 것도 꽤 괴로운 일이지만, 자신은 이런 바보 같은 사랑놀음에 참가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게 말하며 아샤는 레이시를 말렸지만, 레이시는 이미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상태가 되어선 계속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끌어안고 뺨을 부비적거리다가 훤히 드러난 배에 입을 맞춘다거나 가지런한 식스팩을 손가락으로 문질거려보거나…….
레이시는 호스트들의 복근과는 다르게 자꾸만 눈이 꽂히는 아샤의 복근에 가만히 고개를 파묻고 있다가 아샤를 힐끗 보고는 배에다 입을 맞춰봤다.
“쪽…….”
“……!?”
레이시의 행동에 흠칫 떨다가 얼굴을 붉히며 떨어지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가 떨어지자 꽉 끌어안아서 못 도망치게 막은 다음 천천히 몸을 위에 올라탔다.
“야? 야야!? 정, 정신 차려!?”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밀어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가 밀어내자 볼을 빵빵하게 만들고 아샤를 쳐다봤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움찔 떤 다음 손에 주던 힘을 빼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아까보다도 강하게 아샤를 끌어안는 레이시.
아샤는 다시는 레이시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의 등을 토닥이며 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아샤의 노력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레이시는 아샤가 등을 토닥여주자 헤실헤실 웃으면서 이번에는 아샤의 귀에 한 피어싱을 약하게 깨물다 혀로 핥기 시작했고, 아샤는 아프면서도 간질간질거리는 그 감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쬽…….”
“으으응……, 간지러워.”
“에헤헤, 시러요오……?”
시간이 지나서 알코올을 흡수하면서 점점 더 취기가 올라오는 건지 혀가 풀린 목소리로 꽉 끌어안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싫은 건 아니다.
저번에 자신하고 했다고 그렇게 자책했었는데 정신을 차리면 레이시가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신경 쓰일 뿐.
그렇기에 아샤는 레이시를 가볍게 떨어트리고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볼을 빵빵하게 부풀인 채 고개를 돌렸다.
“흥흥! 몰라요! 어차피 저 좋다면서 맨날 싸우기나 하고! 스승님이랑 있어도 된다구 허락도 받았으니까 스승님하고 있을 거예요!”
“하아아아아…….”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머리를 긁다가 피어싱한 감촉이 그렇게나 좋은 건지 다시 귀를 깨무는 레이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말은 잘 못 하겠는데, 이렇게 하면 자기도 저 수렁에 빠져버릴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일단 레이시를 얌전히 재우자고 생각하면서 레이시를 침대에 눕혔다.
“으갸앙~.”
그러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침대에 눕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도 자기 목소리가 웃긴지 연신 꺄륵거리다가 아샤가 자기 손목에서 손을 떼자 역으로 아샤의 손목을 잡은 채 멀뚱멀뚱 아샤를 올려다봤다.
“…….”
“…….”
서로 눈을 마주치고 아무 말도 안 하는 두 사람.
어색한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건, 레이시였다.
“쪽…….”
아샤의 손을 잡아당기며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아샤를 쳐다보는 레이시.
취기 때문인지 아니면 몸에 쌓인 열기 때문인지 레이시는 붉어진 얼굴로 아샤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혀로 가볍게 핥았고, 아샤는 자신의 손을 내민 채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흐으으으…….”
얼굴을 가리고 앓는 소리를 내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에게 일단 진정하고 생각하자며 물을 건네주려고 했지만, 레이시는 싫다는 듯 아샤를 끌어안고 칭얼거렸다.
“너, 이러다 술 깨면 절대로 후회할 거야.”
“흥……, 몰라.”
이젠 아예 존댓말도 그만두고 투덜거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샤를 노려보다가 몸을 확 돌리고 엎드리더니 힐끗거리면서 아샤를 쳐다봤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눈을 가렸다.
“하아아아…….”
“에헤헤…….”
한숨을 내쉬던 아샤가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자 배시시 웃으면서 몸을 돌리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턱을 들더니 천천히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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